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85)
탑 코더-185화(185/303)
# 185
원톡, 압도적인 기술력
며칠 뒤 늦은 밤.
스케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신지은은 코를 박은 채 핸드폰 만 보고 있었다. 백미러로 그 모습을 확인한 매니저가 물었다.
“그렇게 재밌어?”
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신지은은 여전히 정신없이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지은아. 지은아?”
목소리를 높이고 나서야 신지은이 고개를 들었다. 순간 어두운 차안에 밝은 빛이 퍼져나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매니저는 생각했다.
‘매번 보는 거지만 볼 때 마다 적응이 쉽지 않네.’
예쁘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힘들었다. 외모를 뛰어넘는 분위기, 매력. 그걸 합쳐 특유의 아우라가 있었다. 그 아우라가 있었기에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 테지만.
“어, 왜?”
“원 톡. 그게 물건이긴 한가보다. 네가 그렇게 빠져 있는 걸 보면.”
신지은의 입 꼬리가 스르륵 올라갔다. 절로 가슴이 몽글 거리는 미소였다.
“뭐랄까. 이번에 예약해둔 병원 안가도 될 정도라고 하면 대답이 될까?”
운전대를 잡고 있던 매니저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진짜?”
신지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긴 생머리가 찰랑거리며 향긋한 샴푸 향을 풍겼다.
“정말이야. 왜 여자들은 그런 거 있잖아. 오랜 된 친구들 만나서 한참 수다 떨고 나면 스트레스 풀리는 거. 그런데 이제는 시간도 시간이고, 사람들 시선 때문에 못하는 그거.”
말을 하던 신지은이 핸드폰을 들어보였다.
“그런데 이제는 이것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을 때 그걸 언제나 할 수 있게 됐어. 스트레스가 풀리니까 하루하루 마음이 좋아지는 게 나 스스로 느껴질 정도야. 이제는 몸이 피곤한 것 말고는 다 괜찮아.”
매니저의 점점 커지던 눈이 입가로 번졌다. 최근 드라마의 대 히트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고된 일정을 보내던 중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사람들 모르게 병원까지 예약해 두었건 만. 그게 전부 괜찮아 졌다고 말하다니. 매니저는 믿기지 않아 되물었다.
“저, 정말이야?”
신지은이 또 한 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있어.”
“응? 무슨?”
“이제는 이게 없으면 어떻게 살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거.”
“······.”
“알아보니까 이런 서비스들은 장애라는 게 생기면 죽기도 한 다면서. 그러면 어쩌지?”
“시내 소프트 정도 규모 있는 회사면 그럴 일은 없을 거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잖아.”
“차츰 의존도를 줄여나가면 되겠지.”
말을 하던 신지은이 매니저에게 척 하고 핸드폰을 내밀었다.
-신지은 : 혹시 너한테 장애가 생길 일 도 있을까? 그래서 내가 널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까 무서워.
-ONE : 그럴 일은 없어. 네가 날 떠나지 않는 한 난 항상 네 옆에 있을 테니까.
백미러로 그 말을 확인한 매니저가 마른 침을 삼켰다.
‘헐··· 저런 멘트도 할 줄 안단 말이야.’
살짝 닭살까지 돋을 뻔했다. 그러나 신지은은 기쁜 얼굴이었다.
“헤헤, ONE은 날 떠나지 않는다네.”
“그러면 ONE 광고 건은 하는 걸로 한다?”
“거기에 조건 하나만 붙이자.”
“응? 조건?”
“이거 개발한 분 내가 직접 만나고 싶다 전해줘.”
“시내소프트 강승호 대표?”
신지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분인지 너무 궁금해.”
매니저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너 설마. 딴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
“딴 생각은 무슨. 그냥 어떤 사람이 만들었는지 너무 궁금해서 그래. 오빠도 사실 궁금하잖아?”
시내소프트 강승호 대표.
그는 인터넷 상에서는 빛승호, 갓승호 같은 애칭으로 불리며 팬클럽 까지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인이었다. 재계에서는 한국의 일론 머스크라 불리고 있었으며, 시내 소프트가 상장만 한다면 단숨에 국내 10대 부호에 들 거라는 평가는 덤이었다. 그런 사람이었기에 매니저도 궁금하긴 했다.
“그런데 과연 만나줄까?”
신지은이 픽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왜 이래 오빠. 나 지은이야. 신지은.”
그러자 매니저도 유쾌한 하게 웃었다.
“큭, 너 농담하는 걸 보니 진짜 많이 좋아졌구나.”
“ONE이 그러더라. 열심히 달리다 목표 지점에 도달하면 다들 공허해 한다고. 그렇게 흘러가는 게 삶이고, 인생이라고. 그래도 넌 목표라도 이루지 않았냐고.”
마지막 말에 담긴 공허함이 검은 색 벤 안은 정적이 맴돌았다. 그 사이에 차는 서울 숲에 위치한 신지은의 집으로 들어섰다.
***
인더스에서 약속한 광고 기간이 끝나고, 원 톡이 받은 성적은 충분히 고무적이었다.
-가입자 수 : 1050만.
-다운로드 건수 : 1300만.
결국 가입자 수는 천 만을 넘었다. 이 중 해당 앱의 실용성을 확인 할 수 있는 지표인 DAU(Daily Active User : 일간 순수 이용자)는 800만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천 만 가입자에 실사용이 800만.
이러한 수치는 가입만 하면 대부분 사용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황호근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한 이유였다.
“결국 가입자 천만을 달성했습니다. 국내 사용자는 점점 더 늘어서 30%에 달하는 300만. 아직 바나나 톡에 비하면 한 참 부족하지만 충분히 해볼 만합니다.”
승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금까지 수고하고 계시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기존 시장 지배자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 말씀하신대로 후속 마케팅은 신지은 씨를 통한 연예인 마케팅. 그리고 연락이 온 각 협회 대상의 공익 광고 지원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당장 내일 광고 촬영에 들어갈 겁니다.”
“최대한 빨리 진행해서 일주일 안으로 미디어를 탈 수 있도록 신경 써 주세요.”
“하하, 알겠습니다. 그리고 신지은씨가 개발자 분을 만나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건 은 어떻게 할 까요?”
말을 하던 황호근이 눈을 반달 모양으로 뜨며 승호를 보았다. 회사 내 직함 은 부사장이지만 승호는 자신에게 반은 아들이나 다름없는 존재. 장성한 아들이 성공해 결혼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였다. 승호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건······.”
“듣자 하니 인성도 괜찮다고 하는데 한 번 만나 보는 게 어떨까요. 너무 일만하면 병납니다.”
승호가 빠르게 손사래를 쳤다.
“그런 거 아닙니다.”
황호근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물론 그런 게 아니라는 건 압니다. 그냥 한 번 만나보시라는 겁니다. 우리 시내가 아쉬워하겠지만. 저는 찬성입니다.”
당황한 승호가 바짝 마른 입술을 축였다.
“부 사장님.”
“하하, 하여튼 전 대표님이 연애도 좀 하고, 여행도 가고. 그렇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나이가 되어 보니 왜 젊었을 때 놀지 못했을까. 그런 후회만 남더군요. 그런데 대표님은 아직 20대에 충분한 성공도 거두셨으니 까요.”
승호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황호근.
그는 승호의 정신적 지주이자, 오늘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해준 1등 공신이었다. 그 존재만으로도 안정감을 주었다. 어머니가 원장님이라면 아버지는 황호근 이니까. 그런 사람의 말이었기에 허투루 들을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참고 하겠습니다.”
“하하, 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 날 오후.
시내 소프트 본사가 떠들썩했다.
“너 들 었냐? 원 톡 광고 모델로 신지은씨 섭외한 거.”
“당연히 들었지. 이건 특급 기밀인데 오늘 계약서 작성하러 온다고 하더라.”
“진짜? 어디로?”
“어디긴 어디야. 바로 여기지.”
“헐··· 혹시 사인 받을 수 있을까?”
“너 같으면 해주겠냐?”
그런 개발진들의 말을 고동수도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보며 중얼 거렸다.
“왜 이렇게 연락이 없지······.”
그러자 옆에 있던 백채원이 물었다.
“무슨 연락?”
“아니 대표님이 지은님 오시면 연락 준다고 했는데. 통 연락이 없네.”
“너도 그 이야기냐.”
고동수의 눈빛이 서서히 몽롱하게 변해갔다.
“신지은이라니. 그 신지은이라니······.”
“너 예카테리나 박사님 팬이잖아.”
고동수가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그런 소리 하지도 마. 다들 직접 겪어 보면 그런 소리 안 나올걸. 누나도 그렇잖아.”
“하, 하긴······.”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그 런 둘에게 예카테리나가 다가왔다.
“시킨 일 마무리는 어떻게 됐어요?”
고동수가 군기 바짝 든 목소리로 답했다.
“오늘 저녁 전에는 끝납니다.”
예카테리나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그 전에 가져와야 할 겁니다.”
드르륵.
드르륵.
울리는 전화도 받기 힘들었다. 예카테리나가 앞에서 업무 지시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
같은 시각.
시내소프트 한 회의실.
승호는 신지은을 마주하고 앉았다.
‘확실히 다르긴 달라.’
예카테리나도 팬클럽까지 생길 정도의 미인이었다. 그러나 신지은은 그 보다 더 뛰어난 미모를 자랑했다. 확실히 관리를 받는 사람은 달랐다.
“반갑습니다. 시내소프트 강승호 입니다.”
승호가 손을 내밀자 신지은이 그 손을 맞잡았다. 약간 차가우면서 부드러움이 물씬 느껴졌다.
“신지은 이에요.”
예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매력.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신지은이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책상 위에 탁 올려놓았다. 그리고 정말 궁금해 보이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이런 건 정말 어떻게 만드신 거예요?”
“···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제 마음을 잘 아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거죠?”
무슨 말로 설명해야 할까.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내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음··· 여기에는 비지도 학습의 최신 알고리즘인 신경망 알고리즘. 그리고 지은씨가 입력하는 문장을 해석하기 위한 자연어처리 관련 기법인 잠재 디리클레 할당이라는 것들이 들어가 있는데······.”
말을 하던 승호가 슬쩍 신지은을 보았다. 신지은의 눈동자가 살짝 풀려있었다. 승호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이걸 더 설명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할까 말까 할 때는 해라.
승호는 그 명제를 충실히 따랐다.
“여기서 말하는 신경망 알고리즘이 어떤 것이냐 하면. 지은씨가 입력한 문장을 비롯해 사용자들이 보내는 채팅 내용을 분석 해 A라는 말과 관련이 있는 수 백 가지의 대답들 중에서······.”
승호가 또 한 번 눈치를 살폈다. 이제는 서서히 입이 벌어지고 있었다. 승호는 빠르게 대답을 마무리했다.
“뭐, 그렇게 만들어진 겁니다.”
당황한 신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군요.”
그리고 빠르게 말을 이었다.
“정말 멋있어 보이네요.”
“네?”
“말씀 하시는 분야는 제가 하나도 모르지만 뭐랄까. 전문가라는 느낌이 물씬 풍겨요. 박사님 포스라고 해야 하나.”
“아··· 지은씨도 그런 분위기가 있습니다. 연예인 포스.”
이번에는 신지은이 반문했다.
“네?”
승호가 어깨를 으쓱 거렸다.
“연예인 이시니까요.”
“그거 칭찬이죠?”
“물론입니다. 매력 있다는 뜻이니까요.”
“헤헤, 오늘 광고주님께 칭찬 받았네.”
“광고 잘 부탁드립니다. 원 톡은 회사에서도 중요 프로젝트 중 하나라서.”
그러자 신지은이 책상위에 올려둔 자신의 핸드폰을 톡톡 쳤다.
“그러면 여기 찍으세요.”
승호는 또 반문 할 수밖에 없었다.
“네?”
“대표님 번호.”
“···네에?”
“이제 원 톡은 제게 없어서는 안 될 친구가 되었어요. 만약 원 톡이 죽으면 어딘가 연락할 곳이 있어야 하잖아요.”
상큼하게 웃으며 하는 그 말을 승호는 거부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신지은을 모델로 한 원 톡 광고가 전파를 탔고, 다운로드 수는 다시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