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98)
탑 코더-198화(198/303)
ⓒ (198)
시내소프트 주가는 장중 110,000 까지 떨어지며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그때 마다 이성욱은 승호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
-매수.
-매수.
-매수.
함께 일을 하는 몇몇 직원들이 우려를 표했지만 참고한 수준에 불과했다. 절대 승호의 지시를 어기지 않고, 충실히 매수 포지션을 유지했다. 그러던 것이 시내소프트 채널에 영상이 올라가자마자 바로 반전했다.
시내소프트 041181 코스닥.
152,000 전일 대비 +30.00%.
그 결과가 바로 현재 나타난 빨간 불기둥이었다.
오후 15:30.
주식시장이 마감하는 시간이었다. 그때 까지도 상한가로 올라간 주가는 단 1%도 떨어지지 않았다. 장이 마감 되고 나서야 여유가 생긴 이성욱이 직원들과 함께 삼삼오오 회의실에 둘러 앉았다.
“회장님이 처음부터 알 고 있었던 걸까요?”
이성욱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 과정은 몰랐을 지도. 그런데 결과는 분명 알았을 거다. 회장님은 그런 분이니까.”
과정과 결과.
그 차이는 아주 중요했다.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 했는지에 따라 검찰 조사를 받을 수도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회의실 정면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튜브넷에 올라가 있는 영상이 플레이 되고 있었다.
-이처럼 제로는 처음부터 급발진을 막기 위해 순간 가속을 한 것입니다.
-물론 상대 차량이 급발진이라는 것은 몰랐을 겁니다. 그저 가해 차량이 가속하게 될 경우 더 큰 사고가 날 것을 막기 위해 자기희생을 한 겁니다. 최초 제로를 선보일 때 인도를 침범해 내려오는 유모차를 막은 것처럼.
승호의 말이 끝나자 영상에 출연한 사회자가 다시 한 번 어제 있었던 일을 간략히 요약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동일 차종, 공장, 생산 년도의 차량에서 거의 똑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ECU 오작동. 그로 인한 스로틀 밸브 개방. 즉 운전자가 엑셀을 밟지 않아도 밟은 것 같은 효과가 나는 것입니다.
-시내소프트는 제로를 제작하며 쌓은 노하우를 통해 어제 있었던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 낼 수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경찰에 전달하고, 그 이후의 절차를 기다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국민여러분.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로는 안전합니다.
영상은 그걸로 끝이었다. 그러나 그 파급력은 간단치 않았다. 이제야 영상을 확인한 이성욱이 입을 떡 벌린 채 중얼 거렸다.
“저러면 저거··· 금현이랑 싸우자는 거나 마찬가지 아냐?”
다른 직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비록 언급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 같은데요. 저 택시가 금현에서 생산한 택시니.”
“간단히 요약하면 금현 너희 급발진을 제로가 막았다. 이 말이잖아요.”
다들 얼떨떨한 표정으로 튜브 넷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
영상을 올린 승호는 다시 호텔로 돌아와 그제야 좀 눈을 붙였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 밤샘 피곤을 조금 해소하고 나니 시간이 오후 7시.
저녁 시간이 다되어 있었다. 승호는 눈을 뜨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시내소프트 주가 상한가 마감.
-제로, 이번에도 일내다.
-금현 자동차 급발진 소개 영상에 묵묵부답.
-급발진 사고 피해자 단체. 공식 성명 발표.
시내소프트 주가는 하늘 모른 채 치솟았고, 금현에 대한 평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침대에 누운 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승호가 중얼 거렸다.
“이거 금현에 좋은 일을 해준 건 아닌지 몰라. 급발진 때문에 허인식 경찰 조사 내용이 완전히 묻혀 버렸잖아. 그렇게 둘 수야 없지.”
비서를 호출한 승호가 물었다.
“팩트 TV 건은 어떻게 됐습니까?”
“이제 기사 올린 다고 합니다.”
“그러면 묻히지 않게 그쪽 좌표를 박아줘야겠군요.”
비서가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금현과 척을 지실 생각입니까?”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팩트 TV에 나가는 건은 아직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데 무리를 하는 건 아닌지 걱정 됩니다.”
순간 승호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호텔 창가로 다가갔다.
“확실합니다. 만약 경찰이 다른 발표를 낸다면 그건 경찰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
“그러니 걱정 말고, 시내소프트 채널 영상 첫 줄에 팩트TV 채널 주소를 댓글로 고정 시키세요.”
비서가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금현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급발진 관련 영상을 내려 달라고 합니다. 허위 사실 유포로 고소하겠다는 말도 함께 전해 왔습니다.”
“시험 차량만 10대. 그 10대에서 전부 급발진이 났는데도 허위 사실 유포로 신고를 하겠다고 합니까?”
“네.”
“큭, 어차피 자업자득. 고소를 하면 하라고 하세요. 저도 끝까지 갈 생각이니까. 금현이 사라지던 시내소프트가 사라지던 둘 중 한 곳은 한국에서 물어날 각오 됐으니까. 마음껏 날뛰어 보라고 하세요.”
비서는 승호가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승호는 절대 허튼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제로 판매량은 어떻습니까? 어제 사고로 사전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고 하던데.”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구매 신청을 하면 8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그 말에 승호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엄지로 미간을 긁적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제 한국은 정리 된 것 같으니, 실리콘 밸리로 한 번 가봅시다.”
“내일 바로 출발 하시겠습니까?”
“아침 비행기로.”
“알겠습니다.”
***
꾸우욱.
정준구가 들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짓눌렀다.
치이익.
담뱃불이 꺼지며 흐릿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꾸우욱.
힘을 주어 몇 번을 다시 눌렀다. 불이 전부 꺼졌음에도 정준구는 담배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그러니까 영상에서 저렇게 쉽게 발생하는 급발진이 왜 그런지 모른다는 말입니까?”
정준구 앞에 앉아 있는 국내생산담당의 목이 잔뜩 움츠려 들었다.
“죄, 죄송합니다. 연구원들이 해당 차종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도저히 왜 그런지 아직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저 영상이 조작 되었을 가능성은요?”
국내생산담당의 표정이 밝아지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쩌면 그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금현 자동차가 급발진을 낼 일은 없으니까요.”
국내생산담당의 말에 정준구가 담배를 버리고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대며 쉼 호흡을 시작했다.
흐읍······.
흐읍······.
흐읍······.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숨만 쉬었다. 회장실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아버지가 회장일 때도 급발진 사고가 가끔 있었던 걸로 아는데.”
“저렇게 전부 발생한 적은 없습니다. 간헐적으로 생긴 적은 있어도.”
“그때도 원인 파악은 안 된 겁니까?”
“당시에는 전부 운전자 과실로 결론이 났습니다. 제 생각에는 저 영상이 조작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생산담당이 뒷말을 삼켰다.
‘우리가 제로 사고를 일으킨 것 처럼요.’
사내에 돌고 있는 소문이었다.
-비서 진 중 한 명이 사주해 사고를 일으켰다.
국내생산담당은 충분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건 전임회장의 스타일이기도 했다. 비서에게 모든 짐을 짊어지게 하고 법에 저촉되는 일을 시키는 것. 그리고 지금 회장은 그의 아들이었다.
그 나물에 그 밥.
“조작이 확실합니까? 저걸 조작이라 말 했을 때 책임 질 수 있어요?”
어차피 조작이어도, 조작이 아니어도 물러날 곳은 없었다.
“네. 조작이 확실합니다. 저렇게 10여대에서 동시에 발생한 다는 건 조작이 아니면 안 됩니다. 저 자동차들은 우리가 개발 한 겁니다. 우리가 모르면 누구도 모르는 겁니다.”
그 말에 정준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일견 동의하고 있는 생각이었다.
-저 영상은 조작이다.
그 의심을 확신 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던 참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쪽으로 방향을 정하도록 하죠. 나가보세요.”
국내생산담당이 나가고,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장길우의 대체재였다.
“영상 조작 쪽으로 기획 팀에 전달해. 일단 여론부터 잠재워야 하니까.”
“만약 시내소프트에서 조작이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할까요?”
“그러면······.”
머릿속으로 지난 번 아버지가 심장마비가 왔던 시연회가 스쳐 지나갔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 할 수 없었다.
“아니라고 해도 맞게 만들면 되잖아. 교통안전공단에 지금 누가 있는 지 확인해서 공식 발표 하라고 해. 정부까지 나서서 공식 발표하면 다들 믿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퇴직 후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전하고.”
꾸벅 고개를 숙인 비서가 회장실을 나섰다. 정준구는 모니터에서 플레이 되는 시내소프트 영상을 다시 보았다.
“어차피 이번에 막지 못하면 죽는다. 어디 끝까지 가보자.”
그 말에서 강한 집념이 느껴졌다.
***
미국 실리콘 밸리.
승호는 직원 격려 차원에서 제로 전시장을 찾았다.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독일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를 벤치마킹 했다. 이 안에서 제로를 직접 타보고, 성능을 느껴 볼 수 있는 테마파크로 만든 것이다.
부지만 7000여 평.
미 지사장이 승호의 옆에 바짝 붙어 설명을 이어나갔다.
“하루에만 오 백 대가 넘게 팔리고 있습니다. 고무적인 건 그 수치가 매일 상승하고 있다는 겁니다. 만약 제로가 캘리포니아 만이 아니라, 미 전 지역에서 운행이 가능해진다면 단 숨에 판매량 1위를 차지 할 수 있다는 게 내부 분석 결과입니다.”
“다음 달에는 미시간 주에서 판매 허가가 날 겁니다. 그 때도 문제가 없으면 텍사스. 이렇게 순 차적으로 허가가 날 테니 규제 문제는 걱정하지 말고, 많이 팔 수 있도록 힘써 주세요.”
“알겠습니다.”
“지금 까지 사고나 문제 발생은 없었습니까? 고장이 나서 수리 요청이 왔다던가.”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출시 초반이 중요합니다. 한국에서처럼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 써 주세요.”
“하하, 알겠습니다. 그런데 듣자 하니 한국 문제를 대표님께서 아주 시원하게 해결 했다고 하던데요.”
“비뚤어져 있던 일을 원래대로 돌려놨을 뿐입니다.”
담소를 나누고 있는 둘에게 비서가 다가와 핸드폰을 내밀었다.
-금현 자동차 공식 발표. 시내소프트 영상은 조작이다.
-급발진은 없다. 이미 교통안전공단에서 밝혀진 내용.
“공이 교통안전공단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그쪽 퇴직자들이 대거 금현 쪽에 입사해 있어, 공식 발표에서 금현과 같은 입장을 낼 것으로 파악됩니다.”
승호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이렇게 죽겠다고 달려들면 죽여줘야지.”
순간.
승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
대충 정부쪽인사나 금현 쪽 사람이라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전혀 뜻밖의 인물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사모펀드 필리스의 필리스 회장입니다. GM 회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번호를 받았는데 혹시 통화 괜찮으십니까?
승호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사모펀드가 왜······.’
그러나 의문은 금세 풀렸다.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는 걸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바로 말씀 드리면 저희가 금현 지분을 좀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배 구조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태죠.
“아······.”
-그래서 제가 제안 드리는 건 이겁니다. 금현 인수 합병. 어떠십니까?
승호의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가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 제로 정식 출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