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63)
탑 코더-163화(163/303)
# 163
완벽한 4레벨 자동차
근래 경제면에 올라오는 뉴스의 대부분을 자율 주행이 차지하고 있었다.
-무인 택시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자율 주행차가 일으킨 사고 만 1011건. 이래도 타시겠습니까?
-자율 주행 기술. 시기상조 인가. 시작할 때 인가.
-무인 택시에게 당신의 목숨을 맡기시겠습니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국내 언론에서 무인 택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제로를 생산하는 선진이 버티고 있는데도 이런 뉴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금현 밖에 없습니다.”
김희건의 말에 승호가 입맛을 다셨다.
“재벌이라는 분이 참 치졸 하군요.”
그 말에 김희건도 입맛을 다셨다. 자신도 재벌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승호를 오판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택시 업계의 반발이 너무 세다며 국토부에서 면허 취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완성 차 업계에서도 자율주행 자동차 출시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국토부를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고요.”
듣고 있던 승호가 실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자율 주행 차는 다른 회사에서도 사활을 걸고 개발 중인 거 아니었습니까?”
“주머니를 튀어나온 송곳은 견제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사 공장 근로자들에게도 자율주행차가 출시되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자율주행차 제작은 전부 무인으로 만들어 진다. 당신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다. 이런 식의 소문을 만들어내며 그들을 압박해 여론 몰이를 하는 중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군요. 제로는 무인 공장에서 만들어질 테니까.”
김희건이 살짝 입을 오므리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그건 그렇군요.”
“캘리포니아에서는 아무런 문제없이 제로 택시가 서비스 되고 있는데 여기서는 첫 날 시승 이후에 운행 자체를 못하고 있다니. 참. 답답합니다.”
택시 기사들의 불같은 투쟁에 제로 택시는 대통령 시승 행사 이후 잠시 멈춰 있는 상황이었다. 제로 택시 집합 장 입구를 전국의 택시 기사들이 우르르 몰려와 막아섰기 때문이었다.
“정부도 함부로 움직이지는 못할 겁니다. 공권력을 투입했다가는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입맛을 다시던 승호가 씁쓸히 중얼 거렸다.
“이렇게 까지 하지는 않으려 했는데··· 정말 한국을 뜨던지 해야겠군요.”
“흠······.”
심각한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리고 있던 선진전자의 회장 김희건이 손가락을 튕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승호가 대답할 새도 없이 김희건이 말을 이었다.
“택시 업계 뒤에 금현이 있습니다. 완성차 업계들이 내는 목소리도 금현이 뒤에 있을 겁니다. 금현의 내수 점유율은 70%에 육박하니까요. 차와 관련된 산업에서 금현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승호가 무겁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느 정도 위치가 되자 알아서 들리는 내용들이 있었다. 금현이 자신들을 견제할 때 왔던 연락들처럼. 그 정보들이 김희건이 말하는 내용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 말은 곧 금현이 인정하면 다른 산업 종사자들도 인정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인정이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외 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더더욱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어떤 복안이 있으신 가 봅니다.”
“하하, 걱정 마십시오. 이런 일은 대표님 보다는 저희가 전문이니까요.”
***
며칠 뒤.
승호는 자율주행 안전 테스트 항목 이라는 제목의 엑셀 표를 하나 받았다. 거기에는 200개의 테스트 상황이 적혀 있었는데 금현에서 했던 100개의 테스트.
그것 보다 훨씬 복잡한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항목을 확인한 예카테리나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인간도 가능하지 않을 영역인데요.”
이를테면 이런 식이었다.
-TEST 51. 비 오는 길 야간 주행 중 옆 차가 미끄러지며 운행 차량을 덮친다. 그러나 앞에는 횡단보도. 거길 무단 횡단으로 지나던 아이가 한 명 있다. 중앙선 너머로는 트럭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는 중이다. 이 상황에서 모두가 안 전할 수 있는 운행을 하시오.
상황 하나에 대한 지문만 수줄에 달했다.
그러나.
그래서.
뿐만 아니라.
같은 부사들이 수도 없이 붙어 있었다. 꼬고, 또 꽈서 만들어낸 문제라는 뜻 이었다. 그걸 보는 순간 승호도 의심의 불꽃을 틔울 수밖에 없었다.
‘둘이 서 짜고 날 엿 먹이려는 수작은 아니겠지··· 뭐, 그게 맞던 아니던 이런 상황에서도 제로가 완벽하게 행동해야 자율 주행차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을 종식 시킬 수 있겠지만.’
예카테리나가 승호를 보며 물었다.
“이런 게 정말 가능할까요.”
“가능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자 고동수가 난색을 표했다.
“이걸 테스트 하려 해도 일주일이 아니라 한 달은 걸릴 것 같은데··· 이런 상황을 재현하는 것 자체가 쉽지 가 않아요.”
“돈으로 섭외하면 돼. 최대한 해보고, 테스트를 못해본 항목은 제로를 믿어 봐야지.”
승호의 말에 예카테리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ONE이 최초 벽돌 깨기에 최고 득점을 낸 건 테스트 해서 나온 점수는 아니니까요.”
승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과연 예카테리나라고 해야 할까. 그녀의 존재가 든든하게 느껴졌다.
“맞습니다. ONE은 우리가 테스트 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최고의 결과를 내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을 전부 테스트해서 반영할 수는 없는 법이죠.”
그제야 고동수도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 하긴······.”
그러나 말이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말이야 쉽지 난이도는 최 상 급. 벌써부터 머리에 쥐가 나려고 했다. 그건 백채원도 마찬가지 인지 아까부터 말이 없었다. 예카테리나가 그 둘을 보며 말했다.
“그러면 시간이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으니 성능 개선을 중점으로 해보죠. 더 많은 경우의 수를 탐색해 최선의 수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승호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
금현자동차 본사.
회장의 집무실에서 정준구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결국 실패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준구의 단언에 정만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게 만들어야지. 준비 상황은?”
“기존 리스트를 한층 보강해 200개의 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운전 경험이 10년이 넘은 숙련자도 통과하지 못할 과제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래. 무조건 실패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을 도모 할 수 있어. 이번에도 금현이 물러서게 된다면······.”
정만식이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시대는 계속 변한다. 이제 전기차.
그리고 자율 주행차의 시대가 온다.
그 시대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도태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정준구가 이번에도 단호하게 답했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일단 그걸로 제로의 출시를 막고, 시간이 흐른 후 슬그머니 에이오닉을 출시하면 된다. 어차피 여론이 뒤집히는 건 여반장 이니.”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김희건 그 놈 참 많이 컸더구나. 나한테 협상을 다 해오고.”
“그 속셈이 궁금합니다. 시내 소프트를 먹기 위해 저러고 있는 거라면 너무 키워주고 있는 것 같은데.”
“아마 먹으려고 하는 건 아닐 거다.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어. 협력을 하려는 거겠지.”
협력.
어울리지 않는 단어에 정준구가 두 눈을 부릅떴다.
“선진이 말씀이십니까? 우리 보다 지독한 놈들이 그럴 리가······.”
“지독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누구보다 능숙하게 적응하는 놈이야. 세계 1등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지키는 건 더 어렵지. 그런데 선진은 벌써 수 년 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느냐. 배울 점은 배워야 해.”
“알겠습니다.”
“차질 없이 준비 하 거라. 이걸로 제로의 출시를 최대한 늦춰야 금현이 살 수 있다.”
“네.”
“그리고 일이 잘 마무리 되든, 되지 않던. 이 일을 끝으로 나는 이만 물러나야겠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 다는 걸. 이번 일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어.”
“회장님······.”
“내가 한 오판들이 금현의 이름에 먹칠 하는 걸 너도 나도 보지 않았느냐.”
“그래도 아직은 정정 하신데.”
“내 판단의 기준은 고루한 것들이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기준을 가지고 판단할 사람이 필요해.”
정만식이 시선을 돌려 정준구를 보았다. 회장실에서 둘의 시선이 얽혀 들었다.
그렇게 잠시 무언의 대화가 오가고.
정만식의 묵직한 저음이 회장실을 울렸다.
“이제 금현은 네 것이다.”
그러나 이때의 둘은 알지 못했다. 그 둘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
그리고 일주일 후.
부산 스마트 시티 내 자율 주행 차 시험장.
일부러 판을 크게 키웠다는 김희건의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인파가 시험장에 모여 있었다. 프리랜서로 뛰고 있는 유명 아나운서가 사회자로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오늘은 자율 주행 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제로.
-제로가 과연 안전한 자동차 인가.
-이대로 시내를 운전해도 정말 괜찮은 것인가.
-무인 택시인 제로가 부산 시민들의 발이 되어도 될 것인가.
-이런 여러 궁금증에 대한 답을 듣는 자리에 나와 있습니다.
짧은 사설이 지나가고, 바로 본론이 진행되었다. 취재를 나온 언론사에 공개된 테스트 항목 200가지.
테스트 내용을 확인한 기자들도 혀를 내두른 말한 항목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자율주행 차 권위자들이 영상을 통해 해당 항목들에 대한 난이도를 인증해 주었다.
-이런 항목을 통과할 자율 주행 차는 없다.
-이것들을 정말 통과한다면 이건 자율주행차가 아니라 신이 내린 차다.
-자율 주행 차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
이런 평가들이 나올 만큼 테스트 항목들의 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었다. 물론 항목은 일반 대중들에게도 공개되었다. 그 항목을 확인한 대중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갓승호가 갓제로를 만들었다. 통과하고 우주로 가즈아!!!
-ㄹㅇ 이거 통과하면 운전자가 운전하는 것보다 안전 ㅇㅈ.
-항목만 보면 실패할 것 같은데 빛승호가 하니까 통과 할 것 같다.
-이건 뭐 실패하라고 만들었네. 이거 통과하면 그게 자동차냐. 이건 포뮬러 카 드라이버 할아비가 와도 못한다.
그러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테스트 가 시작되자마자 격정적인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첫 번째 항목 통과입니다.
-많은 분들의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제로는 파란 불에서 빨간 불로 바뀌는 순간 급정지를 하며 방향을 사선으로 틀어 횡단 보도 위를 지나다니는 사람을 치지도 않았고, 급정거한 뒤차와 사고를 일으키지도 않았습니다.
-정말 놀라운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첫 번째 테스트가 통과 될 때 정만식의 표정은 썩어 들어갔다. 현장에 나와 있던 택시노조 대표도 두 눈이 휘둥그레 졌다. 그리고 그 모습은 시내소프트 채널을 시청하는 구독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 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같은 단어를 채팅 창에 치고 있었다.
-perfect.
-완벽하다.
-완벽해.
그에 호응이라도 하듯 시험장내에 통과라는 기계음이 연이어 들려왔다.
통과.
통과.
통과.
통과.
한 번 도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200개 항목을 전부 통과하는데 불과 두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
제로가 유유히 출발선으로 들어오는 동안 누구도 입을 떼지 못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잡았다.
-제, 제로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마지막 테스트였던 고속주행 중 앞 차에서 떨어지는 미상의 물건 피하기 테스트를 마치고 출발선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200건의 테스트 중 정말 단 한건의 실패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 이건 정말 기적이라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습니다. 이게 제로의 기술력입니다. 이게 대한민국 자율주행차의 기술력입니다.
시험 장내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감탄한 아나운서의 음성이 들렸다. 그 말에 누군가는 인상을 찡그리고 누군가는 활짝 웃음을 피우고 있었다.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이 들 중 대표에는 택시 노조 대표가 있었다. ‘제로 택시 퇴출’이라 는 글이 써진 붉은 띠를 두르고 있던 노조 대표가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며 귓속말을 속삭였다.
“이, 이거 말이 다르잖아요.”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듣고 있던 노조 대표가 벌컥 화를 냈다.
“아니 지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표님도 테스트 항목 보더니 찬성하시지 않았습니까.”
“끄응······.”
사실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운전을 한다고 해도 그 항목들을 충족시킬 자신이 없었다.
‘나도 불가능 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노조 대표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여유 있는 모습을 들어서는 제로를 쳐다보았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 어떻게 그 테스트를 전부 통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노조 대표만이 아니었다. 정만식의 미간이 한 없이 좁혀졌다. 꽉 다문 입에서는 분노가 아닌 약간의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이내 조개처럼 다물어진 입이 조금 벌어졌다.
“통과··· 했군.”
“······.”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같은 말만 반복했다.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정준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마른 침을 삼키며 제로를 보고 있었다. 이건 말이 안 된다. 그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정준구가 겨우 입을 열었다.
“금현 내의 전문가. 그리고 해외에 있는 전문가들에게 테스트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검증 받았습니다. 그 들이 하나 같이 한 말이 이런 시나리오를 통과할 자율 주행 차는 없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정준구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분명 그랬는데 제로는 모든 걸 통과하고 출발선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저걸 과연 자율주행차라고 부를 수 있을까?
누군가의 말대로 정말 저건 외계인이 만든 건 아닐까.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순간.
옆 자리에서 억눌린 신음소리가 들렸다.
“크, 크윽.”
정만식이 심장을 부여잡은 채 이를 악 물고 있었다. 놀란 정준구가 재빨리 비서를 불렀다.
“구급차 불러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