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74)
탑 코더-174화(174/303)
# 174
내실을 다질 때
조용한 회의실.
승호는 노트북을 켜고, 그간 데이터 센터 관련해서 올라온 자료들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그 중 한 곳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Tier 1 : 99.671% 가용성.
-연간 28.8 시간의 다운 타임
Tier 2 : 99.741%의 가용성.
-연간 22.0 시간의 다운 타임.
Tier 3: 99.982%의 가용성.
-연간 1.6시간의 다운타임.
Tier 4: 99.995%의 가용성.
-연간 0.4시간의 다운타임.
‘TIA(데이터 센터 표준화 단체)에서 말하는 4티어로 만들겠다.’
4티어는 연간 0.4시간의 다운 타임 밖에 생기지 않는다. 티어 3과 1.2시간 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두 배의 인프라스트럭쳐가 필요하기 때문에 구축과 운영에 훨씬 많은 비용이 소모 된다. 그렇기에 최기훈은 Tier3을 추천 했고, 새롭게 채용한 그레고리는 4 티어를 적극 추천 하는 상황이었다.
“예카테리나 박사가 보기에도 3티어면 충분하다. 그러나 말을 듣지 않는다. 흐음······.”
승호는 또 다음 장을 넘겨보았다. 그간 고민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서버.
-네트워크 장비.
-데이터 저장소.
-각 서버나 네트워크 장비가 설치될 랙.
-UPS.
데이터 센터를 채울 장비들에 대한 Spec과 구성 방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비전문가가 본다면 고개를 갸웃 거릴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었다. 승호가 보고 있던 자료의 비용 부분으로 넘어갔다.
-총 비용 7000억.
그걸 보는 순간 왜 자신에게 부탁했는지 알 것 같았다.
‘최 팀장님이나, 예카테리나 박사님도 하드웨어에 까지 조예가 있지는 않으니 할 수 있는 말이 더 이상 없었겠지.’
티어 4로 세팅하면 데이터 센터 건설에만 총 7000억의 비용이 들어간다. 선진에서 매달 로열티로 들어오는 돈과 ZONE 서비스 이용요금이 들어오고 있긴 하지만 7000억은 시내소프트에도 큰 돈 이었다.
순간.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고, 승호가 들어오라고 하자 파란 눈의 외국인이 들어왔다. 데이터 센터 설계 담당자였다.
***
데이터 센터 설계 담당자가 들어간 회의실 문을 보며 최기훈이 물었다.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승호가 말하는 데로 되지 않을까?”
최기훈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승호가 무슨 말을 할지 아신 다는 말씀이세요?”
황호근이 목청을 가다듬었다.
“흠··· 흠흠. 그야. 당연히 데이터 센터의 전체적인 성능은 향상 시키면서 비용은 절약 시킬 수 있는 방안? 그리고 아직도 승호가 뭐냐. 대표님이라고 해야지.”
“없으면 나라님 욕도 한다는데.”
“승호 아니 대표님은 나라님보다도 위대하다. 나라님이 우리한테 월급 주지는 않잖아.”
“하여간 대표님은 소프트웨어 전문가인데. 데이터 센터 설계는 완전히 다른 분야잖아요.”
황호근이 살짝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건··· 나도 모르겠다. 일종의 감이야. 감.”
“······.”
“너도 들었잖아. 대표님이 선진에서 개발한 NPU 설계에도 관여한 거. 그리고 ONE과 NPU 칩 설계도를 맞바꾸자고 한 거. 왜 그렸겠어.”
“우리도 직접 칩을 설계해서 생산하려고.”
“그러니까. 네 말대로라면 대표님은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다 그런데 MCU 칩 설계.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어? 더구나 제로는 자율 주행 차. 또 다른 분야지.”
“뭔가 그런 느낌이네요. 일종의 전자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거라면.”
황호근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뭐든 할 수 있다.”
둘은 다시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은 것이다.
“뭐든 할 수 있다. 뭐든 할 수 있다. 정말 그럴 수 있는 것 같아서··· 무섭네.”
이건 놀라움을 넘어 두려운 수준의 것이었다.
-전자 제품에 관련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 말은 MCU 설계, 자동차 생산을 넘어서 스마트폰, 가전제품. 뿐 만 아니라 스페이스 X처럼 우주선을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에이 설마······.”
그 사이 회의실 문이 열리고 데이터 센터 담당자가 걸어 나왔다. 표정을 보면 들어갈 때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설계 담당자가 찾아간 곳이 자신의 자리가 아니었다.
ARM에서 이직한 NPU 고도화 팀 개발자.
“들어와 보라고 하십니다.”
그 걸 본 황호근이 중얼 거렸다.
“저 거 우리도 본적 있지 않냐?”
최기훈이 격렬 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내소프트 초창기.
똑같은 모습을 본적이 있었다.
***
NPU 고도화 프로젝트 담당자.
그레고리가 들어오자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악수를 청했다.
“수고가 많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다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지금 까지 결과물은 확인해 봤습니다. 120 테라플롭까지 성능을 업그레이드 시키셨더군요.”
“아직 포트에서 만든 차세대 TPU 스펙에 비하면 모자랍니다. 이번 발표를 보면 TPU2는 180 테라플롭의 성능을 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잠깐 회의를 잡았습니다.”
“네?”
순간 NPU 설계 담당자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저 말인즉슨 성능향상의 방안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들렸기에.
“생각하시는 그게 맞습니다.”
승호가 스크린에 PPT를 하나 띄웠다. 그레고리가 올린 자료였다. 그런데 거기에 약간 이상한 점이 보였다. 승호가 그 이상한 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시면 여기 빨간 색으로 첨삭을 해 두었습니다. 앞으로 개발 하실 때 참고하시면 180 테라플롭 까지는 무난히 갈 수 있을 겁니다.”
미소를 짓고 있던 그레고리의 표정에 금이 갔다.
“대표님. 이건 소프트웨어 개발과는 조금 다릅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레고리가 칠판으로가 펜을 잡았다.
module npu20x (init, count, clk)reg a, b, c, d;
tf0: TFF port map(q(0), clk, reset);
a = b & e;
b = a | b;
#5 c = b;
······.
그리고는 수 십 줄의 코드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NPU를 설계 할 때 사용하는 코드였다. 승호가 당연히 알 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계십니까?”
진심으로 궁금해 하는 표정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승호가 빨간색 펜을 들어 코드의 한 부분을 수정했다.
“포트의 모드는 세 가지 input. output 또는 inout. 모든 포트는 기존 적으로 wire로 선언해야 되나 input, inout형 포트는 reg 형태로 선언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이 부분은 수정 되어야 하겠군요.”
자신이 손으로 코딩하면서 실수 한 부분을 정확히 지적했다. 당황한 그레고리가 움찔 몸을 떨었다.
“베릴로그 HDL은 잘 알 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승호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나가셔서 첨삭 해 드린 부분 확인해 보시고, 이상한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ZONE 서비스 고도화 팀장님 들어오라고 해주세요.”
그레고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회의실을 나섰다.
ZONE 서비스.
연이어 인공지능 ONE 까지.
최근 개발 상황을 보고 받고,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점을 원 포인트 레슨 해주었다. 회의실을 나서는 사람들은 때로는 어두운 표정을 때로는 개운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왔다. 그 모습이 황호근으로 하여금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그때는 아주 간단한 웹 페이지 가지고 논의를 했었는데 지금은 인공지능에 자율주행차라니··· 격세지감 느껴지지 않냐?”
듣고 있던 최기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었으니까요.”
“그러게 불과 몇 년 사이에 정말 엄청나게 성장했어.”
“어디까지 갈까요? 정말 선진을 넘어 포트까지. 아니면 그 아래······.”
“아래는 무슨 무승부까지 했는데 최소한 포트까지는 가겠지.”
순간 최기훈의 눈빛이 몽롱해졌다.
“시내소프트가 포트처럼 된다니 정말 꿈만 같네요.”
“더 놀라운 건 그게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라 눈앞에 닥친 현실이라는 거다.”
“흐흐, 생각만으로 좋네요.”
둘이 담소를 나누는 사이 마지막으로 들어갔던 고동수가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둘을 향해 다가왔다.
“대표님이 잠깐 보자고 하세요.”
최기훈이 검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되물었다.
“날?”
고동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거기에 부사장님도 함께.”
“나도?”
둘의 표정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이제 대표는 승호였다. 자신들은 일개 부하 직원. 직원이 대표를 만나는 건 어떤 일이든지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고동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둘에게 쐐기를 박았다.
“네. 두 분 모두요.”
노트북을 보고 있던 승호가 고개를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하, 오셨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긴장을.”
눈동자는 초점을 잃었고, 손과 발을 기계처럼 삐거덕 거리고 있었다.
둘 다.
“아하하. 긴장은 무슨.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저희를······.”
둘은 슬쩍슬쩍 승호 눈치를 살폈다. 혹시나 지금까지 자신들이 잘못한 일은 없는지 들어오는 내내 되새김질 해보았지만 딱히 생각나는 일이 없었다.
“다름이 아니고, 현 회사의 상태를 같이 점검해 보려 합니다.”
“재무 상태 같은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그게 대표적 인 게 될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회사 방향. 또 곧 있을 미국 디트로이트 스마트 시티 건설에 시내소프트가 주관사가 될 텐데. 거기에 투자 할 수 있는 금액도 정해야 하고요.”
“네? 디트로이트요?”
“네. 현재 발표 시기를 조율 중입니다. 물론 이 사실은 저 밖에 모르는 내용입니다. 오늘로써 두 분이 더 알게 되었지만요.”
“아······.”
“뿐만 아니라 회사에 쌓인 현금으로 새로운 사업에 투자를 진행 할지. 아니면 지금까지 우리가 해오고 있는 사업에 조금 더 집중해야 할지도 정해야 합니다. 당연히 부사장님이자 대주주님과 대화를 나누어 처리를 하려 이렇게 오시라 했습니다.”
둘은 진지한 눈빛으로 승호의 말을 경청했다. 확실히 점점 회사의 규모가 달라졌다. 1, 2억에 벌벌 떨던 시절은 갔다. 황호근이 승호가 보고 있던 노트북을 자신 쪽으로 돌렸다.
“그러면 최근 재무팀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보면서 말씀 드리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내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황호근의 보고가 시작 되었다.
“먼저 올해 순이익은 6천억 가량이 예상 됩니다. 데이터 센터를 비롯해 실리콘 밸리 지사 설립. 그리고 인력 확충 및 제로 개발에 많은 비용이 소모 되었습니다. 그러나 엔진 S에서 들어오는 로열티. ZONE 서비스 판매. 그리고 곧 제로 양산이 시작되면 내년은 바로 조 단위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법과 제도 말씀이시군요.”
“네. 아직 자율 주행 차 관련법이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정비되어 있지 않다보니 판매 할 수 없는 지역이 더 많습니다.”
“만약 전 세계로 판매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현재 금현 자동차 영업이익이 한 해 5조 정도입니다. 제로는 없어서 못 팔 테니··· 그 두 배인 10조는 가뿐히 넘을 겁니다.”
10조.
대단한 금액이긴 하지만 아직 선진이나, 포트, 망고 사에 비하면 부족했다. 황호근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이후 안전에 대한 믿음이 더 공고해지면 20조 까지는 가뿐히 넘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GM이나 포드. 도요타. 벤츠 등등 전통의 강호들은 상대가 되지 않을 겁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네. 그러면 말씀 하신 신사업 관련해서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기탄없이 말씀해보세요.”
“직원들과도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황호근이 말을 이었다.
“다들 포털 서비스를 하고 싶어 합니다.”
“포털 서비스라면··· 넥스터나 포트 같은?”
“네. 원래 시내소프트는 검색 엔진 솔루션으로 시작한 기업이니까요. 앞으로 더 거창한 걸 하는 것 보다는 내실도 다질 겸 초심으로 돌아가 보는 건 어떨지.”
승호가 까칠하게 돋아난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포털 서비스라······.”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자신의 전문분야이기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