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76)
탑 코더-176화(176/303)
# 176
내실을 다질때
첫 시작은 영국이었다.
산업혁명이 시작 된 곳.
이곳에서도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나라 보다 높았다. 영국 정부는 2년 안으로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차가 달릴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겠다. 공식적으로 발표 했으나 학계나 관련 협회에서는 기술 미성숙을 이유로 반대 했다.
그러나 오늘.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삐.
삐.
삐익!
-제로, 출발 하겠습니다.
자율 주행 자동차 전용 트랙의 출발 선상에 있던 제로가 시동을 걸며 말했다. 탑승하고 있던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전면에 설치된 카메라가 동작을 읽어내 차를 출발 시켰다.
부우웅.
부드러운 엔진 음과 함께 제로가 출발 했다. 그 다음은 부산에서 했던 시연회 그대로였다. 현장을 직관한 청중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촬영을 나온 BBC에서 실시간으로 뉴스를 쏟아 냈다.
-제로, 완벽한 자율주행자동차의 탄생.
한국에서 봤던 내용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다른 점은 영국인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본다는 점이었다.
한국 언론에서 아무리 떠든다고 해도 사람들은 주의 깊게 보지 않는다. 그저 그런 일 있었나 보다 하고 넘어가는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 했다.
그러나 오늘.
그 태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테스트 주행이 끝나고,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한 영국 교통부의 수장 교통 장관이 공식석상에서 직접 발표했다.
-내년 제로가 영국에서 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영국에서 가장 먼저 운행을 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이미 영상으로 봤던 모습을 한 번 더 봤기 때문일까. 교통장관은 아주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고, 승호는 바로 화답했다.
-산업혁명의 발원지에서 제로가 달릴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그 다음날부터 제로는 영국 시내에 테스트 주행을 시작했다.
그건 비단 영국만이 아니었다.
이어진 현장은 프랑스.
프랑스는 이미 자율주행 버스가 제한 된 지역에 한하여 운행을 시작한 곳이었다. 여러 스타트 업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기술에 매진하고 있는 곳.
그곳에서 승호는 포식자 이자 영웅이었다. 시연회가 끝나고 수많은 기업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 했다. 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에 대한 협력, 강연 요청 까지.
주요 언론사나 기업과의 대화에만도 이틀이라는 일정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러나 프랑스도 지나가는 곳일 뿐이었다. 이어서 독일을 가야하는 일정이 있었기에 승호는 늦은 밤까지 사람을 상대해야 했다.
일정이 모두 끝나고, 독일 행 비행기 안.
“휴우······.”
승호가 긴 한숨을 내쉬자 대기하고 있던 비서가 따뜻하게 데워둔 보약을 내밀었다. 한 입 머금자 따뜻한 약 기운이 온 몸으로 퍼져 나갔다.
“내일 독일에서 아우토반을 달릴 때는 한 숨 주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다 대표님께서 먼저 쓰러지겠습니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군요. 제로의 성능을 보여 줄 수 있는 퍼포먼스도 될 테고.”
“이제는 뭐든 사업과 연관해 생각하시는 군요.”
“그래야 할 때니까요.”
“하시는 만큼 성과가 나타나서 다행입니다. 영국, 프랑스 전부다 내년에는 법과 제도를 정비해 주겠다고 하니까요. 최대 시장인 미국이야 백악관에서 직접 보고 싶다는 연락이 올 정도니 당연히 될 테고.”
“마지막 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면 안 됩니다.”
비서가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다음날.
독일 최대 언론사 중 한 곳인 디 벨트는 속보로 제로 관련 뉴스를 전했다.
-앞으로 10년 뒤 벤츠, BMW, 포르쉐, 아우디는 없어질 지도 모른다.
독일 최대 방송사인 ARD는 특집 편성 까지 진행했다.
-제로. 자율 주행 차의 표준이 되다.
그러면서 스웨덴에 본사가 있는 국제표준화기구 ISO의 말을 인용했다.
-이미 강승호 대표와의 논의 끝에 자율주행차 내, 외부 프로토콜에 대한 표준화 논의를 마쳤다. 정리가 되는 데로 곧 발표 할 것이다.
유명 자동차 회사들은 즉각 반발하며 자사의 자율주행차 개발 현황을 공개했지만.
아우토반을 시원하게 달리는 제로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이어지는 인도, 브라질에서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다들 제로가 자국에 보급되기를 기대한다. 제로 생산 공장을 건설해 달라는 말을 전했다.
마치 아이돌 순회공연을 하듯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았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미국 디트로이트.
한때 자동차의 도시라 불리던 곳이었다. 승호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디트로이트에 제로 생산 공장을 건설하신다는 게 사실입니까?
-정부 고위 관료의 말에 따르면 디트로이트를 스마트 시티로 탈바꿈하시겠다고 하셨는데요. 사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어떤 비전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토마스 대통령과 했던 약속이 사전에 흘러나갔기 때문이었다. 공항을 빠져나와 차에 올라탄 승호에게 비서가 말했다.
“대표님이 발을 빼지 못하게 미국에서 먼저 흘린 것 같습니다.”
“어차피 스마트 시티는 미국에서 돈을 지급하는 사업이고, 생산 공장은 취소하면 그만 인데. 미국에서 굳이?”
“영국을 시작으로 프랑스, 독일, 인도 등지를 돌면서 대표님께 생긴 별명이 뭔지 아십니까?”
“갓승호? 빛승호?”
“이노베이터. 지금 대표님은 혁신의 아이콘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대표님이 관련 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관심이 쏟아지죠. 이번에는 또 어떤 새로운 것을 내놓을까. 전 세계인들에게 기대감을 주는 기업인이 된 겁니다.”
“뭐, 그렇게 까지야······.”
“그 이미지에 편승하는 것이 내년에 있을 미국 대통령 재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에 저런 뉴스가 흘러나오는 겁니다. 백악관의 인정을 받은 것이지요.”
해킹능력으로 인정은 진작 받았다. 승호가 굳이 하지 않고 삼킨 말이었다. 비서가 말을 이었다.
“제로 관련 영상 조회 수도 최근 5억 회 이상으로 대폭 늘었습니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내년에 제로를 세계 전역에 팔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선진의 김 회장님께서도 열심히 로비를 하고 있으니 잘 풀릴 겁니다.”
“그렇게 돼야 할 겁니다. 그 정도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면 앞으로 선진과 거래할 이유가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띠리리.
순간 승호의 전화기 벨이 울렸다. 백악관에서 온 전화였다. 통화를 마친 승호가 픽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호텔 앞에서 공식 발표 해달라고 하네요. 꼭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해 달라면 서.”
비서의 예상이 맞았다. 그 사이 제로는 디트로이트 시내를 힘차게 달려 나갔다. 미시간 주의 배려로 특별히 오늘 하루 제로가 시내를 달릴 수 있도록 허가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디트로이트 메트로폴리탄 공항에서부터 헬기에 자동차들 까지 동원되어 촬영했다. 영상은 NBC, ABC, FOX, CNN등을 통해 실시간 전송되었다. 지금까지 7개국을 돌며 제로는 단 한 번도 사고를 내지 않았다.
시험장에서도.
시내 도로에서도.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간 또 다시 업그레이드 된 제로의 알고리즘은 더욱 부드러운 주행을 가능하게 했다. 방송을 본 미국 시청자들은 하나 같이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호텔 앞에 도착한 승호가 제로에서 내려 던 진 한 마디에 디트로이트 시민들은 열광했다.
-디트로이트에 제로를 소개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에 제로 생산 공장 건설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토마스 대통령님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도시를 새롭게 탈바꿈 할 스마트 시티 계획을 제게 맡겨주신 점 이 자리 빌어 감사드립니다.
-디트로이트에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습니다.
미국에서의 공식 일정을 알리는 발표였다.
***
두 번째 일정은 저녁에 있는 디너파티였다. 대통령 내외에서부터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두고 있는 GM 회장 그리고 여러 건설회사의 사장들까지.
승호를 만나기 위해 총출동했다.
그러나.
오늘 파티의 주인공은 미 대통령일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님 내외 입장하십니다.”
백악관에서 파견 나온 비서의 말이 끝나자 토마스가 호텔 연회장으로 들어섰다. 전화 통화만 한 번 했을 뿐 실제로는 첫 만남이었다.
성큼 성큼.
그 는 트레이트 마크인 금니를 드러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리고 곧장 승호가 있는 곳으로 걸어와 손을 내밀었다.
“미스터 강. 드디어 만나는 군.”
승호가 손을 맞잡았다.
“반갑습니다. 대통령님.”
“하하하, 요즘 자네 이야기로 세상이 아주 떠들썩해.”
“과찬이십니다.”
토마스의 팔짱을 끼고 있던 부인 이바나 매디슨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여보, 저도 인사 시켜 주셔야죠.”
“하하, 내 정신 좀 봐. 여기는 이바나 매디슨. 퍼스트 레이디지.”
“처음 뵙습니다. 이바나 매디슨이에요.”
“안녕하십니까. 강승호입니다.”
토마스와 20살의 나이차이답게 그녀는 아직 젊었다. 그리고 그 옆에 토마스의 막내딸이 롱 드레스를 입고 서 있었다. 검은색 드레스는 적당히 보여주고, 적당히 숨기고 있었다. 그게 오히려 시선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토마스가 자신의 딸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여기는 내 딸 아델라 매디슨. 자네와 나이대가 비슷해서 통할게 많을 것 같아 데려왔네.”
아델라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델라예요.”
“강승호입니다.”
그녀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승호를 보고 있었다. 마주 보기 부담스러울 정도. 궁금한 게 참 많은 눈빛이었다. 인사를 마친 토마스가 승호의 어깨에 팔을 턱 걸치며 말했다.
“잠시 비즈니스 얘기 먼저 할까.”
갑자기 올라온 팔에 불쾌감이 올라왔지만 일단 참아냈다. 미 대통령에게 함부로 행동할 수는 없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고, 경호원들의 호위 속에 둘은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다.
먼저 말을 꺼낸 건 토마스였다.
“미국을 대표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군. 덕분에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
“별 말씀을요. 거래를 했을 뿐입니다.”
“하하, 역시 사업가답군. 나도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사업을 했었지. 자네를 보면 그때 생각이나.”
전 사업가가 아니라 엔지니어입니다. 생각만 할 뿐 굳이 말하지 않았다. 이럴 때는 아부를 하는 게 정석.
“아직 대통령님을 따라가려면 멀었습니다.”
“하하, 이거 떠오르는 별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내가 헛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헛살다니요. 그 반대가 아닐까 합니다. 특히 대통령님께서 쓰신 ‘정상에서’에 나오는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 그건 꾸준함이다.’
제 인생의 모토로 삼고 있는 말입니다.”
그 말에 토마스가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승호는 이 말을 해준 비서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해야겠다. 생각 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웃음을 그친 토마스가 진지한 눈빛으로 승호를 보았다.
“오랜만에 즐거운 대화를 나눠 보는 군. 그러나 서로에게 시간이 없으니 이쯤해서 본론으로 들어가지. 혹시 북한에 한 것처럼 중국도 해킹 할 수 있겠나?”
당황한 승호가 되물었다.
“···네?”
“자네가 퍼트린 바이러스로 북한 정권이 괴멸 직전에서 살아 났어. 그걸로 나도 똑똑히 알게 됐지. 사이버 공격의 무서움을 말이야. 그 정도 파괴력이면 무역 전쟁을 끝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토마스가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물론 보상은 충분히 하겠네. 어떤가?”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승호의 귓가를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