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04)
탑 코더-204화(204/303)
ⓒ (204)
연일 상한가를 찍고 있는 금현 자동차 주가를 보며 이성욱은 생각했다.
‘이건 잭 팟이다.’
금현 자동차가 어디까지 내려갈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사건이 터지고, 주가가 내리기 시작할 때부터 조금씩 매입했다.
-시내소프트는 지금이 최저가입니다.
-금현 자동차는 앞으로 더 떨어질 겁니다. 어차피 인수도 해야 하니 계속 매입하세요.
시내소프트와 금현자동차를 매입하라는 승호의 지시.
그 덕분에 금현 자동차로는 70%에 달하는 수익을 기록했고, 시내소프트에서는 50%에 달하는 수익을 기록했다. 그 사실에 전 직원이 고무되어 있었다.
“대표님 보셨습니까? 금현 자동차 오늘 종가가 9만원입니다. 진짜 이렇게만 되면 저희 회사가 골드만 삭스도 넘어서겠습니다.”
이성욱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어쩌면 승호가 처음 자신에게 제안할 때 그렸던 미래가 실제로 이루어질지 모른다.
-우리라고 골드만 삭스 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성장할 기업에 투자해서 많은 수익을 내면 그게 세계적인 투자 회사되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까지······.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헛되 보이는 망상임에도 불구하고, 합류하게 된 건 그저 승호가 돈이 많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제가 만든 ONE은 어디에도 적용 될 수 있습니다.
-그 말씀은.
-네. 알고리즘 매매나, 초단타 매매 같은 세계 적인 투자 기업들이 사용하는 최신 투자 방법에도 적용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이성욱이 부하직원을 보며 물었다.
“그러려면 일단 퀀트들부터 영입해야지. 어때? 일 진행은 좀 되고 있어?”
“어제 카이스트에 협조공문 보냈습니다. 금융공학 석, 박사 중에 뛰어난 분들을 모시고 싶다. 대한대 수학과에도 비슷한 내용을 보냈고요. 한국 5대 대학에는 전부 보냈습니다.”
“근로 조건은 정확하게 알려줬지?”
“네. 초봉 일억 오천에 성과급 플러스알파.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최고 대우입니다. 국내 취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분명 구미가 당길 겁니다.”
“거기에 인공지능 ONE을 가지고 투자에 활용한다고 하면 더 오려고 하겠지.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가능성을 충분히 알 수 있을 테니까.”
그 말에 이성욱이 넘어올 때 함께 (주)제로원에 넘어와 임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부하 직원이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진짜 궁금합니다. 제로만 봐도 완벽을 뛰어넘은 자율주행자동차이고, 원 톡은 WHO에서 인정받은 상담 앱 으로 자리 잡았잖아요. 그런데 그게 금융 투자 쪽으로 진행되면 어떻게 될까··· 골드만삭스나 JP 모건 같은 기업들을 간단하게 씹어 먹어버리겠죠?”
“내가 그것까지 어떻게 알겠냐. 나도 PB 였지 퀀트나 알고리즘 트레이더는 아니었으니까.”
“하긴 저도 요 며칠 사이에 공부해 보려고 책을 좀 살펴봤는데.”
말을 하던 부하직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머가리가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경제관련 지식을 종합해서 세상을 보는 것과 오로지 숫자로만 세상을 보는 건 또 다른 차원 일 테니까.”
“오··· 띵언 추가네. 저랑 같이 여기 오자고 할 때 하셨던 말에 이어 두 번째.”
이번에는 이성욱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여기 오자고 할 때? 내가 뭐라고 했었냐.”
“언제 까지 월급쟁이로 살 거냐. 이제 월급 주는 사람 한 번 돼봐야 하지 않겠냐.”
“그런 말을 한 것 같기도 하고.”
“하하, 벌써 잊으셨습니까?”
“워낙 일이 바쁘게 돌아가니까.”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그 말 겨우 4년도 안 되서 이룬 거. 월급 주는 사람 돼서 사람을 뽑게 되다니. 매일매일 하늘에 감사합니다. 믿음은행 들어가서 형님이랑 일해본걸.”
“하하, 그거야 네가 잘해서 그런 거지. 네가 능력이 없었으면 나도 말 안 꺼냈다. 그러니까 앞으로 잘 해.”
부하 직원이 장난스럽게 경례 구호를 붙였다.
“충성!”
“알았으니까. 나가서 일봐.”
“돌아가 보겠습니다.”
부하 직원이 나가고, 이성욱이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정말 ONE이 금융에 적용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볼만 하겠어.”
***
훈풍이 부는 건 (주)제로원만이 아니었다. 시내소프트 영업 담당의 목소리도 더할 나위 없이 활기찼다.
“충청도 지역에서도 판매 및 운행 허가 공문 도착 했습니다.”
“오케이, 직영점부터 바로 연락 돌리고, 대리점 요청 받아 놓은 거 있지. 거기에도 허가 사실 알리고. 수리 점 쪽에도 알려서 오픈 차질 없이 준비시키고.”
“알겠습니다. 거기에 보험사 쪽에도 통보하겠습니다.”
“흐흐, 이제 알아서 척척 하는구먼.”
“돈 받았으면 열심히 일해야죠.”
돈이라는 말에 둘은 서로를 마주보고 바보 같은 웃음을 흘렸다. 지금이 10월이었다. 그런데 올 한해 목표량을 벌써 초과 달성했다.
그런데 판매 가능 지역이 점점 더 늘어나며 판매량은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정도면 인센티브 공식에 의해서 연봉의 두 배까지도 가능했다. 그리고 어쩌면 3배까지 될 지도.
“흐흐, 그래 해보자. 올해 3배까지 한 번 받아보자.”
“좋습니다! 가즈아!”
좋은 사내 분위기가 직원들 사이에만 퍼져 있는 건 아니었다. 승호를 비롯해 시내소프트 초기부터 함께 한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황호근 이었다.
“내년이면 시가 총액 기준으로 선진을 넘어설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진도 선진 자동차 지분을 꽤 가지고 있어서 주가가 계속 상승 중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쉽게는 안 될 겁니다. 물론 언젠가는 넘어설 겁니다. 앞으로 5년? 어쩌면 선진만이 아니라 포트나, 망고 사에 버금갈지도 모르고요.”
“포트와 망고라니······.”
포트와 망고.
현 시대를 대표하는 IT 기업이었다. 물론 선진도 그 들 중 하나이고.
‘역시 승호라면 해낼 줄 알았어.’
황호근이 마른 침을 삼켰다. 최기훈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포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수도 있다니. 이게 진짜 꿈이야 생시야.”
“하하, 팀장님 실제 현실이니 볼 그만 꼬집으셔도 됩니다.”
“이런 게 현실이라니. 정말··· 대표님. 감사합니다!”
“하하, 부담스럽습니다. 다 같이 열심히 한 덕분입니다.”
“아닙니다. 이건 전적으로 대표님 덕분입니다.”
농담을 하던 최기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승호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런 인사에 당황한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이러십니까. 팀장님. 부담스럽습니다.”
살짝 입술을 깨문 최기훈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얼마 전에 가족들과 강남 고층 아파트로 이사를 했는데 와이프가 그러더군요. 당신은 강 대표님 계신 쪽으로 매일 절을 올려야한다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하고 오는 길입니다.”
“팀장님 무슨 그런······.”
“좀 구질구질 이야기 이긴 하지만 예전에는 매년 전세 계약 갱신을 걱정해야 했습니다. 서울에 집을 사는 건 언감생심. 변두리 아파트 전세라도 살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심인걸 알기에 승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하루는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가는데 얼마나 꽉꽉 눌러 담았는지 집 앞에서 그게 터져 버렸습니다. 저도 모르게 화가 나서 이게 뭐하는 거냐! 왜 이렇게 까지 하냐!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와이프는 그냥 조용히 쓰레기를 주워 담더군요. 그러고는 새 쓰레기봉투도 안 가져오고 그걸 테이프로 칭칭 동여 메는 겁니다.”
최기훈이 잠시 입을 꽉 다물었다. 그대의 감정이 치미는지 몇 초 동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내 꺼난 말에 승호도 착잡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라도 해야 당신 좋아하는 그 사업 할 수 있다. 그런 말을 하더군요. 제 꿈을 좇다가 가족들을 희생한 겁니다.”
회의실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최기훈이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가장으로써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뭐, 그런데 지금은 보다시피 하루에 100만원씩 써도 평생 못 쓸 정도의 돈이 생겼습니다. 시내소프트가 상장하고 연일 주가가 오른 덕분에.”
황호근이 쩝 입맛을 다시며 입을 열었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다. 와이프가 엄청 좋아해. 시내야 말할 것도 없고.”
승호는 그저 민망한 표정으로 묵묵히 듣고 있었다. 최기훈이 다시 밝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하, 괜히 저 때문에 좋은 날. 분위기가 이렇게 됐군요. 그냥 한 번 쯤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대표님한테 얼마나 감사한지를”
승호가 또 한 번 손 사레를 쳤다. 자신이 능력을 얻기 전 최기훈에게 받은 건 더 많았다.
“충분히 받아야할 걸 받으신 겁니다. 제가 신입 때 팀장님께 배운 건 그 보다 많으니까요. 물론 부사장님께 받은 것도 그에 못지않게 많지만요.”
그렇게 셋의 훈훈한 이야기가 끝날 때 쯤.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전경련 모임 참석하실 시간입니다.”
다행이었다. 더 이상 있었다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
***
승호는 차 안에서 참석 인원에 대한 약력 표를 살펴보았다.
-호산 그룹 회장 방명식
-선조 일보 회장 성충민
-MG 그룹 부회장 고명훈
-믿음 은행 은행장 지영규
······.
그 밖에도 한국을 움직이는 재계의 거물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정말 이 분들이 절 보고 싶다고 했습니까?”
옆 자리에 앉아 있던 고동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같아도 자네를 보고 싶어 어떻게든 끈을 연결하려 했을 걸세. 재계에 떠오르는 신성이니.”
“하하, 신성이라니. 과찬입니다.”
“물론 그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자넬 보고 싶은 건 아니야. 언론사는 광고를 실을 수 있지. 호산 그룹은 건설이 주력. 시내소프트가 데이터센터를 짓거나, 자사 빌딩을 지을 때 인맥이 있다면 수주하기 좀 더 쉬워. 그리고 MG 그룹이야 말해 무엇 하겠나. 우리처럼 ONE을 연동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겠지.”
“이유가 있는 만남이라는 뜻이군요.”
“전경련의 모임이 단 한 번도 그렇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럼 사장님께서 절 만나시는 것도.”
“하하, 뭐, 그렇게 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네.”
“그런데 혹시 그 반대 생각도 해보셨습니까?”
그 말에 고동만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놀란 눈으로 승호를 보던 고동만이 물었다.
“지금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하는 말인가?”
“물론입니다. 사장님을 스카웃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사장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시내소프트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스마트 시티를 비롯해 그 이후 준비 중인 신사업들까지.”
잠시 뜸을 들인 승호가 말을 이었다.
“사장님처럼 능력 있는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날 잘 봐준 건 고맙지만.”
“세상에 영원한 건 없습니다.”
승호는 굳이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 테니까.
때마침 승호의 비서가 입을 열었다.
“도착했습니다.”
그 말에 둘은 동시에 차에서 내렸다.
꽤 많은 기업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연회장으로 들어서는 둘에게 쏠렸다. 그 중 한 명 선조일보의 회장은 예리한 눈빛으로 승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하하,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믿음은행 은행장 지영규입니다.”
너도 나도 앞 다투어 승호에게 인사를 건넬 때 까지 성충민은 가만히 그를 지켜보기만 했다. 인사를 나누던 승호가 먼저 터벅터벅 성충민에게 걸어갔다.
“여기 계셨군요. 선조 일보 성충민 회장님.”
성충민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승호를 보았다. 승호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렇게 정정기사를 내달라고 했는데 선조 일보는 끝까지 거부 하더군요. 그래서 참 만나고 싶었습니다.”
웃으며 하는 말이었지만 성충민의 등 뒤로 주르륵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 재계 서열 1위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