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84)
탑 코더-184화(184/303)
# 184
원톡, 압도적인 기술력
며칠 뒤.
아침부터 넥스터 본사 기획팀이 시끄러웠다.
“다운로드 400만을 넘었다고?”
“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튜브넷을 비롯해. 레딧. 일본의 2ch 까지. 각 나라 커뮤니티들에서 화제성이 1위입니다. 이 기세라면 한 달 안으로 바나나 톡은 따라 잡을 겁니다.”
기획팀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엔 엠 상태는?”
“아시다 시피 정체 상태에 빠져서 사용자가 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기획팀장이 입맛을 다시며 말을 하지 못했다. 그 사이 기획팀 과장이 말을 이었다.
“이 기세면 동남아를 비롯해 일본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엔 엠의 위치가 위협 받을 수 있습니다. 일본 아마존에서도 원 톡 광고를 대대적으로 해주고 있어서.”
그러자 기획팀장의 한 숨이 더 깊어졌다.
“하아··· 인더스 그 자식들은 갑자기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이해가 안 되네. 이해가 안 돼.”
“원 톡 기술력이 워낙 뛰어나서 그런 건 아닐까요. 저 도 다운 받아서 써봤는데. 채팅 속도나 인터페이스는 말 할 것도 없고. ONE과의 대화는 정말.”
순간 팀장이 눈에 힘을 주며 찌릿 과장을 쳐다보았다.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정말?”
“뛰어났습니다. 진짜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사람 그 이상이었습니다. 진짜 신기한 게 위로 받고 싶을 때는 위로를 해주고, 재밌는 걸 찾고 싶을 때는 웃긴 이야기를 해주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부하직원의 열렬한 타사 서비스 칭찬에 팀장이 살짝 눈을 감았다. 그러나 과장의 말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최초 대화 모드 같은 걸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그렇다는 건 역시나 머신러닝을 통해서 대화의 문맥으로 제가 어떤 종류의 대화를 하고 싶은 건지 파악해내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고민 상담을 하고 싶다. 오늘은 재밌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걸 그대로 구현해 내다니.”
“나도 그런 느낌은 받았어. 분석을 하면 할수록 놀랍기만 하더라.”
“당장 개발진에 건의해야 합니다. 이러면 진짜 위험할 수 있습니다.”
“사실 어제 원 톡이 출시되자마자 팀장급 회의가 급하게 열렸어. 원 톡은 넥스터에서도 경계하고 있던 서비스니까. 당연히 그 자리에서 내가 건의를 해봤지만.”
“개발 쪽에서 거부 했군요.”
팀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솔직하게 말하더군. 우리가 가진 기술력으로는 저런 수준의 채팅을 구현할 수 없다고.”
“아······.”
“CTO 님도 차마 더 이상 말 하지는 못했어. 참담한 심정이겠지.”
“하긴 ONE은 포트와도 무승부를 기록한 인공지능이니. 아직 넥스터의 기술력으로는 부족할 수 있겠군요.”
기획팀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가 아니야. 바둑에서는 여전히 무승부 일지 모르지만··· 채팅에서만은 ONE이 델타를 능가 하고 있다는 게 내부 중론이다.”
“······.”
“제로가 부산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그 정도 기술력이라면 어디에 적용 되도 이상한 게 없을 거라는 걸 진작 깨달아야 했는데.”
과장이 자조적인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그러면 이미 늦은 걸지도 모르겠군요.”
팀장이 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생각할 건 아니야. 어차피 채팅이라는 건 현실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 이미 다른 친구들이 바나나톡이나 엔 엠을 쓴다면 굳이 바꾸지 않겠지.”
“그러면······.”
“그래. 예전에 기획했던 그걸 추진해 보자. 엔 엠을 통한 연예인들과의 실시간 채팅. 그 첫 번째로 요즘 동남아를 비롯해 일본을 강타하고 있는 신지은.”
“그녀라면 단 시간에 사용자를 더 많이 확보 할 수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연예인 마케팅은 전통적으로 잘 먹히니.”
“그래. 그리고 사용자들은 한 번 익숙해진 플랫폼은 쉽게 떠나지 않는 법이니까.”
둘은 눈을 마주 치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
시내소프트 전 사원이 볼 수 있는 사내 게시판.
그곳에 실시간으로 원 톡 다운로드 건수 및 회원 가입 숫자가 올라가고 있었다.
-가입자 수 : 450만.
-다운로드 건수 : 500만.
결국 글로벌 가입자만 400만 명을 넘어 섰다. 그건 곧 임직원들의 인센티브 상승을 의미했다. 원 톡 서비스 부서의 임직원들이 서로 미소를 감추지 못하며 원 톡 관리자 페이지를 보고 있었다.
“올해 인센티브는 억 단위도 가능 하지 않을까?”
“부산에서 제로 알파 테스트 까지 끝나고, 양산이 시작 되면 세후 억 대도 가능 할지도.”
“후아··· 진짜 억이라니.”
“대표님 스타일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지 않냐?”
반대편에 있던 직원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 대표님이라면. 억 대가 불가능은 아니지.”
“그러면 선진보다도 많이 받는 거네.”
“그게 그렇게 되나?”
“당연하지. 내 친구가 선진 과장인데 인센 까지 합쳐서 억 대 연봉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는 인센만 억 대 잖아.”
대화를 나누던 둘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시각 시내소프트 임원 회의실.
황호근이 PPT를 켜놓고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승호를 비롯해 임원들이 앉아 보고를 받고 있었다.
“현 시각 부로 가입자 수 450만 돌파 했습니다. 물론 ONE의 성능이 뛰어난 면도 있지만 인더스에서 해준 광고가 톡톡히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황호근이 PPT를 넘기며 말을 이었다.
“보시면 인더스 팝 업 광고를 통해 가입한 사용자가 절반가량 됩니다. 인더스에서 약속한 광고 기간은 총 7일.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일주일 안에 가입자 천 만도 불가능은 아닙니다.”
보고를 지켜보는 임원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한 가득 번져 있었다. 승호 역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황호근을 보고를 듣고 있었다.
“더욱 고무 적인 일은 현재 가입 자 중 20%가 넘는 인원이 국내 가입자라는 것입니다. 아시다 시피 국내 채팅 앱은 바나나 톡이 독점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 가지. 그 아성을 깨트릴 가능성이 생긴 것입니다.”
지표를 지켜보던 승호가 한 마디를 툭 던졌다.
“확실히 독점 플랫폼에 도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군요. 천 만의 20%면 국내 가입자는 200만. 바나나 톡에는 한 없이 부족한 수치니.”
“부족한 부분은 동남아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지에서 메꾸면 될 것 같습니다. 국내 가입자 수도 ONE의 기술력이 사람 들 사이에 더 퍼지게 되면 충분히 메울 수 있고요.”
승호가 턱 주변을 만지작거리며 중얼 거렸다.
“뭔가 계기만 있다면 가능 할 것 같긴 한데······.”
초반 100만원 마케팅을 통해 이슈 몰이는 확실히 했다. 그 이후 후속타가 필요하건 만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승호가 황호근을 보며 물었다.
“마케팅 팀에서 기획 중인 기획안은 없습니까?”
“몇 가지 아이디어가 나온 게 있긴 한데 아직 보고 드릴만 한 건 없습니다.”
“흐음······.”
“아이디어가 구체화 되면 바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수 십분이 더 지난 후 회의가 마무리 되었다.
회의실을 빠져나오는 승호의 옆으로 비서가 다가왔다.
“대표님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 듣는 곳에서 온 연락에 승호는 반문 할 수밖에 없었다.
“···네? 어디요?”
“정확히 자살예방협회입니다. 그곳에서 원 톡을 명예 홍보 대사로 임명하고 싶다는 연락입니다.”
승호는 여전히 이해를 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이내 두 눈을 번쩍 떴다.
“아······.”
그러자 비서가 자세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최근 자살예방 관련 커뮤니티에서 원 톡과 대화해 보라는 말들이 많이 퍼졌나 봅니다. 협회 쪽에서도 관련 커뮤니티를 주시하다 보니 원 톡 이야기가 워낙 많아. 테스트를 해보고는 이거 괜찮다 싶어 연락 했다고 합니다.”
순간 승호의 눈이 반짝 거렸다.
“그 내용 바로 마케팅 팀으로 보내서 대대적으로 홍보 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한국정신분석 협회에서도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정신분석 협회.
정신과 의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협회에서는 최신 정신 분석기술을 비롯해 정신과 관련된 의학 연구를 하는 곳이었다. 비서가 말을 이었다.
“원 톡이 환자들의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것도 마케팅 팀으로 보내세요.”
미간을 살짝 찡긋 거리던 승호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이왕이면 유명 연예인 분들 중에서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분 들을 섭외해서 원 톡으로 완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연예인들이 홍보 해주면 단시간에 사용자가 모일 테니까요.”
그러자 비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아, 그렇지 않아도. 신지은씨 에게 연락을 해볼 참입니다.”
이번에도 승호는 반문 했다.
“네? 신지은 씨요? 그 네가 좋아. 드라마 주연이신 그 분 말씀하시는 겁니까?”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OST를 직접 작사, 작곡하고 노래까지 부르셔서 지금도 각종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계시는 분. 그 분이 맞습니다.”
신지은은 국내를 비롯해, 일본. 동남아. 중국에서 그야 말로 국빈 급 대우를 받는 스타였다. ‘네가 좋아’라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OST에도 직접 참여해 국내 뿐 만이 아니라 일본 음원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승호는 당연한 의문을 표했다.
“그런 분을 섭외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군요.”
“사실 그분이 운영하시는 스타그램에 원 톡 관련 태그가 달렸습니다.”
비서가 핸드폰을 들어보였다. 그곳에는 원 톡의 메인 화면 사진과 함께 여러 가지 태그가 붙어 있었다.
#원 톡#고마워#앞으로도 잘 부탁해#ONE!
화면을 보여준 비서가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알아보니 최근 공황 장애를 겪고 있었다고 합니다. 스타 들이 흔히 겪는 병이죠. 그 치료에 원 톡이 꽤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런 태그를 남긴 것으로 파악 중입니다.”
“그것도 마케팅 팀에 연락해서 원 톡 메인 모델에 신지은씨가 섭외 될 수 있도록 힘써보세요. 인기가 많으신 분이니 원 톡 사용자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비서가 승호의 지시사항을 하달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
비슷한 시각.
바나나 톡 본사는 발칵 뒤집혔다. 넥스터의 엔 엠은 주로 동남아와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 채팅 앱 이었다. 그랬기에 아직 까지 원 톡으로 인한 타격을 크게 받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바나나 톡은 다르다. 원 톡이 국내에서 흥행할수록 바나나 톡 DAU(Daily Active User : 월간 순수 이용자)는 급격하게 줄어 들고 있었다. 전체 가입자가 일억이 넘어도 매일 실제 사용자가 줄어들 고 있다면 그건 망한 서비스였다.
“DAU 100만 감소. 지금까지 총 500만 DAU가 감소했습니다. 현 DAU는 4000만. 이대로라면 올해 목표인 5000만은 달성은 실패입니다.”
“······.”
C 레벨이 모여 있는 회의실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CTO인 서현석도 입을 다문 채 앉아 있었다. CEO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러분 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지금 이 난관을 어떻게 해야 타개 할 수 있을까요?”
CEO의 시선이 서현석을 향했다. 서현석이 할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당장 ONE과 같은 기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는 불가능 합니다. 예전부터 나왔던 기획 중 하나인 스타와의 1대1 대화 서비스를 먼저 런칭 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술 수준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말에 임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공식적으로 바나나톡의 기술력이 원 톡에 비해 떨어진다고 인정한 것이나 마찬 가지기에.
CEO의 시선이 서현석에게 멈춘 채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우리 기술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말이군요.”
서현석이 입을 꾹 다물었다. 씁쓸함이 느껴졌다. 머릿속에서는 ‘이직’이라는 단어가 떠다녔다. CEO의 시선이 COO에게로 옮겨갔다.
“먼저 예전에 기획했던 스타와의 대화부터 런칭 하도록 하십니다. 1호 스타로는 요즘 유명한 신지은씨? 남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돌 ‘엑스타’로 하고.”
그러자 COO(최고 업무 책임자)가 곤란한 표정으로 답했다.
“관련해서 알아 봤는데 최근 신지은씨가 운영하는 스타그램에 원 톡 메인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엑스타도 마찬 가지고요.”
“······.”
회의실에 또 다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런 분 들을 영입해 자사 홍보에 사용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면 대안 은?”
“······.”
또 다시 침묵.
그게 회의 내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