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02)
탑 코더-202화(202/303)
ⓒ (202)
< 재계 서열 1위로 >
한세 일보.
그곳의 평 기자인 유승민은 오늘도 열심히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다.
제목 : 금현 회장, 배임 혐의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 전환 초읽기.
자신이 출입하고 있는 검찰 쪽 정통한 소식통으로부터 획득한 정보였다. 이 기사가 나가면 아마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금현은 시가 총액으로는 뒤에 있지만 영향력으로만 보면 재계 2위의 기업이었다. 그런 기업의 수장이 배임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 그야 말로 특종 감이었다.
“금현의 정준구 회장은 제로의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택시 노조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시위를 사주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승민은 열심히 타자를 쳐 나갔다.
이제 입사 3년차.
아직 정의감에 불타는 기자였다.
“이후 비서를 통해 제로 정식 출시 첫 날 사고를 일으키도록 사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대표 이사 배임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로 인해 금현 자동차 주식은 연일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소액 투자자들의 극심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소액 투자자들은 정식으로 금현 자동차에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열심히 기사를 적어나가는 유승민의 뒤로 2년차 선배 기자가 다가왔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야, 지금 금현 기사 쓰냐?”
“네. 소스를 하나 얻은 게 있어서. 이거 특종입니다.”
선배기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 금현에서 우리 쪽에 집행해주는 광고비만 얼만 지 몰라? 이거 쓰면 바로 모가지야 모가지. 편집장님이 통과 시킬 것 같아?”
“아니 그래도 쓸 건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배기자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게 아직도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네. 너 기자 생활 얼마나 할 것 같냐. 40이면 위로 올라가거나 옷 벗어야 돼. 그런데 우리 중에 위로 갈 놈 몇 이나 되냐. 없어. 너도 나도 아니야.”
“······.”
“그러면 다른데 가야 되는데 너 같이 기사 쓰면 어느 기업에서 받아 주겠냐. 너 제수씨 생각은 안 해? 너만 정의감 넘쳐? 기자도 먹고 살아야지.”
빠르게 움직이던 유승민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거의 다 작성한 기사는 아직 마침 표를 찍지 못했다.
“한국에서 건들지 말아야 할 기업이 두 군데 있다. 그게 바로 선진과 금현이야. 거기 건들 면 바로 나가리야. 내가 너 신입 때부터 그렇게 설명을 해줬거늘. 쯧쯧.”
계속되는 압박에 유승민은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했다.
‘팩트TV로 이직을 해야 하나.’
아주 작은 언론사였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을 거침없이 보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분명 월급은 적고, 생활은 궁핍해 질게 뻔했다. 그런 둘에게 또 하나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넌 왜 또 애를 잡고 그러냐.”
편집장의 목소리.
진실을 쓰고자 하는 그에게 언제나 가장 큰 장애물로 작동하는 사람이었다.
“편집장님 아니 얘가 금현 기사를 쓰고 있더라고요.”
그러나 편집장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많이 달랐다. 거칠었던 평소와 달리 아주 나긋나긋한 목소리였다.
“그거 좀 쓸 수도 있지 뭘 그거 가지고 그래.”
그러자 선배 기자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네?”
“어디보자. 무슨 내용인데.”
편집장이 고개를 쑥 내밀더니 빠르게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끝까지 읽은 편집장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 내보내자.”
선배기자가 또 한 번 놀라 되물었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편집장님. 금현이라고요. 금현.”
“언제 적 금현이냐. 이제 금이 아닌 동. 아니지 철현이야 철현. 기사 내보내 버려. 펜대 잡는 놈들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줘야지.”
“도대체 무슨 말씀을······.”
“어제 부로 광고주 바뀌었다.”
“설마······.”
편집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내소프트가 대대적으로 우리 신문사에 광고를 집행하기로 했어.”
선배기자가 입을 꾹 다물었다. 광고주가 바뀌었다는 말은 곧 언론사의 보도 방향이 바뀌었다는 말과도 같았기에.
“소스 들어오는 거 있으면 바로 바로 올려 버리자. 어차피 금현 올해 안에 끝날 것 같으니까.”
“그··· 말씀은.”
“그래, 시내소프트에 인수 될지도 몰라.”
선배 기자가 멍한 표정으로 편집장을 바라보았다.
***
한두 언론사가 올리는 기사는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10곳을 넘어가면 금현도 전부 막을 수는 없다.
[속보] 금현 자동차 정준구 회장 참고인에서 피의자 전환. [단독] 검찰 택시 노조 압수 수색 실시. [단독] 한국거래소 금현 자동차 실질심사 요건 검토 중 그 기사의 막바지에 제로 관련 뉴스가 올라오고 있었다.-제로 경상도를 넘어 전라도 까지 진출.
-현재 구매 신청해도 인도 시까지 1년.
-완벽한 자율 주행 차 한국을 시작으로 세계로.
금현에 관해서는 한 없이 부정적으로.
제로에 관해서는 한 없이 긍정적으로 작성된 뉴스들이었다. 뉴스를 보던 승호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겪어보니 알겠군요. 지금까지 이런 사람들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었다니.”
“그렇게 까지 생각하실 건 없습니다. 그럼에도 목소리를 내는 기자들이 있으니까요.”
승호는 비서의 말을 믿지 못했다.
“정말 그럴까요?”
“그렇게 믿어야 그나마 이 나라에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 그건 또 그렇군요.”
비서가 살짝 목소리를 낮추었다.
“필리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주식 명부를 확보해서 위임 진행 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확보된 우호 지분이 65%를 넘었습니다. 특별결의 요건 충족 한 겁니다.”
“그러면 주 총을 열고, 회사 인수를 발표하는 일만 남았군요.”
“거래소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곧 실질심사에 들어갈 거라고 합니다. 그러면 즉시 주식거래가 정지 될 겁니다.”
“그전에 파는 개미들만 죽어나겠군요.”
“끝까지 가지고 있는 개미들은 꽤나 많은 돈을 만지게 될 겁니다. 제로와의 합병은 금현에게 유리하게 작동하게 될 테니까요.”
승호가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꼭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금현은 그저 제로를 생산하는 공장의 역할로 충분하니까요. 그 마저도 대부분 무인화로 돌아갈 것이기에 차츰 노동자들을 해고 할 생각입니다. 강성 노조를 안고 가기에는 시내소프트에 너무 큰 위험 부담이니까요.”
“기업 해체 작업을 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올라온 보고서를 보면 그게 필수 입니다. 이미 해외 매출 부진, 국내 성장 저하로 점차 기울어져 가고 있는 기업이었습니다. 수 년 간 시가 총액이 꾸준히 떨어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불과 5년전 만 해도 시가 총액 100조가 넘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제로가 나오기 전 시가 총액이 20조. 거의 80조 가량이 떨어진 것이다.
“금현에 지독한 겨울이 불겠군요.”
승호는 냉정하게 답했다.
“진작 도태되어 없어져야 할 것들일 뿐입니다.”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회의 시간 다 됐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내소프트 대회의실.
이제는 규모가 커진 만큼 대회의실에도 꽤 많은 임원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승호가 가장 상석에 앉자 웅성거리던 회의실이 일순 조용해졌다.
“오늘 이렇게 회의를 잡은 건 몇몇 분들은 아시겠지만 금현 관련 이슈 때문입니다.”
그러자 자리에 앉아 있던 임원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역시 소문이 사실이었어.”
“금현 인수라니······.”
“너무 위험 부담이 크지 않을까.”
“흐음······.”
이어지는 말에 소음은 다시 잦아들었다.
“그 이슈가 무엇이냐 하면 시내소프트는 금현 자동차 인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사내에 관련 소문이 파다했다. 그 소문이 공식적으로 확인 된 것이다.
“현재까지 모인 우호 지분이 65%. 대표이사를 교체하거나 회사 인수 합병을 결정할 수 있는 지분 율이 모였습니다. 사모펀드 필리스가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으며 여러분들이 할 일은.”
뒷말 을 강조하기 위해 승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의도대로 임원들이 일제히 승호의 입만 주시했다.
“금현을 인수한 후 시내 소프트에 득이 되는 방향으로 체질 변화를 시키는 것입니다. 이미 관련 TF 팀에서 여러 방안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일은 언제나 계획과는 다를 겁니다. 금현이 제로를 생산하는 전초 기지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도록 기존 분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약간 길어진 말에도 임원들은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 만큼 금현 인수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이제 공식적으로 발표를 한 이상. 빠르게 밀어 붙이게 될 겁니다. 그러나 여러분들도 단단히 준비해 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차에 올라 금현 본사가 있는 종로로 향했다.
***
금현 종로 본사.
그곳이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검찰 조사를 받고 돌아온 정준구가 받아 든 것은 법원의 임시 주총 개최 명령이었다.
“법원 명령 떨어졌습니다.”
날듯이 달려 들어온 비서의 말에 정준구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비릿한 피 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안건은 대표이사 해임 및 새로운 대표이사선임 그리고 기업 인수합병입니다.”
“이런 미친 새끼들이······.”
비서가 보고를 하고 있는 사이 핸드폰이 부르르 진동했다. 급히 전화를 받은 비서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창백해져 갔다.
“어.”
“뭐? 이런 미친.”
“일이 그 지경이 될 때 까지 도대체 뭘 한 거야!”
“휴우······.”
“일단 알았어.”
전화를 마친 비서가 입을 열었다.
“방금 한국거래소에서 금현 자동차에 대한 실질 심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당장 상장 폐지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주식 거래가 정지 됩니다.”
콰앙!
분을 참지 못한 정준구가 거세게 책상을 두드렸다. 둔탁한 소리가 집무실을 퍼져나갔다.
“후우··· 일이 이 지경이 될 때 까지 도대체 뭐했습니까.”
답이 없는 비서에게 정준구가 한 번 더 물었다.
“그래서 확보된 우리 쪽 우호 지분은요?”
“자사주를 비롯해서 회장님 그리고 계열사 지분들을 합치면 27%가량 됩니다. 다행히 현재 중립을 표명하고 있는 국민 연금이 우리 쪽 손을 들어주면 37%입니다.”
“그러니까 국민 연금만 우리 쪽 손을 들어주면 이번 총회가 무산 될 수 있다는 말이군요.”
“맞습니다.”
그러자 정준구의 표정이 한 층 편안해 졌다. 국민연금은 한 번도 금현의 편이 아닌 적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때 또 한 번 비서의 핸드폰이 불길한 진동음을 토했다. 급히 연락을 받은 비서의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국민 연금이 찬성 쪽으로 돌아선 것 같다고······.”
질끈 두 눈을 감은 정준구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총 장으로 갑시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벌컥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급히 뛰어 들어왔다. 주주총회장에 자신이 보낸 대리인이었다.
“회장님······.”
일이 뭔가 잘못 됐다는 것을 그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 재계 서열 1위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