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1)
탑 코더-21화(21/303)
# 21
갑질을 이기는 기술
────────────────서버 실 밖.
최기훈은 회의실 한 편에서 초조한 기색으로 승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뭘 하고 있긴 한 건가······.”
순간 최기훈이 만지작거리던 전화기가 진동했다. 재빨리 받은 전화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 사장님.”
-그래, 거기 일은 어떻게 진행 되고 있어?
“아직 별 진전이 없습니다.”
-해결 할 수 있는 거 맞긴 해? 아무리 생각해도 괜히 보낸 것 같아.
“승호는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제 생각에도 너무 큰 짐을 지운 건 아닌지.”
-실제 해킹을 막는다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닐 테니까.
“상황 지켜보고 어려울 것 같으면 복귀 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지금도 충분히 잘 해주고 있으니까 무리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둘 다 내일 오전은 쉬어. 늦게 까지 일해서 피곤할 테니까.
“하하, 전 괜찮습니다. 승호한테는 내일 오후에 나오라고 하겠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황호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야, 너도 내일 천천히 와. 이러다 내가 제수씨한테 한 소리 들을 판이야. 일 잘하는 사람 꼬여다가 사업 시작했는데 월급은 쥐꼬리만큼 주고, 일을 죽어라 시킨다고.
최기훈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흐흐, 그런 소리 안하니까. 걱정 마세요.”
-너 건강 걱정도 되고. 요새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네 안색도 급격히 나빠진 거 알고 있냐?
“제 몸은 이미 회사와 한 몸입니다. 앞으로 회사가 좋아 질 테니 건강도 좋아 질 겁니다.”
-농담으로 듣지 말고, 너도 이제 건강 생각해야 할 나이다. 40 대 중반에 밤새 무리하면 진짜 큰일 난다 너.
“하하, 알겠습니다. 컨디션 봐서 결정할게요.”
-그래,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최기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최기훈이 주변을 살폈다. 승호는 서버 실에서 나오지 않았고, 같이 들어갔던 송보나도 마찬가지였다.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거지.”
최기훈이 연락을 취하기 위해 핸드폰을 들었다.
그때 웅성거리는 소란과 함께 입구 쪽에 설치된 스피드 게이트웨이에서 한 남자가 양쪽 팔을 붙들린 채 끌려 나오고 있었다. 딱 봐도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놔, 이거 안 놔! 시발 진짜 내가 뭘 잘 못했다고. 내가 너희 해온 짓거리 다 까발리면 너네도 다친다는 걸 알아야지.”
“조용히 하세요.”
“내가 지금 조용히 하게 생겼어. 너희들 진짜 사람 잘못 건드렸어. 나 혼자 안 죽는다. 그걸 알아야지!”
끌려 나오는 남자가 피는 소란에 최기훈은 전화도 잊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남자는 마치 범죄자처럼 끌려 나오고 있었다.
디도스 공격에 갑작스레 생긴 혼란 까지.
최기훈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저 사람이 공범이라며.”
“쟤가 라온정보통신 소속이지? 배영민 부장이 담당이었던 것 같은데··· 불쌍하네. 사람 하나 잘못 채용해서. 이 사달이 나고.”
“그건 네가 배영민이 어떤 놈인지 몰라서 그런 거고.”
“내가 그 사람을 왜 몰라. 얼굴 마주친 게 몇 년인데. 배영민이라고 그러고 싶어서 그러겠냐? 선진에서 솔루션 납품단가 깎으려고 혈안이 되 있는데 어쩌겠어. 갈궈 서라도 일 시켜야지.”
“에휴··· 앞으로 또 피곤해 지겠네. 협력사들 엄청 쪼아 댈 거 아냐.”
최기훈은 사람들이 수근 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거기에 승호에 관련된 이야기도 있었다.
“근데 잡은 사람이 시내 소프트 소속이라던데.”
“시내 소프트? 그런 협력사도 있었나.”
“아직 선진 협력사는 아닌데. 이번 일 해결하려고 특별히 데려 왔다더라.”
흥미로운 대화에 최기훈은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으로 한층 더 스며들어 귀를 기울였다.
“더 놀라운 게 뭔지 알아? 시내 소프트 강승호. 그 친구가 디도스 공격 서버를 역 추적 해서 해커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빼낸 모양이더라고.”
“그, 그런 게 가능이나 한 일인가······.”
“그야 나도 모르지. 하여간 선진 애들 완전히 물먹었어. 협력사 직원이 사고치고, 협력사 직원이 수습한 꼴이니. 무슨 협력사 때문에 돌아가는 회사 같잖아.”
“그게 사실이긴 하잖아. 요새 많이 바꾼다고는 하지만 말처럼 되겠어.”
둘의 대화를 듣던 최기훈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바로 제 부하직원입니다.’
입이 근질거리는 걸 참았다.
순간 서버 실 입구로 승호의 모습이 나타났다. 최기훈이 손을 흔들며 승호를 불렀다.
“승호야!”
승호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최기훈을 보지 못했다. 최기훈이 승호에게 가까이 다가가려했다.
“자, 잠시 만요. 지나가겠습니다. 잠시 만요.”
그러나 승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덕분에 쉬이 다가가지 못했다. 더 안쪽으로 파고들려는 최기훈을 검은 정장 차림의 건장한 남성이 막아섰다.
“잠시 만요. 더 이상은 안 됩니다.”
험상궂어 보이는 인상.
위험한 느낌이 솔솔 풍겼다.
“아니 저는 같은 회사 사람인데······.”
“일단 물러나 계세요. 현재 보안 조치 레드 상황입니다. 저희 보안 요원들의 지시에 적극 협조하셔야 합니다.”
최기훈은 입맛만 다실 뿐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한서준 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승호에게 물었다.
“이 사진이 범인의 모습이라는 말입니까?”
“네. 운이 좋았습니다. 노트북에 웹캠이 달려 있었어요. 거기에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던 핸드폰 번호까지 알아냈으니 범인을 특정 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사실 좀 믿기지가 않는군요. 상대방이 보낸 요청에 대한 응답에 승호씨의 코드를 심어 역으로 정보를 탈취했다. 그게 정말 가능이나 한 일이었다니······.”
“장인호씨가 내려 받은 트레이 목마 성 코드를 실행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ack 신호를 서버에 보내는 일이었습니다.”
“서버에 생존 신고를 했다는 말이군요.”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상대가 확인하는 신호의 크기는 1바이트. 저는 거기에 2바이트를 담아 보내 봤습니다. 그랬더니 버퍼 오버 플로우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버퍼 오버플로우.
승호가 바나나톡의 SSL 키를 찾아내는 데 사용했던 방식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공격방법이었지만 가장 지켜지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면 거기에서 넘어오는 데이터로······.”
“네. 서버의 주소나 상태. 또 다른 정보들을 빼내 온 겁니다. 생각보다 기본적인 걸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한서준이 씁쓸히 읊조렸다.
“이런 사달을 일으키는 놈이 그런 기본적인 것에 당했다니······.”
대화를 나누던 승호가 한쪽에 우두커니 서 있는 최기훈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어, 팀장님.”
“승호야!”
최기훈을 막아섰던 보안요원들이 한서준에게 물었다.
“아시는 분인가요?”
한서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길을 터주었다. 가까이 다가온 최기훈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야,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간단히 말씀드리면 공범은 잡았고, 주범까지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건 해결 대가인 1억에 추가로 3억을 더 받기로 했어요.”
“뭐, 뭐?”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해요. 시간이 너무 없어서 팀장님께 연락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물론 코드 난독화 솔루션 계약도 별도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제시한 조건 대로요. 계약서 사인도 마쳤어요.”
최기훈이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니 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어떻게 공범에 주범까지 잡았는지 그걸 묻고 있는 건데. 더구나 3억? 3억이라니··· 거기에 솔루션 납품 계약도 마쳤다고?”
자신이 바깥에 앉아 있는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다. 놀란 최기훈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제 여기 볼일은 끝났으니, 자세한 건 돌아가면서 말씀 드릴게요.”
“그, 그래 돌아가자.”
그런 승호를 한서준이 붙잡았다.
“저, 저기 잠시만요. 방화벽 트래픽을 어떻게 분석했는지 도 좀 알려주시면······.”
승호가 한서준의 팔을 슬며시 치우며 말했다.
“제가 맡은 일은 이 일의 목적을 달성하는 거였지. 과정을 설명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과정 까지 듣고 싶다면 따로 회사에 요청 해주세요. 물론 비용은 별도입니다.”
한서준이 꿀 먹은 벙어리로 변했다. 최기훈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승호를 보았다. 승호가 최기훈을 보며 말했다.
“이만 가시죠. 벌써 시간이 많이 늦었어요.”
승호가 먼저 걸음을 움직였다. 보안요원들이 저도 모르게 길을 비켜섰다. 아무도 승호가 가는 길을 막지 못했다.
***
승호가 떠난 뒤.
송보나는 자신의 손목을 문지르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게 지금 꿈이야 생시야······.’
불과 2시간여 만에 일어난 일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한서준이 멍하니 앉아 있는 송보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설명해봐.”
“처음에는 내부자 소행인 것 같다며 절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그러더니 확인이 필요하다고, 방화벽 패킷을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고 했습니다.”
“방화벽 패킷?”
“네. 자기가 가진 툴이면 패킷을 까서 그 내용을 볼 수 있다고 하더군요.”
한서준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그런 툴이 있어?”
“네. 자신이 별도로 만든 툴이라며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 뒤······.”
송보나는 그때의 상황을 반추했다.
-잡았다. 요놈.
그 말과 함께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서버의 아이피를 알려주었다.
-여기로 갑시다.
아직도 잘 믿기지가 않았다.
“얼마 뒤?”
“공범이 있는 서버 아이피 주소를 불러 줬어요. 그리고 그곳에 갔더니 정말 공범이 작업을 하고 있었고요. 그 뒤로는 부장님이 아시는 그대로입니다.”
한서준이 의자에 기댄 채 입맛을 다셨다.
“우리가 손도 못쓰고, KISA와 경찰에 연락한 채 무작정 기다리기만 했던 일을 여기 와서 불과 3시간 만에 해결하고 떠났군.”
송보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한서준이 김신우를 보며 말했다.
“그 친구 스카우트 할 수 있을까?”
“아··· 아마도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자네가 적극 추진해봐.”
“네?”
“시내 소프트를 데려온 게 자네 아닌가. 그러니 그 친구도 한 번 데려 와봐.”
김신우가 마른 침을 삼켰다. 불과 몇 시간 전 자신이 했던 행동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본부장님께 이번 해킹 해결 건 비롯해서 보안 솔루션 계약까지 최대한 빠르게 비용 처리 해달라고 할 테니까.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알았지?”
상사의 말에 부하직원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