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199)
탑 코더-199화(199/303)
ⓒ (199)
특종에 특종이 더해지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었지만 경찰 수사는 더 없이 착실하게 진행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진행 과정의 일부가 청와대 민정수석의 귀에 들어갔다.
“금현 비서가 의뢰했다. 그러나 비서는 자신이 한 게 아니라고 부정하는 중이다.”
“네. 현재 까지 혐의를 인정한 건 택시 운전사 허인식 밖에 없습니다. 심부름센터에서도, 장길우도 전부 혐의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증거자료가 그렇게 명명백백한데도?
“네. 서로 간에 문자와 돈을 주고받은 내용이 있음에도 그건 그냥 사담을 나눈 거라고 합니다. 돈은 친 분이 있어 빌려준 거고요. 이때를 대비해 사전에 협의한 대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흐음······.”
민정수석이 미간을 긁적거렸다. 일의 진행 양상이 두 기업 간의 대결로 돌아가고 있었다. 과연 현 정부에 도움이 되는 것은 어느 방향일까.
민정수석이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 사이 부하 비서관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시내소프트 쪽에서 교통안전 공단에 한 공증 요청 말입니다.”
“그래 그 건은 어떻게 됐어?”
“지난번과 똑같은 입장 발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급발진과 ECU의 상관관계를 말하기에는 근거가 빈약하다. 실질적으로 금현의 손을 들어주는 셈입니다.”
“교통안전공단에서 금현에 가 있는 인원이 얼마나 된다고?”
“퇴직하면 거의 대부분이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 이 사장도 금현에 다니고 있습니다.”
민정수석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 사안은 아마 검찰까지 넘어가게 될 것이다. 만약 검찰이 금현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면.
청와대의 내부 역점 중 하나인 강승호를 놓칠 위험이 있었다.
“검찰 반응은 어때?”
“검찰에도 금현 쪽 사람이 많습니다. 거기에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를 고용해 변호한다면 최대로 쳐도 장길우의 독단 행동으로 끝날 겁니다.”
“시내소프트로써는 꽤나 열 받는 소리겠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출시 첫날 그런 사달이 일어났으니까요.”
“하긴 실제로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지. 제로가 급발진을 막아섰다며 영상을 올렸으니까. 그 영상을 증거로 교통안전공단에 공증을 요청했고. 아 참. 그 영상 분석은 끝났나? 정말 제로가 급발진을 막아선 게 확실해?”
그러자 부하직원이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그것도 이슈 중 하나입니다. 영상에서는 급발진을 제로가 막아섰다고 했지만 그게 편집된 영상이다 보니 조작 논란이 있습니다. 금현에서 불을 지피고 있는 상황이고요. 일단 영상 내용은 충분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부하 직원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여론 향방도 조사를 좀 했는데 예전 유모차 사건도 있어서 제로의 편에 있는 사람도 꽤 되지만 말도 안 된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급발진 원인 규명도 영상만 떡하니 올려놓고, 언론 취재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그러고는 미국으로 가버렸다.”
“그게 더 금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민정수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불을 더 크게 키우려는 목적이라면.”
“···네?”
“미국으로 가서 마치 금현의 주장이 맞아서 도망간 것 같은 모양새를 일부러 연출 한 거라면.”
“······.”
“금현의 주장이 틀렸을 경우 타격도 더 클 거야. 그렇지 않나?”
부하직원이 입술을 꾹 다문 채 생각에 잠겼다. 민정 수석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는 거부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를 국가전략자산 급으로 대우하라는 대통령님 지시가 있네.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지?”
공식적으로 국가전략자산에 선정하지는 않았지만 그 급에 맞게 대우하라는 말.
그게 어떤 의미 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파악해놔. 만약 그가 정부에 섭섭한 점이 있더라도,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인사를 한 부하직원이 민정수석실을 빠져 나갔다. 민정 수석의 이마에 내천 자가 그려졌다. 고민이 깊다는 뜻이었다.
***
튜브 넷에 올라온 영상을 확인하는 순간.
김희건은 탄성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이건 마치 상대가 그렇게 나오길 기다린 것 같잖아······.”
그 영상을 정보팀 팀장도 함께 보고 있었다.
“금현도 놀랐을 겁니다. 영상으로 공개만 안했지, 금현의 ECU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전부 알고 있다. 그러니 공증을 원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급발진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다치는 것이 싫기에 공개한다. 자세한 내용은 영업비밀이니 지켜 주겠다.”
이번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금현에 산업 스파이를 심어놓은 걸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만약 그렇게 얻어낸 정보라면 국정원이 파악하지 못했을 리 없으니까요.”
“국정원도 시내소프트 편이라면.”
순간 정보팀 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렇게 까지··· 썩지는 않았습니다. 국정원은 나라를 위한 기관입니다.”
“알겠습니다. 어찌되었든 저 영상이 전부 사실이라면 금현이 받을 타격이 만만치 않겠군요.”
“이미 주가가 10% 이상 빠졌다고 합니다.”
“제로는 지금 주문해도 8개월을 기다려야 할 만큼 주문이 폭주하고 있고, 금현은 급발진에 사고 조작 이슈까지 생겼으니. 하한가 까지 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군요.”
“그리고 필리스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습니다.”
“사모펀드가 왜.”
“예전부터 금현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데 기회가 왔으니까요. 그런 기회를 잘 포착하는 게 필리스 회장 아니겠습니까.”
김희건이 입을 꽉 다물었다. 그의 턱에 잔주름이 생겨났다. 생각에 빠질 때 마다 나오는 버릇. 그렇게 수십 초가 흐르고 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강 대표에게 연락이 갔을 수도 있겠군요.”
정보팀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종의 교감이 오갔을 수도 있습니다. 시내소프트는 생산 기지를 다양화 하는 것이 이득이니까요. ONE의 외부 API 개방만 봐도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상장으로 20조 이상의 실탄도 있겠다.”
정보팀 팀장이 추임새를 넣었다.
“어제 부로 금현자동차 시가 총액이 26조입니다. 사고도 남을 돈이죠.”
“거기에 급발진 이슈와 사고 조작 이슈의 진실이 드러나면 국민연금도 금현 편에 서지 못할 테니.”
“정준구 회장의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기가 막혔다. 이대로라면 정말 국내 1위 자동차 업체가 시내소프트로 넘어 갈 지도 모른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될 것 같은 강한 직감이 들었다.
“조사는 어디 까지 진행 된 겁니까?”
“아직 사모펀드와 교감이 있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일단 국민연금 쪽과 교감이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김희건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건은 확인하는 데로 바로바로 보고해주세요. 재계에 지각 변동이 생길 수도 있는 사건이 될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
같은 시각.
승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비서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금현에서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장을 보내 왔습니다.”
그 말에 승호는 헛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하, 참. 허위 사실 유포요?”
“네. 그밖에도 기업 브랜드 가치 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까지. 더해져 있습니다.”
“우리는 업무 방해로 맞고소 진행하세요.”
“일정은 어떻게 잡을 까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으로.”
“알겠습니다.”
이내 승호가 한껏 목소리를 낮추었다.
“금현 자동차 주식 매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5%가 넘지 않는 선에서 떨어질 때 마다 조금씩 매입 중에 있습니다.”
“시내소프트가 한층 도약 할 기회 입니다. 한 치의 차질 없이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비서가 나가고, 승호는 핸드폰을 들었다.
“접니다.”
전화를 건 상대는 이성욱.
승호가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제로원의 대표이사였다. 전화를 받은 이성욱은 바로 본론을 꺼내들었다. 그게 승호의 스타일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금현 자동차 주식은 꾸준히 매입 중입니다. 혹시 차명으로도 좀 매입해 둘까요?
“그렇게 까지는 할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든든한 우군이 여러 곳에 있으니까요.”
그러자 이성욱이 바로 우려를 표했다.
-필리스 쪽은 믿을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 사실을 꼭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하하, 그 정도는 저도 알 고 있습니다. 그곳 말고도 금현의 지분을 꽤 가지고 있는 곳이 있어서 드리는 말입니다.”
-설마··· 국민연금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알아보니 10%를 가지고 있더군요. 정준구 일가의 지분을 합쳐도 10%밖에 되지 않는데.”
-그래도 순환출자 구조라 기업 인수까지는 어려울 겁니다. 물론 대표님께서 방법이 있으시겠지만······.
“제로가 많이 팔릴수록 금현의 주가는 떨어집니다. 지금은 비록 부산에서만 팔리고 있지만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그리고 최종적으로 서울까지. 그 로드 맵이 발표되면 주가는 더 떨어질 겁니다. 노키아가 그랬던 것처럼.”
-알겠습니다.
“물론 그때 까지 기다릴 생각은 없습니다. 상대가 칼을 빼들고 달려드는데 가만히 있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요.”
뒷말은 이성욱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두 회사 간에 어떤 문제가 생겼다고 짐작 할 뿐이었다. 승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러니 걱정 말고 꾸준히 주식 매입해 주세요.”
***
금현 자동차.
9만 7800원.
그에 반해 시내소프트 주식은 16만 2000원.
시가총액으로 치면 8배가 넘는 차이가 나고 있었다. 다윗과 골리앗이 바뀐 것이다. 그리고 승호는 그 격차를 그대로 둘 생각이 없었다.
“비공개로 진행해도 됩니다. ECU의 문제는 금현에도 치명타일 테니까요. 단지 교통안전공단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해주면 됩니다.”
승호의 항의에 교통공단 이사장이 난색을 표했다.
“금현의 입장도 한 번 들어보긴 해야 해서······.”
그러자 승호가 동석해 있는 국토부 장관을 보았다.
“장관님. 정부가 할 일은 문제가 있는 차량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는 거 아닙니까? 철저히 중립적인 입장에서.”
백번 말해도 옳은 말이었다. 장관이 식은땀을 흘리며 답했다.
“무, 물론 맞는 말씀입니다. 다만 이게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그러니까 외국의 제 3자 전문가 까지 초빙해서 공증을 하자고 말씀 드리는 겁니다. 제가 만들어낸 근거가 맞는지 틀린지.”
그럼에도 둘은 난색을 표하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승호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에서 하지 못한 일을 제가 대신 했는데 상을 받아도 시원찮을 판에 공증을 거부하시다니요. 여기서도 안 되면 이 일 청와대 쪽에 바로 올리겠습니다. 그래도 안 되면 미 교통안전국에 알리고.”
승호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금현 자동차는 미국에도 팔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급발진 관련 의혹이 많습니다. 이미 몇 번이나 원인 규명을 해보자며 제안을 해오는 상황이고요. 이래도 안 하 시겠습니까?”
승호의 거친 항의에 결국 국토부 장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다음날.
서울 교통안전공단 본사에서 비공개 검증이 진행되었고, 그 결과는 바로 언론에 배포 되었다. 급발진 원인 규명이라는 제목을 달고서.
< 제로 정식 출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