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66)
탑 코더-166화(166/303)
# 166
이제는 스마트 시티
승호가 좌중을 둘러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oneMTM은 스마트 시티의 기반이 되는 시스템. 기본 적으로 각 서버나 기기의 상태도 수집하도록 설계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수집 된 데이터를 살펴보니 oneMTM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정보들이 꽤나 수집 되었더군요.”
백창문이 어색한 헛기침을 시전 했다.
“흠··· 흠흠.”
물끄러미 백창문을 보던 승호가 시선을 거두었다.
“어쨌든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그러니까 데이터 제공이 힘들다는 말씀이십니까?”
“어차피 데이터를 가져간다고 해도 각 데이터의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 테니 의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건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한 대학교의 교수님들을 비롯해서 각계각층 전문가들이 자문위원으로 선임되어 있으니까요.”
승호는 가장 먼저 문제제기를 했던 아일 정보시스템 김수훈 과장을 쳐다보았다.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여기서 저희와 합을 잘 맞춘 기업은 앞으로 기술 교류를 할 가능성이 있으며 앞으로 해외 진출 시에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입니다. 사실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기기나 센서, 통합 관리 시스템은 선진전자와 함께 해도 됩니다.”
그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고동만에게 쏠렸다. 고동만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나 공공 프로젝트라는 이유로, 저도 상생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된 겁니다. 여러분들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마십시오.”
백창문은 끈질기게 반대의견을 표했다.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니요. 그리고 대표님께서 인공지능, 자율 주행 차 분야에 꽤나 조예가 깊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러나 스마트 시티는 또 다른 분야 아니겠습니까.”
그의 훼방에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호의 미간이 좁혀졌다.
‘저 사람은 사사건건······.’
저런 식의 태도는 처음 자신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AA(Application Architect : 공통 로직 개발 표준 프레임워크 개발)로 투입 되었을 때부터 였다.
-인공지능 개발만으로도 바쁘실 텐데 스마트 시티에 까지 신경 쓸 수 있겠습니까.
-괜찮습니다. 동시에 할 수 있으니까요.
-아아··· 역시.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고 oneMTM이라는 개념을 정립해 발표 했을 때도 태클을 걸어왔다.
-전체 머신에 라이브러리를 넣어 한 가지 프로토콜을 사용하게 한다니 그거 하려면 한 10년은 걸리겠는데. 아직 모르세요? 이거 2년짜리 프로젝트입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비아냥거리며 하는 말이 그렇게 꼴 보기 싫었다. 물론 약간 이해되는 면이 있기는 했다. 자신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MG 아이앤씨가 마더 사(프로젝트 주관 업체 통상 프로젝트를 따낸 갑사를 지칭)로써 권위로 여러 업체를 좌지우지 했다. 그러나 승호가 합류하고부터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그리고 이런 프레임워크도 없이 거대한 도시에 들어가는 수 천 가지기기를 통합해 제어 할 수는 없습니다.
-그걸 누가 몰라서 안 합니까? 어려 우니까 그렇지.
-그 어려운 걸 제가 하겠다고 말씀 드리는 겁니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일이 많았고, 다행히 일부 업체에서는 승호의 의견에 동조해 주었다.
-강 대표님이라면 할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번 믿고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 그럼 한 번 해보세요. 어디 잘 되나 봅시다.
그게 마지막 회의 기억이었다.
그리고 오늘.
정말 oneMTM을 들고 나오자 보이는 반응이 이거라니. 승호가 어깨를 으쓱 거리며 박신우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상황을 지켜봐온 박신우가 입을 열었다.
“백 이사님.”
“네. 사무관님.”
“MG 아이앤씨가 마더사로써 지금껏 많은 일을 해왔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청사진만 제시해 왔지 구체적인 액션이 없어 난항을 겪었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번에는 여기 강 대표님을 믿고 따라 가보는 게 어떨까 합니다.”
“물론 저도 강 대표님 실력이야 믿고 있지만··· 일이라는게 믿음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박신우가 단호한 표정으로 백창문을 바라보았다.
“백 이사님. 정부는 이번 스마트 시티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적임자에 강승호 대표님이 있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고 있어요.”
이 자리에서 갑중의 갑은 공무원인 박신우.
그것도 5급 사무관의 말이었다. 백창문도 더 이상 토를 달 수 없었다.
“그럼 이견은 없는 걸로 알겠습니다.”
박신우의 그 말을 끝으로 상황이 종료 되었다.
업체들이 전부 떠나고, 승호가 씁쓸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런 승호를 향해 박신우가 위로의 말을 던졌다.
“너무 걱정 하실 건 없습니다. 어차피 프로젝트는 총괄은 제가 하고 있으니까요.”
“전체 업체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협력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프로젝트입니다. 이건 단순히 핸드폰으로 결제하고 자율주행차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한다. 이런 사례를 구현하려는 게 아니니까요.”
“······.”
“이제 겨우 시작인데 이렇게 삐거덕 대서야··· 참······.”
고민을 하던 박신우가 손가락을 튕겼다.
“업체를 교체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다른 업체가 들어온 다고해서 잘 따라와 준다는 보장이 없고, 정말 그렇게 된다면 기존 업체들의 반발이 상당할 겁니다. 갑 질을 한다며 언론에 흘러나가면 저나 사무관님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고요.”
말을 하던 승호가 픽 헛웃음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본 박신우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하하, 항상 을의 입장이었는데, 이제 갑의 입장에서 되다니. 어색해서 그렇습니다.”
“하긴 대표님은 이런 경험이 처음이시겠군요.”
승호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 아일 정보시스템의 김수훈 같은 입장이었다. 아일 정보시스템 보다 규모가 작았으니 그 보다 못했으리라.
그런데 여기 까지 오다니.
감개무량하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무작정 자신의 것을 퍼줄 생각은 없었다. 물론 불공정 거래를 할 생각도 없다.
“입장이 바뀌기는 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같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제가 을이었을 때도 실력을 보여주고, 동의를 얻어 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해봐야죠.”
“어떻게 실력을 보여준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리고 ONE에서부터 제로 까지 이미 충분히 실력을 보여주셨는데.”
“MG 아이앤씨의 백 이사님 말마 따라 스마트 시티 관련해서는 아직 성과가 없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복안이 있으신 겁니까?”
“제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으니 믿도록 해야겠지요.”
승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을 뿐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
회의가 끝나고, 백창문은 급히 타 업체 간부를 섭외 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잃고 데이터 까지 전부 넘어가게 생겼다. 어떻게 해서든 이번 프로젝트의 최대 공로자는 MG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데이터들도.
그러기 위해서는 초반 기 싸움이 중요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대로라면 데이터 전부를 넘겨 줘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그러자 아일정보시스템의 김수훈이 일어나서 열변을 토했다.
“그건 결사반대입니다. 데이터를 전부 넘기라니요. 꼭 필요한 몇 가지를 넘기는 것도 해줄까 말까한데.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그, 그거야. 전부를 넘기는 거야 그렇긴 하지만. 중앙에서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는 넘겨야 하지 않을까.”
백창문이 나서지 않아도 김수훈이 알아서 그의 마음을 대변해주었다.
“그렇게 되면 말 그대로 하드웨어 납품 업체로 전락하는 겁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가지신 센서나, 기기들 선진에서 못 만들 것 같습니까? 일주일? 아마 하루도 안 걸릴 겁니다. 저 자식들 지금 둘이서 짝짝꿍 해서 우리들 내치려고 그러는 거라니까요. 불가능한 요구조건을 내세워서 저희들 싹 다 갈아치우려는 겁니다.”
“뭐, 그렇게까지······.”
“지금까지 그런 의도는 없었던 것 같은데.”
“너무 비약하는 거 아닌가.”
“흐음······.”
“초반 기선제압이 중요합니다. 안 그러면 계속 이렇게 질질 끌려 다니게 되는 거라고요. 아시잖아요. 지금은 데이터 달라는 것에 불과하지만 이게 시작입니다. 가로등 센서 담당님. 조도변경 좀 가능하게 해주세요. 서버처럼 동작하게 해주세요. 데이터가 모자라네요. 몇 가지만 더 추가해주세요.”
김수훈이 침 튀겨 가며 하는 말에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다 물었다. 그의 말에 충분히 공감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일로 시작한다.
-위에서 오더 떨어져서 그런데 일정 일주일만 당깁시다.
한 가지 부탁을 들어주면 이내 또 다른 부탁이 생겨난다.
-기능 몇 가지만 추가합시다. 위에서 이걸로는 모자라다고.
-변경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알잖아요. 나도 바꾸고 싶어서 바꾸는 게 아니라.
-혹시 최초 구조 한 번 다시 볼 수 있습니까? 약간 변경이 필요 할 것 같은데.
계약서에 나와 있지도 않은 그 말들은 추후 을을 찌르는 창이 되어 되돌아온다.
-아니, 기능 추가만 수 십 건에 수정은 그 보다 많이 하셨는데 일정을 줄이시면 어떻게 합니까.
-처음부터 똑바로 하면 이런 일 없었잖아요.
-네?
-그러니까 내가 처음부터 변경에 유연하고, 추가하기 쉬운 구조로 만들자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와서 핑계는.
적반하장 식의 반응들.
김수훈의 세치 혀는 그때의 기억들을 소환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고 해서 MG를 믿는 건 아니었다. 그 분위기를 알기에 백창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건 눈 먼 돈 1조가 넘게 투입되는 사업입니다. 그 돈이 적절히 배분되도록 노력 하는 것이 마더사가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 저 말 속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모를 사람은 없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갸우뚱 거리며 반대의견을 펼치던 업체의 간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사람들의 시선이 백창문을 향했다. 백창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그려졌다.
“먼저 굴러 들어온 돌부터 빼봅시다.”
말을 하고 있는 백창문의 미소가 한 층 더 짙어졌다.
***
비행기에 내린 CIA 국장은 바로 준비되어 있는 차에 올라탔다. 대기 하고 있던 한국지부장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대사관을 통해 계속 일정을 조율 하던 중 몇 시간 전에 괜찮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
“네. 만날 의향이 있다고 합니다. 현재 강 대표는 시내소프트 본사에 있습니다. 지금 바로 가시면 됩니다.”
긍정적인 신호에 국장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연락 한 번 없더니, 무슨 바람이 분 거지. 어찌 됐든 어서 가지.”
“알겠습니다.”
오산기지를 출발한 차는 한 시간 30분여 만에 청담에 위치한 시내소프트 본사에 도착했다. 차에서 오는 동안 승호에게 할 요청 사항과 그에 대한 보상을 한 번 더 정리 했다.
플랜 A.
플랜 B.
플랜 C.
까지 총 3개의 시나리오.
어떻게든 성과를 내기위해 만들어간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만나자 마자 준비해간 시나리오는 별 소용이 없어졌다.
“스마트 시티.”
“네?”
“미국에서 추진 중인 스마트 시티 사업권 중 하나를 받고 싶습니다.”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승호가 한 요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