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78)
탑 코더-178화(178/303)
# 178
원톡, 압도적인 기술력
겨우 집으로 돌아온 승호가 한 일은 침대에 눕는 것이었다.
집.
아무 생각 없이 편히 쉴 수 있는 곳.
그곳에 누운 승호는 세계를 돌며 겪었던 일들을 반추 해 보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여러 유럽 국가에서는 평이한 말을 들었다.
-기술 협조를 해줄 수 있느냐.
-가장 먼저 런칭해 줄 수 있느냐.
-또 어떤 사업을 기획하고 있느냐.
실무 진들 사이에서 협조해 추진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그런 일들이 미국과 중국으로 넘어가며 달라졌다.
‘서로 상대국을 해킹해 달라.’
어려운 문제였다. 자칫 한 쪽 편을 들었다가는 다른 쪽에 역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럴 때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것이 이롭겠지.’
자신이 봐왔던 재벌들이 총선이나 대선 시즌이 되면 양쪽 후보에게 전부 기부를 하듯이. 그런 스탠스를 취해야 살아남을 것이다. 중국의 의뢰를 듣는 순간 그런 생각은 더 명확해 졌다. 승호를 고민하게 만드는 건 마지막 한국 국정원장의 말이었다.
“한국에 남겠다는 확답을 달라니······.”
다른 재벌에게도 이런 이상한 제안을 했을까? 승호를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자신에게만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아마 최근 있었던 북한과의 일 때문이었으리라. 이미 그 전에도 국가 전략 자산을 들먹이며 비슷한 제안을 해왔었다. 그에 대한 절박함이 묻어나오는 말이었다.
사이버 전.
승호가 경험한 그 세상은 치열하고 지독했으니까. 그리고 자신이 있다면. 그 속에서만은 세계 최고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자신이 공격하면 누구도 쉽게 방어 하지 못한다.
그게 뜻하는 건 명확했다.
사이버 세상의 왕.
그게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도 애타게 자신에게 집착하는 것이리라.
“뭐, 당장 결정할 필요는 없겠지.”
어차피 칼자루는 자신이 잡고 있었다. 그러니 굳이 성급하게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었다. 현재 승호가 가장 관심이 있는 건 GM 회장이 했던 말이었다.
“ONE을 플랫폼처럼 제공해 달 라니. 이건 더 자세히 이야기 해볼 가치가 있겠어.”
라이다나 레이더 또는 초음파 센서 같은 자율주행차 핵심 부품들에 대한 대량 생산은 아직 고려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ONE을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건 다른 말이었다. API를 조금 수정하고, 서버를 늘리면 가능했다. 제로가 이용하는 방식으로 프로토콜을 정해 알려주고 API 사용량에 따라 돈을 받는다. 수익 모델 역시 확실했다.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내용이었다.
“회사를 더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니까.”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승호는 잠에 빠져 들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5평짜리 원룸 보다는 이곳 60평대 아파트가 훨씬 편했다. 그리고 다시금 깨달았다.
‘돈은 많을수록 좋아.’
***
다음 날.
출근한 승호는 그간 최기훈과 황호근이 구체화시킨 기획안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최기훈이 핵심 개발자들을 비롯해 승호를 앉혀 놓고 설명했다.
“이름은 ‘ONE TALK’입니다. 세상 하나 밖에 없는 채팅 앱. 뭐 이런 의미 부여는 다들 싫어하시니 바로 기능 설명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중요 기능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ONE과의 대화.
엔진 S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슬플 때는 위로를 심심할 때는 재미를 우울 할 때는 공감을 해줄 수 있는 그런 친구 같은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서비스.
그걸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채팅.
일반 적인 채팅 앱 들에 들어가 있는 기능이 총 망라 되어 있는 그런 채팅이었다. 특별한 건 없었다. 핵심은 첫 번째였다. 최기훈이 발표를 마무리 하며 말했다.
“사용자를 모으는 유인은 첫 번째가 될 겁니다. 지난 포트와의 대결로 우리는 델타와 비슷하다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제로를 통해 델타보다 뛰어나다는 걸 세상에 알려주었어요. 이제 원 톡을 통해 압도적이라는 걸 느끼게 해줄 때입니다.”
승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른 개발자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앉아 있던 고동수가 툭 내뱉었다.
“팀장님이 강조하신 그 서비스. 일종의 챗 봇과도 비슷하네요.”
사람들의 시선이 고동수를 향했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고동수가 중얼 거렸다.
“그, 그렇잖아요. 요즘 뜨고 있는 챗봇. 아, 안 그래요?”
최기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확실히 그렇군. 일단은 사용자를 모으는 게 목표였는데 수익 모델까지 확실히 챙겨 갈 수 있겠어.”
듣고 있던 승호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른 기업들도 고객 응대에 드는 비용이 꽤 클 테니. 그걸 줄여 준다면 두 팔 벌여 환영할 겁니다.”
자리에 있던 황호근도 반색하며 나섰다.
“먼저 우리 회사에 적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말이 씨앗이 되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의견에 고동수의 표정도 서서히 밝아졌다. 승호가 고동수를 보며 말했다.
“그러면 개발 시작해볼까?”
그러자 그 안에 앉아 있던 개발진들이 동시에 꾸벅 고개를 숙였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다.
ZONE 서비스도, 인공지능도, 자율주행차도.
‘원 톡’은 처음이지만 처음이 아니었다. 그간의 개발 경험을 통해 축적된 기술력.
규모를 늘리며 충원한 인력.
시간이 쌓이면서 만들어진 개발 프로세스.
최적화된 툴.
그러한 것들이 힘을 발휘했다. 굳이 승호까지 나설 것도 없었다. 이미 채팅 앱에 관한 내용은 인터넷에 널리고 널려 있었다. 그리고 시내소프트에는 그런 것들을 보지 않고도 채팅 앱 정도는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실력자들은 쌓여 있었다. 그래서 승호가 가장 신경을 쏟은 부분은 일명 인공지능 ONE과의 대화.
ONE에게 대화 신청을 했을 때 인간보다 인간처럼 대화를 해줄 수 있는 능력이었다.
현재 ONE의 주 담당자는 예카테리나.
자연히 그녀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러나 그 둘 사이에 애틋함 같은 건 피어나지 않았다. 치열한 논쟁만이 있었을 뿐.
“현재 ONE에 적용된 강화학습 알고리즘만 5가지를 넘어갑니다. 여기에 대화에 가장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추가하면 성능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습니다.”
승호가 빙긋 웃으며 물었다.
“지난 번 회의 때 제가 말씀 드린 사항은 혹시 고민해 보셨습니까?”
“그 모든 것들을 통합한 하나의 알고리즘을 만들자는 말씀 말입니까?”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카테리나가 손톱을 깨물며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건 아직 검토 중입니다.”
승호가 지긋이 예카테리나를 보자 툭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어요. 겨우 한 달 만에 그걸 통합하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리를.”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지긋이 지켜볼 뿐이었다. 예카테리나가 씁쓸히 말했다.
“쩝, 어쩌다보니 제가 예전 부하직원들이 하던 말을 하고 있네요. 제가 그렇게 싫어했던··· 대표님이라면 할 수 있다는 말이죠?”
승호가 어깨를 으쓱 거렸다.
“아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거 알죠? 지금 ONE이 매일 처리하는 데이터양만 1TB가 넘어요. 엔진 S에 제로까지. 거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5개로 분리되어 있는 알고리즘을 하나로 합친다니.”
“그걸 하려고 조금 일찍 복귀 했으니까요.”
예카테리나가 두 눈을 부릅뜨며 승호를 쳐다보았다.
“알았어요. 잘 볼 테니까. 한 번 해봐요.”
“다음에는 예카테리나가 직접 해야 합니다.”
예카테리나가 입술을 달싹 거렸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전··· 아마 평생 못할 것 같아요.’
그게 예카테리나의 진심이었다.
***
손을 대는 순간 0과 1의 세계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 너무 익숙한 광경이었다. 줄줄이 돌아다니는 0과 1이 마치 승호에게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010101010001111111111.
현재 시내소프트의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인 인공지능 ONE.
그 근간을 이루고 있는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흐름이었다. 승호가 자율주행차와 스마트 시티에 신경을 쓰는 사이 예카테리나 박사는 ONE을 조금 더 발전 시켜 주었다. 그리고 발전 되었다 안 되었다. 그걸 평가하는 방법은 하나였다.
Artificial intelligence IQ.
줄여서
-AI-IQ
인간의 지능 수준을 측정하는 것과 비슷했다. 인간도 IQ를 가지고 있지만 의사가 있고, 판사, 바둑기사, 운전사 등등 다양한 직군에 더 뛰어난 지식을 갖춘 사람이 존재한다.
일반적인 형태의 인공지능이 있고, 그 위에 고도화를 통해 주행에 뛰어난 인공지능, 의술을 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 바둑을 둘 수 있는 인공지능이 생겨나는 것이다. 일반인이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의술을 행하거나 바둑을 둘 수 없는 것처럼.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ONE의 아이큐는 100.
인간으로 치면 평범한 수준이었다. 승호는 지적인 대화를 위해서 그 수치를 조금 더 높일 생각이었다.
“자연어 처리는 이미 엔진 S를 통해 충분히 고도화 되었습니다. 저는 그 부분보다는 처리 후의 맥락을 이해하는 부분을 고도화 시키려고 합니다.”
우리가 말을 하면 컴퓨터는 일단 그 말을 분석한다.
나는 홍길동입니다.
나는/홍길동/입니다. 먼저 이렇게 형태소를 분석하고, 분석된 형태소를 가지고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다. 승호가 고도화 하려는 것은 후자. 형태소 분석 이후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같은 말도 사용자의 배경 상황, 말투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닐 테니까요. 그걸 고도화 시키지 못하면 원 톡에서 말하는 인공지능과의 대화는 아무 의미 가 없을 겁니다. 사용자가 느끼기에 기계와 대화하는 것과 같을 테니까요.”
승호는 말을 하면서도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을 떼지 않았다. 예카테리나는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마치 프로그래밍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잖아.’
예카테리나 자신도 어린 시절부터 천재라 불린 사람이었다. 그런 자신도 지금까지 저렇게 빠른 속도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었다.
더구나 인공지능.
그 어려운 작업을 하고 있음에도 속도는 자신의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의미가 생기기 위해서는 AI-IQ를 최소한 30은 올려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야 정말 인간과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 자신의 고민에 공감해주는 느낌을 받을 테니까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포트의 델타가 100에서 110 사이였다. 130이면 그걸 뛰어넘겠다는 뜻이었다. 예카테리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인가요? 마치 마음만 먹으면 될 것처럼.”
승호가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물론 한계는 있습니다. 저도 아직 전력을 다해 몰두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한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0과1은 어김없이 머릿속에서 해석되었다. 이 능력의 한계가 어디일까. 자신도 정말 궁금했다. 이러다가 정말 신인류라도 창조해내는 건 아닐까. 그런 승호의 말에 예카테리나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자신의 한계가 어디인지 모르겠다고?’
그러면 지금까지 그 한계에 다다르지 않았다는 말인가?
“이번에 한 번 시험해보죠. 그래서 두 달 동안은 ONE 고도화에만 몰두해볼 생각입니다.”
예카테리나는 승호를 빤히 쳐다보았다. 결코 거짓말을 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오히려 대단히 즐거워보였다. 그렇게 수 십 분이 흐르고 승호가 키보드위에서 손가락을 떼며 말했다.
“흐음 확실히 쉽지 않네요. 이렇게 했는데 겨우 5밖에 오르지 않다니.”
놀란 예카테리나가 고개를 숙여 모니터를 보았다.
“네?”
-AI-IQ : 105.
확실히 5가 올라있었다. 자신이 지난 반 년 간 작업해서 올린 수치가 5였다. 그런데 그게 한 시간 만에 다시 5가 올라가 있었다. 승호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조금 더 해보죠.”
이제는 무서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두 달 뒤.
결국 ONE은 AI-IQ 테스트에서 130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