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79)
탑 코더-179화(179/303)
# 179
원톡, 압도적인 기술력
AI-IQ 130.
그 숫자를 확인한 예카테리나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승호의 표정은 조금 달랐다. 인상을 찡그린 채 ONE의 IQ 테스트 결과를 보고 있었다.
‘여기 까지가 한계구나.’
인공지능의 성능을 무한 정 높일 수는 없었다. 2달간 전력을 다한 결과 130이 한계였다.
‘시간을 더 준다고 해도 더 이상 높일 자신이 없어.’
앞으로 몇 년을 더 연구한다고 해도 130 그 이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혼자가 아닌 다른 이들과 함께 한 다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승호는 고개를 돌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예카테리나를 슬쩍 쳐다보았다.
‘이런 사람이 몇 명 더 있으면 가능 할 지도.’
그런 생각을 모르는 예카테리나의 커다란 눈망울에는 경이로움이 가득 차 있었다.
“어떻게 두 달 만에 30이나. 대표님. 정말 사람 맞습니까? 혹시 외계인 아니세요?”
“그런 건 아니니 걱정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떻게, 어떻게 두 달 만에. 제가 몇 개월 동안 겨우 5밖에 높이지 못했는데······.”
승호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비슷했다면 예카테리나 박사님이 여기 있지도 못했겠죠?”
사실이었기에 예카테리나는 반박 할 수 없었다. 승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앞으로 성능을 더 향상 시킬 여지는 있습니다. 그러나 저 혼자서는 못할 것 같아요. 예카테리나 박사님 같은 분들이 몇 명은 더 있어야 합니다.”
예카테리나가 커다란 눈망울을 끔벅 거렸다. 자신은 포트의 델타 초기 연구에도 참여 했기에 알 수 있었다.
‘델타 개발진 중에도 이런 사람은 없었어.’
외계인이라는 단어는 포트가 아닌 이 사람에게 붙어야 한다. 그런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승호가 예카테리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수치는 더 올릴 수 있을 거예요. 뭐, 일단은 원 톡. 서비스하기에 적당한 수준 까지는 된 것 같으니 성능을 더 높이는 건 차차 고민해 보죠.”
예카테리나가 마른 침을 삼키며 물었다.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정말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생각이세요?”
“이왕 시작 한 거 최소한 5단계 자기인식 시스템 까지는 가볼 생각입니다. 이제 4단계 추론하는 기계 초입까지 왔으니까요.”
4단계가 되면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자신의 논리를 펴고, 자신의 감정을 전달 할 수 있다고 한다. 약간의 소설을 쓸 수 있는 것도 4단계였다.
5단계는 인간의 두뇌와 같은 기능을 하는 인공지능이었다. 물론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승호의 말에 예카테리나는 생각했다.
‘이 사람에 비하면 나는 정말······.’
항상 자신감에 넘치는 삶을 살았다. 자신은 천재였으니까. 그러나 그걸 뛰어넘는 존재를 직접 겪으니. 스스로가 얼마나 오만한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런 생각이 몸에 영향을 미쳐 표정은 풀이 죽었고, 어깨는 축 내려 앉았다. 승호는 점점 변해가는 예카테리나의 표정을 보며 살짝 웃음 지었다.
“박사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예카테리나가 고개를 들었다.
“말씀 드렸다시피 박사님 같은 분들이 많아야 그 단계에 도달 할 수 있어요. 저 혼자서는 여기 까지가 한계입니다.”
예카테리나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승호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5단계가 될 때 까지.”
그 말에 예카테리나의 풀 죽은 표정이 아주 조금 풀렸다.
***
그로부터 한 달 뒤.
전 세계 주요 도시에 거대한 천막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서울 비롯해, 뉴욕, 베이징, 런던, 파리. 도쿄, 뉴델리 등등.
한 번 쯤 이름을 알만한 곳이라면 예외가 없었다. 승호는 서울 행사장에 앉아 있었다. 그런 승호의 옆에서 예카테리나가 미간을 좁힌 채 물었다.
“대표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일반 적인 튜링 테스트도 이렇게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튜링테스트.
인공지능을 판별하는 테스트로 앨런 튜링이 창조해낸 개념이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심판 20여명에 응답자 둘.
응답자 1은 인공지능, 응답자 2는 실제 사람이 된다. 심판들은 응답자 1, 2와 대화를 나누며 누가 인공지능인지 맞추면 된다. 실패하면 인공지능은 성능을 인정받는 것이었다.
그렇게 심판들의 30% 이상이 인공지능을 실제 사람이라 착각하면 제대로 된 인공지능임을 인정받는 것이다.
그러나 승호가 고안한 방법은 그것과는 또 달랐다. 거기에 친구나 가족의 개념을 포함 한 것이었다.
“후발 주자로써 이 정도는 해야 사람들이 원 톡을 사용할 겁니다. 더 충격적일 테니까요.”
“그러다 실패하면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예카테리나가 보기에는 무모했다.
사람과 인공지능을 구별하는 것과 친구나 가족. 그리고 인공지능을 구별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그건 포트의 델타도 넘보지 못하는 영역이었다.
“지금까지 충분히 테스트 해왔잖아요.”
“그거야 제한 적인 테스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가능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무작위적인 테스트까지 진행한 적은 없습니다.”
“더 이상의 테스트가 의미가 없음을 우리는 모두 인정했습니다. 이제 세상에 알려야 할 때에요.”
예카테리나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녀가 생각할 때 이번 행사는 무모했다. 그냥 내부적으로 테스트를 하고 그냥 넘어가도 되는 문제였다. 그걸 이렇게 까지 판을 벌려 마케팅을 할 필요가 있을까?
만에 하나라도 연속 적인 실패가 나온다면?
우려 섞인 표정으로 예카테리나가 행사장을 바라보았다. 상금 덕분인지 시작 전부터 사람들이 긴 줄을 만들고 있었다.
-친구나 가족만이 참여 가능.
-둘 중 친구나 가족인 쪽을 60% 이상 맞추면 전 원 100만원의 상금 지급.
-제한 조건
-시간 10분.
-둘 사이에만 아는 정보는 이용 불가.
······.
21여명이 팀을 만들어 진행 된다. 1명이 응답자가 되고, 20여명이 심판이 되어 1명을 맞추는 것이다.
그렇게 첫 번째 참가팀이 들어가고 10분 뒤.
100만원의 상금은 지급 되지 않았다.
그 뒤에도.
그 뒤에도.
하루 종일 총 8시간 동안 진행되는 행사 중.
한 시간이 지날 때 까지 단 한 팀도 100만원의 상금을 받아가지 못했다. 다들 ONE을 자신의 친구라, 가족이라 착각했다는 말이었다.
뉴욕, 뉴델리, 베이징, 런던, 파리.
그 모든 도시에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
그 상황은 실시간으로 튜브넷 시내소프트 채널로 방송되고 있었다. 바나나 톡의 서현석 이사도 CEO와 함께 그 방송을 보고 있었다.
“보고 있나?”
당연한 말에 서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CEO가 기대한 건 저런 짤막한 대답이 아니었다.
“바나나 톡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바나나 톡은 이미 공고한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저들이 비록 채팅 서비스를 들고 나왔지만 사용자는 쉽게 이탈 되지 않을 겁니다.”
CEO의 말투가 싸늘해졌다.
“그래서 우리 기술은 어디 까지 와 있지?”
“아직 ONE 까지 도달 하지는 못했습니다.”
“튜링 테스트는?”
“그건······.”
진행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차피 해봐야 실패할게 뻔했기에.
“내가 자네를 중용 하는 건 말이 아닌 기술로 보여주기 때문이야. 그런데 사용자가 쉽게 이탈하지 않는다. 이런 말이나 하고 있으니, 심히 회사의 미래가 걱정되는 군.”
싸늘한 말투가 비수처럼 날아봐 서현석의 가슴에 꽂혔다. 서현석의 가슴이 들썩 거렸다.
‘확실히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우리보다 기술이 뛰어나.’
인정 해야할 건 인정해야 했다.
CTO. 최고 기술 책임자.
이 회사의 최고기술 책임자는 시내소프트의 인공지능 기술을 뛰어넘을 수 없다. CEO가 재차 물었다.
“아무런 방법은 없나? 그저 사용자가 떠나지 않길 비는 방법 말고는?”
서현석이 겨우 입을 열었다.
“방법은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저 서비스가 정말 성공한다면 저희도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하면 됩니다.”
이번에도 CEO는 질책이 담긴 질문을 해왔다.
“채팅의 선두였던 바나나 톡이 후발주자로 나서자는 말인가?”
한때 국내 최고의 프로그래머라 칭송받던 서현석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미 그 명함은 승호에게 빼앗긴지 오래였다.
“······.”
“우리가 바나나 톡을 시작으로 쇼핑, 지도, 네비게이션, 게임, 소설, 대리기사, 검색 까지. 전 방위 적으로 사업을 펼쳐 왔다는 걸 자네가 누구보다 잘 알 거야.”
CEO가 한층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들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네. 오히려 저들이 우리 서비스를 따라 할 위험이 있어. 그런데 오히려 우리가 저들의 서비스를 따라하자?”
“두 번째는 다른 회사와 연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넥스터나 안되다면 스타트 업 인수 같은 걸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살짝 아랫입술을 깨문 서현석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어차피 검색은 넥스터가 꽉 잡고 있습니다. 채팅은 바나나톡이 잡고 있고요. 그리고 넥스터가 엔엠이라는 이름으로 저희 바나나 톡을 따라잡으려 했지만 결국 실패 했습니다. 우리가 넥스터의 검색 서비스를 따라 잡으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듯이. 대표님의 생각은 기우 일 수 도 있습니다.”
CEO가 눈을 가늘게 뜨며 서현석을 보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졌다는 포트의 검색도 아직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만큼 플랫폼 사업에서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동영상에서는―.”
서현석이 CEO의 말을 끊고 들어갔다.
“국내에서 파프리카가 공고히 자리를 잡고 있죠. 시내소프트의 기술이 뛰어나다는 건 충분히 알 고 있습니다. 포트의 델타와 무승부를 기록할 정도니까요.”
서현석의 목소리는 조금씩 높아졌다.
“그러나 기술만으로 안 되는 부분도 분명 있는 겁니다. 만약 기술만으로 모든 게 이루어 졌다면―.”
이번에는 CEO가 서현석의 말을 끊었다.
“만약 압도적이라면.”
그가 던진 의문에 서현석이 입을 다물었다.
“압도적인 기술이라면 다를 수도 있어. 자율 주행차 제로가 자동차 세상을 뒤집어 놓은 것처럼 말이야. 지금 부산에서는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아나?”
서현석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로를 다른 곳에서는 출시하지 말아야 된다는 말이 돌 고 있어. 왜 그런 줄 아나?”
“압도적인 기술력 때문입니까.”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네.”
CEO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제로 택시. 그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되었어. 세계 어디에서 그런 자율주행차를 타보겠나.”
“······.”
“자네도 시간이 되면 부산에 가서 한 번 타보게. 그러면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 말하지 못할 거야.”
서현석이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 어리기만 했던 친구가.’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강력한 경쟁자를 넘어서 자신들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의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TF 팀 만들고 대책 마련하게. 회사의 사활을 걸어야 할 거야. 자네도 알다시피 IT 업계는 성장이 가파른 만큼 고꾸라지는 것도 한 순간이니까. 포토 북에 무너진 사이월드. 그 사례를 잊지 말게.”
꾸벅 고개를 숙인 서현석이 회의실을 떠났다. 집무실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