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65)
탑 코더-165화(165/303)
# 165
이제는 스마트 시티
가산디지털 단지 MG 아이앤씨.
핸드폰을 만드는 MG 전자와 달리 MG 아이앤씨는 SI(시스템 통합)을 위주로 하는 회사였다. 특히나 300억 이하 사업에는 참여제한이 걸려 있는 공공분야 SI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기업이었기에 당연히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에도 몇 발을 걸치고 있었다.
모니터를 보고 있던 MG 아이앤씨 공공 사업부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팀의 최태훈 대리가 중얼 거렸다.
“어, SDK 올라왔다.”
메일을 확인한 최태훈이 마우스를 움직여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가 등록되어 있는 지라(프로젝트 관리 툴)에 접속해, 아이디와 비번을 입력해 로그인했다.
그러자.
몇 가지 게시판이 주르륵 나타났다.
“어디보자······.”
그 중 자료실로 들어간 최태훈이 새롭게 올라온 파일을 다운로드 받았다.
-제목 : oneMTM 프레임워크입니다. 각사 적용 후 피드백 및 테스트 부탁드립니다.
-작성자 : 강승호.
oneMTM.
스마트 시티에 적용될 수많은 회사 기기들의 통신 방식을 통일 하기 위한 프레임 워크, 라이브러리 혹은 서로간의 약속이라 부를 만한 강승호 대표의 결과물.
oneMTM은 서버용, 기기용, 인프라용에 따라 별로 제작되어 있었다. 최초 강승호 대표가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부터 제안했던 개념이었고, 그 개념이 구체화된 결과물이었다.
“우리는 서버용이니까.”
최태훈이 서버용 프레임워크를 다운로드 받았다. 그 후 그가 가장먼저 한 일은 어떤 API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API는 생사를 확인하는 API GET : /onemtm/v1/alive/check.
프로토콜은 RESTful 방식으로 되어 있었다. 이 방대한 양을 작업하려면 꽤나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절로 그의 노고가 느껴졌다.
“아직까지는 뭐 특이한 게 없네.”
사실 그는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현 대한민국에서 특히나 IT 업계에서 강승호의 이름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그런 유명인사가 개발한 내용은 또 얼마나 대단할지 궁금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궁금증은 오래가지 못했다.
턱.
최태훈의 어깨에 손이 하나 올라왔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그의 어깨에 손을 집은 사람은 팀의 과장 홍윤수였다.
“강 대표님이 말씀하셨던 프레임 워크 올리셨습니다.”
“아··· 그 설계 회의 때 말했던 거. 바쁘다 더니 이제 결과물이 나왔나 보지.”
“네. 그래서 저희 쪽 서버에 한 번 적용해 보려고.”
“그래. 적용해 보고 결과 나오면 말해줘. 그런데 그거 혹시 대외비인가?”
“confidential 붙어 있는 것 보니까. 그런 것 같은데요.”
고개를 끄덕인 홍윤수가 급히 자리를 떠났다.
홍윤수가 도착한 곳은 프로젝트 팀장인 백창문 이사가 있는 곳.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는 규모가 크고 추후 해외 수출 가능성이 크기에 임원급이 팀장으로 앉아 있었다.
“이사님. 강승호 대표가 oneMTM이라는 이름으로 프레임워크 올렸답니다.”
백창문이 두 눈을 부릅떴다.
“그 강승호가?”
“네. 우리가 알고 있는 강승호가 맞습니다.”
“당장 TI(Technological Innovation : 기술혁신)팀에 보내서 분석해봐. 우리가 쓸 만한 게 있는지.”
그러자 홍윤수가 멈칫 거리며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게 대외비로 올라와 있는 거라··· 다른 팀과 공유해도 되겠습니까?”
“야, 장난하나 지금. 당연히 되지. 어차피 알게 뭐야. 그 강승호 대표가 만든 거야. 뽑아 먹을 게 있으면 최대한 뽑아 먹어야지.”
“알겠습니다. 파일 보내서 분석해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 그거 가지고 우리도 스마트 시티 자체 프레임워크 만들 수 있으면 한 번 만들어보라고 해. 기술내재화 시켜야지.”
고개를 끄덕인 홍윤수가 사무실을 나섰다. 그건 비단 MG 아이앤씨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아니었다. 승호가 올린 파일에 접근 권한을 가지고 있는 회사 대부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
세종시.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 추진단 대회의실.
전체 회사가 전부 모이는 건 한 달에 한 번1차 협력사만 참여 했음에도 10개 기업에서 40명이 참여 했다. 그들이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는 승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반갑습니다. 강승호입니다.”
승호가 나타나는 순간 사람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대부분이 존경의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ONE.
그 뒤를 이어 나타난 제로.
그걸 본 누구라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건 제가 기 배포해 드린 oneMTM 프레임워크에 대한 각 업체 여러분들의 고견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최대한 여러 기기, 시설, 서버를 고려한다고 했는데 실제 적용은 또 다른 영역이니까요.”
마이크를 잡은 승호가 말을 이어나갔다.
“혹시 개발하시다가 불편했던 점, 개선해야할 점이 있다면 기탄없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추후에도 지라를 통해 버그나 개선 점에 대한 피드백은 받을 겁니다. 그럼 먼저 간단하게 oneMTM의 구조에서부터 API 종류. 간단한 적용 사례부터 설명 드리겠습니다.”
승호의 말이 끝나자 대기 하고 있던 고동수가 자리로 올라왔다. 언제까지 개발 관련된 모든 일을 자신이 나서서 처리 할 수는 없었다. 하나씩 직원들에게 넘겨야 한다. 그리고 자신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처럼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아내고, 그걸 구체화 시킬 생각이었다.
‘도전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을 테니까.’
마이크를 잡은 고동수가 입을 열었다.
“아, 아. 안녕하십니까. 시내 소프트 고동수 책임 연구원입니다.”
고동수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사내에서는 몇 번 했지만 이렇게 외부 인들에게 발표 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대부분이 중견 개발자인 이들 앞에서.
“제, 제가 말씀 드릴 것은 oneMTM의 구조, API 종류. 간단한 적용 사례입니다. 이미 기 배포 해 드린 SDK에 전부 포함되어 있어 이미 알고 계신 분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 구현 하지 못한 분들도 있다는 가정 하에 설명 드리겠습니다.”
떨리는 목소리가 조금씩 진정되어 갔다. 그건 청중들 속에 있는 한 사람 때문이었다.
‘날 보며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인정해 주고 있어······.’
참가한 업체들 중에는 선진 전자도 있었다. 그 선진전자의 고동만 사장이 직접 와 앉아 있었다. 고동만과 눈이 마주친 고동수가 말을 이었다.
“먼저 oneMTM의 구조입니다. oneMTM은 글자에서 보이다 시피 M 즉 머신들의 연결에 중점을 둔 프레임워크입니다. 스마트 시티에 들어갈 다양한 I.O.T 제품들 그리고 각종 센서들 거기에서 데이터를 받는 서버. 그리고 최종적으로 도시를 움직이게 될 ONE. 그 전부를 통합할 연결성을 oneMTM이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고동만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oneMTM의 레이어는 총 3가지로 나뉘게 됩니다. 어플리케이션 레이어, 기능 레이어, 그리고 노드. 각 레이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냐면······.”
고동수가 말을 이어 나가는 사이 고동만이 물어왔다.
“이래서 한 번 와보라고 한 건가? 강 대표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군.”
“조금 씩 쌓여가는 신뢰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제 동수도 한 프로젝트를 이끌어 갈 때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니까요.”
“이유가 뭐가 됐든 기분이··· 나쁘지는 않군.”
고동만의 입가에는 정말 희미한 미소가 떠 있었다. 고동수를 보는 표정은 더 없이 따뜻했다. 아들의 성장을 보는 게 기분 나쁠 수 없었다.
“동수는 더 클 겁니다. 지켜보니 잠재력이 꽤 있어요.”
그리고 현 시대 최고의 엔지니어라 불리는 승호의 칭찬에 미소가 짙어지며 입술이 씰룩거렸다.
“하하, 알겠네. 참고하지.”
그 사이 발표도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었다.
“oneMTM은 현재 대외비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들에게 무상 배포 되어 있습니다.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oneMTM은 유상 프로그램으로 가격 정책이 결정되기 전까지 배포 범위를 명확히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이제 질문 받겠습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저는 아일정보시스템 김수훈 과장입니다. 이번 스마트 시티에 들어가는 빌딩들에 대한 통합 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올려주신 SDK를 확인해 봤는데 모든 데이터를 일단 oneMTM으로 보내게 되어 있었습니다. 저희 쪽에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소프트웨어가 있는데··· 정말 전부 보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주변에 앉아 있던 박신우 사무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건 제가 말씀 드려야 할 것 같군요. 모든 데이터는 시내소프트로 보내지게 될 겁니다. 그리고 스마트 시티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에 대한 1차적인 판단 역시 ONE이 하게 될 테고요.”
순간.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졌다.
-데이터를 전부 넘겨준다.
현 시대에서 그 말은 곧 회사의 전부를 넘겨준다는 말과 같았다. 포트, 포토 북, 인더스 등등 수많은 기업들이 데이터를 모으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왜냐.
인공지능에서부터 각종 사업 방향 판단까지.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각 회사에서 참석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져갔다.
“역시 그랬어. 내가 말했잖아. 데이터 전부 공유해 줘야 한다고.”
“설마, 설마 했는데··· 이 정도면 그냥 갑 질 한다고 밖에는 안 느껴지는데.”
“데이터를 전부 달라니. 일부도 아니고.”
“아무리 시내소프트라고 해도 이건 좀 너무 한 것 아닌가.”
“개구리 올챙잇적 생각 못하는 거지. 자기들도 이런 식으로 갑 질 당해본적 있을 텐데, 데이터 전부를 참, 네.”
순식간에 시내소프트를 성토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동수가 있는 자리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잠시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아일정보시스템 김수훈 과장님께 물어보겠습니다. 과장님. 과장님께서 말씀하시는 그 데이터를 활용해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해오셨습니까?”
“당연히 데이터를 이용해 건물 어떤 부분에서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줄일 만한 여력이 있는지 등을 찾아내서 다음 달 목표량을 세우고······.”
김수훈의 말이 끝나기 전에 스크린에 웹페이지 하나가 나타났다.
“이게 과장님이 말씀하시는 아일정보시스템 관리 화면입니다. 과장님께서는 이걸 가지고 부산 스마트 시티에 적용되는 빌딩 관리 시스템의 목표를 달성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스크린에 나타난 웹페이지는 조악하기 그지없었다. 몇 가지 막대, 선, 원 그래프들로 도배된 페이지에는 전기, 수도 같은 것들에 대한 사용 목표량, 현 사용량 같은 간단한 수치 밖에 나타나 있지 않았다.
“이걸로 기후 변화를 기반으로 빌딩 내에서 사용되는 에어컨, 공기 정화 장치. 환기 시설을 조절하고, 가스, 수도, 전기의 사용량을 최적화 할 수 있으십니까?”
승호가 화면에 나타난 페이지를 몇 번 더 클릭했다.
“확인해 보니 몇 가지 딥 러닝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적용 한 것도 아니고 적용 시도 중이라고 나와 있더군요.”
그때 까지 김수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승호는 더 빠르게 몰아쳤다.
“저흰 갑 질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스마트 시티라는 목표에 걸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와 있는 겁니다.”
그리고 회의 참석자들을 둘러보았다. 그 카리스마에 눌려 누구도 쉬이 입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MG 아이앤씨 백창문 이사입니다. 물론 대표님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 데이터는 기업의 자산이니 만큼 그 전부를 넘기라는 건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MG 아이앤씨에서는 대외비로 배포한 제 oneMTM을 다른 부서에 넘기셨습니까?”
“···네?”
당황한 백창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