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94)
탑 코더-194화(194/303)
# 194
제로 정식 출시
시가 총액 170조.
그 숫자를 보고 있는 고동만의 마음이 편치 만은 않았다.
“이번 기업공개로 시내소프트에 쌓인 돈만 20조가 넘는다는 군. 우리나라 최고의 현금 부자가 되었어.”
“시중에 돌아다니는 유동자금의 10% 이상을 흡수했다는 말까지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집값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고요.”
“시내소프트 효과 말인가?”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시내소프트 상장으로 시중 유동 자금을 흡수해 주식시장에 활력이 돌고 국민들의 시선이 부동산이 아닌 기업으로 향하게 했다.”
“또한 인공지능 창업 붐을 일으켜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 진정한 의미의 낙수효과를 만들어냈다. 하여간 펜대 굴리는 놈들이 만들어내는 내용이란.”
“그래도 완전히 없는 말은 아닙니다. 시중 유동 자금의 많은 부분이 주식 시장으로 흡수된 건 선진 경제 연구소에서도 확인한 사실입니다.”
그 말에 고동만이 입을 꾹 다물었다.
“휴우··· 그야 말로 시내소프트의 시대구만. 이제 20조원에 달하는 총알까지 생겼으니 앞으로 더 날아갈 일만 남았어.”
“그렇게 단번에 될 일은 아닙니다. 선진도 사내 유보금이 300조가 넘지만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고동만이 고개를 주억 거렸다.
“하긴 그도 그렇군. 그래도 성장세가 가파른 기업에게 20조란 돈은 단물 정도가 아니라 새로운 물꼬를 틀수 있는 마중물로 차고 넘치는 돈이지. 몇 번의 실패도 허용 될 테니까.”
“걱정 되십니까?”
“물론. 그래서 더더욱 앞으로 이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 가는 지가 중요해.”
“제 생각에는 아마 제조 업 쪽으로 눈을 돌릴 것 같습니다. 그 정도의 자금을 소모하는데 제조만 한 게 없으니까요. 바이오 쪽은 강 대표님이 문외한이나 마찬가지니 손대지 않을 것 같고.”
비서의 답에 고동만이 턱을 만지작거렸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스마트 폰이나 자동차. 둘 중 하나는 시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동차는 이미 선진라인 자동차 지분을 보유하고 있잖아. 그런 데 또 자동차 산업에 나선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상당하니까요. 그게 아니라면 ONE API 개방을 시작으로 인더스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 할 지도 모릅니다. 데이터 센터 구축 한다면 충분히 덤벼볼 만한 시장이니.”
고동만은 미간을 찌푸린 채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잠시 생각을 하던 고동만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에는 뭐랄까. 그런 기존의 산업들은 시내소프트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제조업을 하긴 할 것 같은데 이미 존재하는 산업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스페이스 X처럼 우주 쪽을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드론이나··· 로봇?”
로봇.
그 말에 고동만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존의 로봇 시장은 사실 없는 것이나 마찬 가지일 정도로 작아. 그러나 거기에 강승호가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까. ONE을 탑재한 로봇이 시중에 출시된다면 어마어마하게 팔리지 않을까?”
“그건··· 프로그래밍 능력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지 않습니까. 전자 분야에서부터 기계분야 까지 전문 지식을 갖춰야 하는 일인데. 강 대표가 가능할까요?”
“나도 처음에는 그저 코딩 좀 잘하는 친구 인줄 알았어. 그런데 좀 잘하는 정도가 아니었지. 그리고 어느 순간 NPU 설계도에도 관여하고 있더군. 깜짝 놀랐지. 어라? 집적회로 설계도 할 줄 알았어?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어.”
“비행기 사건을 말씀 하시는 거군요.”
고동만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집무실 한쪽에 뻥 뚫려 있는 창가로 향했다.
“맞아. 비행기 사건. 그때 이런 생각이 들더군. 0과 1의 세상에서 그가 모르는 건 없다. 물론 너무 과장된 생각이란 건 알고 있어. 또한 로봇의 제어 부는 0과1로 이루어져 있지만 관절 부는 신소재를 비롯해 전문적인 기계 공학의 영역이라는 거.”
약간 길어진 설명을 비서는 묵묵히 듣고 만 있었다. 지금 고동만이 하고 있는 이야기는 시내소프트의 미래이자 앞으로 선진이 꼭 알고 있어야만 하는 내용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고 서로를 끌어당긴다. 강 대표 정도의 천재성이면 그 이름아래 수많은 인재들이 모여 들 것이고, 정말 인간처럼 행동하는 로봇을 만들어내는 것도 문제는 아닐 거야. 로봇에게도 인간에게도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고동만이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 머리니까 말이야.”
정말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비서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가 정말 새로운 로봇을 만들어낸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기에.
***
같은 시각.
승호는 회사에서 새롭게 들어온 개발자들의 대면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인사하세요. 서현석 팀장님 이십니다.”
그 말에 개발자들이 박수를 보냈다. 승호가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은 박찬우님.”
넥스터에서 넘어온 AI 개발자였다. 시내소프트는 팀장이 아니면 전부 팀원. 개발자는 단 두 가지 직급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직을 한 서현석은 팀장급으로 넥스터에서 팀장급으로 근무했던 AI 팀장은 팀원 급으로 받은 것이다.
“박찬우님은 앞으로 예카테리나 팀장님과 함께 일하게 될 겁니다. 소문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예카테리나 팀장님이 만만한 분이 아니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예카테리나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대표님.”
“하하, 그 만큼 실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니까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서 팀장님은 원 톡과 원 서치 쪽에서 활동해 주실 겁니다. 다들 아시다 시피 서 팀장님은 이미 바나나 톡에서 꽤나 명성을 날리셨던 분이니 충분히 잘 해내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간단한 인사를 끝내고 승호가 본격적으로 일 이야기를 시작했다.
원 톡과 원 서치는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스마트 시티는 한창 건물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당장 시내소프트가 할 일은 협력 업체들과의 끊임없는 테스트.
각종 센서류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를 지시하고, 그에 맞는 액션이 이루어지게 하는 일이었다. 그건 당장 하루 이틀 만에 되는 일은 아니었다.
현재 가장 시급할 일은 제로 출시.
지금 공장에서는 한창 양산을 위한 테스트가 진행 중이었다. 그 테스트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양산이 시작 되고, 판매가 시작되는 것이다. 승호는 그 전에 준비해야 할 사항을 확인했다.
“제로가 출시되면 아마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가 빠르게 쌓을 겁니다. 인프라 팀장님.”
승호가 앉아 있는 최기훈을 보며 물었다.
“예비 서버 확보는 끝났습니까?”
“네. 현재 100여대 가량 확보해 두었습니다. 각 시스템들에 대해서 핵심 시스템의 경우에는 지역 별로 이중화까지 시켜 두었습니다.”
“갑자기 부하가 많아 질 수 있으니 인프라 팀에서 수고 좀 해주세요. 다들 아시겠지만 제로는 한국과 미국에 우선적으로 출시 될 겁니다. 다른 나라에도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구축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순차적으로 출시를 진행 할 거고요.”
“말씀 하신대로 레이턴시를 줄이기 위한 각종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데이터 센터 건설에서부터 인더스 클라우드 사용. 혹은 해당 나라에서 운용되고 있는 데이터 센터 매입이나 장소 임대 같은 다방면으로 고려중에 있습니다.”
승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방안이 추려지면 제게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묘안이 있다면 다들 기탄없이 말 씀 해 주시고요.”
다음으로 승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예카테리나 였다.
“예카테리나 박사님. 현재 자율주행 관련 ONE의 성능 향상은 어디 까지 진행 됐습니까?”
“자체적으로 만든 지표인 SDI(self-driving index) 수치가 891 까지 올라 왔습니다. 출시 전까지 900대에 도달 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SDI는 시내소프트가 만든 표준으로 1000이 되면 완벽한 자율 주행차라는 의미였다. 자체적인 평가에 따르면 제로는 891. 포트의 애니웨어는 700후반으로 평가 하고 있었다. 이제는 표준을 만들고 그걸 사용하는 수준 까지 올라온 것이다.
“저도 시간을 내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출 시 전 까지 900대를 목표로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승호는 빠르게 다음 말을 이었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제로가 출시 된 후 한 달 뒤에 데이터 센터가 완공된 다는 겁니다. 그러면 대대적인 마이그레이션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다들 아시다 시피 그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니까요.”
마이그레이션.
선진데이터 시스템에서 운용되고 있는 서버를 옮기는 작업이었다. 그저 서버를 떼다가 옮기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서버를 떼는 순간 기존 서비스는 멈추기 때문이었다. 기존 서비스가 멈추면?
제로도 멈추고, 원 톡도 멈추고 전체 서비스가 중단된다. 그 짧은 기간을 소비자들이 기다려 줄 리 없었다. 그렇기에 데이터 센터에 새로운 서버를 구매해 데이터와 프로그램을 올리고, 점차적으로 기존 서버를 죽이고, 데이터 센터 쪽 프로그램을 돌리는 일이 필요하다. 겨우 몇 마디 문장이었지만 그 뒤에는 수 십 쪽의 문서가 필요할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서현석이 나섰다.
“마이그레이션은 바나나 톡에서 몇 번 진행했었습니다. 원 톡이나 원 서치 마이그레이션은 제가 맡아서 진행하겠습니다.”
“그러면 그 쪽은 서 팀장님이 맡아 주시면 되겠군요. 이제 제로 쪽 서버와 ONE 시스템이 문제 인데······.”
승호의 시선이 닿자 다들 시선을 회피했다. 개발과 마이그레이션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지식보다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했다. 승호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ONE과 제로는 저와 예카테리나 박사님 그리고 동수. 채원씨 이렇게 진행 합시다. 어차피 기간이 좀 남았으니까. 그전에 준비 좀 해두세요.”
셋 이 동시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12월 1일 제로가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미국 실리콘 밸리. 한국의 부산 동시 출시.
제로 출시 일이 결정되고 대대적인 광고가 방송을 탔다. 아직은 제로를 구매해도 탈 수 있는 곳은 한 정되어 있었다. 미국 실리콘 밸리와 한국의 부산.
그러나 그 지역은 점점 늘어날 예정이었다. 부산에서 안정적인 운행을 선보이면 경상북도 그 다음은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이런 식으로 지역을 넓혀가는 것이다. 그건 미국에서도 마찬 가지였다. 그 운행 상황을 살펴보고 다른 나라에서도 제로의 시판 결정을 내릴 생각이었다. 이미 전 세계를 돌며 선보인 시연회 덕분에 우호적인 여론은 형성되어 있었지만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결국 은 출시 보류 판정을 내린 것이다. 그 사실을 금현자동차의 정준구도 알고 있었다.
“이제 다음 달이면 출시 일이지?”
“맞습니다. 다만 운행 지역은 부산과 실리콘 밸리로 제한됩니다.”
“우리 쪽 개발 진행 상황은?”
비서가 입을 꽉 다물었다. 정준구가 담배를 잡으려던 손을 멈추었다. 아버지 때문에 생긴 건강염려증 때문이었다.
“지금 국내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지만 자율 주행차가 시중에 팔리기 시작하면 아무 의미 없는 숫자라는 거 잘 알거야. 일단 우리 협력사들한테 제로 쪽에 부품 공급하면 우리 쪽이랑 계약 어려울 거라 전하고, 운전 잘하는 친구 한 명 섭외해봐.”
정준구가 그러면서 비서를 향해 눈짓을 보냈다. 이미 함께 일해 온지가 5년이 넘었다.
척하면 착.
“그렇게 처리 하겠습니다.”
“나가봐.”
문제가 터지면 전부 자신의 몫이 될 테지만 비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제로 정식 출시 >
부산.
제로 자동차 전시장에 취재진이 잔뜩 몰려 있었다. 제로의 정식 출시 행사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제로는 선진에서도 중점 사업 중 하나였기에 김희건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시내 소프트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것 축하드립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선진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도움이라니요. 다 시내소프트 기술이 뛰어났기 때문이지요.”
승호는 표정의 변화 없이 답했다.
“물론 소프트웨어 에서는 시내소프트가 꽤 앞서가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협력 업체를 섭외해 실제 스마트폰을 만들거나 자율 주행차를 만들어내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한 두 대의 컨셉 카를 만들어내는 것과 수 천 수 만대를 양상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김희건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승호를 보았다.
‘꽤나 냉정해. 이래서 시내 소프트가 계속 성장하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도 잠시였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고 행사 시작을 알렸다.
-지금부터 제로 정식 출시 1호차 계약의 주인공을 모셔보겠습니다.
재계 서열 1, 2위가 동시에 있기 때문인지 사회자도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행사장에는 부산 시장을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그리고 국무총리 까지 직접 나와 있었다. 모두 세계 최초 자율 주행 차의 정식 출시를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그 사실이 사회자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괜한 헛기침을 한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흠··· 흠. 행사장 입구로 주인공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사전에 말씀을 나누어보니 차를 계약하기 위해 어제 아침부터 대기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럼 주인공님께 마이크를 한 번 넘겨보도록 하겠습니다.
-1호 계약자가 되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십니까.
그렇게 막간을 이용한 인터뷰가 지나가고,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차를 타고 어디를 가장 먼저 가실 생각이십니까?
-집으로 가겠습니다. 어제부터 제대로 씻지를 못해서.
-어제부터 기다리셨다니 빨리 가서 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 같습니다.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고, 자동차 키 양도에서부터 계약서 작성까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그렇게 행사가 마무리 되고, 1호 계약자가 차를 타고 떠났다.
자율 주행 차 1호.
그 남다른 의미 때문에 여러 언론이 마치 호위라도 하듯 차를 뒤따르며 취재 경쟁을 펼쳤다. 덕분에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부산 시내 교통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빠아앙!
-빵!빵!빠아아앙!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야 이 새끼야 운전 똑 바로 해!
경적 소리가 난무하고, 흥분한 운전자가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고함을 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모습들이 언론을 통해 생방송으로 고스란히 생중계 되었다. 자율주행 차가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마다 아나운서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재빨리 오디오를 채웠다.
-하하, 몇몇 운전자 분들이 흥분을 하셨나 봅니다.
-그러면 2 호차 상황 살펴보겠습니다.
그 말에 화면이 바뀌었다. 취재차량은 1호만이 아니라 2호, 3호 차에도 언론 취재 차량이 따라 붙었다. 이렇게 생중계 할 수 있었던 건 이미 각 차량 소유자들과 협의된 바였다. 언론의 취재를 허용해 주는 대신 차량 가격을 할인해 주었다. 소비자는 할인을 받아서 좋고, 시내소프트는 공짜로 마케팅을 할 수 있어 좋은 일이었다.
-2호차는 현재 아주 안정적인 운행을 보여 주고 있는데요. 제로 택시 운행으로 쌓인 노하우가 반영된 모습입니다. 2호차를 쫓고 있는 기자를 연결 해보겠습니다. 2호차, 2호차 연결 됐습니까?
그러자 화면이 또 다른 곳을 비추었다. 화면에서는 2호차를 따라 붙고 있는 취재차량 내부에서 기자가 마이크를 들 고 있었다.
-네 2호차는 현재 수안 역을 지나고 있습니다. 과연 제로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 까지 운행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제로 택시가 지난 수개월 동안 단 한건의 사고 일으키지 않은 게 결코 운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화면이 다시 스튜디오로 넘어갔다.
-2호차도 안정적으로 운행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마지막으로 3호차 쪽 나가있는 취재 차량 연결해보겠습니다. 3호차.
메인 아나운서의 말에 다시 화면이 바뀌었다. 그러나 화면이 기존 다른 차량들에 비해서는 많이 달랐다. 일단 차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멈춰 있었다. 이에 이상함을 느낀 아나운서가 물었다.
-3호차. 3호차 상황은 어떻습니까? 여기서는 멈춰 있는 걸로 보이는데요. 혹시 신호대기 중입니까?
-아, 아닙니다.
방송으로 들리는 기자의 음성에는 당황이 가득했다.
-혀, 현재 3호차는 사고로 잠시 멈춰 있는 상황입니다.
-사고요? 지금 사고라고 하셨습니까?
-네. 다행히 인명 사고로 까지 번지지는 않았지만 현재 접촉 사고로 경찰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제로가 낸 최초의 사고로 주변 시민들까지 몰리면서 이곳 일대는 교통이 마비된 상태입니다.
-제로가 사고를 냈다고요? 그러면 제로에게 과실이 있다는 뜻입니까?
-아, 그건 경찰이 와서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방금 도착한 보험사 직원이 먼저 상황을 파악 중입니다.
그 소식은 속보라는 제목을 달고 전국으로 전송되었다.
[속보] 제로 첫 교통사고 발생. 가해 차량 여부 확인 중. [속보] 제로 교통사고로 부산 시내 교통마비. [속보] 자율주행 차 이대로 괜찮은가? [단독] 자율 주행 차사고 발생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단독] 핸들조차 잡지 않은 운전자. 사고 책임의 당사자가 될 수 있을까.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객관적인 사실은 사고 책임에 대한 논의로 까지 확장되었고, 그 사실은 당연히 승호의 귀에도 들어갔다.
***
예정되어 있던 일정을 전부 중지되었다. 승호는 부산의 한 호텔 방에서 김희건을 비롯해 양사의 임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김희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지금까지 사고 한 번 나지 않았는데.”
승호가 무겁게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어쨌든 우리가 책임 져야 합니다. 운전자는 개입하지 않았으니까요.”
아직 법과 제도가 정비되지는 않았지만 회사에서 책임 질 생각이었다. 미국에서 정비되고 있는 자율 주행 차 관련 법안에서도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 차의 경우에는 제조 회사에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되면 여론이 악화될 위험이 큽니다. 100번 좋은 모습을 보여도 한 번만 실수하면 돌아서는 게 대중이니까요. 오히려 그래서 더 상황이 악화될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책임지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알아봐야겠지만 아마 제로의 과실은 없을 겁니다. 제로는 안전운전을 제 1의 원칙으로 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느리게 가더라도 안전하게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런데도 사고가 났다.”
잠시 엄지로 미간을 긁적거린 승호가 말을 이었다.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겁니다. 본사 개발진이 로그를 분석 중이니 곧 그 이유가 밝혀질 겁니다.”
“이유가 밝혀진다고 해서 돌아선 민심을 다시 돌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건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니까요.”
“우리 모두 언젠가 이런 일이 발생할 거라 예상 하지 않았습니까. 자율 주행 차 끼리 운행을 해도 사고가 날 텐데 지금은 일반 자동차들 사이에서 제로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시기가 너무 안 좋아서··· 지금 국민들 사이에서 제로는 ‘완벽’ 그 자체인데 하필이면 출시 첫날 이런 일이 생기다니 쩝. 아쉬워서 그렇습니다.”
김희건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승호도 아쉬웠다. 언제가 사고가 날 거라 생각은 했지만 그게 오늘은 아니었다. 그 둘에게 비서가 다가왔다.
“대표님 연결 시켰습니다.”
살짝 고개를 끄덕인 승호가 김희건을 보며 말했다.
“그럼 저도 로그를 살펴봐야 해서.”
“알겠습니다. 수고 해주세요.”
그리고 한 시간 정도가 흘렀다. 그 한 시간 동안 승호는 열심히 로그를 살펴봤다. 당시 ONE이 어떤 데이터를 받았고, 어떻게 움직였는지.
[INFO] : The database engine attached a database [INFO] : Current state is Absent. Target state is Installed. Client id: UpdateAgentLCU. [INFO] : 0x0000013a (0x0000000000000011, 0xffff90075f000100, 0xffff90075ef0b360, 0x0000000000000000).······.
로그를 충분히 살펴봤지만 시스템 자체에 오류는 없었다. 그렇다면 제로는 정상적으로 반응했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였다.
첫 번째 상대 운전자의 과실이다.
두 번째 제로가 사고를 내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만약 두 번째라면 문제가 커질 수도 있었다. 제로의 자율주행 관련 로직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 봐야 한다. 그러나 또 한 가지 경우의 수가 있었다.
“방송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지만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낸 사고라면······.”
이미 그런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내려오는 유모차를 막았고, 금현이 만들어낸 자율 주행 차 테스트에서도 ONE은 그런 경우에 대해 충분히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승호는 ONE을 믿기로 했다.
“일단 교통사고 전문가를 불러서 정확한 사고 내용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이라면 충분히 가능해. ONE은 문제없다.”
그러나 바깥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았다.
***
3호차 량을 뒤쫓던 KBC 기차 안명기는 사고가 나는 순간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특종이다.’
시내소프트에서 출시한 제로는 현재 전 세계 적으로 자율주행차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그런 자동차가 출시 첫 날 사고를 일으켰다. 자부심에 조금 스크래치가 날지언정 그걸 보도하는 자신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큰 이득이었다. 약간 흥분했기 때문일까. 안명기의 목소리가 조금 빨라졌다.
“저는 지금 제로의 첫 번째 사고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보시고 있는 자동차는 3번째 출고된 차로 앞서 출고된 두 자동차와 동일한 차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 지금 제로 운전자 분이 인터뷰를 진행하신다고 합니다.”
KBC 만이 아니라 여러 방송사에서 경쟁하듯 취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운전자가 몇 개의 마이크를 손에 들고 기자들 앞에 섰다.
“당시 상황이 어땠 습니까?”
한 기자의 질문에 운전자가 답했다.
“신호가 막 노란 불에서 빨간 불로 바뀌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출발하나 싶었는데 차가 약간 옆으로 이동하나 싶더니. 쿠웅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자 피라냐떼 마냥 기자들이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자율주행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말씀이신가요?”
“아··· 뭐. 꼭 그렇다고 하기 보다는 약간 이상했다. 뭐 그런 뜻입니다.”
“그러니까. 평소 운전자 분이 직접 운전하셨다면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거라 이 말씀 아니신가요?”
교묘한 질문에 운전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바로 속보로 뉴스가 올라갔다.
[속보] 제로, 결국 사고 치다. 자율주행자동차 이대로 괜찮은가. [속보] 제로 운전자. 자신이라면 이렇게 운전하지 않았다.······.
대부분이 제로를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내용이었다.
< 제로 정식 출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