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96)
탑 코더-196화(196/303)
ⓒ (196)
호텔을 나와 차에 올라타는 승호는 비서는 직감했다.
‘일이 뭔가 잘 못 됐다.’
승호의 얼굴이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이럴 때 마다 뭔가 큰 일이 벌어지고는 했었다. 비서가 조심스럽게 승호를 불렀다.
“대표님.”
“바로 호텔 방으로 갑시다. 알아볼 일이 좀 있으니.”
비서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호텔로 움직이는 내내 굳어진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차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호텔에 도착한 승호가 비서를 보며 말했다.
“앞으로 아무 연락도 받지 않겠습니다. 내가 먼저 연락할 때 까지 들어오지 마세요.”
이번에도 비서는 그저 고개를 숙이며 방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방을 나온 비서가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큰일이 벌어질는지.”
걱정이 앞서는 비서였다.
문을 닫은 승호는 바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해당 전화번호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다크 웹.
이미 그곳에는 각종 포털 계정 정보나 핸드폰 사용자 정보 같은 개인 정보들이 수시로 거래 되고 있었다. 번호를 올리자, 답변은 금세 올라왔다. 물론 돈은 다크 코인으로 지급되었다.
-가입자 명 : 최진혁
-가입자 주소 : 부산 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주민등록 번호 : 630401-xxxxxxx ······.
우리가 휴대폰을 사용할 때 적는 대부분의 정보가 기입 되어 있었다. 승호는 이 정보를 이용해 가입자와 관련된 정보를 닥치는 대로 수집했다. 다크웹 만이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총 동원했다.
그렇게 찾아낸 최호남의 사무실 주소.
시간이 꽤 걸렸지만 그가 사무실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결국 IP 정보 까지 확인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승호는 손바닥을 비비며 중얼 거렸다. 어차피 봐줄게 없는 상대였다. 인공지능에 온 역량을 쏟아 붙었던 것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 부울 생각이었다.
타닥.
타다다닥.
타다닥.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이 춤을 추었다. 사실 IP만 안다고 해서 해킹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도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면 주소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공격이 가능하다. 즉, 일반인이 군대처럼 미사일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승호는 일반인이 아니었고, 미사일보다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IP만 가지고도 해킹 이란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역시나 공유기를 사용하고 있네.”
공유기.
요즘은 보편화된 기기로 대부분의 공유기가 아주 간단한 방화벽 기능을 가지고 있다.
내부에서 외부는 허용.
외부에서 내부는 제한.
이 방화벽을 무력화시키고, 공유기를 확보하면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기기가 공유기에 접속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공유기라면 이미 예전에 수도 없이 해킹해 보았다. 그걸 해킹하는 건 승호에게 일도 아니었다.
***
부산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한 오피스텔.
그곳에 스포츠머리를 한 남성들이 시시덕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새끼 절대 합의 보지 말라 고 했는데 둘이서 꿍떡꿍떡 하지는 않겠죠?”
“그래서 병원에 애들 배치했잖아. 그럴 낌새 보이면 바로 작업 치면 되지.”
“일이 처음 예상 보다 너무 커져서 걱정이 됩니다.”
“야, 넌 하여간 담이 작아서 문제야. 그래서 어떻게 이 생활 하냐.”
부하가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쩝······.”
“그 보다 그 자식 전화 걸어서 헛소리 했다면서.”
“네. 시내 소프트 회장이 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보스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이 건은 내부에서 흘러나가지 않으면 알 수 가 없는데······.”
말을 하면서 넌지시 부하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말단 부하 둘은 게임을 하며 앉아 있었고, 또 한 명은 자신의 바로 옆에 있었다.
말단 부하들에게는 언질조차 주지 않았으니······.
부하가 손 사레를 쳤다.
“저 아닙니다. 형님이랑 함께 한 세월이 있는데 섭섭합니다.”
“아니 그냥. 이거 알고 있는 게 너랑 나밖에 없잖아. 그러면 네가 찌르지 않는 이상 누가 알겠어.”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 부하가 기겁을 하며 펄쩍 뛰었다.
“아니, 형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그러자 형님이라 불린 남자가 부하의 등을 팡팡 쳤다.
“하하하, 그러니까.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그 쪽에서 알 수가 없다는 말이지. 뭐 별 뜻이 있는 건 아니야.”
그러나 부하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 진짜 아닙니다.”
“하하, 알았다니까. 너 아닌 거 나도 다 알지. 만약 맞으면 저기 바다 아래에 가라 앉아 있을 테니까.”
웃으면서 하는 무시무시한 소리에 부하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이 주제는 더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다. 화제를 돌리기 위해 다른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우리한테 돈을 더 뜯어내려고 그 놈이 샤킹 치는 걸지도 모릅니다. 병원에 대기하고 있는 놈 말 들어보니까. 시내소프트 회장이 직접 찾아왔다고 합니다. 보상으로 큰돈을 약속 할 수 도 있으니까요. 눈이 획 돌아 간 거죠.”
그러자 형님이라 불린 남자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 죽는 거지. 그 새끼도 그걸 잘 알 고 있을 거야.”
그때 한쪽에서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있던 말단 직원이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뭐야, 갑자기 왜 인터넷이 끊겼지.”
옆에 있던 동료도 짜증나는 투로 말했다.
“나는 아까부터 핸드폰이 재부팅되더라니까. 이거 x바 완전 맛탱이가 갔어.”
“내가 전부터 폰 바꾸라고 했잖아. 벌써 몇 년 전 거냐.”
“이거 2년 밖에 안 썼는데.”
“이 참에 바꿔. 작업 잘 되면 돈 들어오잖아.”
“그럴까? 이번에 선진에서 새 폰도 출 시 됐으니.”
둘은 서로의 폰을 살피며 잡담을 나누었다. 그렇게 인터넷이 끊어졌다 붙었다만 수차례.
그때.
갑자기 둘의 폰에서 동시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에에에엥.
-에에에엥.
-에에에엥.
그 소리에 무리의 보스가 벌떡 자리에서 일었다.
“뭐, 뭐야. 경찰이야?”
옆에 있던 부하도 다급히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자신들이 있는 곳은 오피스텔 21층 이다.
경찰이 오려면 먼저 문을 두드려야 한다. 그 사실을 깨닫자 소리가 들리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부하들이 들고 있는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 새끼들아 뭐하는 짓이야 지금!”
“죄, 죄송합니다. 폰에서 갑자기.”
“틀어도 짭새 출동 노래를 트네. 이리와 대가리를 깨버리게.”
보스도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쌍욕을 시전 했다. 잔뜩 주눅이든 말단 부하 둘이 주춤 거리며 다가 왔다.
그 순간.
또 다른 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포위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속지 않았다. 보스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말단 부하들에게 달려 들었다.
“이 새끼들이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뒤질래?”
잘 됐다 싶은 중간 보스가 인상을 험악하게 구기며 말했다.
“형님, 이 새끼들 교육 좀 시키고 오겠습니다. 요새 잘 대해줬더니 풀어졌나 봅니다.”
“풀어진 나사 꽉 조여 와라. 또 이러면 네 뚝배기 깨버릴 테니까.”
우드득.
중간 보스는 손가락을 풀며 말단 부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때.
-이곳은 블랙워치의 통제 하에 들어간다.
이번에는 자신의 핸드폰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뭐, 뭐야. 이게 도대체······.”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스의 핸드폰에서 이해 할 수 없는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상황 종료.
그 음성이 끝나자마자 전체 핸드폰에서 들리던 이상한 기계음이 뚝 멈췄다. 오피스텔 내부에 기괴한 정적이 흘렀다. 다들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가장 먼저 보스가 입을 열었다.
“지, 지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질문을 받은 부하가 마른 침을 삼켰다.
“그,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말단 부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해킹이라는 거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그, 그거 같은데 말입니다.”
“해킹?”
“네. 컴퓨터를 막 마음대로 조작하고 그러는 거 있지 않습니까.”
“아, 얼마 전에 랜섬웨어 작업하나 같이 하자던 그거 말인가······.”
그 순간.
보스의 전화가 불길한 진동음을 토했다. 바로 전화기를 들어 발신자를 확인해 보았다.
-발신 번호 표시 제한.
의뢰인이라는 생각에 바로 연락을 받았다.
그러자 들리는 음성.
-미친 새끼들이 뭔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당황한 보스가 되 물었다.
“고객님 진정하시고 왜 이러시는 지 말씀해주셔야······.”
-진정? 지금 증거자료 전부 들고 자수 하겠다고 하는데 진정하게 생겼어. 어! 야 이 미친 새끼들아. 새 삶을 살려면 너희들 끼리 살지 왜 증거자료는 제출하고 지랄이야. 지랄이.
핸드폰에서 잠깐 귀를 뗀 보스가 콧잔등을 슥 문질렀다.
“뭐지, 스팸 전화인가.”
-야 이 새끼야. 정신 똑바로 차려. 내 발목 잡으려다 네 모가지 날아간다.
그러나 전화기 건너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결코 스팸이 아니었다. 이미 몇 번 연락을 했던 사람이기에.
보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핸드폰에 대고 거칠게 소리쳤다.
“이 고객님이 어디서 약을 잘 못 쳐 잡수셨나.”
-약은 네가 처먹었고. 하여간 이런 협박 문자 안 통하니까. 알아서 잘해.
그리고는 뚝.
전화가 끊어졌다. 발신자 제한 표시가 되어 있었기에 다시 전화를 걸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의뢰인이 누군지 쯤은 이미 알아 봐 두었다. 보스가 부하들을 보며 물었다.
“너희들 금현 쪽에 뭐 잘 못한 일 있냐?”
“없습니다. 저희들이 잘못 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약을 처먹었나. 갑자기 왜 이러지.”
그 순간.
띵똥 소리와 함께 벨이 울렸다.
“나가봐 고객님 오셨나 보다.”
보스가 말했고, 부하 한 명이 나가 문을 여는 순간.
형사들이 우르르 오피스텔로 난입했다.
“경찰이다. 꼼짝 마.”
“꼼짝 마 이 새끼들아. 움직이지 말라니까.”
“어허! 책상위에 손 다 떼고 벽에 붙어. 빨리!”
보스는 아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이상한 기계음이 들리고부터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일 투성이었다. 잔뜩 억울함을 담아 항변했다.
“아니. 체포 영장도 없이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 십니까. 경 찰이 일반 시민을 이렇게 막 핍박해도 되는 겁니까?”
가장 앞에 있던 형사가 핸드폰을 들이밀며 말했다.
“넌 영장도 필요 없어 이 새끼야. 네가 자수하겠다고 이렇게 증거를 보내놓고는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핸드폰에는 분명 자신의 번호로 보내진 바나나 톡을 비롯해 각종 문서들이 빼곡히 전송되어 있었다. 부하들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자신의 핸드폰에만 고이 저장해두었던 내용이었다. 보스가 불길함을 직감하곤 다급히 바나나 톡을 실행해 보았다. 정말 부산경찰청 채널로 다수의 톡이 전송되어 있었다.
-저는 호남이파 중간 보스 최진혁입니다.
-자수를 하려고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저지른 각종 범죄 내용은 첨부 파일로 올립니다.
보스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 제로 정식 출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