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88)
탑 코더-188화(188/303)
# 188
원톡, 압도적인 기술력
공산당 1인 체제인 만큼 중국은 정부의 지시에 기업들이 일사불란 하게 움직인다. 상무부장은 중국 당에서도 힘이 있는 요직. 그의 말을 거절 할 수 있는 기업인은 없었다. 상무부의 대 회의실에 중국 IT 기업의 거두들이 전부 모였다.
“오늘 왜 모인 건가?”
“자네 못 들었어? 이번에 시내소프트 강 대표가 상무부장을 찾아갔잖아.”
“설마 원 톡 허용 해 달라고?”
“그 것 밖에 더 있겠어. 시기가 절묘하잖아. 제로는 아직 양산을 준비 중이라 당장 규제를 없애달라고 하기는 그렇겠지.”
“흠··· 근데 그런 걸로 우리는 왜. 어차피 검열을 받지 않을 거면 중국내 서비스는 당연히 막혀야 하는 것 아닌가.”
“시내 소프트 강승호가 누군가. 중국의 매그니토를 막아낸 사람. 그러니까 당에서도 마냥 거부하는 게 약간 껄끄럽겠지.”
“그래서 우리에게 아이디어를 모아 달라?”
“뭐, 그런 것 아니겠어.”
그걸 듣고 있던 바이두의 회장 밍쥔은 코웃음을 쳤다.
‘저런 머리로 회장이 된 게 신기할 정도야.’
그런 밍쥔의 시야로 센트라의 회장이 들어왔다. 중국의 대표적인 모바일 메신져 위챗과 QQ를 서비스 하고 있으며 그 사용자를 기반으로 각종 게임을 퍼블리싱해 세를 불린 사람. 그 사람이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는 원 톡에 탑재되어 있는 인공지능 ONE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가 입을 열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센트라는 시가총액 475조가 넘는 거대 기업. 중국의 여타 다른 기업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회사였다.
“인공지능이요? 원 톡에 탑재되어 있다는 그 인공지능 채팅 서비스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센트라의 회장 장융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바로 그것. 다들 아실 겁니다. 그 인공지능은 자율주행차 제로에도 적용되어 있습니다. 그게 채팅에도 적용된 겁니다. 그러면 다음은 어디가 될까요?”
쉽게 입을 떼는 사람이 없었다. 장융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디에든 될 겁니다.”
그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상무부장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자리에 앉아 있던 기업 회장들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상무부장이 앉자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장 회장님이 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맞습니다. 현재 시내소프트는 ONE을 외부에 개방 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상무부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면에 설치 된 스크린에 화면이 나타났다.
[속보] GM 차세대 자율주행차. ONE 플랫폼 연동 협의 [속보] 시내소프트 인공지능 ONE. 외부 개방 API 개발 중. [속보] ONE. 내부에서만 사용하지 않겠다.잠시 뉴스를 확인한 상무부장이 물었다.
“오늘 이 자리는 채팅 서비스 같은 IT 기술 때문에 모인 게 아닙니다. 1년 전 인공지능 기술 개발 관련 투자가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중 ONE에 근접한 기술 개발에 성공하신 분계십니까?”
그 말에 회의실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자 상무부장이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뉴스처럼 만약 ONE이 외부 API를 개방 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길 것 같습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저 API에 접근하지 못하면 여러분들의 사업에 심대한 타격이 생길 것 같습니까?”
몇몇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표정으로 몇몇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밍쥔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당 장 1, 2년 안으로는 사업에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힘들어 질 수도 있습니다. 노키아가 망하는데 수년 밖에 걸리지 않았듯이.”
그러자 센트라의 회장 장융이 한 마디 거들었다.
“부산과 실리콘밸리에서만 운행하고 있는 제로 택시도 타 봤고, 얼마 전 출시된 서비스인 원 톡도 사용해본 경험으로 말씀 드리면.”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직 센트라는 ONE 근처에 가지 못했습니다. 좀 더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몇 년의 기술격차가 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기 힘든 상태입니다. 밍쥔 회장의 말 대로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어려워 질 겁니다.”
현 중국 IT 업계 1위가 하는 말이었다. 다른 기업들의 사정은 들어볼 것도 없었다. 상무부장이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칭화대 인공지능 관련 교수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말씀을 하시더군요.”
“아마 큰 차이 없을 겁니다. 센트라는 중국내 인공지능 관련 교수님들과도 협력하고 있으니까요.”
“결국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이 떨어진다는 말이군요.”
장융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밍쥔이 역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바이두에서 개발 하고 있는 창성의 상태도 비슷했으니까. 상무부장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시내소프트 강 대표가 그러더군요. 원 톡의 중국내 서비스를 열어 주지 않으면 중국내 기업에 대해서는 ONE 연동을 허용 하지 않겠다. 오늘 모임 역시 그것 때문입니다. 원 톡을 허용하고 ONE 관련 API를 사용 할 것 인지. 말 것인지. 여러분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회의실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고, 누구도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
다음날 늦은 밤.
승호는 일정을 마치고, 피곤에 젖은 얼굴로 차에 앉았다.
“출발 하겠습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차는 부드럽게 베이징 시내에 위치한 호텔로 움직였다. 창 밖에 펼쳐진 야경을 보며 승호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당은 결국 외부 SNS를 개방하지 않기로 정했습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대부분의 기업인이 반대 했어요.
-ONE의 기술력이 뛰어난 건 인정하지만, 아직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파악하지 못했지만. 결국 중국은 해낼 수 있다.
-그렇게 결론이 났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전 ONE의 기술이 저희 기업에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백인백색.
많은 사람이 모이면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그 사람이 중국전자기업협회의 만찬에 참석해 승호에게 슬쩍 정보를 찔러 주었다. 자신을 잘 봐달라는 표정을 지으며. 그리고 오늘 만난 공안부장도 비슷한 내용을 전해왔다.
-강 대표님 제안은 아마 쉽지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 당에서 검열과 규제 없이 허용해준 전례가 없습니다.
-최대한 허용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전례가 없다보니······.
-그러면 앞으로 중국에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제가 한 손을 거드는 것도 힘들어 질 것 같습니다.
그렇게 까지 말하자 공안 부장의 표정이 팍 구겨졌다. 그러면서 한층 더 강하게 나왔다.
-제로 판매도 안하실 생각이십니까?
-포트나 페이스북도 중국내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지만 세계적인 기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제로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요.
승호는 그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렇게 공안부장과의 대화가 마무리 되었다. 그게 불과 40분 전 일어난 일이었다. 승호가 검지로 이마를 긁었다.
“흐음······.”
마지막 패까지 썼지만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비서가 씁쓸할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중국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내일 하 주석이 나서서 원 톡을 허용하라는 지시를 내리면 몰라도.”
“결국 이렇게 되는 군요.”
“애초에 너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물론 대표님께서 여러 복안 이 있었겠지만.”
정말 자신이 너무 쉽게 생각 한 걸까. 만약 저들이 ONE에 대해 제대로 알 고 있다면 자신의 제안을 거절 하지 못했으리라. 생각에 빠져있는 승호에게 비서가 말을 걸었다.
“대표님, 바이두 회장님 연락입니다.”
승호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네? 이 시간에 왜.”
“ONE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
그러면서 전화기를 넘겼다.
“아, 네. 전화 바꿨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하하,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API가 오픈 될 지는 아직 미정이라.”
“알겠습니다. 고려해 보겠습니다.”
승호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당의 입장과 상관없이 자신들은 ONE 연동을 한 번 해보고 싶다네.”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러면서 당에는 말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더군.”
“아무래도 중국내에서 사업을 하려면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벌써 두 군데라······.”
“아마 또 올 것 같습니다.”
비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입을 닫은 비서가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마이크 쪽을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이번에는 유쿠입니다.”
유쿠.
포트의 튜브넷이 세계를 점령했다면 유쿠는 중국을 점령한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었다. 전화를 받아 보니 역시나 비슷한 내용이었다.
-자신들은 ONE API 연동을 해보고 싶다.
-당에는 말하지 말아 달라.
벌써 3명 째.
그렇게 몇 통의 전화가 더 왔을 때 쯤 차 가 호텔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비서의 전화기가 또 울렸다. 승호가 비서를 보며 말했다.
“같은 내용이면 굳이 안 바꿔도 됩니다. 알아서 전달하세요.”
그러나 전화를 받은 비서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네. 아닙니다.”
“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바꿔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도 마이크를 손바닥으로 가린 비서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WHO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WHO.
세계 보건 기구로 질병 관련 각 나라들의 협력을 위한 기구였다. 그곳에서 왜 자신에게 연락이 올까. 승호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거기서 왜······.”
말을 하던 승호가 서서히 입을 벌렸다.
“설마.”
“맞습니다. 원 톡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앱 중에 하나로 선정 고려중이라 합니다.”
전화를 바꾼 승호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다음날.
중국 체류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앞으로 3시간 후면 출국 시간. 그때 까지 상무부장은 승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WHO에서 원 톡을 정신건강에 유효한 효과가 있는 앱에 선정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원 톡을 연구한 의학 논문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습니다.”
부하직원의 말에 상무부장이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당에서는 허락하지 않았을 거야. 검열 하지 못하는 SNS 서비스라니. 그걸 허용했을 때 어떤 혼란이 생길지 자네가 더 잘 알지 않은가.”
“혼란이라니요. 어차피 인민들은 이미 VPN을 통해 비슷한 서비스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마 WHO의 발표가 기폭제가 되어 더 많은 사람이 다운로드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강 대표와의 관계만 악화시킨 꼴만 나는 겁니다.”
“ONE 연동을 중국 기업과는 하지 않겠다는 ‘말’ 말 인가?”
“그 뿐만이 아닙니다. 아직 매그니토의 악몽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말에 상무부장이 침음을 흘렸다. 자신도 그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정부 전산망의 대부분이 마비되었고, 그게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가던 그때. 매그니토 때문에 중국 GDP의 0.5%가 날아갔다. 그리고 바로 옆 북한은 경제 절반이 날아가는 참혹한 사태를 맞이해야 했다.
고작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부하직원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만약 정말 강 대표가 더 이상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이후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면.”
작은 목소리였지만 조용한 사무실이었기에 아주 똑똑히 귀에 들렸다.
“누가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상무부장은 아무 답도 내놓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