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05)
탑 코더-205화(20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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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충민은 쉽사리 승호의 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저 새끼가 지금.’
웃고 있지만 자신에게 적대적인 게 분명 했다.
-안정성 과대평가 제로. 처음부터 재 검토해한다.
-자율주행자동차 제로 사고에도 운행 계속.
-정부의 과도한 자율주행자동차 밀어주기. 이대로 괜찮은가.
-시내소프트 상장. 주가 부풀리기 의혹.
사내에 소속된 논설위원을 비롯해 기자들까지.
제로를 비롯해 시내소프트 비판에 온 힘을 다했다. 그리고 시내소프트에서 정정기사를 요청했지만 묵살 했었다. 자신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리가 없는 것이다.
“하하, 손이 민망하네요.”
승호가 천천히 손을 거둬들였다.
“역시 굴지의 언론사 회장님답게 자존심이 상당하십니다.”
“우리는 거짓을 보도하지 않습니다. 시내소프트 관련 여러 의혹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자율주행자동차가 완벽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죠.”
승호가 입 꼬리를 위로 올렸다.
“금현이 제로의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사고를 냈다. 뭐 이런 게 사실 아닐까요? 보니까 금현 관련기사는 일절 보이지 않던데.”
승호가 혀로 입안을 굴리며 말을 이었다.
“그런 사실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더군요. 마치 두 회사가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있는 것 처럼요.”
“우리는 정부와 사회를 지켜보는 눈입니다. 그 눈이 닿지 못할 경우는 있어도 본 것이 틀린 경우는 없습니다.”
난데없이 벌어진 두 사람의 설전에 연회장에 싸늘한 기운이 흘렀다.
오늘 연회의 주최자이자 장소 제공자는 선진 그룹.
고동만이 중재를 위해 나섰다.
“하하, 두 분만을 위한 시간은 별도로 준비 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따로 하시죠.”
그러면서 승호의 어깨를 살짝 터치했다. 그러나 승호는 아직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분명 틀린 게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에 책임지실 수 있겠습니까?”
더 강해진 어조에 성충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금 언론을 협박하시는 겁니까? 시내소프트 관련해서 우리가 가진 자료들이 캐비넷 몇 개를 채우고 있습니다.”
연회장의 분위기가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당겨졌다. 고동만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하하, 이 좋은 날 왜 이러십니까. 진정하세요. 진정.”
그러나 승호는 진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코웃음을 치며 검지를 접었다.
“언론사는 발행인이 결격사유를 가지고 있는 경우 시, 도지사는 발행 정지를 명할 수 있다. 1.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 다행이 이에 해당하지는 않으시는 군요.”
이번에는 중지를 접으며 말했다.
“2. 잡지 등 정기간행물의 진행에 관한 법률, 방송법, 저작권법을 위반하거나 형법 제 87조부터 제90조까지. 제 92조 제 101조등등 기타 법률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
승호가 입 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어떻습니까? 여기에 해당 하십니까?”
대답이 없자 바로 말을 이었다.
“물론 여기에도 해당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리고 또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한 가지가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사람이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당연히 여기에도 해당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그냥 말씀 드리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언론사가 폐간 될 수 있는지. 제가 금현을 인수할 때도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조사하고, 찾아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거든요.”
“······.”
성충민이 입을 꾹 다물었다.
시내소프트.
금현을 성장하고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임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 힘이 꽤나 강하다는 것도 확실했다. 고동만도 더 이상 승호를 말리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뉴스를 볼 때 대부분 인터넷 미디어를 통 합니다. 그렇다고 신문사 홈페이지에 접속하지는 않죠. 이른 포털 서비스를 통해 접속합니다.”
말을 하던 승호가 손가락을 튕겼다.
“마침 우리 쪽에 좋은 포털 서비스가 있습니다. 원 톡, 그리고 원 서치. 두 서비스는 중국에서도 서비스 될 정도로 인기를 끌며 트래픽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넥스터나 바나나톡도 거의 따라 잡은 상황이죠.”
전경련에 참석한 회장들이 승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선전포고.
승호가 아니었다면 누구도 하지 못할 것이었다.
“성 회장 님 쪽 트래픽은 줄이면서 시내소프트, 금현 자동차 그리고 무수히 많은 협력사들 거기에 원 서치, 원 톡 등등 관련 기업들의 광고도 함께 줄여주면서 경쟁사에 광고를 실어 주면.”
순간 승호가 눈을 빛내며 성충민을 보았다.
“결과는 뻔합니다. 혁신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대의 뒤안길로 물러나야 하는 법. 언론사 역시 기업의 하나일 뿐이지 않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성 회장님.”
성충민이 애써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쯧쯧,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한국에 기업이 시내소프트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쉬울 것 하나 없습니다.”
승호가 고개를 돌려 고동만을 보았다.
“고 사장님. 선진 그룹 생각은 어떻습니까?”
둘 중 누구의 편에 설 건지 확실히 정하라는 말이었다. 당황한 고동만이 순간적으로 멈칫 거렸다. 그러나 뚫어져라 쳐다보는 승호의 시선에 답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선진은 언제나 회사에 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승호가 어깨를 으쓱 거렸다.
“그렇다고 하는 군요. 선조 일보와 시내소프트 둘 중 어느 회사가 선진에 도움이 될 지는 이 자리의 많은 분들이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승호가 한 명 한 명 각 그룹의 오너를 지목했다.
“MG 그룹 회장님. ONE 외부 API를 사용하고 싶으십니까?”
“뭐, 그, 그런 생각이 없는 건 아닌데······.”
“결정하시면 됩니다.”
과연 누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누가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이미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생각이 많아진 사람은 할 수 없었다.
“호산 그룹 방명식 회장님.”
“아, 네.”
“시내소프트의 다음 사업은 스마트 시티입니다. 이미 디트로이트 사업권을 따내서 설계 과정에 있고요. 건설 관련 비용만 조 단위가 될 겁니다. 관심 있습니까?”
꿀꺽.
누군가 마른 침을 삼켰다. 지금 승호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었다.
편 가르기.
적 아 구분.
자신과 함께 하려면 성충민과 등을 돌려야 한다 말 하고 있었다. 기업들이 등을 돌리면 언론사의 주 수입원인 광고가 끊어진다. 매출이 급감하는 것이다.
“무, 물론 관심이야 있지만.”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승호가 한 마디를 덧 붙였다.
“현재 중동을 비롯해 유럽 여러 도시에서도 관련 오퍼가 쇄도 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굳힌 방명식이 재빨리 대답했다.
“꽤, 구미가 당기는 말씀이시군요.”
그렇게 몇 사람을 더 호명했고, 하나 같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럴 때 마다 성충민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그리고 승호의 미소는 짙어지기만 했다.
***
다음날.
중구 태평로 선조일보 본사.
기업영업팀에서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성문은 아침부터 울리는 전화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네. 다음 달 전면 광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 갑자기 왜······.”
“알겠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은 지 몇 분되지도 않았을 때 또 전화벨이 울렸다.
“2면 광고를 중지하시겠다고요?”
“갑자기 왜······.”
“아닙니다.”
“네.”
“알겠습니다.”
벌써 두 군데서 연락이 왔다.
-광고를 중지하고 싶다.
자신이 지금까지 기업영업팀에 근무하며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일이었다. 전화를 끊은 팀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광고가 비면 어떻게든 채워 넣어야 한다. 매일 발간되는 신문에 빈자리가 있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판매부수까지 줄어드는 마당에······.”
모바일이 발전하면서 종이로 된 신문 구독자 수 도 가파르게 감소하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광고수입까지 줄어 들게 되면 회사로써는 치명타였다. 팀장에게 부하직원이 다가왔다.
“팀장님 오늘 호산 그룹에서 연락이 왔는데 예정되어 있던 자사 광고를 취소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자 또 다른 직원도 머뭇거리며 팀장에게 다가왔다.
“방금 세경 테크에서 인터뷰 광고 취소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취소.
취소.
취소.
절로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기분이었다. 벌써 광고 취소 요청을 한 기업이 7군데를 넘어 간다. 문제는 또 다시 전화벨이 울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띠리리리.
그 벨이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팀장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중얼 거렸다.
“왜 갑자기 이런······.”
다른 직원들도 영문을 모른 채 울리고 있는 전화벨 만 보고 있었다.
결국 그 날 오후 6시까지 광고 취소를 요청한 기업이 총 15군데였다. 그 소식은 바로 임원에게 전달되었다. 그러나 회장인 성충민 한테 까지 전달되지는 않았다.
또 한 번 전화벨이 울리기 전 까지는.
“네. 기업영업 담당 김성문 입니다.”
혹시나 또 광고 게재를 취소하는 연락일까 싶어 아주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선진 전자 홍보팀입니다.
선진 전자.
그곳은 특급 VIP 고객이었다. 김성문이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굽실 거리기 까지 하며 연락을 받았다.
“네. 어떤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다름이 아니고 앞으로 한 5개월 정도만 광고를 중단하려고요.
순간적으로 말문이 턱 막힌 김성문이 별 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사이 선진 쪽 담당자가 빠르게 할 말을 쏟아냈다.
-관련해서 내일 공문이 날아갈 겁니다.
선진은 갑.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어졌지만 김성문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선진이 광고를 중지했다는 사실은 바로 성충민의 귀에 들어갔다.
“선진이 광고를 중단해?”
“일단 5개월 정도만 중지 요청을 해왔습니다.”
성충민이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임원이 보고를 이어나갔다.
“그밖에 15군데 기업에서 예정되어 있는 광고 취소를 통보 해왔습니다. 갑자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으드득.
성충민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이를 갈았다.
“이 미친 새끼가 진심으로 날······.”
“회, 회장님?”
“당장 논설위원들부터 종편에 나가 있는 탐사 전문 PD들 전부 소집해.”
임원은 잔뜩 화가나 표정의 성충민을 보고 ‘네’ 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
다음날.
승호는 비서가 전달해준 신문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시작 됐군.”
“네. 단단히 화가 난 모양입니다. 온통 비난 일색입니다. 거기에 종편 방송에서도 대대적으로 특집 편성까지 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제목은 시내소프트 시크릿. 어떻게 시내소프트가 빠르게 성장 할 수 있었는지를 조목조목 파헤치며 성장 중에 있었던 의혹들을 탐사 보도 한다며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비서의 대답에는 염려가 가득했다. 그에 반해 승호의 표정은 여유 가득했다.
“뉴스는 뉴스로 덮으라는 말이 있습니다. 더구나 여론은 우리 편. 시내소프트가 얼마나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지 알면 그런 뉴스들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도 못할 겁니다. 그 뉴스 내보내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비서가 고개를 끄덕 인지 얼마 되지 않아 신문과 방송을 통해 진짜 시내소프트 시크릿이 대대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속보] 시내소프트 해외 수출 규모 10조.
-[속보] 시내소프트 대규모 채용 계획 발표. 상반기에만 오천 명.
-[속보] R&D 투자 10조. 국내에 쏟아 붓 겠다.
-[속보] 강승호 대표. 전국 보육원 생활 질 개선을 위해 이 천 억 쾌척.
-[속보] 부산 스마트 시티 오픈 D-30. 테스트 현장을 가다.
시내소프트 관련 뉴스가 멈추지 않고 쏟아져 나왔다. 성충민이 내보낸 기사는 보이지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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