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71)
탑 코더-171화(171/303)
# 171
이제는 스마트 시티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
동시다발적인 해킹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은 비서실장이 앞에 놓여 있던 마이크를 눌렀다.
“연락 됐습니다. 협조해 주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국가 안보실장이 한 숨을 내쉬었다.
“그 강승호라는 사람 없으면 일이 진행 안 됩니까? 국정원장님. 어디 말씀 한 번 해보세요.”
국장원장이 자신 앞에 놓여 있던 마이크 버튼을 눌렀다.
“일을 더 빠르게 처리하기 위함입니다. 이왕이면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 것이 이득일 테니까요.”
“그러니까 제 말은 내부 요원들만으로는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없냐는 말입니다.”
국정원장의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졌다.
“능력 있는 민간 업체와의 협력은 예전부터 진행해 왔습니다.”
다시 안보실장이 마이크의 버튼에 불을 밝히는 순간.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그만하세요.”
“······.”
그 한 마디에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대통령이 묵직한 저음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은 피해를 최소화 하고, 적의 정체를 밝히는 게 우선입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그때 걸려오는 전화.
연락을 받은 국가안보실 1차장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해갔다. 전화를 끊은 1차장이 자신 앞에 놓여 있는 마이크 버튼을 눌렀다.
“피해액 6000억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모아라 저축은행에 해킹 피해가 의심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규모는?”
“저축 은행 피해는 아직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 홍상훈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이렇게 까지 뚫릴 수 있는 겁니까? 정말 한국이 IT 강국 맞습니까?”
“······.”
또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홍상훈이 답답함에 깊은 숨을 내쉬었다.
“어떤 경로로 공격이 들어오는 지는요?”
국정원장이 조심스런 손길로 마이크 버튼을 눌렀다.
“확인된 악성코드나 공격 형태로 보면 북한 소행이 유력합니다.”
“평화 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도대체 왜······.”
“미국이 벌인 작전과 관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은 해주지 않고 있지만. 최근 북한 관련 정보를 대량 입수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시작 된 북한 군 움직임 관련된 보고 말입니까?”
“네. 합참 주관 회의에서 주한미군 부사령관이 직접 한 말입니다. 북한 작전 계획을 입수했다고. 그리고 마침 보고 드리려 했는데 국정원으로 북한 관련 정보 대조 요청이 왔습니다.”
“정보 대조 요청이요?”
“네. 북한 군 인사정보를 비롯해서, 자산 상황 등등의 내용입니다. 뿐만 아니라 기무 사로는 북의 작전 계획 정보 대조 요청이 들어 간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즉 미국이 관련 정보를 입수 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건 아직 말씀 드리기 조심스러운 데.”
“말해보세요.”
“그 중심에 강승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네?”
“이 모든 일이 벌어진 시기가 공교롭게도 강승호 대표가 평택 미군 기지를 출입한 이후 입니다. 그리고 모두 아시다 시피 그는 해킹의 천재라는 말로도 부족한 사람이고요.”
“정리하자면 그가 북한 관련 정보를 획득했고, 그에 따른 보복으로 북한이 우리나라와 미국을 공격하고 있을 거라는 말입니까?”
“네. 그게 현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확인은?”
“본인에게 물어 보았지만 입을 꾹 다물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일을 벌인 것도 일을 수습하는 것도 같은 사람인 꼴이 되어버렸다. 결론을 내린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일단 문제 해결에 집중 합시다.”
NSC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
다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온 승호는 일순 걸음을 멈추었다.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한 백인과 담당관이 서로를 향해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우리가 먼저입니다.”
“Nope.”
“미국에서는 바로 수 시간 전까지 작업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쪽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빨리 막아야 합니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를 향해 점점 목소리를 높여가던 둘의 고개가 동시에 승호를 향했다.
“미스터 강!”
“강 대표님.”
승호에게 다가온 담당관이 말했다.
“대표님. 대표님이 말씀 좀 해주세요. 국정원과 먼저 선약이 되어 있다고. 이 사람과는 도저히 얘기가 통하질 않아서.”
“미스터 강은 우리와 약속이 되어 있습니다.”
“아니라니까요. 글쎄.”
“사실 두 분 과 동시에 약속이 되어 있습니다.”
“네?”
“네?”
“보내주신 자료들을 확인해 보니 같은 놈들의 소행인 것 같더군요.”
“그러니까요. 북한 놈들 짓이 확실합니다.”
“오기 전에 악성코드들을 확인해 봤습니다. 말씀 하신대로 기술의 유사점이나 코드를 작성한 패턴에서 비슷한 점이 많이 발견 되었습니다.”
“미스터 강. 그 말 확실한 겁니까?”
“네. 그래서 FBI 국장님도 공식적으로 북한을 지목 한 것 아닙니까?”
“그건··· 일종의 경고성입니다. CIA에서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습니다.”
승호가 좀 더 단호하게 말했다.
“확실합니다.”
그리고 국정원 담당자에게 시선을 주었다.
“만약 비교 대상으로 주신 코드가 북한이 만든 게 확실하다면.”
담당관이 재빨리 대답했다.
“확실합니다.”
승호가 이번에는 CIA 요원을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하네요.”
순간 요원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러면 당장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겠군요.”
눈빛의 의미를 깨달은 담당관이 급히 나섰다.
“그건 안 됩니다. 사이버 상에서 벌어진 일은 사이버 상에서 끝내야 합니다.”
그러나 요원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
“이 후는 미국이 알아서 할 일입니다.”
승호도 느낄 수 있었다.
‘설마··· 전쟁······.’
거기 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국지전이나 위협 정도는 가할 생각으로 보였다. 지금까지 미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높았다. 담당관이 긴박히 승호에게 눈짓했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막아야 합니다!’
승호도 이 사태가 현실 세계로 까지 번지길 원하지는 않았다. CIA 요원을 보며 말했다.
“확실하다는 거지 100%인 건 압니다. 정말 확실히 하려면 눈 앞에서 해킹하는 놈을 붙잡아야 하니까요.”
“그 정도 증거만으로 충분합니다. 미국을 적대시 하는 놈들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까요.”
“저도 내버려 둔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네?”
“동시에 약속을 잡은 이유. 그것부터 설명 드리도록 하죠.”
그제야 싸늘하기만 했던 요원의 표정이 조금씩 풀렸다. 승호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설명이 끝났을 때 쯤에는 약간의 미소마저 띄고 있었다.
***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
전화를 받은 국정원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방금 온 연락입니다. 현 상황을 막을 방법은 역공 밖에 없다고 합니다.”
안보실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자세히 말씀해보세요.”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처럼. 역공을 통해 적이 해킹에 신경 쓸 여력이 없도록 만들면 된다고 합니다.”
“그걸 몰라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닙니다. 이미 골리앗2를 배포 했지만 실패 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국정원장이 빠르게 답했다.
“강 대표가 새로운 걸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기존 골리앗2의 5배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놈으로.”
바이러스.
현 상황실에서 바이러스라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는 안보 실 1차장밖에는 없었다. 그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면 자칫 북한 경제의 절반이 날아 갈 수도 있습니다.”
그 한 마디에 상황실에 침묵이 찾아왔다. 안보실장이 물었다.
“그, 그 정도야?”
“그것도 최소한으로 잡아서입니다.”
“고작 바이러스 하나에?”
“군을 비롯해 전력, 금융, 무역, 공장. 컴퓨터가 사용되지 않는 곳은 없으니까요. 그나마 북한이 인터넷 낙후 지역이라 그 정도입니다. 만약 아니었다면 피해는 훨씬 더 커졌을 겁니다. 아마 그래서 연락이 온 것 같습니다. 일반 바이러스면 이렇게 연락할 필요도 없었겠지요.”
1차장의 자세한 설명에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침묵하고 있던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이를 테면 융단 폭격을 가해 적을 섬멸하겠다는 뜻이군요.”
1차장 앞에 설치되어 있는 마이크의 불이 켜졌다.
“그 정도가 아닙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전술 핵정도가 될 겁니다.”
대통령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디지털 세상의 바이러스 하나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는 말을 쉬이 믿을 수가 없었다. 상황실에 모여 있는 참모진들의 시선이 대통령에게 쏠렸다. 대통령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우리나라도 위험 한 것 아닙니까? 북한이 그런 것을 우리 쪽에 보낼 수도 있으니.”
“핵무기는 전 세계에서 개발할 역량이 몇 되지 않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걸 만들어 낼만 한 사람은 전 세계에서 몇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대통령에게 향해 있던 시선이 1차장을 향했다.
“핵은 발사하는 순간 적은 누가 발사했는지 알게 됩니다. 그러나 이건 다릅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말고는 아무도 모릅니다.”
설명을 마친 1차장이 대통령을 쳐다보았다. 동시에 참모진들의 시선이 다시 대통령을 향했다. 비서실장이 귓속말을 속삭였다.
“결심이 필요합니다.”
이대로라면 애써 만들어진 평화 분위기가 깨질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깊어졌다.
“정말 누가 배포 했는지 모르게 할 수 있습니까?”
“현재 우리가 적을 북한이라 특정 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오히려 더 어려울 겁니다. 공식적으로 강 대표가 만들어낸 악성코드를 분석해낸 곳은 없으니까요.”
대통령의 미간이 한 없이 좁아졌다. 비서실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는 커지고 있습니다. 결심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그렇게 지나간 시간이 수 십초.
그러나 아무리 고민해 봐도 답은 하나였다. 홍상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국정원 지하벙커.
CIA 요원이 딱딱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미국은 이번 작전 실행에 동의합니다.”
그 말에 담당관이 마른 침을 삼켰다.
“강 대표님 말대로라면 북한 경제가 박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찬성하겠다는 말입니까?”
요원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만.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해킹을 막을 수 있다면요.”
지하벙커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한국은 아직 입니까?”
“대통령님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흐음··· 평화는 그렇게 지켜질 수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을 이제 깨달아야 할 시기인데.”
순간.
담당관의 전화기에 불이 들어왔다. 앉아 있던 승호의 시선도 전화기를 향했다. 담당관이 천천히 전화기를 들었다.
“네.”
“네. 알겠습니다.”
“그건 확실합니다. 절대 유포 자를 찾을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실행하겠습니다.”
담당관이 승호를 보며 물었다.
“정말 방법은 이것 밖에 없다고 보십니까?”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 혼자 그 많은 인원을 상대할 수는 없습니다.”
“승인되었습니다.”
그 말에 승호의 뒤편으로 앉아 있던 요원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북한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 미리 정부 기관에 심어두었던 백 도어를 통해 골리앗3가 업로드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