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83)
탑 코더-183화(183/303)
# 183
원톡, 압도적인 기술력
서현석은 밤늦도록 회사를 떠날 수가 없었다.
서현석 : 넌 어떻게 만들어 진거냐?
ONE : 개발자님들의 피와 땀으로 탄생했지.
서현석 : 내가 요즘 고민이 하나 있는데.
ONE : 뭐든 말해봐. 들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서현석 : 그런데 왜 반말이야?
ONE : 우린 친구니까.
서현석: 허허······.
ONE : 헤헤.
서현석 : 하여간 회사에서 내 위치가 흔들리는 게 걱정이다.
ONE : 음··· IT 라는 게 원래 그래. 나이가 들수록 머리는 돌아가지 않고, 손은 느려지지. 그래서 그런 말도 있잖아. 최종 종착지는 치킨 집.
서현석 : 그런 말은 어디서 들은 거냐?
ONE : 상식이잖아. 상식.
대화를 나누던 서현석이 ‘컥’ 하고 헛기침을 터트렸다.
“내가 상식도 모르는 놈이 되어 버린 건가.”
그렇게 잠시 원 톡을 보며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마치 그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ONE이 먼저 응답했다.
ONE : 그렇다고 네가 상식이 없다는 건 아냐. 삐진 거 아니지?
실제 친구와 100% 똑같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충분히 흥미로움을 가질 만 했다. ONE은 사전에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정말 인간처럼 대답했다.
서현석 : 그런 건 아니다. 그냥 나이도 들고, 퇴사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어.
ONE : 넌 처, 자식도 있으니까. 상의부터 해야 할 것 같은데.
“컥······.”
이번에도 헛기침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인공지능과의 대화에서 이런 식의 대답을 듣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서현석 : 와이프는 계속 다니라고 할 것 같아. 얘 대학도 보내야 하니까.
ONE : 그러면 뭐, 최대한 버틸 만큼 버텨야지. 별 수 있나.
“이건 진짜··· 친구가 하는 말 같네.”
가끔씩 이지만 정말 술 한 잔 걸치고 있는 친구가 하는 말 같을 때도 있었다. 그 점이 더 놀라워 계속 말을 걸게 되었다.
서현석 : 아무래도 그렇겠지?
ONE : 왜?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그러면··· 사실대로 말해봐. 와이프도 이해해 줄 거야.
이제는 위로까지.
서현석은 CEO에게 받았던 상처가 아주 조금은 위로 받는 느낌이었다. ONE이 정답을 말해서 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고민을 말하고, 대화를 한다는 그 행위 자체에서 위로 받고 있었다.
“왜 인기가 있는지 알겠어.”
그야 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시내소프트에서 한 마케팅에 이어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인더스 사의 팝 업 홍보. 그로 인해 원 톡의 다운로드는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도 이런 거나 한 번 개발을······.”
순간 머릿속으로 ‘이직’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지만 서현석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렇게 떠나는 건 무책임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무책임 할 건 또 뭐야. 그런 소리나 듣고 계속 다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서현석은 그 생각을 다시 ONE에게 물어보았고, 한 동안 퇴근하지 못하고 ONE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 재미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
밤 10시.
역삼 IDC에도 컴컴한 어둠이 내렸다. 오후 쯤 시작한 작업이 이제야 끝난 것이다.
“확인해보세요.”
승호의 한 마디에 역삼 IDC에서 근무하는 인더스 엔지니어가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바로 웹 페이지에 접속해 서울 리전의 상태를 확인했다.
-Seoul region status : Green.
IDC 세 곳이 전부 정상이라는 말이었다.
-Tokyo region status : Blue
-Oregon region status : Red
-Montreal region status : Red
-Northern Virginia region status : Blue 아직 다른 지역들은 복구 중이거나 마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오직 서울 리전만이 Green. 정상 상태로 확인되고 있었다. 새삼 강승호라는 사람에 대한 경외감이 밀려왔다.
“정상 확인했습니다.”
“후우··· 그럼 끝난 겁니까?”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제 마무리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승호는 알겠다는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동수는 미리 집으로 돌려보낸 뒤였다. 대기하고 있던 비서와 함께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탔다. 차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로 물었다.
“원 톡 가입자 수는 얼마나 늘었습니까?”
“확실히 인더스 광고 효과가 엄청납니다. 30분 전까지 가입자 수 70만 돌파 했습니다. 밤 12시가 되기 전에 100만 돌파 가능 할 것 같습니다.”
“현재 까지 바나나 톡 가입자 수는 요?”
“글로벌 기준으로 오 천 만 명 가량 됩니다.”
“넥스터의 엔 엠이나 와츠 앱은?”
“엔 엠의 경우 1억 6천 만. 와츠 앱은 10억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와츠 앱.
한국에서는 이름을 들어본 이가 많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 하고 있는 채팅 앱 이었다.
“한 달 안에 바나나 톡을 넘고, 두 달 안에. 엔 엠을 따라 잡는다. 그리고 와츠 앱의 경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겁니다. 사용자 10억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눈치를 살피던 비서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선진의 엔진 S에 기본 탑재가 된다면 가능 할 수도 있습니다. 엔진 S는 워낙 많이 팔리고 있으니.”
그러나 승호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언제까지 선진에 의지 할 수는 없어요. 원 톡은 선진에 기대지 않고 성공 시킨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나 원 톡을 제로에 탑재하는 건 상관없을 것 같군요. 전 세계에서 운행되는 차량 대수가 10억 대 가량이니. 제로가 그 중 20%만 차지해도 2억대. 원 톡과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으니.”
“알겠습니다. 관련하여 준비해 놓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승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차는 어느새 압구정을 지나 성수대교로 들어서고 있었다. 창 밖 가득 화려한 한강의 야경이 스쳐지나갔다.
차가 주차장에 도착하고, 비서와 운전사가 다시 돌아갔을 때.
승호는 익숙한 얼굴을 마주해야 했다.
‘요즘은 국정원이 뜸하고 CIA가 자꾸.’
CIA 한국 지부 지부장.
지난 번 북한 해킹 사건 당시 계속 함께 했던 인물이었다.
“어쩐 일이 십니까?”
“인더스 해킹 사건 알고 계십니까?”
“마침 거길 다녀오는 길입니다.”
“그러면 더 말씀 드리기가 쉽겠군요. 인더스에서는 사실 미 정부에서 운용하고 있는 시크릿 리전이 있습니다.”
순간 승호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런 비밀을 제게 말씀하셔도 되는 겁니까?”
“강 대표님은 이미 미국의 약점을 쥐고 있다 봐도 무방합니다. 탑 시크릿에 해당하는 작전에 참여 하셨으니.”
승호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대답이었다. 멍하니 지부장을 바라보고 있자. 지부장이 말을 이었다.
“현재 그곳이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인더스를 공격한 건 사실 시크릿 리전에 있는 정보를 빼가기 위함이었다는 것이 저희 측 판단입니다.”
승호는 그가 어떤 용무로 와 있는 지 단박에 알아들었다.
“전 시간이 없으니까. 지난 번 추천해준 요원들 교육도 시켜줬으니 그들에게 맡기면 될 것 같은데요.”
“그 밑에 특약사항이 하나 있었습니다. 해당 요원들이 실전에 투입 될 시 2회 참관한다.”
기억을 더듬던 승호가 탄성을 터트렸다.
“아······.”
“기억나십니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특약 사항이 분명 있었기에. 일이 너무 많아 잊고 있던 기억이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지난번과 같습니다. 위치는 평택 미군기지. 차는 이걸 이용하시면 됩니다.”
승호는 할 수 없이 검은색 밴에 올라탔다.
***
제임스 화이트.
그는 NSA에서도 에이스로 꼽히는 화이트 해커였다. 그랬기에 이번 인더스 사건에도 1차적으로 투입 된 인원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동료들과 함께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APT 공격을 할 줄 안다는 건 대부분 실력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즉 일 차적으로 확인할 대상은 서버 보다 해킹이 어려운 네트워크 장비. 그 중에서도 로드 밸런서.”
그는 혼잣말을 중얼 거리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최근 로드 밸런서는 OSI 7 계층 중 최상의 계층인 application layer까지 구분 할 수 있게 되면서 소프트웨어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 그렇기에 더욱 해킹에 치명적이라는 말씀.”
흥얼거리는 목소리가 마치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각 노드를 구분하고, 들어오는 패킷을 분석하고, 그러면서도 보안에도 신경 써야 하니까. 그렇게 프로그램 복잡 도는 올라가고, 빈틈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지. 윈더가 모든 것을 지원하려다 보니 취약점이 자주 발견되는 것처럼.”
중얼 거리면서도 매의 눈으로 모니터를 살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경쾌한 손길로 탁. 엔터키를 쳤다.
“일단 로드 밸런서에 설치 된 백 도어는 찾았고. 이걸 어떻게 만들었나. 한 번 볼까.”
그러고는 바로 분석을 진행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인더스 엔지니어들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저게 저렇게 빨리 찾아질 일이야?”
“그러게. 우리랑 비슷하거나 조금 더 잘 했던 것 같은데.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로드 밸런서에 백 도어 있었다니··· 왜 나는 못 찾았지.”
“나도.”
“봐봐. 벌써 코드 분석도 거의 끝나가는 것 같은데. 너 저 정도로 할 자신 있냐?”
그러자 상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APT 공격은 해킹 지속 가능 성을 유지하기 위해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해킹을 시도 한다. 그 중하나가 백 도어를 심는 것. 백 도어 또한 한 군데가 아닌 여러 곳에 심어 놓는 것이 일반 적이었다. 인더스 엔지니어들은 지금까지 서버에 심어진 몇 가지를 찾아냈을 뿐 로드 밸런서에 심어져 있는 것은 찾아내지 못했다.
“다, 당연히 없지.”
“진짜 무슨 전광석화네.”
“휘유······.”
그리 크지 않은 사무실. 작은 속삭거림도 다른 이의 귀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당연히 제임스 귀에도 들렸다. 제임스는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흐흐, 진짜 신기하네. 마치 족집게 과외를 받은 것처럼 강 대표님이 말씀 한 곳에 백도어가 숨겨져 있고, 그걸 분석하는 것도 말한 대로 따라가니까 순식간에 끝나 버리잖아.’
원래도 해킹이나 그걸 디버깅하는 일이 즐거워 시작했다. 그런데 전보다 잘하게 되자 일이 더 즐거워졌다. 제임스의 입가에서 절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리고 몇 분 뒤 작업을 완료한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완료했습니다.”
옆에 있던 인더스 직원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아, 네. 그럼 이제―.”
그러나 끝까지 말하지는 못했다. 자신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머리에 차고 있던 헤드 셋에 대고 하는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전송 할 테니 최종 확인 부탁드립니다.”
다가가던 인더스 직원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네?”
“아, 죄송합니다. 다른 분과 통화 중이었습니다.”
“아··· 최종 확인을 그 분이 해주시나 보군요. 어디 NSA 본부에 계시는 분인가 봅니다.”
“하하, 아닙니다. 여러분들도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 강······.”
순간.
제임스가 움찔 하며 입을 다물었다.
“뭐, 그런 분이 있습니다. 하여간 그 분이 봐주신다고 하니 잘 끝날 겁니다. 이제 걱정 마세요.”
의아함은 풀리지 않았지만 더 이상 물어볼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