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87)
탑 코더-187화(187/303)
# 187
원톡, 압도적인 기술력
승호의 미간이 좁혀졌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 쪽 편을 드는 순간 자신이 팽 당할 것이라는 건 상식을 가졌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 이었다. 상무부장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절대 미국에서 그 사실을 알 수 없을 겁니다. 중국의 역 추적 회피 기술은 세계적이니까요. 이미 알게 모르게 뚫어놓은 라인도 상당합니다. 그 라인을 편하게 사용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직접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만.”
“만의 하나 라는 게 있으니까요. 이런 일은 0.1%의 실패 확률도 용납하면 안 되다는 사실. 누구보다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강 대표님이라면 ‘완벽’ 그 자체 아니겠습니까.”
상무부장의 목소리가 조금 더 낮아졌다.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괜찮은 거래라 생각하는데.”
그 목소리는 낮으면서 은밀했다.
“지금까지 중국이 외부 SNS 서비스를 허용해준 건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런 일을 해드리겠다는 겁니다. 미국 쪽 정보를 빼내오는 거. 그거 대표님께는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은밀한 악마의 유혹 같았다. 그러나 승호는 거기에 말려들 생각이 없었다. 승호가 두 눈에 단단히 힘을 주며 말했다.
“상무부장님. 저는 프로그래머 이자 사업가이지 해커가 아닙니다.”
“하하, 누구도 대표님을 해커라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암요 당연히 그래야지요.”
“그리고 프로그래머는 뛰어난 기술로 말해야 하는 법이고, 사업가는 그 기술을 잘 팔아야하는 법이지요.”
상무부장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승호의 목소리가 점차 낮아졌다.
“원 톡에 대한 평가 혹시 확인해보셨습니까?”
왜 아니겠는가. 이곳에 협상을 하러 나오기 전 충분히 확인해 보았다.
-포트를 뛰어넘었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4단계에 도달한 세계 유일의 인공지능.
그런 말들이 가득했다. 실제로 미국에 출시된 원 톡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해 보기도 했다. 확실히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놀라운 면이 있었다. 승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미 VPN을 통해 중국 쪽 원 톡 사용자가 대략 100만을 넘긴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요. 원 톡의 기술력이 그 만큼 뛰어나다는 반증일 겁니다.”
상무부장이 픽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거야 규제 한 방이면 해결 됩니다. 100만이 0이 되는 건 일주일도 걸리지 않을 겁니다.”
“물론 그렇겠지요. 그러나 그 중국의 힘으로도 못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상무부장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승호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창성인가요. 바이두에서 개발 중인 인공지능이.”
이번에는 상무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창성은 결코 ONE처럼 되지 못할 겁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상무부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말은 이번 협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텐데요.”
승호가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창성만이 아닙니다. 포트의 델타. INM에서 만든 딥 블랙 등등 세계 그 어떤 인공지능 기술도 ONE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승호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어느 날 GM 회장님을 만났더니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제로에 사용되는 인공지능을 플랫폼으로 개방해 줄 수 있겠냐. 물론 사용료는 지불 하겠다.”
승호는 찬찬히 말을 이어나갔다.
“생각해 보니 꽤 괜찮은 제안이었습니다. ONE을 플랫폼으로 개방하고 사용료는 받는다. 이런 서비스들을 이미 인더스나 포트에서도 하고 있으니까요. 일명 PaaS(Platform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플랫폼)라고 하는 서비스들을.”
상무부장도 승호가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하는 지 깨달았다. 살짝 입술을 깨문 채 승호를 보고 있었다.
“그때가 되면 아마 다들 ONE과 연동하고 싶어 할 겁니다. 제로를 보았고, 원 톡을 사용해 보았다면 다들 알 테니까요. ONE이 상업화 되었을 때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지.”
왜 모르겠는가.
상무부장도 제로가 중국에 시연회를 왔을 때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더 자세히 알기위해 캘리포니아와 부산에서 실제로 타보기 까지 했다.
‘이대로라면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망한다. 그런 느낌 까지 받았었지.’
당장 중국으로 돌아와 인공지능 개발 투자 액수를 배로 증액했다. 정부를 비롯해 대학, 기업들에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하도록 지시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사이버 사령부에 연락해 타국의 자료를 빼내올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봐 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원 톡이 출시되었고, 그걸 사용해 본 소감은 제로와 같았다.
‘기존 채팅 서비스들이 망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쉽게 중국내 서비스를 허용해 주면 안 된다. 승호가 상무부장의 두 눈을 보았다.
“그렇게 되었을 때 세상에는 아마 두 가지 기업만이 남게 될 겁니다. ONE과 연동한 기업, 그렇지 못한 기업. 중국은 어느 쪽에 서시겠습니까?”
담담한 말투였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상무부장은 반박하지 못했다.
원 톡과 제로.
그 두 가지 가 보여준 ONE의 성능 때문이었다. 아무런 답을 하지 못하는 상무부장을 보며 승호가 말을 이었다.
“중국에는 3일 정도 체류 할 예정입니다. 그 안에 답을 듣지 못하면 그게 답이라 생각하고 돌아가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무부장은 일어나 나가는 승호를 잡지 못했다. 회의실에 무거운 정적이 찾아왔다.
***
비슷한 시각 바이두.
베이징 시내에 있는 바이두 건물의 최상층에 회장 밍쥔이 비서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이제 상무 부장실을 빠져 나갔다고 합니다.”
“길게 걸리지는 않았어.”
“아마 최근 출시한 원 톡의 중국내 출시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것 같습니다. 외부 SNS 서비스를 허용 해준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왜 이렇게 예감이 좋지 않을까. 왜 당에서 원 톡을 허용해 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지.”
“강 대표가 매그니토를 해결했기 때문 아닐까요.”
“그것도 그렇고 지난 번 제로 건도 그렇고, 당이 너무 편의를 봐주고 있어.”
비서도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그런 생각이 들긴 했다.
“이미 재계에 파다한 소문이기도 하니까요.”
순간.
비서의 전화기가 드르륵 거리며 진동음을 토했다. 순간 밍쥔의 표정이 굳어졌다. 비서가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네.”
“네. 알겠습니다.”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비서가 밍쥔을 보며 말했다.
“상무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당장 각 사의 인공지능 개발 현황을 파악 보고 하라고 합니다.”
“그건 갑자기 왜? 얼마 전에도 확인했잖아.”
“덤으로 원 톡과 비교해서 각사의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해 달라고 합니다.”
“원 톡과 비교를 해달라고 했단 말이지.”
비서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강 대표가 상무부장을 만난 일과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그런데 무슨 말을 했기에 갑자기 인공지능 개발 현황을 보고 하라는 거지. 뭔가 짐작 되는 거라도 있나.”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비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강 대표라면 ONE을 개발하고 이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이걸 개방하면 어떻게 될까.”
“···개방?”
“오픈 소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요즘 API를 개방하여 돈을 버는 기업은 많으니까요. 엔드로이드를 비롯해서, 포트의 지도 API 까지.”
“계속 해봐.”
“ONE에 접근 할 수 있는 API를 만들어 공유한다면 전 세계 기업들이 시내소프트에 의존성이 생기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ONE이 멈추면 세계가 멈추게 되는 겁니다.”
밍쥔이 입을 다물었다. 비서도 잠시 침묵했다. 자신이 한 말에 자신이 놀란 것이다. 밍쥔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면 사용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닌가.”
“회장님도 원 톡을 사용해 보시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제로를 타보셨고요. 사용하지 않으실 자신 있으십니까?”
비서의 반문에 밍쥔이 침음을 삼켰다.
“이미 발 빠른 몇몇 기업에서는 API를 여는 데로 연락을 달라고 했을 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독과점 문제 때문에 한 기업이 전체 시장을 독점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자동차 같은 경우에는 자국 기업을 살리기 위해 각 정부에서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요. 그러나 플랫폼이라면. 포트가 전 세계를 상대로 서비스를 하듯이 ONE이 전 세계를 상대로 API를 열고 서비스를 한다면.”
비서가 말을 이어나 갈수록 밍쥔의 침묵이 깊어졌다. 이내 정신을 차린 밍쥔이 말했다.
“창성은 어디까지 왔나?”
창성.
바이두에서 개발 중인 인공지능 이름이었다.
“지난 번 보고 드린 상태 그대로입니다.”
ONE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밍쥔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
베이징시내 한 호텔로 돌아온 승호가 털썩 침대에 누웠다. 비서가 옆에 앉아 보고를 시작했다.
“오늘 저녁은 중국전자기업협회와 식사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내일 오전에는 시내소프트 중국지사 방문 그리고 점심은 중국내 한국인 기업 모임에서 오찬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녁은 공안부장님과 식사가 있습니다.”
빽빽한 일정이었다. 확실히 과거 개발만 시절과는 조금 달라졌다. 일정보고를 마친 비서에게 승호가 물었다.
“어떻게 보십니까? 과연 중국이 허락할까요?”
“원 톡을 제대로 사용해 봤다면 허락할 겁니다. ONE과 연동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올 테니까요. 그리고 중국이 정말 거부한다면. 장담 컨데 앞으로 10년 내에 서서히 몰락하게 될 겁니다.”
“흐음······.”
“이제 우리 손을 떠난 겁니다. 중국이 올 바른 판단을 하길 기다리는 수밖에요.”
그러나 승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한데.’
중국에 바이러스를 살포하면 된다. 그러면 당연히 자신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 만이 해결 할 수 있기에.
그러나 그렇게 까지 할 수는 없었다. 그건 자신의 신념과 원칙을 어기는 일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그들의 고민이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결론이 날까. 고민하던 승호가 핸드폰을 들었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이 있긴 했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네. 강승호 입니다.”
“지난 번 말씀하셨던 ONE API 개방 건 때문에 연락 드렸습니다.”
“관련해서 자세히 논의를 해보고 싶은데, 언제 한국 한 번 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내일 바로 되신다고요?”
“하하, 알겠습니다. 제가 현재 중국에 있어서 내일은 안 되고, 모레로 할까요. 그리고 이 내용 혹시 언론 배포해도 될까요?”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승호가 바로 비서에게 지시했다.
“GM과 ONE 연동 협의 중이라는 속보 하나 띄웁시다. 시대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빨리 알려 줄수록 결정이 빨라 질 테니.”
그 말이 끝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속보 뉴스가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ONE 인공지능 외부 연동 API 개발 중.
-GM 차기 자율 주행 차의 두뇌에 ONE 플랫폼 사용 검토 중.
GM과 ONE이 협력 한다는 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