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64)
탑 코더-164화(164/303)
# 164
이제는 스마트 시티
승호가 살짝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다!”
제로는 역시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승호 아주 약간의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만큼 테스트 시나리오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기뻐하고 있는 승호에게 국토부 장관이 다가왔다.
“저, 정말 통과 했군요.”
믿지 못하는 눈빛.
국토부 장관을 보는 순간 승호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네. 이제 임시 면허는 유지 되는 겁니까?”
“무, 물론입니다. 이 정도면 택시 노조도 아무 말 하지 못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로 출시 말입니다.”
“네, 네?”
“완성차 업계들이 안전 문제로 출시를 반대했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시기상조라고.”
“그거야. 당연히 통과될 겁니다. 이 정도면 안전은 보장된 거나 마찬가지고요.”
“그러면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하하, 물론입니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하신 겁니까. 어떻게 저걸··· 제가 운전한다고 해도 저렇게 못할 것 같은데······.”
국토부 장관이 한 마디 더 붙이려고 했지만 승호는 서서히 몸을 돌렸다. 그런 승호를 향해 장관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강 대표님. 지금 정부에서 혁신 성장의 대표 주자로 강 대표님을······.”
“제가 바빠서 이만.”
쌩.국토부 장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승호가 몸을 돌렸다. 건방져 보이는 행동에 장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니 사람이 말을 하면 끝까지 들어야지 자기가 언제까지.”
순간 승호가 다시 몸을 돌렸다. 구시렁거리던 국토부 장관이 급히 입을 다물었다.
“아, 그리고 앞으로 저와의 소통 창구는 박 사무관님으로 통일시켜 주십시오. 이 사람 저 사람 상대하다 보니 정신이 없어서요.”
“아, 알겠습니다.”
“그럼.”
승호는 정말 몸을 돌려 멀어져갔다. 시험장에 있던 여러 사람들이 승호를 둘러싸며 말을 걸려 했지만 경호원들이 막아서는 통에 쉽사리 다가갈 수 없었다.
고동만도 그저 멀어져가는 승호의 뒷모습을 바라 볼 뿐이었다.
“정말 해냈습니다.”
김희건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두려울 지경이군요.”
고동만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겨우 일주일 만에 해냈다는 건 처음부터 제로는 저런 능력이 있었다는 말인데··· 유모차 사건이 우연은 아니었나 봅니다.”
김희건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약간의 견제성 이벤트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통과해버리다니. 내심 한번 쯤 실패해 주길 바랐건만.”
“저도 정말··· 통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쯤 한 번 제동을 걸어야 했는데··· 이제는 정말 대한민국이 시내소프트로 천하통일 될 지도 모르겠군요.”
고동만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아까부터 살짝 떨리고 있던 손이 겨우 진정되는 느낌이었다.
“이미 된 걸지도 모릅니다. 저기 사람들의 반응을 보십시오.”
김희건이 시험장에 모여 있는 일반인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후아! 이게 말이 되냐? x발 미쳤다. 진짜 미쳤어.
-저거 진짜 자율 주행 차 맞아? 난 무슨 카 레이싱 영화 보는 줄.
-야. 영화도 한 번에 저렇게는 못해.
-이 정도면 제로 타는 게 내가 운전하는 것 보다 낫 겠는데.
-당연하지. 네 빡 대가리를 어디에 비교해.
-미친.
-어쨌든 진짜 대박이다. 이건 진짜··· 와. 뭐라 표현 할 길이 없네.
흥분한 대중들은 아직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감탄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고동만이 김희건의 손을 보며 말했다.
“회장님 손이······.”
그러자 김희건이 오른손으로 왼손을 붙잡았다. 그럼에도 떨림이 잦아들지 않았다.
“이제 견제하는 것도 힘들어졌습니다.”
“선진에는 반도체가 있습니다. 더구나 제조라는 강점이 있고요.”
김희건이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 가전에도 아마 ONE이 들어가고, 로열티를 내야 할 겁니다. 반도체··· 반도체는 아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건 굳이 관심을 두지 않아서 이지 못해서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는 군요.”
고동만도 같은 생각이었기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우리도 올라갑시다. 어쩌면 선진의 주력을 바이오 쪽으로 옮겨야 할지도 모르니.”
“알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둘도 시험장을 빠져 나갔다. 그러나 여전히 시험장은 경이적인 장면에 취한 대중들의 함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
-제로 성공적 안착. 기업 가치 이 천억 달러로 수직 상승.
-포브스 100대 혁신 기업 순위 발표. 1위 시내소프트.
-타임지 올해의 인물 시내소프트 강승호. The Engineer -강승호 해부. 그의 유년 시절부터 시내소프트 대표가 되기까지.
-ISO(국제표준화기구) 자율주행 표준 정의를 위해 강승호 공식 초청.
-한국의 기술이 세계 표준으로 선정되나.
뉴스는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다. 제로에 대한 찬사 일색으로 시내소프트 기업 가치는 수직상승했고, 승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최고조를 달렸다.
달깍.
마우스를 누르는 순간 기사들이 새로 고침 되었다. 새로운 뉴스가 올라온 것이다. 고동수가 흐뭇한 표정으로 기사를 하나하나씩 읽어갔다.
“ISO는 강승호 대표를 초청해 자율주행차 표준에 대한 상의를 시작했다. 제로에 적용된 기술은 향후 전 세계 표준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대한민국 기술력이 세계 최고임을 입증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동수는 벅찬 감동을 참지 못하고, 기사를 소리 내어 읽었다. 처음 승호를 만났을 때 느꼈던 자신의 느낌이 틀리지 않았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해 지고 있었다.
“어쩌면 스타크 인더스트리를 넘어 설지도 몰라.”
자신의 최애 영화 아이언 맨에 나오는 그 회사를 넘어설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자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툭.
그런 고동수의 어깨위로 두툼해 보이는 손이 하나 올라왔다.
“뭐하냐.”
스위스 제네바에서 있었던 ISO 표준 관련 협의를 마치고 돌아온 승호였다.
“대표님 뉴스가 끊이질 않습니다. 보고 있으면 뿌듯하면서 뭔가가 벅차오르는 느낌이라.”
“큭, 이제 아주 편하다. 막내 벗어났다고, 뉴스 챙겨 볼 시간 생긴 거냐? 이거 내가 일거리 좀 줘야겠는데.”
짓궂은 농담에 고동수가 픽 헛웃음을 흘렸다.
“대표님, 예카테리나 팀장님과 일 해보셨어요? 팀장님과 일을 하게 되면 편하다는 말 안 나옵니다. 저 진지하게 예카예카 팬 카페 탈퇴까지 고려······.”
말을 하던 고동수가 후다닥 브라우저를 끄고, 시내 소프트 자체 제작 통합 개발 툴 ONE Coding을 실행시켰다.
그리고 몇 초 후.
그윽하면서 달콤한 향이 코를 간질였다. 고개를 돌리자 예카테리나 박사가 그곳에 서 있었다.
“대표님 오셨군요.”
“하하, 네. 그렇지 않아도 박사님께 가려던 참이었습니다. 동수가.”
앉아 있던 고동수가 기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 대표님!”
“아니 잘하고 있나. 물어보려고. 너 왜 그러냐. 식은땀 까지 흘리면서.”
고동수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 하하. 이제 봄 인가. 덥네. 더워.”
이야기를 나누던 승호가 웃음기를 지웠다. 그리고 예카테리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개발 팀 좀 모아주세요. 이제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가야 할 것 같으니.”
예카테리나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개발팀.
승호가 말하는 개발팀은 시내 소프트에 근무하는 개발자들 중 핵심 중에 핵심을 뜻하는 말이었다. 이들은 기존 개발 된 것을 유지보수 하는 것 보다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한다. 최초 ONE을 개발하고, 제로를 개발 한 것처럼.
유지보수는 기 채용된 다른 개발자들이 인수인계를 받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핵심 개발자에는 예카테리나를 비롯해 고동수, 백채원 외에도 추후 채용된 몇몇의 인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회의실 7-1.
그들이 모여 있는 자리 정면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커다란 글씨가 쓰여 있었다.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
승호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였다.
“오늘 제가 말하려는 건 여기에 적용되는 프레임워크에 대한 겁니다. 왜 프레임워크냐. 스마트 시티는 수십 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 수 천 개가 없는 기기, 시설, 센서 등등의 장치들을 하나로 묶지 못하면 애초에 스마트 시티를 구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내 PPT가 한 장 넘어갔다.
-oneMTM.
그러자 나온 글자.
승호가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제안 받고 지금까지 작업한 결과물이었다.
“이게 바로 스마트 시티에 적용될 프레임 워크입니다. 우리가 핸드폰에 사용하는 엔드로이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스마트시티에 들어간 모든 기기, 인프라, 서비스는 이 oneMTM 위에서 작동하게 만들 겁니다. 여러분들이 이제부터 할 일은 제가 프로토 타입으로 만들어 놓은 oneMTM을 가지고 실제 운용 사례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그 뒤로도 승호의 설명은 한 동안 이어졌다. 이야기를 듣는 직원들이 초롱초롱 한 눈망울로 승호의 말을 경청했다.
***
미 CIA본부가 있는 버지니아주 랭글리.
그곳의 국장이 정보국내 2인자인 부국장에게 물었다.
“아직까지 연락이 없나?”
“네. 아시다 시피 무척 바쁜 가 봅니다.”
“끄응······.”
국장도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의뢰를 부탁한 강승호라는 인물이 얼마나 바쁜지.
“최근 요원들이 제로를 해킹하기 위해 접근했다가 PC를 못쓰게 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확실히 실력하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더군요.”
“제로 구매 진행은 어떻게 됐어?”
“아직 시판이 되지 않아. 시중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부적으로 접촉을 하려해도 아시다 시피.”
부국장이 입을 닫았다. 이미 수차례 연락을 시도 하고 있었지만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 아직 일반인에게는 판매하지 않는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우린 일반인이 아니잖아.”
“소속을 밝히고 접근 한 건 아니라서. 아마 CIA에서 구입하려는 걸 모를 겁니다.”
국장이 또 한 번 앓는 소리를 냈다. 강승호와 관계된 일은 도통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끄응······.”
“그리고 지난 번 북한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는 바이러스에 의한 걸로 확인 됐습니다. 형태는 일본에서 발생한 골리앗과 비슷하지만 조금 달랐습니다.”
“어떤 점이?”
“막무가내로 파괴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된 PC의 정보를 중국 상해에 위치한 우신 상사 쪽으로 전송하고 있었습니다.”
“우신상사는··· 국정원 위장 회사잖아.”
부국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변형까지 한 걸 보면 골리앗을 해결하면서 국정원에서 비슷한 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 요원들은?”
“아직 입니다.”
“강승호에게 받았다는 교육이 확실히 효과가 있나보군.”
“국장님도 보시지 않았습니까. 자율주행차 제로가 어떤 움직임을 보였는지. 물론 가르치는 것과 많이 아는 건 다르겠지만··· 많이 알 고 있다면 잘 가르칠 확률이 높지요.”
답답함을 참지 못한 국장이 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이제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 하고 있는 기업의 대표를 납치 할 수도 없었다.
“휴우······.”
“이렇게 기다리기만 할 게 아니라 한번 직접 만나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입맛을 다시던 국장이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렇게 하지. 비행기 대기시키게.”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