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91)
탑 코더-191화(191/303)
# 191
중국에서도 원한다
미국 실리콘 밸리 포트 본사.
점심을 먹은 라이언이 커피를 한 잔 들고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포트의 핵심 개발자 제프가 나란히 앉아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직원들을 보고 있었다. 라이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델타는 어떻습니까?”
“조금씩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 톡 정도의 성능을 말씀 하시는 거라면······.”
말을 하던 제프가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미간을 긁적거렸다. 이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글쎄요. 더 뛰어나다는 말씀은 못 드리겠습니다.”
“결국 이렇게 되었군요.”
“아주 조금씩이지만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부문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우리 애니웨어도 지금까지 수 백 시간 무사고 운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애니웨어는 포트에서 출시한 자율주행차.
승호가 만든 제로에 비견될 만한 유일한 자율주행차였다.
“그러나 제로만큼은 아닙니다. 제로는 무사고의 경지를 뛰어넘어 사람을 구하는 수준입니다. 이미 시연회를 보시지 않았습니까.”
라이언이 침음을 삼키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시연회 당시 충격적인 제로의 모습이 망막에 아로새겨져 지워지질 않았다. 그런데 그러 충격적인 서비스가 또 나타났다.
“하긴 그건 그렇군요. 그러면 제로는 그렇다 치고, 원 톡 같은 서비스. 우리도 가능할까요?”
“준비는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당장 올해는 무리입니다. 출시 자체를 내년쯤으로 예상하고 있었고, 그 성능 역시 지금의 원 톡에 비해 더 낫다는 말씀은 드리기 힘듭니다.’
라이언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포트가 기술에서 뒤처지고 있다니. 믿기 힘든 상황입니다.”
“가끔은 그가 인간이 맞는지 저도 의심스럽습니다.”
라이언이 들고 있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차가운 커피가 넘어가며 답답한 속을 조금 씻어주었다.
“고민이군요. 기술에서 뒤쳐진 포트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제프가 담담히 대답했다.
“어차피 세상에 ONE이라는 하나의 인공지능만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걸 꾸준히 해나가는 수밖에요.”
둘이 담소를 나누고 있는 곳으로 라이언의 비서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대, 대표님.”
라이언은 비서의 다급한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일이 터졌다.
“무슨 일인가.”
“주, 중국이. 중국이.”
“중국이?”
“원 톡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라이언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검열과 규제를 받아들이기로 한 건가? 중국내에 데이터 센터를 세우고?”
“그게 아닙니다.”
그 말에 라이언이 두 눈을 부릅떴다.
“아니라고? 그러면 그냥 허용해 줬다는 말인가?”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원 톡이 중국이 허용한 외부 SNS 서비스 1호가 된 겁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지금 속보로 뉴스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아마 강 대표가 중국에서 보여준 활약 때문인 것 같습니다.”
“활약이라니 중국에서 무슨 활약을 했다는 말이야.”
“점심시간쯤 중국 비행정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공항에 대한 이, 착률 금지 조치가 시행되었는데 그 문제를 강 대표가 해결 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연이어 원 톡 서비스 허용 뉴스가 올라왔습니다.”
라이언이 입술을 꽉 깨문 채 제프를 보았다. 제프 역시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제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중국내에서도 꽤 크게 흥행 할 겁니다. 어쩌면 와츠 앱을 따라잡을 수도 있을 겁니다.”
포트에는 악재나 다름없는 뉴스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라이언이 비서에게 지시했다.
“당장 임원회의 소집해. 주제는 중국 진출.”
“알겠습니다.”
비서가 황급히 전화기를 들었다.
***
[속보] 강승호 대표. 중국 비행정보 시스템 오류 해결 [속보] 원 톡 중국내 서비스 허용. [속보] 하오란 주석. 외부 SNS 점차 허용 하겠다. [속보] 중국에 허용된 외부 SNS 1호 원 톡. 시내소프트 가치 천정부지로 치솟다.엄청난 양의 뉴스가 언론을 잠식했다. 그 속보가 끝나기도 전에 새로운 뉴스가 올라왔다.
[속보] 시내소프트-GM 인공지능 ONE 사용 관련 MOU 체결. [속보] ONE 외부 API 제공 1호 기업 GM. [속보] GM 자율주행차 크루즈 두뇌. ONE으로 변경 유력.GM과 시내소프트가 협력 한다는 내용이었다. 언론의 홍보와 중국 발 호재 때문일까. 원 톡의 다운로드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그건 곧 시내소프트가 무척이나 바빠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다운로드 건 수 1억 건 돌파했습니다. 매 시간 100만 건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비스 담당자의 보고에 황호근이 기쁨의 탄성을 터트렸다.
“1억 돌파라니.”
“가입 자 수는 8천만 명입니다. 더구나 앱에 머무르는 시간도 한 달에 평균 35시간가량 입니다. 이 정도면 바나나 톡은 압살이고, 튜브넷에 필적하는 시간입니다.”
황호근이 만면에 화색을 띄며 말했다.
“ONE이 그 만큼 유용하다는 뜻이겠지.”
서비스 담당자의 표정에도 기쁨이 가득했다.
“중국 발 호재로 국내 가입자도 폭발 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거 따로 마케팅을 할 필요도 없이 대표님 자체가 마케팅인데요.”
“원 서치 상황은?”
“원 톡이 늘어나는 만큼 증가하고 있습니다. 서버만 벌써 수 십대 추가 했습니다.”
“올 연 말에 데이터 센터 완공된다고 하니까. 그때 까지만 버텨 보자고.”
“하하, 알겠습니다.”
서비스 담당자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황호근은 그 의미가 꼭 서비스 성공에 의한 것만이 아닌걸 알았다.
“거봐. 내 말대로 안 팔길 잘했지?”
“진짜 그 때 생각만 하면 아찔합니다. 스톡옵션 받은 거 이쯤에서 팔까 했는데 이러다 정말 부사장님 말대로 회사 가치가 100조를 넘길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받은 스톡옵션 안 팔길 잘했습니다.”
서비스 담당자는 기업가치가 10조 쯤 평가받을 때 스톡옵션 행사를 고민했었다. 그러나 황호근의 말에 생각을 달리했다.
-우리는 더 성장할 거라 생각하고 있어.
그 말에 고민을 그만하고 주식을 보유했던 것이다. 황호근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조금 만 더 기다려봐. 어쩌면 시가 총액 세계 1위를 제칠 수도 있으니까.”
시가 총액 1위는 망고 사.
현 시가 총액이 한화로 천조에 달하는 기업이었다. 지금 보다 10배는 더 뛴다는 말.
“그, 그렇게 까지 될까요?”
“자네도 봤잖아. 제로가 어떤 성능을 보여주는 지. 양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시중에 팔리게 되면 어떻게 되겠어? 거기에 원 톡과 원 서치 서비스는 기본 탑재 될 거야.”
황호근이 서비스 담당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스마트 시티는 또 어떤가. 그 정도면 천조로도 부족하지.”
그러자 서비스 담당자의 머리가 바빠졌다.
‘그러면 내가 가진 지분 가치가 거의 50억이 넘잖아······.’
자신의 기준으로 50억이면 평생 놀고먹어도 될 정도의 돈이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 말에 황호근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비슷한 시각.
GM회장과의 협의를 마친 승호는 집으로 돌아왔다. 핸드폰으로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고 있었지만 받지 않았다. 아마 중국에서 있었던 일 덕분이리라.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나온 승호가 쇼파에 앉았다.
“중국에서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야.”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일이 풀렸다. 이로써 누구도 뚫지 못한 중국 시장을 개척했다. 세계 1위 서비스로 올라갈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제 제로를 정상적으로 출시하고, 부산과 디트로이트에 만들어질 스마트 시티만 제대로 한 다면 수익 구조도 탄탄해 지겠어.”
뿐만 아니라 시내소프트는 거대한 도약을 시작 할 것이다. 현재 주 수익원은 엔진 S로부터 들어오는 로열티. 그리고 ZONE 서비스 판매 수익. 단 두 가지.
여기에 스마트 시티와 제로 판매 그리고 ONE 외부 연동에 대한 수익이 합쳐진다면 세계 10위권 기업에 드는 건 일도 아니리라.
그렇게만 되면.
원 톡, 제로, 스마트 시티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여기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이용해 ONE은 더욱 발전하게 되리라.
사업에 대한 생각 정리를 마친 승호는 이성욱이 보내온 자산관리 현황을 살펴보았다.
-총 자산 현황(시내소프트 주식 제외) : 5,100억.
최근 비상장 사 인 시내소프트 내부 주식을 매수 하느라 현금 소모가 많았다. 덕분에 회사 지분율은 79%까지 치솟아 올랐지만 보유 주식을 제외한 자산은 절반으로 줄어 들었다.
“쩝··· 중국 비행정보시스템 오류 건도 돈을 받고 해결 해 줬어야 했는데.”
생각해보니 아쉬웠다.
“뭐, 원 톡을 허용해 줬으니 이걸로 된 건가.”
승호의 시선이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갔다. 총 자산 현황은 두 가지로 표시되어 있었다.
-총 자산 현황(시내소프트 주식 포함) : 75조 9,230억.
현재 시내소프트는 비상장사.
회계 법인을 통한 기업 가치 평가에서 그 성장세를 인정받아 100조원 가까이 되는 기업 가치를 평가 받았다. 원 톡의 중국 서비스가 본격화 되고, 제로 양산이 본격화 된다면 그 가치는 한 번 더 뻥 튀기 되리라. 자산 현황을 살피던 승호가 창가로 다가갔다. 한 강을 보는 승호의 표정에는 고심이 가득했다.
“이쯤 되면 상장을 시켜야 하나······.”
별도 가지고 있는 법인인 제로원은 절대 상장 시킬 생각이 없었다. 최초 시내소프트도 상장 시킬 생각이 없었으니 최근 돈 들어갈 일이 많아졌다. 원 톡과는 달리 제로와 스마트 시티에는 초기 투자 금이 수 천 억 단위로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선진라인 자동차 지분 인수에도 너무 많은 돈을 써서 사내에 돈이 별로 없어.”
거기에 내부에서도 상장에 대한 말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더구나 원 톡에 원 서치까지 출시했으니 상장을 하는 것이 시기적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상장은 계속 고민해 오던 주제였다.
결심만 남은 상황.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상장하는 것이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침 각국 최고 권력자들이 시내소프트의 상장을 원하기도 했고.
“그러면 어디에서 상장을 하는 게 좋을까.”
하오란.
토마스.
홍상훈.
그 세 사람의 공통점은 각각 미국, 중국, 한국의 최고 권력자이기도 하지만 승호에게 같은 말을 했었다.
-자국에 시내소프트를 상장해 달라. 최대한 도움을 주겠다.
수 년 간 법인세 감면 같은 각종 혜택들을 제공하겠다며 적극적으로 구애 했었다.
“어디가 좋을지 한 번 간을 볼까.”
별 다른 혜택이 없다면 굳이 한국에서 상장 시킬 계획은 없었다. 어차피 시내소프트는 자신이 지분을 80%를 가진 소유주나 마찬 가지. 어디서 상장 시킬 것인지는 자신의 마음이나 다름없었다. 생각을 마친 승호가 황호근에게 전화를 걸었다.
“생각해 봤는데, 시내소프트 상장 시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전화기 너머로는 당연히 좋다는 말이 들려왔다.
“한, 미, 중. 이 세 나라 중 한 곳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다들 쌍수를 들고 환영할 테니 어디가 어떤 조건을 제시하는지 한 번 확인해봐 주세요.”
그 말은 예상치 못했는지 핸드폰 너머로 당황한 음성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