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92)
탑 코더-192화(192/303)
# 192
모두가 원한다
전화를 끊은 박신우가 다급한 표정으로 국장실을 찾아갔다.
“국장님, 시내소프트 상장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국장의 반응은 시큰 둥 하기만 했다.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오늘 결재해야 할 서류들을 살피고 있었다.
“그래서 뭐. 그거야 어차피 증권거래소에서 심사할 일이잖아.”
“만약 한국에서 상장 안 하겠다고 하면요?”
그제야 국장의 고개를 들고 박신우를 쳐다보았다.
“뭐? 무슨 말 도 안되는 소리를.”
“한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상장 한다면 어쩌실 거냐고요.”
국장의 표정에 다급함이 서렸다.
“앞, 뒤 자르지 말고. 자세히 말해봐.”
“방금 시내소프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상장을 고려하고 있는데 꼭 한국에서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래도 그간 쌓아온 관계가 있으니 미리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연락을 드렸다. 이 말이 무슨 뜻이겠습니까?”
박신우의 말에 국장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정부 지원은 지금도 충분히 하고 있잖아. 직접 지원금에서부터 세제 혜택 까지. 그걸로 부족하다는 말이야.”
“더 달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국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 거렸다.
“헐··· 강승호 그놈 완전 날 강도 아냐?”
그 말에 박신우가 픽 헛웃음을 터트렸다.
‘정부 지원 사업에 빽으로 다른 기업 꽂으려던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말을 삼킨 채 박신우가 입을 열었다.
“날 강도 일수도 있겠지만 중국이나 미국이 모종의 제안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이 최초로 원 톡의 자국 내 서비스를 허용 했습니다. 왜겠습니까.”
“그, 그거야 강승호가 중국 비행정보 시스템 오류를 해결했기 때문이잖아. 꽤 많은 사람들을 구했다며.”
“그러면 이렇게 물어보겠습니다. 강 대표가 왜 그 문제를 해결 했을까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인데. 국장님 말씀처럼 날 강도가 그런 일 한 적 본 일 있습니까?”
국장이 침음을 삼키며 입을 다물었다. 박신우가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먼저 강 대표를 날 강도라 생각하고 접근 하면 안 됩니다. 그는 기업인입니다.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세계를 놀라게 한 업적을 이룬 겁니다. 덕분에 국장님이나 저도 인사고과 꽤나 잘 받았잖아요. 좋은 기업을 선택한 덕분에.”
국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어떻게 해서든 국내에서 상장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앞으로 제로가 본격적으로 양산 되고, 스마트 시티 까지 잘 마무리 되면 시내소프트 주가는 날아갈 겁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국장이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내 손가락을 튕기며 입을 열었다.
“주식 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시중 유동 자금을 흡수 할 수 있겠지. 유입된 자금은 투자에 사용되어 꽤나 많은 사람을 고용 할 수 있을 테고.”
“그렇게 되면 부동산에 쏠린 돈이 다른 쪽으로 가면서 집값이 안정화 될 수도 있습니다. 정부 정책의 역점인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되는 거죠.”
“더불어 투자가 활성화 될 수도 있겠어. 시내 소프트를 선도 기업으로 인공지능 개발 붐이 일어나고, 관련 산업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테니까.”
“네. 이른 바 낙수효과가 생길 겁니다. 시내소프트가 기업 공개로 모은 자금을 사내 유보금으로만 쌓아두지 않고 투자에 활용한다면 경제 환경이 꽤나 좋아 질 겁니다. 현재 시내소프트는 중국이 서비스를 허용할 만큼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기업이니까요”
국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 대표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으니까.”
강승호라는 호칭은 어느새 강 대표로 바뀌어 있었다. 승호에 대한 국장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뜻이었다.
“단순히 주식 시장에 기업하나가 추가 되는 의미가 아닙니다. 시내 소프트의 상장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만약 다른 나라에서 상장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거기에서 모인 자금의 많은 부분이 그 나라에서 사용 될 겁니다”
살짝 흥분한 박신우가 목청을 키웠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시내 소프트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핫 한 기업입니다.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를 양산하고, 인공지능으로 포트를 이긴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기업이 상장했다는 홍보 효과 역시 어마어마할 겁니다. 그런데도 왜 꼭 한국에서 상장해야 하는지 더 설명해야 합니까?”
마른 침을 삼킨 국장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TF 팀 구성하자.”
“진작 그렇게 나오셨어야죠.”
***
TF 팀은 시내소프트에도 만들어졌다. 황호근을 TF팀 팀장으로 상장 준비만 하는 팀이었다. 어느 나라에서 어떤 상장 주관사를 선택 할 지에서 부터 몇 주를 얼마에 상장 시킬지. 그 사항들이 A4 용지 한 장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승호에게 보고되었다.
나스닥.
코스닥.
상하이증권거래소.
각각에 상장 했을 때의 장점과 단점. 각 나라에서 요구할 만한 사항들이 정리된 표였다. 그 표를 설명하던 황호근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그런데 중국은 아직 국무원 승인이 나지 않아 해외기업이 상장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승호가 보고서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답했다.
“괜찮습니다. 만약 시내소프트가 상장하겠다고 하면 바로 국무원 승인이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황호근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자신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벌써 3년 전부터 검토 중인 사안이었다. 3년 동안 허가 되지 않은 일이 승호가 하겠다고 하면 된다?
‘비행정보 처리 시스템 건 해결로 중국에서도 입지를 탄탄히 다진 모양이네.’
원 톡도, 해외 기업 상장도 승호가 나서자 된다는 말에 놀라 우면서도 뿌듯했다.
“그러면 중국 쪽도 적극적으로 검토 하겠습니다.”
“네. 코트라 통해서 상무부 쪽 연결 해 달라고 하면 중국에서 먼저 나서서 방안을 들고 나올 겁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이 안을 가지고 협상에 나서야겠군요.”
“네. 그래서 상장사는 글로벌 금융 기업으로 선정하려고 합니다. 어디에 상장 하던지 괜찮은 안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그렇게 몇 가지 사안을 더 논의 하고 황호근이 보고를 마쳤다.
그 보고가 끝나자마자 비서가 들어왔다.
“대표님. 박 사무관님 도착 하셨습니다.”
그 말에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뒤를 황호근이 따랐다. 박신우가 있는 곳은 5층에 마련 된 대 회의실. 그곳으로 가기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복도를 지나야 했다. 그때 마다 마주친 직원들이 인사를 해왔다. 승호가 살짝 목례를 하며 직원들을 스쳐지나갔다. 이내 회의실에 도착하자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났다. 한국 증권 거래소를 비롯해 박신우가 속한 중소벤처기업부 소속 공무원들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먼저 박신우가 인사를 했고, 뒤 이어 부처의 국장을 비롯해 증권 거래소 사람까지 차례대로 승호에게 인사를 건넸다. 마지막으로 승호가 한 마디를 던졌다.
“안녕하십니까. 강승호입니다.”
불과 수 년 전.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수 시간을 대기했다가 발표했던 때와는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승호가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오늘 이 자리는 박 사무관님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자리입니다. 박 사무관님과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오늘 이 자리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말을 마친 승호가 박신우를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박신우도 고마움을 담은 눈빛을 보내왔다. 박신우가 증권 거래소 직원을 보며 말했다.
“그럼 먼저 증권 거래소 브리핑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러자 거래소 직원이 PPT를 켜고 열심히 설명을 시작했다. 한국 증권 거래소 연혁에서부터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까지. 승호는 그저 듣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열성적인 브리핑이 끝나고 박신우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다음은 정부 지원 사항입니다. 핵심은 시내 소프트가 최근 급격하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이미 대기업 군에 분류 되어야 하나 벤처기업 지원 조례에 따라 그 기한을 최대 5년까지 유예 해드린다는 것입니다. 화면을 보시면서 좀 더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이내 화려한 PPT 화면과 함께 박신우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프레젠테이션은 근 한 시간가량 진행되었다. 그 사항을 승호는 황호근 그리고 사내 상장 추진 TF팀 팀장과 함께 들었다. 그 브리핑이 전부 끝난 후 박신우가 돌아가고 황호근이 짧은 탄성을 터트렸다.
“휴우··· 살다 살다 절대 갑이라는 공무원한테서 프레젠테이션을 받아보고. 마치 진짜 재벌이 된 것 같습니다.”
승호의 입 꼬리가 스르륵 위로 올라갔다.
“하하, 부사장님 자산이 얼마 인지 모르세요? 그 정도면 재벌 맞습니다.”
“아···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
“시내소프트 기업 가치는 또 어떻고요. TF 팀장님 기업 가치가 얼마 나왔다고요?”
“정확히 101조 나왔습니다. 앞으로 4개월 뒤 제로 양산이 본격 시작 될 때 쯤 150조 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무려 150조짜리 회사를 경영하고 계시는 겁니다.”
그 말을 다시 TF 팀장이 받았다.
“국내 기업 시가 총액 기준으로 선진에 이어 2위입니다.”
황호근도 알 고 있었다. 이미 상장 TF 팀을 관리하며 수도 없이 들었던 숫자였다. 그러나 아직 상장이 되지 않아서 일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정말 멀리 왔습니다.”
그러나 승호가 느끼기에는 아직 부족했다.
“선진이 현재 300조 인가요?”
“네. 맞습니다.”
“5년 안에 제치는 게 목표입니다. 그러려고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모으는 거고요.”
“그, 그래.”
“천 조 까지 달리기 위한 연료. 지금 그 연료를 모으는 작업입니다. 최선을 다해주세요.”
황호근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청와대 내부 한 회의실.
참모진들이 모여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경제수석이 강한 어조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지금도 창업 벤처 기업으로 법인세를 50%나 감면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70%씩이나 감면해 주다니요.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 고려는 안하십니까.”
그러자 경제수석의 밑에서 중소기업 관련 분야를 담당하고 있던 참모가 입을 열었다.
“수석님 시내소프트는 특이 케이스입니다. 최근 5년 사이에 급격한 성장을 이룩했습니다. 벤처 관련 법안에 의하면 창업 벤처의 경우는 창업 5년까지는 50% 혹은 그 이상의 법인세를 감면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간을 추후 3년간 더 연장해 줄 수 있고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금 시내소프트 시가 총액이 100조를 넘습니다. 대기업을 넘어서 재벌급이에요. 그런데도 국내 상장을 위해 법인세를 70% 까지 면제해 주자니. 안될 말입니다.”
갑론을박을 지켜보던 정책 실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어차피 현재 시내소프트가 기업 공개로 모은 돈은 대부분 공장 건설이나 데이터 센터 건설 혹은 R&D 비용에 들어가는 것 아닙니까? 그런 경우 법인세 감면 혜택이 있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그것과 일률적으로 70% 감면해주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자칫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그 사이 보좌관 한명이 다가와 정책실장에게 귓속말을 전했다. 정책 실장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방금 미 토마스 대통령이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고 합니다.”
정책실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보좌관이 노트북을 들어 트위터에 남겨진 글을 보여 주었다.
토마스 : 땡큐, 시내소프트. 미국은 당신을 원합니다.
정책실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경제수석은 입을 꽉 다물었다. 비서 한 명이 보란 듯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시내소프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