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89)
탑 코더-189화(189/303)
# 189
중국에서도 원한다
선진전자 강남역 본사.
고동만이 김희건과 티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향긋한 홍차향을 느끼며 고동만이 입을 열었다.
“원 톡이 WHO에서 선정한 정신질병에 유용한 앱으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내놓는 서비스 마다 대 히트를 치는 군요.”
“지금까지 다운로드 건수는 3000만 건. 가입 한 회원은 대략 2400만 정도로 추산 중에 있습니다.”
“후발주자가 그 정도 성과라······.”
“저희가 먼저 요청해 볼까요? 원 톡을 엔진 S에 기본 탑재하자고.”
김희건이 마시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습니다. 서서히 우리 쪽을 벗어나려 하는 모양이니. 아마 제안해도 거절당할 겁니다.”
“흐음······.”
“그보다 ONE 외부 연동 건은 알아 보셨습니까?”
고동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이미 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자동차 쪽을 먼저 오픈 하고 그 다음 채팅 쪽을 오픈 할 계획을 잡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현재 시내소프트에서 서비스 중인 원 톡이나 제로에 비해서는 한 단계 떨어지는 수준으로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김희건이 침음을 삼켰다.
“그래도 기존 타사 서비스들 보다는.”
“뛰어날 겁니다.”
“기술 격차가 상당하다는 말이군요.”
“선진의 인공지능 기술과도 최소한 3년 이상은 나는 것으로 파악 중입니다. 포트의 델타와도 서서히 격차를 벌이고 있고요. 당장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특허 숫자만 해도 단숨에 세계 5위로 올라선 실정입니다.”
그 말에 김희건이 침음을 삼켰다. 고동만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수치 역시 내년이면 아마 역전 될 거라 생각합니다. 한 달에 백여 건씩 특허를 내버리니··· 이건 뭐. 당해 낼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인재유출 말입니까?”
고동만이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블랙홀 같습니다.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선진만이 아니라 바나나톡, 넥스터 같은 국내 IT 기업. 그리고 포트나 인더스, 포토북 같은 해외 쪽에서도 꽤나 많은 인원이 넘어가는 모양입니다.”
김희건이 다시 잔을 들어 커피를 마셨다. 오늘 따라 더욱 쓴 맛이 느껴졌다.
“앞으로가 중요하겠군요.”
“어쩌면 포트를 앞서가는 기업이 될지도 모릅니다. 선진이 엔드로이드를 놓쳤다가 다시 잡은 일을 반면 교사삼아. ONE은 절대 놓치면 안 됩니다.”
고동만이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로 정식 출시 일이 앞으로 3개월 뒤입니다. 아직 부산과 실리콘 밸리에서 밖에 탈 수 없지만 지역의 관광 상품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마 정식 출시가 된다면 단숨에 자동차 업계의 판도를 바꿔 놓게 될 겁니다.”
“선진에도 중요한 사업입니다. 차질 없이 준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디트로이트 스마트 시티 건은 어떻습니까?”
“자잘한 센서 들은 부산 스마트 시티에 들어가 있는 협력 업체들로 선정 하였고, 전체적인 시공은 선진 건설에서 진행하기로 합의 봤습니다. 사업 규모만 대략 5조가 넘어갑니다.”
“부산에 이어 디트로이트 까지 성공하면 전 세계에 선진 건설의 깃발을 꼽을 수도 있겠군요.”
고동만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중동 쪽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레이트를 비롯해서 사우디까지 스마트 시티 진행 상황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말에 김희건이 고동만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차를 마시던 고동만이 그 시선을 눈치 채고 말했다.
“강 대표는 오늘 중국에서 돌아온다고 합니다. 그러면 바로 만나서 관계를 공고히 다져 놓겠습니다.”
김희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부 잡아 봅시다. 하나도 남김없이.”
김희건의 두 눈이 탐욕으로 물들었다. 그건 고동만도 마찬가지였다.
***
공항에 도착할 때 까지 상무부장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결국 원 톡 SNS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승호가 씁쓸히 중얼 거렸다.
“결국 이렇게 되는 군요.”
“어차피 높은 확률로 예상했던 결과입니다.”
“아쉽기는 합니다. 중국 시장이 워낙 크니 까요.”
“후회하는 건 저 들이 될 겁니다. 너무 신경 안 쓰셔도 될 것 같습니다.”
“놓쳐 버린 버스를 잡으려는 것보다 멍청한 짓은 없으니.”
승호가 입맛을 다시며 공항으로 들어섰다. 비서의 안내에 따라 출국수속을 밟고 바로 비즈니스 라운지로 이동했다. 퍼스트 클래스를 예약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그곳에서 다과를 즐기며 한국으로 돌아가 해야 할 일을 검토했다.
“공항에서 집으로 복귀한 뒤. 저녁에 ONE API 연동 관련 GM 회장님과 회의가 잡혀 있습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비서가 말을 이었다.
“오늘 일정은 그 걸로 끝입니다. 내일은 출근 하시겠습니까?”
이번에도 승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겁니다. API 개발 진행 상황도 확인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관련 팀장에게 준비 시켜 놓겠습니다. 출국 까지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으니 눈 좀 붙이시지요. 어제도 코드 검토한다고 새벽까지 일하셨으니.”
매일 야근 하는 건 승호의 일상이었다. 낮에는 사람들을 만나고, 밤에는 인터넷을 통해 사내 코드 저장소에 접근해 ONE 관련 코드를 검토한다. 그 후에는 또 인공지능 관련 최신 논문을 검토하고, ONE을 더 발전시킬 방안을 구상한다. 그러다 보면 잠자는 시간이 새벽 1, 2 시를 넘기기 십상이었다.
“그럴까요.”
중국까지 와서 인지 살짝 피곤이 몰려오긴 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오후 2시. 지금 12시니 아직 시간 여유가 있었다. 살짝 눈을 감는 승호의 귀로 직원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뭐? 관제 쪽에 문제가 생겼다고?
-현 시간 부로 이, 착륙이 전면 금지 됐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고객들한테 알려야 하는 거 아냐?
-공항에서 안내방송 할 거라고 하더라.
고객이 거의 없어 조용한 라운지.
아주 작은 소곤거림이었지만 귀에 들리기에는 충분한 크기였다. 비서도 같은 내용은 들은 건지 승호를 보고 있었다.
“대표님.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승호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쩝, 이거 오늘 늦을 지도 모르겠는데······.”
그 순간.
공항 내 설치된 스피커에서 직원들이 소곤거리던 내용이 공식적으로 흘러나왔다.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현재 관제 시스템의 이상으로 베이징 공항의 이, 착륙이 전면 금지 조치되었습니다. 상황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고객 여러분들께서는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승호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GM 회장님께 양해 전화를 드려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승호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편히 푹 쉬자는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그 옆에 있던 비서도 라운지에 마련된 간이침대에 누웠다. 긴 하루가 될 것 같았다.
***
중국 교통운수부 산하 항공교통관제부.
그곳에서 비행정보처리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는 정자춘이 모니터 앞에서 마른 침을 꿀떡꿀떡 삼키고 있었다. 두 손을 떨기만 하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정자춘을 향해 부서장이 고함을 질렀다.
“정자춘! 뭐하고 있어. 당장 백업 시스템으로 대체 하지 않고!”
“그, 그게. 백업 시스템으로 이전해도 시스템이 다시 죽어버립니다. 벌써 3번째 시도 중입니다.”
“무슨 헛소리야. 3중으로 안전장치가 되어 있는데.”
“저, 저도 왜 그러는지는 잘··· 시스템이 잘 운용되다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해킹 당한 거 아냐?”
“그, 그건 저도 잘······.”
계속 해서 잘 모르겠다는 대답에 부서자은 화가 머리 꼭 대기 까지 치밀어 올랐다.
콰앙!
책상을 내리친 부서장이 정자춘을 거칠게 밀어젖히고 직접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콘솔 창에 빠르게 명령어를 입력해보았다.
>menu
>1. system info.
>2. system status.
······.
>9. system restart.
>9
9번 시스템 재시작을 누르자 시스템이 정지 된다는 로그가 올라오고 수 분 뒤.
다시 시스템이 정상화 됐다는 로그가 올라왔다.
“봐봐, 정상적으로 됐잖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프로그램이 오류를 쏟아내며 죽어버렸다. 올라오는 로그를 확인해 봤지만 이건 현상에 관한 내용이지 원인은 아니었다.
경험상 이렇게 되면.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젠장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의 심각함을 깨달은 부서 사람들이 전부 몰려 들었다. 부서장을 보며 부하직원이 물었다.
“일단 전화부터 돌릴까요? 이곳에 쌓인 비행 스케줄이 각 공항으로 전달됩니다. 여기가 마비되면 더 이상 비행 스케쥴을 확인 할 수가 없습니다.”
“일단 전체 이, 착륙은 금지 시켜놨어.”
“그러면 공중에서 비행기가 계속 떠돌 기만 한다는 말입니까?”
그 말에 부서 직원 전체가 사색이 되었다. 그 중 한 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만약 연료가 부족해지면.”
큰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비행기 사고는 발생기하기만 하면 전부 살거나 전부 죽는 사고였기에.
“일단 네 말대로 전화로 관련 스케줄 전달해. 관제탑에도 수동 관제로 변경하라 지시하고.”
“아, 알겠습니다.”
그때.
띠리리리.
띠리리리.
부서에 설치된 전화기가 불길한 신호음을 토했다. 전화를 받은 처장이 연신 고개를 아래로 조아리며 전화를 받았다.
“알겠습니다.”
“최우선 적으로 처리 하겠습니다.”
“네. 네”
전화를 끊은 처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지시했다.
“현재 베이징 공항 상공에 상무위원 분들이 타고 계신다.”
“아······.”
“시스템을 정상화 시키던지, 최대한 빨리 수동 착륙 시키던지. 만약 못하면 여기 있는 우리 전부 죽는 거야.”
중국은 강력한 엄벌주의를 취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들의 실수로 누군가가 다친다면 부서 사람들도 결코 무사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게 당의 최고 위직인 상무위원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
“대표님, 강 대표님.”
“대표님.”
“강 대표님!”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승호가 부스스 눈을 떴다. 흐릿한 초점 사이로 중국 공안 복장을 한 일련의 무리가 시야로 들어왔다. 그 옆에서 비서가 심각한 표정으로 승호를 보고 있었다.
“뭡니까.”
단잠을 방해 받았다. 그리 기분 좋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승호의 기분을 눈치 챈 비서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현재 중국 교통부내 비행정보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게 해킹인지 자체적인 문제인지는 아직 파악이 안 되었고, 하여간 그것 때문에 중국 전체 공항 이, 착륙이 지연되고 있다고 합니다.”
승호는 자신들을 깨운 공안 요원들을 보며 말했다.
“그래서요.”
“지난 번 에어트레인 사건 때 인상 깊었다면서 혹시 도와줄 수 없냐고 합니다.”
그러나 승호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상무부장님과의 협의에서 제가 분명이 말씀 드렸습니다. 공안 부장님께도 말씀드렸고요.”
비서가 그 말을 중국어로 통역해 전달했다. 그러자 그 중 최고 참으로 보이는 공안 요원이 중국어로 뭐라 뭐라 말을 했다. 그걸 이번에는 공안 요원들 중 통역이 가능한 사람이 전달했다.
“공중에 수많은 비행기가 떠 있습니다. 그 중 몇 대는 연료가 부족합니다. 빨리 해결 되지 못하면 추락 할 지도 모릅니다.”
그 말에 한숨을 내쉰 승호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