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00)
탑 코더-200화(200/303)
ⓒ (200)
금현자동차 032107 코스피.
93,100 전일 대비 ?30.00%.
교통안전공단의 공식 발표가 나오는 순간 금현 자동차 주식은 바로 하한가로 직행했다. 금현 자동차를 두둔하는 뉘앙스를 풍겼던 정부의 공식 발표.
그 만큼 이번 정부의 공식 발표는 파급 효과가 컸기 때문이었다.
파앗.
정준구가 TV를 끄며 말했다. 집무실에는 회사 중역들이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었다.
“교통안전공단의 공식 발표가 저렇게 나올 때 까지 안 막고 뭐하셨습니까?”
집무실에 모인 사람들이 입을 다물었다. 오늘 모인 이들은 대부분 교통안전공단에 근무하다 금현자동차로 온 사람들. 전직 공단 이사장에서부터 임원을 하던 사람들이었다. 한 임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게 너무 전격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변명을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분들께 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겁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관련 정보를 획득하고, 금현 쪽으로 일이 유리하게 돌아가게 하 기 위해서요. 그걸 모르시진 않을 텐데요.”
가장 연배가 높은 전직 이사장이 헛기침을 했다.
“흠··· 흠흠.”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
정준구가 턱짓으로 그를 가리켰다.
“할 말 있으며 한 번 해보세요.”
“예전부터 공단이 급발진 사고 관련 일들을 무마 시켜 드리고, 조사를 최대한 지연시킨 게 누구 덕인지 잊지 않았다면 이렇게 까지 말씀하시지는 못할 텐데요.”
밥값은 충분히 해왔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정준구의 성에 차지 않았다.
“앞으로는 힘이 없어 도움이 되지 못하겠으니 오늘 부로 옷을 벗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크··· 크흠.”
계속 애먼 헛기침만 해댔다. 이번에는 전직 국토부 차관이 입을 열었다.
“아니, 그게 꼭 그런 말이 아니라. 가끔 일이 틀어질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계속된 변명을 정준구는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그만. 변명은 그만 듣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자면.”
정준구가 씹어 삼키듯 말을 뱉어냈다.
“교통안전공단의 공식 발표가 미국에서 진행 중인 급발진 관련 소송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여러분들도 옷을 벗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만약 그 소송에서 패배한다면.”
한국과 달리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어 있다. 만약 소송에서 지게 된다면 수 조원의 배상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정준구가 그 일을 언급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잘못된 정보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쳤으니 책임을 지셔야 할 겁니다.”
앞에 있는 공단 및 국토부에서 내려온 낙하산 들이 일제히 마른 침을 삼켰다. 자신이 죽으면 혼자 죽지 않겠다. 같이 죽자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나가보세요.”
정준구의 축객령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주춤 거리며 일어나 집무실을 빠져 나갔다. 깊은 한숨을 내쉬던 정준구가 다시 TV를 켰다.
그러자 흘러나오는 뉴스.
[속보] 검찰 금현 비서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로 전격 전환. [속보] 금현 비서와 금현간의 관계 해명에 주력.지금까지 막고 있던 뉴스가 봇물 터지듯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벌컥.
문이 열리며 후임 비서가 집무실로 들어왔다.
“회장님. 검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정준구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움찔한 비서가 머뭇거리다 겨우 입을 열었다.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하고 싶다고······.”
비서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쾅!
정준구가 앞에 있던 재떨이를 벽을 향해 던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
다음날.
금현자동차 032107 코스피.
65,170 전일 대비 ?30.00%.
금현자동차는 시초가부터 하한가로 직행했다. 시가총액 20조원을 상회했던 기업은 10조원대 중반으로 줄어 들었고, 한해 매출 100조원이 넘는 기업이 연속으로 하한가를 맞는 이변을 토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승호가 회의실로 황호근을 불러 들였다.
“부사장님.”
승호의 진지한 목소리를 읽어서 일까. 황호근도 자세를 바로 했다.
“최근 금현과 시내소프트 관계에 대해서 충분히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사이가 꽤나 안 좋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에 관해서도.”
승호는 아직 비서에게 밖에 하지 않은 말을 꺼내들었다.
“확실합니다. 만약 경찰이나 검찰 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면 그건 금현에서 손을 쓴 겁니다.”
황호근은 당연히 승호의 말을 믿는 쪽이었다. 황호근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렇군요. 금현이 그런 짓 까지 하다니, 사실 잘 믿기지가 않습니다.”
금현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재벌이었다. 그런 재벌이 시내소프트를 견제한다? 뭔가 현실성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승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둘 중 하나는 사라져야 할 관계 까지 왔습니다.”
그 말에 황호근이 승호를 보았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또 많은 일이 있었나 보군.’
언제나 그랬다. 원자력 발전소에서도 비행기 안에서도 그리고 며칠 씩 휴가를 다녀온 뒤에도.
승호의 주변에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고, 그건 곧 시내소프트에 이득이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황호근은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믿었다. 승호가 말했다.
“제가 별도로 재무 팀장에게 금현 주식을 매입하라 지시했습니다.”
그 뜻을 읽었기에 황호근은 탄성을 터트렸다.
“아······.”
“그리고 사모펀드 필리스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로에서 금현을 인수 해보는 게 어떠냐고. 자신들이 도와주겠다고.”
금현.
그곳을 인수하자니. 과연 승호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역할은 그런 승호를 뒷받침 하는 것이었다. 황호근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말했다.
“오늘부터 금현 M&A 준비 시작하겠습니다.”
“네. 시내소프트가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부사장인 황호근에게 지시를 마치고 승호는 바로 다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오직 비서만이 승호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었다.
“청와대에서 과연 수락할까요?”
“국민연금이 돈을 벌고 싶다면 수락 할 테고, 개인이 돈을 벌고 싶다면 수락하지 않을 겁니다.”
둘의 차이는 극명했다. 전자는 국민 연금을 위하는 길이고, 후자는 개인의 사리사욕을 챙긴다는 뜻. 즉 부정부패를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저희가 인수함으로써 금현 자동차의 상태가 더 악화 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 정도로 상황 보는 눈이 없다면, 미래를 함께 할 자격이 없는 거겠죠.”
그 말로 비서는 승호가 어떤 마음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단절.
만약 이번 협상이 어그러지면 청와대와의 연을 끊을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차량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댄 승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금현이 먼저 펀치를 날렸습니다. 싸움을 건 거죠. 그것도 정당한 사유도 아닌 양아치 같은 싸움을. 그런데도 가만히 있으면 또 다른 누군가가 달려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시내소프트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줘야 합니다.”
비서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
이미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는 안가였다. 승호는 익숙하게 자리에 앉아 준비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마주 앉아 있던 정책실장이 말했다.
“제주에서 올라온 녹차입니다. 4월 20일 곡우 전에 만든 것으로 한정 수량만 생산 되는 우전이죠. 아, 물론 대표님께서야 언제든지 맛 볼 수 있을 테지만요. 참고로 우전의 특징은 은은하고 순한 맛입니다.”
정책 실장의 애매한 말에 승호는 직설적으로 나갔다.
“저는 여기에 정치를 하러 온 게 아닙니다. 그런 비유법은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자 정책실장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알겠습니다.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지분이 필요하다고요?”
“정확히는 주 총에서 대표이사 해임을 건의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대표 이사를 선임하는 거죠.”
정책실장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시고 하는 말씀이십니까?”
알 다 마다. 이걸 위해 변호사들을 불러 놓고 관련법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했다.
“물론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시간을 내서 여기까지 찾아온 겁니다. 실장님께서도 바쁘시겠지만 저도 꽤 바쁜 몸이라.”
정책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부터 그는 대한민국의 가장 핫한 기업의 오너 이자, 사이버 세상의 왕이었으니까. 승호가 말을 이었다.
“아시겠지만 장길우가 한 일이 아닙니다. 정준구의 지시. 그걸 밝혀내면 금현자동차는 대표이사 배임죄로 상장 폐지 대상이 됩니다.”
갑자기 훅 들어온 본론에 당황한 정책실장이 급히 앞에 놓인 차를 마셨다.
“그러면 소액 주주들이 가만히 있을 까요?”
“곧 대부분이 대표 이사 해임에 찬성하게 될 겁니다. 그때 국민연금이 다른 소리를 하지 못하게 해주시면 됩니다.”
“지,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장길우의 독단 행동 그 이상은 거론 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 혐의마저도 위태로운 마당에······.”
“그래서 한 가지 더 해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정책실장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무, 무슨······.”
“장길우의 폰에 저장되어 있던 데이터. 복구가 안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또 어떻게······.”
승호는 어깨를 으쓱 거릴 뿐 별 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이어나갔다.
“그 데이터.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꽤 똘똘한 놈이더군요. 회장의 지시사항을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전부다 녹음을 해 두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나올 자리가 아니었군요.”
승호는 말에서 그치지 않고,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파일을 하나 실행시켰다.
-···우리 협력사들한테 제로 쪽에 부품 공급하면 우리 쪽이랑 계약 어려울 거라 전하고, 운전 잘하는 친구 한 명 섭외해봐.
-그렇게 처리 하겠습니다.
하나는 정준구의 목소리였고, 하나는 장길우의 목소리였다. 정책실장이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이, 이건 어떻게··· 그리고 이건 불법 증거물입니다. 법원에서 인정이 되지 않아요.”
“장길우가 직접 녹음한 내용입니다. 그의 핸드폰으로. 당사자 간의 대화 녹음은 불법이 아닙니다.”
맞는 말이었다. 정책실장이 떨리는 눈동자로 승호의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그 핸드폰은 삭제 되서 포렌 식으로 복구가 안 되는 것으로 알 고 있는데······.”
“그걸 제가 복구 했습니다.”
충격의 연속이었다. 어디 부터가 진실이고, 어디 부터가 거짓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사이버 세상의 왕.
국정원에서 말하는 그에 대한 평가가 결코 과소평가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밀릴 수는 없었다.
“그 모든 걸 그저 아무런 대가 없이 해드리기는 힘듭니다.”
자신도 꽤나 큰 조건을 걸면 된다.
“현재 연내로 제로 생산 공장 2군데를 더 착공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제 2 데이터 센터 건설. 신규 인력 채용은 상시 진행 중이고요.”
정책실장이 일단 한 발 뺐다.
“그걸 로는 좀······.”
“그래서 한 가지를 더 준비했습니다. 최근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 요구에 시달린다고 들었습니다.”
“······.”
“그러나 사이버 전에서는 오히려 미국이 한국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승호는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왜 인 줄 아십니까?”
왜 인 줄 아냐고?
승호를 보고 있으니 알 것 같았다. 정책실장이 바짝 말라 버린 입술을 축였다. 승호가 마지막 말을 툭 던졌다.
“제가 한국에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동일했다.
< 제로 정식 출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