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11)
탑 코더-211화(211/303)
ⓒ (211)
스마트 시티 중앙관제 센터.
박신우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보고 있었다. 시내소프트 스마트 시티 개발 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2차 통합 테스트 시작 하겠습니다. 시나리오 1 준비해주세요.”
말이 끝나자 스크린에 보이는 제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테스트를 위해 동원해 100대의 제로가 동시 움직이며 장관을 연출했다. 이내 관련된 사람들이 속속 무전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교통정보 팀 준비완료.
-ONE 명령 체계 팀 준비완료.
-신호등 센서 팀 준비 완료.
-제로 관련 데이터 팀 준비완료.
······.
시나리오 1은 차량 통행에 따른 신호등 통제.
차량이 다니지 않으면 바로 파란불로 바꿔주고, 차량이 다니면 잠시 빨간 불로 바꿔주는 등.
일정한 간격으로 파란-노랑-빨간 색으로 바뀌는 신호등을 좀 더 효율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테스트였다. 이내 각 시나리오의 부분을 담당하는 개발진 들이 정상 무전을 보내왔다.
“알겠습니다. 시나리오 1 계속 테스트 진행해주세요. 시나리오 2 준비상태 보고해주세요.”
그러자 일부 스크린이 다른 화면을 비추었다.
-CCTV 팀 준비완료.
-출입통제 장치 팀 준비완료.
-테스트 인원 팀 준비완료.
······.
각 팀들이 준비완료 사인을 보내자 마이크를 잡고 있던 시내소프트 직원이 또 한 번 입을 열었다.
“시나리오 2 시작 하겠습니다.”
그러자 화면에 보이는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얼굴을 확인한 CCTV에서 영상정보를 보내오면 1차적으로 서버에서 정보를 받은 후 ONE 쪽으로 전송해준다.
ONE은 해당 인물의 얼굴이 승인된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 한 후 다시 출입통제 서버에 전송.
최종적으로 빌딩에 설치된 스피드 게이트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쌍둥이 투입하겠습니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없이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테스트는 여러 경우에 대해 진행한다. 쌍둥이 테스트도 그 중 하나였다.
얼굴로 구별이 쉽지 않은 쌍둥이의 안면인식.
이를 통한 출입통제 장치의 올바른 제어.
쌍둥이 중 등록되지 않은 동생이 스피드 게이트를 통과하려 하자.
-삐빅. 허가 되지 않은 이용자입니다.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뜻이었다. 시나리오 2까지 일말의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굳어져 있던 박신우의 표정이 차츰 풀리기 시작했다.
“이제야 좀 뭔가 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함께 스크린을 지켜보던 승호의 얼굴에도 희미한 미소가 생겨났다.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으니까요.”
“듣자하니 대표님이 가장 많이 고생하고 있다고 하던데. 협력사 쪽 코드까지 짜준다면서요?”
“하하, 뭐. 마음이 급하다 보니.”
“역시 전 신문에 나온 내용 하나도 안 믿었습니다. 대표님이 그럴 분이 아니라는 거 진작 알 고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그 사이 3번째 시나리오가 진행되었다. 사용자가 아파트 입구로 들어와 집으로 들어갈 때 까지 벌어진 상황을 가정 한 시나리오.
그 시나리오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었다.
4번째.
정상.
5번째.
정상.
······.
저녁 7시까지 진행된 총 50여개의 시나리오에서 발견 문제는 30가지 정도.
단위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와는 천지차이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
스마트 시티 오픈 D-7.
뉴시대정보통신 사장이 초조한 표정으로 개발 팀장에게 물었다.
“왜 연락이 없지. 혹시 뭐 알고 있는 거 있어?”
개발팀장이 고개를 내저었다.
“저라고 뭐 알겠습니까.”
“이상해. 인수 이야기가 아주 쏙 들어갔어.”
“마음이 바뀐 거 아닐까요. 회사 실사 이후 그런 경우 많잖아요.”
사장이 아쉬움을 가득 담아 입맛을 다셨다.
“쩝··· 그런가. 그럴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닌데······.”
생각에 보면 틀린 말도 아니었다. 다른 협력사 사장들에게 인수 관련 문의를 해보면 하나 같이 일 진행이 멈추었다고 했다. 스마트 시티 오픈이 얼마 남지 않아서 인지, 회사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져서 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럼 저는 들어가 쉬겠습니다.”
“그래 오늘 도 수고했어. 테스트는 문제없었지?”
“네.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이대로 진행하면 정상적으로 오픈 할 수 있을 겁니다.”
사장이 짐짓 엄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래도 확인 또 확인해 봐야 돼. 자신 있다고 했다가 오픈하고 낭패 본적이 한, 두 번 아니잖아.”
하긴 과거 종종 그런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강승호 대표가 직접 봐주기 시작한 이후로 왜 인지 오픈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걸 솔직하게 말할 만큼 개발팀장의 사회생활 경력이 짧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확인 또 확인하겠습니다.”
“그래 우리 전 팀장만 믿고 있을게. 사실 인수 안 되도 상관없긴 해. 앞으로 디트로이트를 비롯해서 세계 각지로 수출되면 회사로 더 큰 돈이 들어올 테니까. 너도 들었지? 스마트 시티 오픈 때 청와대를 비롯해서 사우디 왕자까지 온다고 한 거.”
“네 뭐. 소문으로 듣긴 했습니다.”
“흐흐, 그거 소문 아닐 거야. 나한테 확실한 정보통이 하나 있거든. 그 사람 말로는 사우디만이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미국 등등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온다는 말이 있어.”
그건 개발팀장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장이 입가를 씰룩 거리며 한층 더 목소리를 낮추었다.
“잘 되면 우리 진짜 노 나는 거지.”
사장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에 반해 개발팀장의 표정은 그저 덤덤하기 만 했다. 표정을 확인한 사장이 빠르게 말 을이었다.
“하하, 피곤하지. 어서 들어가 쉬어. 내가 바쁜 사람 붙잡고 말이 너무 많았네.”
살짝 고개를 숙인 개발팀장이 숙소로 돌아갔다. 뒤돌아 선 그의 표정은 싸늘하기만 했다.
***
스마트 시티 D-5.
청와대.
비서실장이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아랍에미리트의 2인자가 직접 온다고?”
그러자 총무비서관이 말했다.
“네. 빈 에미르라고 UAE의 부통령이자 두바이의 왕입니다. 두 바이에도 이런 시스템을 꽤나 구축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돈 하나는 무진장 많은 곳이니까요.”
“이로써 참가 하겠다고 의사를 표현한 곳만 5군데 구만.”
“미국, 사우디, UAE, 러시아, 중국. 문제는 요청이 계속 밀려오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도 참가를 하고 싶긴 하지만 최근 우리 나라와의 관계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후유······.”
“아마 정부 단위가 아니라 기업단위의 참가는 더 많을 겁니다. 앞으로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될 테니까요.”
비서실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긴 하겠지. 전 세계 도시 전부가 스마트 시티 적용 대상이 될 테니까.”
흥분한 총무 비서관이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제로처럼 그야 말로 혁명을 일으키게 될 겁니다.”
그러자 자리에 함께 있던 과학기술보좌관이 끼어들었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큰 문제가 발생 할 겁니다. 그렇게 세계 각국의 권력자들을 비롯해서 기업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스마트 도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 상상이 가십니까?”
“크흠······.”
“흠······.”
“흠, 흠.”
앉아 있던 사람들이 괜한 헛기침 을 했다.
“대한민국이 망신을 당하는 겁니다.”
“그거야 강 대표가 지금껏 워낙 일을 잘해 왔으니까.”
“아시다 시피 이건 강 대표만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건설사를 비롯해서 시내소프트와 관계된 협력사들 까지. 수천 여명이 관여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실 걱정이 좀 큽니다.”
“최근 올라온 보고서를 보면 3차 통합 테스트까지 문제없이 마쳤다고 하던데.”
“보고서 숫자 몇 개 고 치는 거야 일도 아니라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러자 회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오며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수정해왔다. 그 사실이 떠오른 것이다. 비서실장이 씹어 삼키듯 내뱉었다.
“어차피 공은 던져졌어. 이제는 잘 굴러 가도록 도와줄 일 밖에는 남지 않았네.”
그 말에 과학기술보좌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긴 그 말씀이 맞습니다. 이제는 그 일이 잘 되기만을 바라야지요.”
“대통령님도 참석할거야. 직접 현장에 가서 축전을 전하고, 오픈 행사를 볼 테니. 차질 없이 준비해. 산업정책 비서관이 계속 신경써주고. 총무는 의전에 문제없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 뒤로도 밤늦도록 회의는 계속 되었다. 회의실을 가득 메운 긴장감은 풀어질 줄을 몰랐다.
***
부산광역시 스마트시티 구역.
대회의실은 밤늦도록 불이 꺼질 줄을 몰랐다. 모두가 퇴근한 시간. 넓은 회의실을 지키고 있는 건 승호였다.
“휴우······.”
긴 한숨을 내쉬며 뒷목을 주물럭거렸다. 그런 승호의 어깨위로 가녀린 손가락이 느껴졌다.
휙.
고개를 돌리자 예상외의 인물이 그곳에 서 있었다.
“지은씨?”
“며 칠 동안 계속 연락이 안 된다 했더니 여기 처박혀 있었네요.”
“하하. 제가 일 한 번 시작하면 핸드폰을 아예 안보는 스타일이라.”
“연애하기에 그리 좋은 타입은 아니군요.”
“이거 점 수 깎인 겁니까?”
“일에 집중하는 모습은 결혼하기에는 좋은 타입 이니 쌤쌤으로 하죠.”
승호가 입을 오므리며 탄성을 터트렸다.
“오오∼.”
그러자 신지은이 탁자위에 내려 두었던 물건을 들어 보였다.
“여기 이거.”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건 각종 건강 보조식품을 비롯해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야식.
“플러스 5점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저도 이제 딱 80점이네요.”
승호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 점수 아직 기억하고 있었어요?”
신지은이 눈을 가늘게 뜨며 흘겨보았다.
“설마 잊어버린 거예요?”
“하하, 아닙니다. 지은씨가 매긴 제 점수는 현재까지 81점. 그걸 어떻게 잊겠습니까. 제가 지금까지 100점 아니면 맞아본 적이 없는데.”
“지금이라도 100점 드릴 수 있어요. 말 만 예쁘게 하면.”
갑자기 훅 들어온 말에 잔뜩 당황한 승호가 멈칫거리며 되물었다.
“네··· 네?”
그러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신지은이 봉지에 있는 물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마침 부산에 화보 촬영이 있어서 잠시 들른 것뿐이에요. 이건 몸에 좋은 홍삼, 이건 가볍게 야식으로 먹을 수 있는 부산 명물 씨앗호떡.”
“와아! 진짜 맛있겠다. 부산에서 화보촬영을 하고 바쁘신 와중에 이런 것들까지 사서 여기까지 직접 들려주시다니 어쩜 이렇게 마음 씀씀이가 곱고 예쁠 수가 있는 거죠? 저 오늘 정말 놀라고 또 놀랐습니다.”
“엎드려 절 받기니까. 85점.”
승호가 손으로 눈을 가리며 살짝 우는 척을 했다.
“흑흑, 너무 냉정 하세요.”
“애교도 할 줄 아신 다니. 88점.”
“이거 곧 100점 되겠는데요.”
순간 신지은이 승호의 눈을 또렷이 바라보았다.
“그럼 전 몇 점인가요.”
깜깜한 밤.
아무도 없는 대회의실에서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얽혀 들었다.
그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승호의 비서가 급히 들어왔다.
“대표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둘이 동시에 헛기침을 하며 떨어졌다.
“흠, 흠.”
“아, 네. 하하. 누구시기에 이렇게 급하게······.”
그러면서 살짝 눈을 흘겼다. 급한 손님 아니면 알아서 하라는 무언의 압박까지 담겨 있었다. 비서가 신경 쓰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님이십니다.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 네옴. 관련 투자비용만 500조에 달하는 사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십니다.”
500조.
그 말에 신지은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답은 다음에 들을 게요.”
승호도 아쉬움을 뒤로 하고 비서를 따라 나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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