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10)
탑 코더-210화(210/303)
ⓒ (210)
박신우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국장실로 들어갔다.
“국장님 이것 보세요.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국장 앞에 신문을 들이밀었다.
신문은 한세 일보.
-스마트 시티 협력사 11곳. 시내소프트에는 상생만이 있었다.
박신우가 그걸 문자 그대로 읽어나갔다.
“시내소프트에는 상생만이 있었다. 이게 타이틀 입니다. 그리고 이거 보이세요? 협력사 11곳이 전부 서명한 입장 문을 발표 했습니다. 결국 그 자식들이 구라를 친 거라고요. 하여간 저 입벌구 놈들을 그냥 확.”
앉아 있던 국장이 박신우가 내민 신문을 살폈다. 1면에 대문짝하게 실린 내용은 제목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확실히··· 11곳 전부 서명한 입장 문을 발표 했다면 문제 될게 없긴 하겠어.”
“여기 어떻게 상생했는지 보이십니까? 문제가 발생하면 자기 일이다 생각하고 함께 도왔다. 함부로 말을 하는 직원에 대해 전환배치 시켰다. 납품 단가를 합리적으로 결정하였다.”
“그때 나온 기사와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이긴 하네.”
“11곳의 협력사가 전부 서명한 입장문과 익명의 제보자. 어느 말이 더 신빙성 있습니까. 하여간 기자라는 것들이 그저 자기 사리사욕 챙기는데 바빠서는 쯧쯧.”
그러나 국장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 만은 않아. 아마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혹시 협박한 건 아닐까? 그래서 저기에 서명한 건 아닐까?”
박신우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차피 진실은 하나입니다.”
“그 진실이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받아들이니까 문제지.”
반박할 수 없는 말에 박신우가 입맛을 다셨다.
“쩝······.”
“하여간 우리야 이런 식의 뉴스면 환영할 만 한 내용이긴 해. 이제 일만 제대로 마무리 하면 되겠어.”
“방금 전에 확인해 봤는데 이제 단위 테스트는 거의 마무리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일정상 다음 주부터 통합 테스트 시작인가?”
“네. 이제 오픈 일까지 30일 가량 남은 겁니다.”
국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어.”
“이제 성과를 인정받아 국장님은 승진을 하시면 되겠군요.”
그 말에 굳어져 있던 국장의 표정이 스르륵 풀렸다.
“흠흠··· 나만 좋냐. 너도 같이 가야지.”
“하하, 물론 저도 좋지요.”
“그러니까 일 확실하게 진행시켜. 절대 문제 생기면 안 된다. 이거 끝내고 나도 좀 위로 올라가 보자.”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박신우가 싱글벙글 웃으며 국장실을 나섰다. 국장의 표정도 한층 밝아져 있었다.
***
위이잉.
위이잉.
총11대의 테스트 서버가 돌아가고 있었다. 30명은 들어갈 대회의실이 좁게 느껴질 정도였다.
“성원테크 개발 팀장님. 가이드 내린 거 혹시 작업 끝나셨습니까?”
“5번째 까지 했고, 6번째 작업 중입니다. 앞으로 1시간 안으로 끝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승호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뉴시대정보통신 쪽은 어떻습니까?”
뉴시대정보통신 개발 팀장이 말했다.
“현재 3번째 까지 진행했습니다. 나머지는 아직······.”
“혹시 일정이 어떻게 될까요.”
“한 일주일은 필요할 것 같은데······.”
일주일.
그렇게 까지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승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제가 한 번 봐도 되겠습니까?”
“···네?”
“실례가 안 된다면 가이드 몇 개를 직접 수정해 드리고 싶습니다. 코드가 영업 기밀이시니··· 보안 각서를 써드리겠습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생각을 하던 승호가 검지를 튕겼다.
“아, 그럴게 아니라 제가 슈도코드(pseudocode : 프로그램의 로직을 검증하기 위해 테스트 성으로 작성된 코드)를 드리겠습니다. 그걸 기반으로 하시면 한결 작업 시간이 줄어들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코드까지 작성해 준다니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두 팔 벌려 환영해야 마땅한 일이었다.
“C#으로 작성 되어 있는데 상관없으십니까?”
“네. 어떤 언어든 상관없습니다.”
개발팀장이 약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러면 야 뭐. 저희 쪽 코드를 직접 보는 것도 아니니까요.”
“알겠습니다. 작업은 여기 서버가 있는 자리에서 바로 하겠습니다. 어차피 문제가 되는 부분 단위로 하면 되니까요.”
뉴시대정보통신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승호는 바로 작업에 돌입했다.
0과1.
그 세계에 진입해 0과 1을 어셈블리 단위로 어셈블리 단위를 현대 프로그래밍 언어인 C#으로 변경해 나갔다. 그렇게 머릿속에 들어온 코드들 중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콕 집어 수정해 나갔다.
타닥.
타다닥.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이 멈추지 않았다. 그걸 지켜보는 뉴시대정보통신 개발팀장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저건 마치 우리 쪽 코드를 다 알고 있는 것 마냥 작업을 하고 있잖아.’
using System;
using System.Threading;
class INOUTControl
{
static void Main(string[] args)
{
new INOUTControl().DoIn();
}
}
스마트 시티는 회사에서도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었기에 자신이 코드 많은 부분에 기여했다. 그랬기에 승호가 작성하고 있는 저 코드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되? 설마 해킹했나?’
그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이게 말이 되려면 자신들의 코드가 해킹 되어 시내소프트 쪽으로 유출되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이내 접었다.
‘굳이 시내소프트에서 왜? 우리 쪽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해킹까지 해서 코드를 가져가서 살펴본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은 그 어이없는 일이 마치 진실인 것 마냥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승호가 개발팀장을 보며 말했다.
“일단 슈도코드 하나 넘겼습니다. 최대한 그대로 적용 할 수 있게 짰는데 확인 부탁드릴게요.”
“아, 네··· 네. 알겠습니다.”
승호가 그렇게 까지 나오자 개발 팀장도 깊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경이적인 실력 앞에서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
늦은 밤.
다시 대회의실로 돌아온 승호가 멈칫 거리며 한발 물러섰다.
“아, 아직 계셨습니까.”
뉴시대정보통신 개발팀장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아··· 네. 좀 살펴볼게 있어서.”
“하하, 네.”
그 말을 끝으로 승호가 자리에 앉았다. 다음 날 협력사들에게 수정사항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오늘 늦게 까지 작업을 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낸 가이드를 전달. 낮 동안 수정하게 만드는 것이 요즘 일과였다. 한창 자리를 옮겨가며 각 서버들을 테스트 하고 있는 승호에게 뉴스대정보통신 개발팀장이 다가왔다.
“저기··· 대표님.”
“아, 네. 말씀하세요.”
“궁금한 게 있는데······”
“네.”
“오늘 주신 슈도코드 말입니다. 거기 보면 출입통제 장치에서 사용하는 명령문에 대한 데이터 구조 가이드도 적어 놓으셨더라고요.”
“아, 그건 가능하다면 불필요한 데이터를 빼서 성능을 높이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그게 저희도 검토를 한번 해보기는 했는데 일정 내에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가이드 주신 주석에 보면 직접 할 수 있으니 의견을 달라고 되어 있어서.”
“이미 명령 보내는 부분은 공통으로 빼놓으셨더라고요. 그래서 명령 객체 생성하는 부분과 전송하는 부분만 바꾸면 되니까요.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라서 한 반나절이면 될 겁니다.”
개발팀장이 입맛을 다셨다. 개발팀 내부에서는 사이드 이펙트 까지 체크하면 최소한 3일 이상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런 걸 이 사람은 반나절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니. 그저 씁쓸하기만 했다.
“그러면 부탁 드려도 될까요?”
“알겠습니다. 걱정마세요. 내일 아침에 확인 할 수 있도록 해놓겠습니다.”
이건 숫제 갑과 을이 뒤 바뀐 느낌이었다. 불현 듯 사장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스쳐지나갔다.
-처음부터 시키는 대로 하면 한도 끝도 없이 요구한다.
-한 두 번은 무조건 거절해. 그러고 나서 조금씩 맞춰 주란 말이야.
‘우리 사장과는 천지 차이구나.’
자신이 모시고 있는 사장은 개발에 큰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돈.
돈이 되는지 안 되는지 만 신경 썼고, 개발자들이 야근을 하든지 말든지 어디가 아픈지 말든지 1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시내소프트 대표는 여기까지 직접 내려와서 코딩을 하고 있다.
‘좋겠다. 저 회사 사람들은······.’
승호를 보고 있자 저 회사 직원들에 대한 부러 움이 밀려왔다. 얼마 전 채용 사이트에서 찾아보니 시내소프트는 이직률도 5%가 되지 않았다. IT 업계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수치.
그 만 큼 다니기 좋은 회사라는 뜻이리라. 승호가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는 개발 팀장을 보며 말했다.
“뭐,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아, 아닙니다.”
개발팀장이 머뭇거리며 자리를 떠 났다. 입가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있었다.
***
사무실을 떠난 개발팀장이 근처 잡아 놓은 숙소로 돌아왔다.
본사는 서울.
현재 부산 일 때문에 주변에 숙소를 잡고 장기 투숙 하고 있는 중이었다. 개발 팀장이 돌아오자마자 사장이 그를 호출했다.
“우리 대박 났다.”
대뜸 하는 말에 개발팀장이 되물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시내소프트가 협력사 인수 제안을 해왔어.”
“···네? 정말이요?”
“앞으로 일이 더 많아 질 것 같으니까. 몇 개 협력사에 대해서는 인수를 하고 싶다면서 혹시 생각이 있는 회사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더라.”
개발팀장은 떡 벌어진 입을 닫지 못했다. 시내소프트 입사는 요즘 자신이 꿈에 그리는 일이었다.
“일단 회사 실사부터 해야 한다면서 내일 회사 내 팀장 급 이상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데. 괜찮지?”
개발팀장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사장이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중얼 거렸다.
“흐흐, 드디어 터졌어. 우리 노난 거야. 얼마를 불러야 하나.”
마주 앉아 있는 개발팀장 역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다음날.
사장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는지 바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인터뷰어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 강승호 대표가 직접 나오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잘하자.’
개발팀장이 의지를 다지며 인터뷰에 집중했다. 다행이 질문은 대부분 평이했다.
평소 회사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
임직원에 대한 평가.
사장에 대한 내용 까지.
아주 자세하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마지막 질문은 평범하지 않았다.
“최근 언론에 갑 질을 한다는 제보가 있었던 것 아실 겁니다. 사실 협력사에서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혹시나 해서요. 거기에 대해 아시는 바가 있습니까?”
예기치 못하게 훅 들어온 질문에 개발팀장은 잔뜩 당황했다.
‘어, 어떻게 말해야 하나.’
진실.
거짓.
둘 중 하나 선택해야할 시간이었다. 그러나 굳이 선택할 필요는 없었다. 그 모습을 CCTV를 통해 보고 있던 사람이 여러 명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CIA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초빙한 행동 분석 전문가였다. 그 사람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전에 알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 말을 들은 승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면 일단 리스트에 올려 둡니다.”
그 사이 뉴시대정보통신 개발팀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승호의 예상을 빗나가는 것이었다.
“얼마 전 기자 분이 찾아오신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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