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08)
탑 코더-208화(208/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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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해 신문을 펼쳐 든 박신우가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 거렸다.
“수 조원을 쏟아 부은 스마트 시티 사업 난항 중. 선조 일보 이기훈 기자.”
-홍상훈 정부의 제 4차 산업 핵심 중점 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 시티가 완료 30여일을 앞두고 각종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내부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진행 중인 단위 테스트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해 다음 단계인 통합 테스트는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수 조원의 혈세가 낭비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감시, 감독 역할이 강하게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기사는 시내소프트를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었다.
“까려고 작정을 했네. 작정을 했어.”
그런 박신우를 출근하던 국장이 호출했다.
“박신우 국장실로 들어와 봐.”
신문을 내려놓은 박신우가 국장을 따라 들어갔다.
“부산 스마트 시티. 어떻게 되고 있어.”
“누가 맡은 일입니까. 당연히 잘 되고 있습니다.”
“진행 사항 확인해 봤어?”
“당연히 확인해 봤죠. 지금 단위테스트 진행 중이라고 하던데요.”
그러자 국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테스트는 문제가 뻑뻑 터지고, 시내소프트가 갑 질 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해.”
“시내소프트가 갑 질을 한다고요? 그냥 모함 하는 거 아닙니까?”
“그쪽에 있는 협력사 한 곳이 언론사에 직접 제보한 모양이야.”
“또 선조일보 입니까?”
국장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 시내소프트랑 무슨 척 진일 있냐? 왜 이렇게 못 까서 안달이야.”
박신우가 가슴을 탕탕 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도대체 걔네들 왜 그런데요.”
“그건 나도 모르겠고. 하여간 확실한 소스야. 갑 질 이슈부터 시작해서 특혜 시비. 그리고 스마트 시티 오픈이 지연될 수도 있다는 것 까지 아주 이 잡듯이 탈탈 털 모양이야.”
“하아······.”
“진행사항 정확하게 체크 해놔. 여론 뜨거워지면 감사 나올 수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일정표 보면 오늘 2차 단위 테스트 예정되어 있으니까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한 번 더 말하지만 철저하게 확인해. 괜한 불똥 튀어서 너나 나나 다치지 말자고.”
박신우가 꾸벅 고개를 끄덕이며 국장실을 나섰다.
***
같은 시각 부산 스마트 시티.
대 회의실이 조용한 가운데 위이잉 거리는 팬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다.
“그러니까 테스트 서버 설치가 단 6군데 밖에 안 됐다.”
“네. 다른 협력사는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합니다.”
“하아······.”
현재 ONE과 연동하는 협력사는 총 11곳.
5군데나 테스트 서버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다. 테스트 서버를 설치한 여섯 곳의 협력사에서도 의구심 가득한 눈빛으로 승호를 보고 있었다.
“다들 약간 반신반의 하고 있습니다.”
개발에 직접 참여하지도 않은 사람이 로그만 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낸다. 그건 C언어를 만든 데니스 리치가 와도 못할 일이었다. 이럴 땐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최선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승호가 첫 번째 테스트 서버 앞에 앉았다.
“그럼 일단 시범을 보여줘야겠네. QA팀에 테스트 시작하라고 하세요.”
그 말이 끝나자 비서가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잠시 뒤.
테스트 서버에서 빠른 속도로 로그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10:35:07.819 INFO 18872 — [ main] com.tera.SeverMain : Starting ServerMain on JoeMchn with PID 18872 started by Joe 10:35:07.822 INFO 18872 — [ main] com.tera.ServerMain : No active profile set, falling back to default profiles: default
‘요즘 많이 쓰는 스프링 프레임워크를 사용했어. 거기에 몇 가지 라이브러리 덧 붙여서.’
승호가 눈으로는 로그를 보며 오른 손을 서버에 대고 있었다. 0과 1의 세상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며 코드 레벨까지 해석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승호는 대기하고 있는 실무 개발진을 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응답을 받은 후에 각 기기로 명령을 보내는 쓰레드에서 데드 락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테스트에 참여한 개발자가 바로 반박했다.
“저희가 테스트 할 때 그런 문제는 없었는데요.”
“이게 특정 케이스에서만 발생하는 겁니다. 명령 요청, 상태 값 반환 요청, 기기 정보 수정 요청이 겹치는 경우. 일단 이것부터 확인해 보세요.”
협력사 개발자가 사장의 눈치를 보았다. 사장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일단 확인해봐.”
그게 끝나자 승호는 바로 다음 자리로 넘어갔다.
그 다음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승호가 자리에 앉고 QA팀에서 테스트를 시작한다. 서버로 요청이 오고 로그가 올라오기 시작한 후.
10분가량.
그 정도만 지켜본 승호가 가이드를 내린다. 그러면 협력사 실무진이 코드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게 3번째 자리에 앉았을 때 가이드를 내렸던 첫 번째 협력사 개발진이 침음을 흘렸다.
“어······.”
바로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장이 모니터로 깊숙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왜 그래.”
“이거 진짠데요.”
“응?”
“지, 진짜 데드락이 걸리고 있었어요. 이 부분에서 예전에 회사에서 만들어 두었던 쓰레드 관리 클래스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거기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었네······.”
그러자 사장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어느새 승호는 세 번째 업체에게 가이드를 내리고 있었다.
“보시면 저희 쪽으로 교통량 측정 정보를 올릴 때 10메가가 넘어가는 데이터에 대해서 데이터 잘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설정 정보 한 번 확인해 보세요. 테스트 하다가 놓친 것 같은데.”
그 말을 들은 사장이 고개를 내저었다.
“너는 저게 이해가 가냐? 로그를 단 10분만 보고, 해당 서버의 기능을 완벽히 파악해서 문제점에 대해서 가이드를 내린다는 게?”
개발자가 곤란한지 볼을 긁적거리며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자율주행자동차를 만들어내신 분이니까요.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 건도 해결 했고 또··· 각종 랜섬웨어에 대한 패치도 만들어내시고 거기에 비행기 사고도 해결하셨잖아요.”
승호에 대한 약력 줄줄 흘러나왔다.
“너··· 저 사람 팬이냐?”
그러자 개발자가 약간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개발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럴걸요.”
“······.”
“하여간 알려주신 가이드를 확인해 보니 정말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그렇단 말이지.”
그 사이 두 번째 회사 개발자도 멍한 표정으로 중얼 거리고 있었다.
“헐··· 여기에 정말 문제가 있었네.”
두 번째 협력사 사장의 반응도 비슷했다.
“진짜 문제가 있었다고?”
“네. 라이브러리 하나가 제대로 빌드 되지 않아서 배포 버전과 여기 코드 버전이 달라요.”
“그걸 겨우 로그만 보고 10 분 만에.”
승호가 보여주는 모습에 협력사 직원에서부터 대표 까지 감탄을 금치 못했다.
***
그 사실은 그 자리에 오지 않은 협력사 대표에게도 전해졌다. 정말 준비가 되지 않아 참석하지 못한 협력사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다. 그 중 한 곳이 뉴시대정보통신 이었다. 임직원 수 50여명 정도의 기업으로 출입통제장치를 제작하는 하는 곳이었다.
“정말 능력이 있긴 한 모양입니다. 타사 문제도 고쳐주다니. 코드도 보지 않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지.”
“그러니까 지금 위치까지 올라갔겠지.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다 해도 항상 말하지만 사업은 결국 기 싸움이야. 처음부터 시키는 대로 하면 한도 끝도 없이 요구한다고.”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요구에 응하지 말라는 말씀이시죠?”
“그래. 한 두 번은 무조건 거절해. 그러고 나서 조금씩 맞춰 주란 말이야.”
개발팀 팀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겠습니다.”
그때.
직원이 문을 똑똑 두드렸다.
“사장님··· 선조일보 편집장님이 찾아오셨는데요.”
“뭐, 뭐?”
“임충식 편집장님이 직접 찾아오셨습니다.”
기자도 아니고 편집장이라니.
그 말에 놀란 사장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뭐 잘 못한 게 없는데······.”
“어떻게 할까요.”
“아, 일단 들어오시라고 해.”
만약 거부했다가 이상한 기사라도 나갔다가는 더 큰 일이었다.
앉아 있던 개발팀장이 나가고 임충식 편집장이 들어왔다. 서로 간에 가벼운 인사가 오가고 사장이 물었다.
“그런데 여기 까지는 어떻게······.”
“하하, 별거 아닙니다. 그저 스마트 시티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아··· 그러면 기자 분을 보내셔도 되는데 어떻게 편집장님이 직접······.”
“이런 유망 기업에는 원래 제가 직접 다니곤 합니다. 이것저것 긴히 드릴 말씀도 있고요.”
사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금까지 머리 털 나고 기자라고는 인터넷 신문 기자 한 명을 만나본 게 다였다. 그런데 정통 일간지의 편집장이라니.
‘회사가 좀 크긴 컸지.’
5명으로 시작해 이제 상주 인원만 50명을 넘었다. 그 생각을 하자 이 편집장이라는 사람도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딱 봐도 나보다 나이도 적어 보이네.’
자연히 자세는 거만해 졌다.
“네. 어떤 말씀이신지 한 번 들어보죠.”
편집장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가 빠르게 펴졌다.
“최근 시내소프트가 주관하는 스마트 시티 사업에서 갑 질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어서요. 혹시 사장님께서도 그 피해자 중 한 명이 아닐까 해서 찾아와 봤습니다. 물론 말씀 하신 내용은 익명으로 처리 될 겁니다.”
편집장이 한껏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
“만약 정말 억울한 걸 말씀해 주시면 저희가 시원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사장이 눈을 반짝였다.
‘시내소프트 갑 질 이슈로 회사 입지가 좁아지면 우리한테 득이 되는 건 자명한 일이다’
없던 일도 만들어야 할 판이었다. 그리고 이럴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사장은 너무나 잘 알 고 있었다.
“아··· 뭐 엇비슷한 일이 하나 있기는 한데··· 우리도 위험 부담이 좀 있어서. 그냥 정보 제공 해주는 건 좀······.”
사장이 말을 늘어트리자 편집장이 호의 가득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물론입니다. 정보를 제공해 주시면 저희 지면 한 곳을 할애해 뉴시대정보통신 광고를 실어 드리겠습니다. 선조 일보 지면 하나에 얼마나 하는지 아시죠?”
꿀꺽.
목울대가 꿀렁 거리는 모습에 편집장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거야 말로 꿩 먹고 알 먹기네.’
최근 광고단가 까지 내려가면서 치열한 수주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편집장인 자신에게도 지면이 할당 될 판.
그걸 이렇게 정보원 섭외비로 사용했다고 하면 회사에서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상황이었다.
“하하, 뭐. 그런 조건이라면 야. 알겠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했던 내용으로 몇 가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몇 십분 뒤.
편집장이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평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타이틀은 이렇게 뽑아. 시내소프트 갑 질 정황 확인.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해.”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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