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73)
탑 코더-173화(173/303)
# 173
이제는 스마트 시티
국정원을 나온 승호가 찾은 곳은 삼성역.
자신이 지분 100%를 가지고 설립한 ㈜제로원의 사무실이 있는 곳이었다. 삼성역에 위치한 7층짜리 빌딩을 250억에 매입해서 한 층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곳의 주 업은 자산관리.
믿음은행 PB였던 이성욱을 사장으로 스카우트해서 운영하고 있었다. 사무실로 들어간 승호가 바로 이성욱을 찾아갔다.
“일주일 안으로 1000억 정도가 들어올 겁니다.”
이제는 더 이상 놀라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았다.
“···네?”
“몇 가지 일을 처리해 주고받았습니다.”
승호는 어떻게 한 일인지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다. 혹시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닐까. 불안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다들 별 문제 없다는 말을 했으니.’
돈이 입금 된 곳 중의 하나인 우신 상사의 정체를 캐내기 위해 노력해봤지만 하나 같이 큰 문제없다고 했다. 더구나 미국 정부에서 직접 연락이 와서 자신들의 돈을 받아도 된다고 말했었다. 이성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투자는 보고 드린 포트폴리오대로 진행하면 되겠습니까?”
“그것 때문에 왔습니다. 몇 가지 변경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변경이라면 어떤······.”
“디트로이트에 땅을 좀 사려고 합니다.”
이번에도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도 아닌 디트로이트라니.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네?”
“되도록이면 제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방법으로 진행했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부산 쪽에 진행했던 것처럼 하면 되겠습니까?”
“네. 일단은 준비를 해두고, 정확한 지역은 일 진행 상황을 봐서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성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한 장 내밀었다.
“이건 메일로 보고 드린 사안인데 오늘 오신다고 해서 준비했습니다.
-자산보고서
-주식 22.8%
-펀드 10.1%
-부동산 35%
-채권 8.1%
······.
총 자산 규모 : 9100억.
증감 현황 : 전 월 대비 2%.
“이번 달은 전월에 비해 한국 및 미 증시가 괜찮아서 2% 수익률이 났습니다. 기 말씀대로 자산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하겠습니다.”
“네. 평소에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부탁드립니다. 돈은 기회가 왔을 때 잡으면 되니까요.”
이성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호가 말을 이었다.
“제가 알아봐 달라고 한 건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그러자 이성욱이 스크린을 내리고, 노트북을 설치했다.
“아직 조사를 더 진행해 봐야겠지만 현재까지 진행 상태를 우선 말씀 드리겠습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성욱이 말을 이었다.
“먼저 스마트폰 제조 사 쪽입니다. 노키아는 윈더 쪽에서 적자를 내고 폭스콘으로 넘어간 상태였습니다. 최근에는 인도 쪽 사업에 집중하고 있어서 꽤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흐음······.”
“모토로라는 포트에서 레노버 쪽으로 넘어갔습니다. 그쪽은 큰 재미를 보지 못한 모양입니다. 모토로라 인수로 자금 소모가 된 레노버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모토로라를 인수하기가 더 쉽다는 말씀이군요.”
“네. 현재 상황은 그렇습니다. 그러나 모토로라는 보유 특허나 R&D 인력을 포트에서 이미 다 빼 갔기 때문에 알맹이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R&D야 우리가 채우면 되는 것이고, 특허는··· 문제가 될 수 있겠군요.”
“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특허만 수백 가지가 넘으니 그 기술을 우회 하지 않으면 망고와 선진이 벌이고 있는 특허 전쟁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특허, 특허라······.”
승호가 입맛을 다시며 같은 말을 중얼 거렸다.
‘스마트폰을 분석해 특허 기술과 비교해 가면서 비슷한 걸 만들어낸다면··· 굳이 어려운 일은 아닐 거야.’
생각을 마친 승호가 말을 이었다.
“노키아 쪽은 수익이 나고 있으니 인수가 어려울 수 있겠군요.”
“네. 아무래도 모토로라 쪽이 더 쉬울 겁니다. 현재 자산이 많긴 하지만 모토로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인수 하는데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스마트 폰 쪽은 모토로라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더 자세히 파악해 보도록 합시다. 특허와 R&D 인력을 채우는 건 제가 알아볼 테니.”
“알겠습니다.”
이성욱이 빠르게 PPT를 넘겼다.
“다음은 자동차 제조사 쪽입니다. 자동차 쪽은 먼저 스웨덴의 사브가 파산 상태입니다. 현재 전기 차 생산 쪽으로 사업을 완전히 피벗한 상태입니다. 인수해서 살리는 방향으로 가기에는 가장 안성맞춤인 제조사입니다.”
이성욱이 또 한 장 PPT를 넘겼다.
그리고 일본 쪽의 스바루가 GM에서 도요타 쪽으로 넘어간 상태인데··· 그쪽도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아 인수를 고려해 볼 만 합니다. 중국이나 인도 쪽 제조사도 있으나 이들은 기술력이 너무 떨어져 제외 했습니다. 한국 쪽에도 쌍용 자동차가 있으나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어 인수 대금이 상당할 겁니다. 인수했다가는 자칫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 쪽은 승호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제로를 선진에게만 생산을 맡겨 둘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도 언제든지 금현처럼 나올 수 있다.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
“그럼 자동차 쪽은 사브와 스바루 인수를 한 번 알아보세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결코 제 이름이 새어나가서는 안 됩니다. 다른 기업들이 알아차리고 훼방을 놓을 수도 있으니.”
“알겠습니다.”
보고를 마친 이성욱이 PPT를 껐다. 승호는 비서가 내준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함이 부드럽게 넘어가며 심신의 안정을 찾아주었다.
“사장님께서 고생이 많습니다. 그만큼 보상은 섭섭지 않게 해드릴 테니 조금 만 더 힘내주세요.”
이성욱이 손 사레를 쳤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리고 보상은 이미 충분히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더 큰 일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더 큰 보상이 생길 테고요.”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성욱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삼성역을 나온 승호는 다시 시내소프트로 돌아왔다. 정문으로 들어서자 마치 고향에 온 느낌이었다.
거대한 유리창.
곳곳에 세워진 대리석 기둥.
뉴스에서나 보던 빌딩이 자신의 것이라니.
승호는 새삼 자신의 달라진 위치를 실감했다. 그런 승호에게 누군가 급히 다가왔다.
“대표님!”
고동수였다. 미간이 잔뜩 찡그려 진 것이 자신이 없는 사이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박 사무관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도저히 대표님과 연락이 닿질 않는다고.”
“무슨 일인데.”
“여기서 드릴 말씀은 아니고 올라가면서 말씀 드릴게요.”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미리 비서가 잡아둔 엘리베이터를 올라탔다. 문이 닫히자마자 고동수가 입을 열었다.
“MG 아이앤에스에서 박 사무관 윗선에 말을 한 모양입니다. 이런 법이 어디 있냐고.”
“윗선 누구.”
“박 사무관도 어디서부터 내려온 지시인지는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최대한 방어해 봤는데 다시 검토해보라는 말이 돌아왔다고.
승호가 입맛을 다시며 중얼 거렸다.
“그러면 우리는 더 윗 쪽에 연락을 하면 되겠네.”
“대표님도 아시는 분이 있는 겁니까?”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있지.”
“어디······.”
“대한민국 제일 꼭대기.”
고동수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제일 꼭 대기는 한 군데 밖에 없었다.
“청와대요?”
“내가 거기랑 일을 좀 많이 했잖아.”
“······.”
“그 건은 걱정하지 말고, 개발은 어디까지 됐어. 나 없는 며칠 동안 땡땡이 친 건 아니지?”
고동수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대표님. 예카 박사님이 계시는데 땡땡이라니요.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
“아마··· 개발진 모두 같은 생각일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 예카 박사님은 년차도 있는데 이제 개발 일선에서 물러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좀 더 위로 올라가서 회사 경영에······.”
말을 하는 사이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앞에는 예카테리나가 서 있었다. 예카테리나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하하, 네.”
“안 그래도 잘 됐네요. 드릴 말씀이 있었는데.”
그리고 고동수를 슬쩍 쳐다보았다.
“참고로 전 평생 개발 일선에서 일 할 생각입니다. 회사 경영은 적성에 맞지 않아서.”
고동수의 입이 합죽이처럼 다물어졌다.
고동수가 돌아가고 예카테리나가 그 자리를 채웠다. 승호가 자리에 앉자마자 예카테리나가 입을 열었다.
“데이터 센터 건설 때문에 고용한 하드웨어 개발자. 제가 볼 때는 부적격입니다. 능력은 뛰어나지만 팀워크를 해치고 있습니다.”
듣고 있던 승호가 자신도 모르게 픽 헛웃음을 흘렸다.
“팀워크를 해치고 있다는 말. 그걸 예카테리나 박사님께 들으니 조금 어색한데요.”
예카테리나의 귀가 살짝 붉어졌다.
“흠··· 흠흠. 저도 능력 있는 사람들과 일하는 건 좋아합니다.”
“말씀하신 분도 능력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러자 예카테리나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대.표.님.”
“하하,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한 번 만나보죠. 데이터 센터는 회사 내에서도 중요한 프로젝트니까.”
“그리고 NPU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인데 MCU. 설계자도 만나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ARM에서 온 사람인데 콧대가 저 만큼이나 높아요.”
그 말에 승호가 입을 떡 벌렸다.
“예카테리나 박사님보다 높다고요? 그러면 그 콧대가 도대체 얼마나 높은 건지 상상이 잘 안 되는데요.”
또 다시 예카테리나의 눈썹이 움직였다.
“대.표.님!”
이번에는 느낌표 까지 붙었다. 더 놀렸다가는 정말 화를 낼 것 같았다.
“하하, 알겠습니다. 마침 진행 사항을 확인해 보려던 참이었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예카테리나를 향해 승호가 말했다.
“박사님도 많이 변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안 좋은가요?”
“아니요. 보기 좋아요.”
“개발 혼자 하는 거 아니다. 대표님께서 알려준 내용이에요.”
“앞으로 더 기대하겠습니다.”
살짝 고개를 끄덕인 예카테리나가 방을 나갔다. 전화기를 든 승호가 여기 저기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전화를 받지 않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
MG 아이앤씨.
백창문 이사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사업은 기술만으로 하는 게 아니란 걸 이제는 알아야지.”
박신우의 직급은 사무관.
만약 그와의 사이가 틀어지면 더 높은 사람을 데려오면 된다. 그랬기에 지금까지 공공사업에서 언제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자신이 이겼다. 밀려나는 건 시내소프트 일 것이다.
그때
드르륵.
드르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핸드폰이 진동했다. 번호를 확인해 보니 박신우 사무관이었다. 백창문이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전화를 받았다.
“하하, 네. 박 사무관님.”
-연락받으셨습니까?
대뜸 물어오는 말에 백창문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게 아직도 정신 못 차렸나.’
생각은 짧았고, 대답은 빨랐다.
“어떤 연락 말씀이십니까?”
-MG 아이앤씨가 이번 스마트 시티 사업에서 빠지셔야 한다는 통보.
“하하, 왜 이러십니까. 그 이야기는 끝난 걸로 아는데요.”
-네. MG가 빠지는 걸로 최종 결론이 났습니다.
백창문의 목소리가 한 없이 낮아졌다.
“장난이 좀 심하군요. 말씀 못 들으셨습니까?”
-들었습니다. 위에서부터 오더가 다시 내려왔거든요.
“···네?”
-확인해 보세요. 그러면 MG 아이앤씨가 지금 누굴 건드렸는지 알게 될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끝이 났다. 백창문은 한 동안 멍하니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전화를 돌렸지만.
누구도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