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06)
탑 코더-206화(206/303)
ⓒ (206)
청와대.
그곳 홈페이지에는 국민청원이라는 메뉴가 존재한다. 그 국민청원에 한 가지 요청이 올라왔다.
-선조 일보 폐간을 청원합니다.
-당사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한국 최고의 IT 기업인 시내소프트를 모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로 첫 사고 당시부터 금현 편에 서서 각종 악의적인 뉴스를 생산했습니다. 그러나 그 뉴스들은 전부 거짓으로 밝혀졌고, 오히려 금현 자동차가 치졸한 방법으로 시내소프트를 위기에 몰아넣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시내소프트는 그걸 기회로 금현자동차를 인수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입니다.
-이런 기업을 당 사는 지속적으로 음해, 모략 하고 있습니다. 저는 언론에도 쓰리아웃제도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중략.
참여인원 101,904명.
국민 청원은 순식간에 10만을 넘어섰다. 20만 명이 넘어가면 청와대가 답해야 한다. 그 만큼 세간의 화제가 되기 쉬웠다. 그리고 그 화제 거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이 있었다.
중구 태평로 한세 일보.
선조일보와는 경쟁 관계에 있는 곳으로 그곳의 논설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사설을 작성해 신문에 실었다.
-제목 : 자정 작용이 멈춰 버린 언론.
주 내용은 언론의 자기반성 이었다. 지금까지 언론의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고 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모습으로 탈바꿈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예로든 사건이 바로.
-안정성 과대평가 제로. 처음부터 재 검토해한다.
-자율주행자동차 제로 사고에도 운행 계속.
선조일보에서 내보낸 제로 비판 기사였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한 기업을 옹호하고, 다른 기업을 비난 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한세 일보는 운영하고 있는 종편 방송사까지 동원해 시내소프트에 우호 적인 기사를 송출했다.
그리고 거기에 방점을 찍은 건.
-강승호 단독 인터뷰.
서현석의 스타트 업 이후 방송출연을 자제했던 승호의 공식적인 방송 출연이었다.
“백지훈의 그 사람이 보고 싶다. 오늘은 수많은 분들이 요청하셨던 분이죠. 바로 시내소프트 강승호 대표님 이십니다!”
사회자의 말에 승호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청객들을 향해 인사 했다. 젊은 기업인의 출연을 방청객들이 열렬한 박수로 응원했다.
“하하, 정말 보고 싶었던 분들 중 한 분인데요. 요즘 근황이 어떻습니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금현 자동차를 인수 하고 지금은 부산에서 오픈 할 스마트 시티 막바지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중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강 대표님 하면 여러 가지를 떠올립니다. 원자력 발전소 사건에서 보여 주셨던 희생정신에서부터 비행기 사고를 막은 놀라운 능력까지. 그런데 지금까지 그 당시 대표님의 솔직한 심정을 들은 인터뷰는 없었는데요.”
사회자의 말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인터뷰는 사건이 일어난 시간 순서대로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하고 승호의 심정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승호가 한 번 도 말 하지 않은 것들이 방송에 담기며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악해 버렸다.
그리고 방송 말미.
가장 최근의 이야기가 시작 되었다.
***
선진 전자 본사.
김희건이 차를 마시며 TV를 보고 있었다.
“강 대표가 아주 단단히 결심을 했나 봅니다.”
고동만이 침음을 삼켰다.
“그 정도가 아닙니다. 선조일보가 폐간되기 전에는 멈추지 않을 생각으로 보였습니다.”
“폐간이요?”
“네. 제가 보기에 강 대표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휴우··· 정말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는 사람이군요.”
“선진에도 강력하게 광고 중단을 요청할 정도니까요. 아마 다른 기업들 사정은 더 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점점 광고가 줄어들 테니 단가를 낮추거나 백기를 들거나. 해야 할 겁니다.”
고동만이 살짝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시내소프트의 승리로 끝날 겁니다. 시내소프트 관련 협력사만 수백 개가 넘고, 다른 대기업들도 시내소프트와 협력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니까요.”
“허허, 그 사람은 왜 그런 선택을 해서는.”
“금현과는 집안끼리도 엮여 있으니 선을 그을 수 없었을 겁니다.”
김희건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혀를 찼다.
“혈연, 학연, 지연. 이제는 구시대적 발상 인데··· 왜 그걸 버리지 못해서는 쯧쯧.”
“전경련 모임에서 성 회장님께 그러면 안 된다고 슬쩍 운을 띄워 봤는데 오히려 핀잔만 들었습니다.”
“그 노인네 눈과 귀가 턱 막혀 있어 다른 이 말은 잘 안들을 겁니다. 언론사 운영한다는 분이 그런 식이면 회사 미래야 뻔 한 거지요. 아마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겁니다.”
고동만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선조일보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승호가 그 어두운 미래를 좀 더 앞당기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 사이 TV로 승호의 인터뷰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최근 여러 가지 사건으로 심신이 매우 지친 상태긴 했습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정식 출시되자마자 사고라니.
-개발자로써의 책임감을 통감하며 밤 새워 로그를 살펴봤지만 도무지 문제를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방송에서는 잔잔한 배경음까지 흘러나왔다. 말과 음악이 합쳐지자 승호는 일순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세상은 절 비웃는데 여념이 없더군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나라를 위해서, 한국의 기술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왔지만 졸지에 성급한 판단으로 자율주행차를 출시한 기업인이 된 겁니다.
-특히 특정 언론사에서 앞장서서 절 비난했습니다. 기술적 내용의 오점을 짚어주는 비판이라면 겸허히 수용하겠지만 아무런 대안도 없는 원색적인 비난은 아마 시달려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혁신은 도전하고 실패해야 이루어지는 겁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혁신이 될까요? 아닙니다.
-이런 풍토에서 개발하고 새로운 것을 내놓는 것에 많은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더구나 제로는 급발진 하는 사고차량을 막아서기 위해 자기희생을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런 제로를 그렇게 까지 비난 하다니.
-그건 제 회의감이 더욱 짙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시티까지는 한국에서 첫 출시되겠지만 이후 계획 되는 서비스들은 좀 더 이런 도전에 응원을 해주는 풍토가 자리 잡은 곳에서 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몇 마디가 더 오고간 후 인터뷰는 끝이 났다. 방송을 본 김희건의 소감은 간단했다.
“저건 특정 언론 보고 들으라고 하는 소리겠지?”
고동만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져 있었다.
“아마 망하라고 하는 소리 같습니다.”
***
방송 당일.
서울의 한 레스토랑.
큰 레스토랑이 텅텅 비어 있었다. 그 한 가운데 선남선녀가 앉아 있었다. 조용한 가운데 달그락 거리는 식기 움직이는 소리만 들렸다.
“이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면 왜 만나자고 한 거예요.”
“일만 하다 보니까. 이럴 때 어떤 말을 해야 하는 지 잊어 버렸습니다.”
“인터뷰에서는 잘만 이야기하시던데요.”
“그것도 일의 일환이니까요.”
앞에 앉아 있는 여자는 신지은.
대중을 호령하고 있는 인기 스타였다. 최근 할리우드 진출까지 거론 되며 최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럼 저도 일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고 만나세요.”
“어떤 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절 꼬시는 일이요.”
풉.
급히 수건으로 입을 가렸지만 터져 나오는 건더기를 막지 못했다. 맞은편에 있던 신지은이 살짝 코끝을 찡그렸다.
“윽, 건더기 여기 까지 튀었어요.”
“아하하, 죄송합니다. 진짜 죄송합니다.”
승호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신지은의 옷에 묻은 건더기를 닦아냈다. 먹고 있던 그릇에도 튀어 있어 승호가 손을 들어 웨이터를 불렀다.
“여기. 이거 새 걸로 바꿔주세요.”
“괜찮아요. 신기하게도 별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네요.”
실수를 했음에도 미인이 저런 말을 하는데 기분 나쁠 남자는 없었다. 승호 역시 그랬다.
‘보기 보다는 털털한 편인가.’
신지은은 도회적인 매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연예인이었다. 착하게 생겼다가 보다는 지적인 모습. 거기에 대학도 대한 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이었다. 승호는 그런 모습에 가진 편견이 살짝 깨지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 제 일 능력은 몇 점인가요?”
“62점이에요. 그리고 일을 하고 계시긴 한 건가요? 오히려 제가 그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인데.”
“하하, 진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신지은이 눈을 가늘게 뜨며 승호를 보았다.
“흐음······.”
“왜요?”
“그런 쪽으로 영 능력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 웃으시는 걸 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아서요.”
“···네?”
“그렇게 웃고만 있어도 그림이 좋으니 뭔가 용서가 되는 기분이네요.”
얼떨떨해 하는 승호에게 신지은이 한 번 더 일격을 날렸다.
“이쯤 했으면 한 번은 되돌아와야 하는 게 인지상정 인데······.”
“지은씨도 오늘 무척 예쁘십니다.”
“엎드려 절 받기지만 그래도 칭찬해주셨으니 63점으로 올려드릴게요.”
툴툴 거리며 하는 그 말이 왠지 귀엽게 느껴졌다.
“겨우 1점 올려주시는 겁니까?”
신지은이 썰어져 있는 고기를 한 점 입에 넣으며 중얼 거렸다.
“높은 점수 받고 싶으면 다음에 또 만나던가 말 던 가.”
만나자고 하는 말이 확실했다.
풉.
그 사실에 이번에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웃기만 할 거예요?”
“하하하,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신지은이 들고 있던 식기를 내려놓았다.
“이익!”
“하하, 아닙니다. 다음에 또 한 번 시간을 잡아 보도록 하죠.”
그제야 다시 식기를 잡았다. 승호의 입가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 승호에게 비서가 다가와 귓속말을 전했다.
“성충민 회장님이 만나자고 하십니다.”
승호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비서가 다시 물러났다. 신지은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중요한 일 생기신 것 같은데··· 이만 가보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은 씨와 만남 보다는 덜 중요합니다.”
신지은이 입을 오므리며 탄성을 터트렸다.
“오∼ 70점.”
“가봤자 기분 나쁜 대화나 해야 해서.”
“이런 칭찬 좋네요. 72점.”
“하하, 오늘 80점까지 올려야겠다는 오기가 생기는데요.”
“그런 마음이 들었다는 점에서 75점.”
“보기보다 점수가 후한군요.”
“저에 대해 조금 더 아셨다 는 점에서 77점.”
점수가 가파르게 올라갔다. 그 명랑함에 승호는 기분이 좋아졌다. 고기를 마저 삼킨 신지은이 승호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이런데도 모르면 바보겠죠?”
승호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저 바보 맞습니다.”
순간 신지은이 벙찐 표정으로 승호를 보았다. 승호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제 마음은 70점부터 시작이니까. 한 번 열심히 해보세요.”
신지은이 앓는 소리를 냈다.
“이익!”
“투정 부렸으니까 71점.”
둘 사이의 화기애애한 대화가 한 동안 더 이어졌다.
< 재계 서열 1위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