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07)
탑 코더-207화(207/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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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청담 시내소프트 본사 출입구에서부터 깨졌다.
“비서 분은 여기 대기하시고, 핸드폰은 반납하고 들어가셔야 합니다.”
경호원의 말에 성충민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그 모습에 비서가 먼저 나섰다.
“지금 이 분이 누구 신 줄 알고.”
그러나 경호원은 한결같은 태도를 유지했다.
마치 기계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성충민이 깊은 쉼 호흡을 통해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은 관계 개선을 위해 온 날이었다.
“알았네.”
그러고는 품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비서는 안절부절 하지 못하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경호원이 성충민의 몸을 금속 탐지기로 철저히 수색하고, 나서야 성충민을 들여보내 주었다.
도착한 회의실에 승호가 깍지를 낀 채 앉아 있었다. 성충민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다시 뵙게 되는 군요.”
이번에는 성충민이 손을 맞잡았다.
“오랜만입니다.”
승호는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성충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네. 오랜만입니다. 하하, 지난번에는 거부하시더니.”
그러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성충민이 승호의 반대 편에 앉았다.
“따로 차는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한 가하게 차를 마시며 환담 나눌 사이는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끝가지 갈 사이도 아닌 걸로 아는데.”
“가지 못할 것도 없죠.”
승호가 강하게 나가자 성충민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렇게 까지 해야겠습니까? 말씀 드렸지만 아직 저희가 까지 않은 시내소프트 정보가······.”
그러나 성충민은 그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자꾸 정보, 정보 하시는데 무슨 정보 인줄 모르겠지만 정보는 그쪽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8월 10일 대신 그룹 최 회장 관련 보도 묵살 지시 9월 11일 금현 자동차 사고 관련 보도 지침. 9월 13일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사내 논조 통일 지시 등등.”
승호가 말을 할수록 성충민의 표정이 구겨졌다.
‘저건 내 가 편집장에게 직접 내린 지시사항인데······.’
일반 메신저도 아닌 보안이 확실하다고 알려진 텔레그램을 사용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승호가 의뭉스런 미소를 지으며 성충민을 보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겠지.’
답은 전경련 모임에 있었다. 적대적인 대화가 끝나고, 비서를 부르기 위해 핸드폰을 든 성충민에게 승호가 의도적으로 몸을 기울였다.
-어 엇,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핸드폰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한 눈에 들어오는 0과1의 세상. 그 속에는 그동안 성충민이 벌여온 추악한 짓들의 진실이 담겨 있었다.
‘아마 평생 고민해도 모를 거다.’
승호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비서에게 핸드폰을 맡겨도 괜찮겠습니까?”
성충민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대체 무슨 짓을!”
“아니면 그 지시를 받은 사람이 정말 회장님 편이라 확신 하십니까?”
성충민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말씀 드렸잖아요. 정보는 회장님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뭐든 공개해보세요. 어떻게 될지 뻔 하겠지만.”
승호가 그 말을 끝으로 완전히 몸을 돌렸다. 성충민이 으드득 이를 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고 나가는 성충민을 승호가 싸늘한 시선을 바라보았다.
“들들 볶아봤자. 나오는 건 없을 거야. 오히려 주변 사람만 잃게 되겠지.”
그리고 승호의 그 말은 바로 현실이 되었다. 성충민이 출입구를 빠져나오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비서에게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
“내게 할 말 없나?”
비서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되 물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그 표정에는 한 치의 거짓도 보이지 않았다.
‘하긴 그 정도가 되니까 속여 온 거겠지. 둘 중 한 명이 될 수도, 둘 다 일 지도 몰라.’
결론을 내린 성충민이 말했다.
“꺼져.”
비서가 잔뜩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당장 꺼지라고. 돌아가서 대기해.”
“아,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비서를 남겨두고 홀로 차에 올라탔다. 성충민이 차 속에서 핸드폰을 들어 바로 편집장에게 연락했다.
“당장 회사로 들어와서 대기해.”
회장의 말이다. 편집장은 아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답했다.
-아, 알겠습니다.
성충민이 주먹을 말아 쥐며 중얼 거렸다.
“이 개자식 두고 보자.”
***
그 사이 승호는 다시 부산으로 내려와 있었다.
스마트 시티 오픈 D-30.
승승장구 하고 있는 제로와 달리 스마트 시티는 이제 막 사업 초기였다. 이 사업을 잘 마무리해야 디트로이트 그리고 중동에서 온 제안까지 연속해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 시내소프트 개발진이 부산에 내려와 현장 테스트를 진행했다. 승호는 그 전체를 중앙 관제 센터에서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다.
“1차 단위 테스트 시작 하겠습니다. 먼저 교통정보를 이용한 교통 신호 통제입니다. 제로 운행해주세요.”
그 말에 끝나자 자율주행자동차 제로가 부산 스마트 시티 내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교통량을 분석해 신호등을 통제하는 시스템 그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살펴보는 테스트였다.
그러나 테스트는 시작하자마자 불협화음을 토했다.
삐이익.
삐이익.
중앙 관제 센터에 발생한 비프음.
그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 테스트를 진행하던 개발진이 마이크를 잡았다.
“교통정보 센서 팀. 센싱 정보 업로드 확인해주세요. 센싱 정보가 올라오고 있질 않습니다.”
그러자 무전기로 응답이 들려왔다.
-치직. 알겠습니다.
승호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처음부터 문제라니. 쉽지 않겠어.’
테스트를 총괄하던 개발자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안면인식 출입 통제 테스트 진행하겠습니다.”
그 말에 관제 센터 정면에 놓인 스크린 화면이 스마트 시티 내에 건설되어 있는 빌딩 내부로 바뀌었다.
“테스트 시작해주세요.”
그 말에 화면에 있던 인물들이 빌딩 내부에 설치된 스피드 게이트기로 걸음을 움직였다. 그 위에 설치된 카메라로 얼굴을 확인해 등록된 사용자만 통과시키는 시스템.
그러나.
이번에도 같은 비프 음이 발생했다.
삐이익.
삐이익.
문제는 방금 전과 비슷했지만 조금 달랐다. 스크린에 보이는 빌딩의 스피드 게이트가 꿈쩍도 하지 않은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려던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스피드 게이트 앞에 서 있었다.
“ONE에서 개방 신호 내려 보내서 출입통제 측 서버에서 응답이 오는 것 까지 확인했습니다. 출입통제 서버와 스피드게이트 구간 확인이 필요 합니다.
-치직. 확인해보겠습니다.
벌써 두 번째.
승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심각하군.’
그렇다고 자신이 1부터 10까지 전부 개입 할 수는 없었다. 제로 사고 해결에서부터 시내소프트를 원색 비난 하고 있는 성충민과의 기 싸움 까지.
그밖에도 ONE 업그레이드부터 데이터 센터 오픈 준비 등등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2번째 단위 테스트도 결국 첫 시도에서 실패했다. 다음 테스트는 스마트 시티에서 가장 핵심 적인 부분인 스마트 홈.
스마트 시티 내에 건설된 가가호호에서 이루어지는 테스트였다.
“스마트 홈 테스트 진행하겠습니다.”
스크린에 테스트를 위해 세팅된 집들이 나타났다. 집 안에는 가전, 가구들은 사전 배치되어 있었다.
아주 깔끔한 새집.
그 안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이 협의된 시나리오대로 행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스마트 홈 테스트 역시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스마트 홈 팀. 10번 집 사람이 침대에서 일어났는데 왜 방의 불이 서서히 켜지질 않습니까.”
테스트를 진행하던 개발진도 살짝 짜증이 올라왔는지 목소리가 올라갔다.
-치지직. 확인해 보겠습니다.
테스트는 다음으로 넘어갔고, 개발자의 목소리는 점점 더 날카로워 졌다.
“9번 집 오늘의 간추린 뉴스는요. 저희 쪽 로그에서는 분명히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화면에 나오질 않고 있잖아요.”
그러자 무전기 반대편 목소리도 심상치 않았다.
-치직. 저희 쪽에도 정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개발자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8번 집 토스트와 커피포트는 또 왜 작동을 안 합니까? 그쪽 집은 사용자가 커피와 토스트를 즐겨 마시는 집이라 분명 ONE에서 기상 시 토스트와 커피를 준비하라고 명령을 보냈는데요.”
-치직.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무전기가 끊기기 전.
-야, 똑바로 못하냐. 또 지랄하잖아.
일순 들리지 말아야할 이야기가 무전기를 통해 넘어 왔다. 테스트를 진행하던 개발자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랏다.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이럴 거면 준비가 다 안 됐다고 하던가.”
그때 무전기의 불이 켜졌다.
-치지직. 저희 쪽 서버에서도 문제없는데요. 분명 가전 쪽에 명령 내렸습니다. 가전 팀에 확인해 보세요.
그러고는 뚝.
무전이 끊어졌다.
가전을 제공한 곳은 선진 전자.
ONE-스마트 홈 서버-가전.
이렇게 연결되는 세 곳의 회사가 다르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승호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대로는 안 돼.’
단위 테스트에서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다 보면 통합 테스트는 해보지 않아도 뻔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승호가 비서에게 지시했다.
“일단 단위 테스트 중지하고, 전체 개발진 회의 소집 하세요.”
잠시 뒤.
대 회의실에 각 협력사를 비롯해 시내소프트에서 스마트 시티를 담당하고 있는 개발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시내소프트 사람들이 오른쪽, 협력사 개발진들이 왼쪽.
서로가 서로를 보는 시선에는 짜증과 분노가 서려 있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일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스마트 시티 오픈에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어 잠시 테스트를 중단했습니다.”
승호가 입을 열자 회의실에 침묵이 흘렀다.
“다들 오늘 테스트를 진행해보셔서 느끼셨겠지만 단위 테스트에서부터 이렇게 진행되면 통합 테스트는 진행조차 하지 못할 수준입니다.”
그 말에 시내소프트 개발자 중 한 명이 혼잣말을 툭 내뱉었다.
“이게다 협력사 쪽에서 제대로 안 해서 그런 건데.”
그 말에 발끈한 협력사 직원 한 명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가 제대로 안했다니. 그 말 책임질 수 있습니까!”
승호가 시내소프트 쪽 개발자를 보며 말했다.
“스마트 시티 팀 김석현 과장님.”
“네.”
“그러면 해명해보세요.”
“네?”
“방금 말씀하셨잖아요. 협력사에서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언제 어떻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보시라고요.”
싸늘한 그 말에 회의실에 정적이 흘렀다.
“아, 아니. 그거야 오늘도 테스트 진행한 걸 보면 문제가 계속 협력사 쪽에 생기니까.”
승호가 한 번 더 물었다.
“지금까지 시내소프트에는 단 한 번도 문제가 발생한 적 없습니까?”
“······.”
김석현 과장이 침묵했다. 단 한 번도 없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때는 수정하겠다고 말하곤 스리슬쩍 넘어갔었다. 승호가 시내소프트 쪽 직원들 한명씩 눈을 맞추며 말했다.
“시내소프트에 갑 질하는 직원은 필요 없습니다.”
승호의 경고에 일어났던 협력사 직원도 다시 자리에 앉았다. 불평을 토하던 직원도 슬그머니 입을 다물었다.
“문제를 해결하자고 모인거지 서로를 비난하려고 모인 게 아닙니다. 그 점 유의해 주세요.”
그러자 협력사 직원이 물었다.
“어떻게 해결 하실 생각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원래라면 테스트 자동화 툴을 적용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테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그,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다는······.”
“여기 회의실에 각 협력사에서 사용하는 서버를 설치해주세요. 그리고 제 지시를 알아들을 각 개발 실무진들도.”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잘 이해하지 못했다. 승호는 좀 더 쉽게 설명을 해나갔다.
“절차는 간단합니다. QA팀에서 테스트 요청을 날린다. 제가 로그를 확인하고 문제점을 파악 후 실무진에 지시한다. 그러면 실무진이 수정한다.”
아주 간단한 설명이었지만 결과는 간단하지 않았다.
“네? 아니 우리 쪽 코드도 모르시면서 어떻게······.”
“로그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 말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믿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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