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72)
탑 코더-172화(172/303)
# 172
이제는 스마트 시티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동 산2-28.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위치한 곳이었다. 그곳에 설치되어 있는 북한 직통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바로 연락을 받았다. 함께 있던 국정원 직원이 헤드셋을 쓰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전화 받았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절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급한 사정이 생겼습니다. 혹시 도움을 줄 수 있습니까?
“어떤 일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북에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습니다.
연락관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물었다.
“바이러스요? 얼마 전 발병한 돼지열병 바이러스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컴퓨터 바이러스. 그것 관련해서 남조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을 수 있겠습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십니까.”
-남조선에 강승호라는 인물이 있다 들었습니다. 중국에 발생했던 매그니토라는 걸 해결한.
전화를 받던 직원이 국정원 직원에게 시선을 주었다. 요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입을 열었다.
“시내 소프트 대표님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맞습니다.”
-네. 그 사람. 그 사람이라면 이 바이러스의 패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 일이라면 북에도 인력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요.”
-시간이 없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하여튼 심각한 수준입니다.
국정원 직원이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전화가 올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를 세워두었다. 그대로 행동하라는 말이었다.
“현재 한국도 해킹 위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 분도 아마 그와 관련된 일로 바쁘실 겁니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그건 금방 해결 될 겁니다.
“네?”
-그 일만 해결 되면 도움을 주실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그 분은 민간업체의 대표라 저희가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 격한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래서 도와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아니란 말입니까. 여기 사정이 급하다 하지 않았습니까!
고함 소리에 당황한 연락 사무소 직원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금세 제자리를 찾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흥분했습니다. 여기 사정이 정말 급해서 그렇습니다.
이내 국정원 요원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된 대답을 하라는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희도 최대한 빨리 확인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로 또 한 번 간절함이 넘어왔다. 지금까지 들어 본적이 없는 절실함이었다.
-빨리, 최대한 빨리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끝으로 연락이 끊어졌다.
***
국정원 지하벙커.
거기에 CIA 요원을 비롯해 승호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공격 시도가 더 이상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 상태라면 현재 발견 된 악성코드 제거만 하게 되면 상황 종료 됩니다.”
그 말에 담당관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일단 여기 일은 마무리 된 것 같습니다.”
승호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제 끝난 건가요.”
일어나려는 승호를 CIA 요원이 붙잡았다.
“잠시 만요. 죄송하지만 아직 본국에서 연락이 없습니다.”
승호가 어깨를 으쓱 거렸다.
“미국 쪽 해킹도 중지 해 달라. 요청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담당관이 전화기를 들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고 CIA 요원의 전화기가 진동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받은 요원이 입을 열었다.
“미국에서도 해킹 시도가 멈추었다고 합니다.”
승호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요 며칠간 정신이 없었다. 그게 정말 마무리된 느낌이었다.
“그러면 이제 정말 끝났군요. 이번 일에 대한 대금은 말씀하신 대로 ㈜제로원 계좌로 입금하시면 됩니다. 패치는 받으셨죠?”
“네.”
“네. 받았습니다.”
“그러면 전 이만 집으로.”
그러자 CIA 요원이 앞으로 나섰다.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담당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니 여기까지 제가 모셔왔으니 당연히 제가.”
“본부 차가 도착해 있습니다.”
“여기는 한국입니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마치 파직 거리는 효과음이 나는 것 같았다. 그때 국정원 측의 한 요원이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승호에게 다가왔다.
“저기 죄송한데··· 이번 바이러스를 어떻게 만드신 건지 좀 물어봐도 될까요?”
벌써 몇 번째 일을 같이 하고 있었지만 볼 때 마다 놀랍기만 했다. 어떻게 만날 때 마다 더 강력한 바이러스를 들고 오는 걸까.
시간이 흐를수록 실력이 상승하는 것이거나.
처음부터 상상조차 되지 않는 실력을 가지고 있거나. 둘 중 하나 일 것이다.
-이 사람에게 배우고 싶다.
-이 사람 밑에서 일하고 싶다.
그 눈빛을 읽었지만 승호는 외면 한 채 담당관을 보았다.
“그건 계약에 따라 달라집니다.”
담당관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번 건 대금만 수백억이었다. 그런데 코드까지 달라는 건 아마 더 큰 돈을 지불하라는 말이리라. 그러자 CIA 요원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미국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 모습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돈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돈이라면 밀릴 수밖에 없었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건 이미 먹히지 않는 다는 사실을 잘 알 고 있었다.
담당관이 갈등하는 사이.
CIA 요원이 승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순간.
승호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그것 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얼마냐. 얼마나 제시 한 거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해킹 시도가 승호의 손끝에서 단번에 해결되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정부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이 정도면 당분간 대남 해킹 시도는 하지 못할 것이리라. 이럴 때 담당관이 제시 할 수 있는 건 하나 밖에 없었다.
“저희는 무공훈장을 준비했습니다.”
무공훈장.
전투에 참가하여 뚜렷한 공적을 세운 이들에게 주는 증표였다. 승호도 군대를 다녀왔기에 무공 훈장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 고 있었다. 담당관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사이버 상에서 벌어지는 것도 치열한 전쟁입니다. 꼭 총과 칼을 이용해서만 싸우는 게 아니니까요. 꼭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준다는 걸 굳이 거부할 필요가 있으랴. 그런 생각으로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바로 옆에서 CIA 요원이 입을 열었다.
“미국에서도 CIA 정보 훈장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찌릿.
담당관이 CIA 요원을 노려보았다. 상부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승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안달이 난 모습이었다.
‘하긴 나라고 다를 바 없지.’
자신도 승호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일을 하고 있는 요원들도 같은 생각인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승호를 보고 있었다.
***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
국정원장이 들고 있던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상황 종료 되었습니다.”
그 한 마디에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몇몇 참모진들의 표정은 그렇지 못했다. 비서실장이 조용히 중얼 거렸다.
“완전 만능키가 되어 버렸습니다. 무엇이든 열 수 있는. 자칫 키를 잃어버릴까 두려울 정도로.”
이어지는 침묵을 깬 건 안보실장이었다.
“어차피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그 친구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안보실장님께서는 잘 모르실 수 도 있겠지만 그는 그런 것에 연연해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니. 대한민국 국민이 나라에 연연 해 하지 않는다니요.”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 그는 ‘애국’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미국으로 이민이라도 간다는 말입니까? 한국 기업이 이사를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국민정서도 그렇고.”
그 말을 비서실장이 막았다.
“시내소프트는 아직 비상장 기업입니다. 만약 미 나스닥에 상장이라도 하게 된다면 정말 이민을 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태가 되는 겁니다.”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때 국정원장이 나섰다.
“그 정도가 아닙니다. 그는 국가전략자산에 선정되는 것도 거부했습니다. 비서실장님의 말씀대로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라는 말입니다. 어차피 그는 고아. 한국에 붙인 정도 없을 테니까요.”
“······.”
“더구나 최근 미국과의 교감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그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겁니다. 오늘 우리는 모두 그의 가치를 모두 보지 않았습니까. 아마 더 적극적으로 달려 들 겁니다.”
상황실에 정적이 흘렀다. 대통령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누군가 마이크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당근을 줘야 합니다.”
“제 말은 어떤 당근을 줘야 한국에 계속 남아 있는 걸 설득 할 수 있냐. 이 말입니다.”
국정원장이 슬쩍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부산 스마트 시티 사업 권 같은 걸 더 쥐어 줘야 할 것 같은데··· 이런 사업 관련해서는 국토부 장관이나 기재부 장관들과도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홍상훈은 한 나라의 대통령.
그 말의 의미를 모를 정도로 어수룩하지 않았다.
“지금 그 한 사람을 위해 정부의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는 말인가요?”
국정원장이 입을 다물었다. 상황실에 다시 침묵이 생겨났다. 북한의 해킹 위협은 끝났지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그 침묵을 깬 건 국정원장 이었다.
“그는··· 선진의 김희건과는 다른 존재입니다. 김희건이 미국으로 간다면 대한민국이 잠시 휘청 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망하지는 않을 겁니다. 반대로 그런 그가 계속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한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몇 단계를 단숨에 도약 할 수는 없습니다. 잘하면 계단식으로 성장하겠지요.”
대통령만이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고위 공직자는 모두 세상에서 말하는 수재들이다. 비록 이념과 추구하는 가치는 다를지언정 머리하나만큼은 뛰어났다. 국정원장의 말에 숨은 의도를 알 고 있다는 말이었다. 비서실장이 입을 열었다.
“그가 있다면 경제성장률이 수배로 뛸 거라는 말인가?”
국정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 이미 듣지 않았습니까? 더구나 그는 사이버 전에도 능합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활약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강승호의 이름이 퍼지고 있습니다.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그리고 우리도. 문제가 생길 때 마다 그를 찾고 있습니다.”
국정원장이 열변을 토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가 있으면 경제는 성장 시킬 수 있고, 다른 나라의 훼방은 막을 수 있습니다. 보셨다 시피 오히려 역공을 할 수도 있지요. 그가 있다면 비록 디지털 세상에서만은.”
고요했다. 대통령, 비서실장, 안보실장, 국무총리 누구도 입을 떼지 못했다.
“한국이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디를 더 붙였다.
“천 조 원의 국방비를 쓰는 미국이 아니라.”
그저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