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16)
탑 코더-216화(216/303)
개발자 컨퍼런스 ONE
미국 나노 소프트.
그곳에서 일하는 인공지능 관련 부서 인원들에게도 개발자 컨퍼런스 ONE은 이슈였다.
“상금만 100억에 채용 후 업계 최고 대우라니 이 정도면 거의 인재를 돈으로 사겠다는 말 같은데.”
함께 일하는 동료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로에 이어서 스마트시티까지 큰 수익을 내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지. 더구나 얼마 전에 IPO 해서 돈 끌어모았잖아. 그걸 연구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거겠지.”
“하긴 AI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니까.”
동료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래도 100억이 좀 세긴 해. 그래서인지 관심 있는 사람 엄청 많더라.”
“팀장이 와서 물어보더라. 너도 지원할 거냐고.”
“큭··· 포트에 다니는 내 친구도 물어보더라고. 혹시 거기 지원할 거냐고.”
“1등이 50억에 2, 3등만 해도 30억, 20억이면 크긴 하지. 망고 다니는 친구도 나한테 물어보더라. 혹시 예선전 문제 같이 풀어볼 생각 없냐고.”
동료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 회사를 비롯한, 포트, 망고사 직원들까지 관심을 보인다는 건.”
“실리콘 밸리에 있는 AI 개발자들 대부분이 관심을 보인다는 뜻이지.”
반대편에 앉아 있던 뿔테 안경의 남자가 휘파람을 불었다.
“휘우∼.”
“돈도 많이 받고,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이라 소문난 ONE을 접할 기회인데 누가 싫다고 하겠어.”
“시내소프트에 5년 근무하면 그 경력으로 다른데 취업해도 되고 별도로 AI를 만들어서 창업해도 되긴 하니까.”
대화를 나누던 둘의 눈이 마주쳤다.
“설마 너도?”
“흐흐.”
“어차피 여긴 정체돼 있으니까.”
“그래, 가자.”
그건 비단 나노소프트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아니었다.
망고.
포트.
선진 전자.
바이두.
등등 수많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
제목 : 인공지능 ONE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저자 : 강승호.
개요.
초기 인공지능 ONE은 6가지의 알고리즘을 결합하여 만들어졌다. 그 첫 번째가 인공신경망 중의 하나인 전방 전달 신경망 그리고 사용된 것이 강화학습 알고리즘이며 이 밖에도······.
중략.
결론.
지금까지 기존의 몇 가지 알고리즘을 향상하고, 기존의 알고리즘을 적절한 순서 배치를 통해 인공지능 ONE에 사용되는 기술을 소개하였다. 아직 과다 데이터, 수 분이 걸리는 계산 성능 등의 쟁점이 존재하지만 지금 만으로도 충분히 AI라 불릴 만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승호의 이름으로 발표한 논문.
그걸 개선하는 방안을 제출하는 것이 예선 통과 문제였다. 지원 자격에는 제한이 없었다.
회사원.
학생.
인도인.
중동인.
어떤 제한도 두지 않았다. 다만 본선 그 이후 결승까지 치러지는 테스트에서 5위안에 든다면 시내소프트에 입사하여 5년 동안 일해야 한다는 조건이 걸려 있었다.
총상금 10억에 체재비, 숙박비, 교통비 지원.
물론 사람들은 돈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도 일정액까지였다.
1등 50억.
이 숫자는 돈으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조차 움직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50억.
2%대의 예금에 넣어두기만 해도 일 년에 1억.
평생 일을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예선 지원자 숫자로 밝혀졌다.
지원자면 전 세계에서 100만 명.
그 예선 지원자들이 낸 예선 문제 풀이를 확인하는 시간만 해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그렇게 선발된 인원이 총 100명.
그 100여 명의 지원자가 코엑스에 몰려들었다.
행사 첫째 날.
승호는 한 창 본선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행사장을 찾았다.
“교수님이 보시기에 어떻습니까?”
오늘을 위해 허춘수 교수에게도 지원 요청했다. 허춘수가 시험장으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한 친구들이 꽤 많아. 세계적인 수학 경시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을 차지하고서라도 말이야.”
“돈을 쓴 효과가 있긴 하군요.”
허춘수가 어깨로 승호의 어깨를 툭 쳤다.
“지금까지 1등에게 50억을 지급하는 대회는 본 적이 없네. 이제 돈 좀 벌었다고 돈으로 완전히 압살해버렸어.”
“하하, 그런 거 아닙니다.”
“아니기는. 하여튼 저기 2번째 줄의 5번째 앉은 친구, 그리고 5번째 줄 3번째 줄에 앉은 친구. 9번째 줄 2번째 앉은 친구 잘 봐봐.”
승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2번째 줄에 앉은 친구는 포트에서 발표한 AI 논문을 실제 코드로 구현해 오픈 소스로 공개한 이력이 있어.”
승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실력이 상당하겠군요.”
“논문만 보고, 작동하는 코드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지. 그런데 뛰어난 연구자 중에 그런 사람들이 없는 건 아냐. 저 친구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그렇게 만들어진 코드가 기존 논문에 발표된 인공지능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는 거야.”
승호가 2번째 줄 5번째에 앉아 있는 친구를 주목했다. 갈색 머리에 주근깨 가득한 얼굴은 장난기가 엿보였다.
“그리고 이번에 예선전 문제로 내준 자네가 발표한 논문의 개선 방안도.”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갈색 머리 남자에게 집중했다.
“아 그럼 저 친구가······.”
“그래 자네가 고안한 개선 방안과 똑같은 걸 제안했어. 그러면서 추가로 덧붙인 말이 뭔 줄 아나?”
“논문의 내용을 바꾸면 이걸 개선하는 것보다 더 뛰어난 걸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저도 봤습니다. 도발적이더군요.”
“결국, 두 가지를 제안한 셈이지. 기존 논문을 베이스로 한 개선안. 그리고 논문 자체를 바꾸는 개선안. 물론 후자 쪽은 짧은 시간으로 인해 검증이 안 되기는 했지만, 충분히 검토해 볼 만 한 가치가 있어.”
허춘수는 세계가 인정한 수학자이자, 인공지능 분야의 권위자였다. 승호는 그가 하는 말은 집중해서 들었다. 승호가 느끼기에 그의 실력은 예카테리나와 비등하거나 그 이상이었으니까.
“알겠습니다. 만약 저 친구가 떨어진다고 해도 채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
“그래, 바쁠 텐데 가봐. 여긴 나한테 맡기고.”
“감사합니다.”
인사를 마친 승호가 본 행사장을 찾았다.
곧 있으면 10시.
ONE API 공개 행사 때문이었다.
***
ONE API 외부 공개.
많은 기업이 주시하고 있는 행사였다. 그리고 승호가 힘을 쏟은 행사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돈이 되는 사업이기 때문이었다. 이미 인더스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한해 발생하는 매출만 50억 달러가 넘었다. 더구나 영업이익은 매출의 30%가 넘는 17억 달러였다.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뜻.
이곳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의 관심사도 하나였다.
돈.
즉 요금.
얼마의 요금이 책정될 것인가.
“최초 서비스이니만큼 꽤 비싸게 책정되긴 할 거야.”
“그렇겠지. 나 같아도 일단 높은 요금을 책정한 후에 사용자 반응을 보면서 차차 내릴 생각이니까. 원래 올리기는 어려워도 내리기는 쉽잖아.”
“흠··· 과연 얼마에 내놓을지.”
“그 요금에 따라서 초기 사용자가 얼마나 몰릴지 결정되겠지.”
행사장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승호의 발표는 이어지고 있었다.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API.
-ONE은 기존의 다른 서비스들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제로, 원 톡, 스마트시티까지.
-이미 경험하신 이 서비스들이 바로 ONE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먼저 기능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확인했다. 그것의 반복에 불과했다. 참석자들의 집중력이 조금 떨어지려 할 무렵.
요금 체계가 발표되었다. 많은 사람의 예상대로 API 콜 당 요금이 매겨졌다.
오픈 이벤트 금액
1 하루 3000건 사용 시 한 달 3000$->4000$ 2 하루 6000건 사용 시 한 달 5000$->6000$ 3 하루 10000건 사용 시 한 달 8000$->9000$
-산업군별 최적화 별도 협의
포트의 지도 API를 사용하는 요금이 3천 건당 300$ 정도였다. 3000$면 그 10배에 해당하는 금액. 그것도 오픈 이벤트 금액이었다.
큰 금액이긴 했지만, 인공지능이라는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리 비싸다고 할 수도 없었다.
비싸지도.
그렇다고 싸지도 않은 금액.
약간은 애매한 액수였다. 기업 관계자들은 벌써 계산기를 두드려 보고 있었다.
“못해도 웹 사이트 하나에서만 하루 30만 건 정도는 써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이 십 사만 불. 한화로 대략 3억 정도네. 한 세 개 서비스에서 굴리면 10억이라······.”
10억.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더구나 메인 서비스 같은 경우에는 30만 건이 아니라 그 이상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대량 사용자의 경우에는 할인을 해 주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금액은 10억이 넘어갈 수도 있었다.
“일단은 한 번 사용해 보자고 해야 하나······.”
그게 고민이었다.
***
그 고민을 승호도 하고 있었다. 발표된 가격대는 회사 내 기획팀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과연 얼마나 많은 사용자가 사용할까.
“현재 문의는 계속 있지만, 계약으로 이어진 건은 없다고 합니다.”
황호근의 보고에 승호는 입맛을 다셨다.
“약간 애매한 가격대라 걱정입니다. 싸려면 확 싸던가. 비싸면 확 비싸던가. 약간 애매한 가격대인 것 같아서.”
“이 정도면 비싸다는 게 기획팀의 결론입니다. 아무리 지도보다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이지만 무려 10배의 가격이 책정되었으니까요. 더구나 오픈 이벤트가 끝나면 바로 1000$가 상승하니. 싼 금액은 아닙니다.”
“흐음······.”
행사장 뒤편.
관계자 대기실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어떤 가게든 개점 빨 이라는 게 있다. 시작하는 그날은 장사가 잘된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영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승호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오늘 최소한 100건 정도는 성사될 줄 알았건만. 한 건도 성사가 안 됐다니. 쩝. 아쉽기는 하네요.”
승호가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 있어봤자. 속만 타니. 전 인공지능 본선 시험장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승호가 발걸음을 옮기려 할 때 황호근의 핸드폰이 드르륵 진동했다. 이내 밝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승호를 보았다.
“방금 정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빠르게 말을 이었다.
“AI 정부 추진해 보겠다고 합니다. ONE API를 몇 건 정도 사용해야 하는지 협의부터 해보자고 합니다.”
승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일단 한 건 했군요.”
그게 시작이었다. 이내 영업 팀장으로부터 속속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