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17)
탑 코더-217화(217/303)
개발자 컨퍼런스 ONE
행사 이틀째.
이제는 30명으로 추려진 본선 진출자 중.
최종 우승자는 허춘수가 지켜보라고 했던 캐나다에서 온 갈색 머리의 청년 메튜 브라운이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최종 1등부터 3등까지. 네 명은 차를 탁자 위에 올려두고 서로를 보며 마주 앉았다. 승호가 세 명을 둘러 보며 말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3등과 2등이 인사말을 전하고 마지막 메튜의 차례.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메튜가 앞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멀뚱히 승호를 보았다. 승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미 다들 아시겠지만, 여러분들은 5년 동안 시내소프트에 근무해 주셔야 합니다. 물론 원하신다면 재택근무도 상관없습니다. 개발이라는 게 꼭 이곳에 와서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자 3등 수상자가 바로 입을 열었다.
“근무는 이곳 한국에서 하고 싶어요. 제가 이 대회에 지원한 건 대표님 때문이기도 하니까요.”
“저요?”
“하하, 네. ONE을 개발하신 분을 꼭 보고 싶었습니다.”
2등 수상자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승호의 시선이 서서히 1등 수상자인 메튜에게로 옮겨 갔다. 눈이 마주친 메튜가 입을 열었다.
“저 역시 인공지능 ONE 그리고 자율주행 자동차 제로를 개발 한 사람이 누굴까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승호가 셋을 보며 물었다.
“하하, 실제로 만나 보니 어떤가요.”
“뭔가 편안한 분위기? 이미지에는 되게 괴팍하고, 예민하면서 까탈스러울 것 같았는데 전혀 안 그러셔서 놀랐어요.”
승호의 시선이 2등 수상자에게로 옮겨 갔다.
“저도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교수님들한테만 느껴지는 그 학구적인 분위기가 거의 없으셔서. 처음에는 정말 ONE을 개발하신 분이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하하, 저 맞습니다.”
승호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1등 수상자인 메튜에게 향했다. 그러자 메튜가 툭 하고 한마디 던졌다.
“한마디로 말해서 생각보다 평범하다는 느낌?”
“평범이라······.”
한 일 년 전부터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였다. 조용하던 메튜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정말 대표님이 저걸 개발하신 게 맞나요? 직접 뵈니 차라리 예카테리나 박사님이 만들었다는 말이 더 신빙성 있게 들릴 지경이니.”
지금 자신을 도발하는 건가?
근래 경험하기 힘든 일을 연속해서 겪고 있었다. 승호가 픽 코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제 실력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는 말씀입니까?”
직접적인 질문에도 메튜는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승호를 마주 보며 픽 웃어 보였다.
“왜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돈으로 개발자 쓰면서 마치 자기가 한 것인 양 유세 부리는 사람들. 뭐, 꼭 대표님이 그렇다고 하는 말은 아니고요.”
그 말에 나머지 일행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들도 충분히 어떤 상황인지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하하, 틀린 말은 아니군요.”
메튜가 살짝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저는 이번 대회를 통해 실력은 충분히 입증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표님 실력을 직접 본 게 아니니까. 이런 제 의문이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재빨리 말을 이었다.
“특히나 전 저보다 못한 사람 밑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요.”
관계자 대기실에 침묵이 흘렀다. 2, 3등 수상자는 입술을 꾹 닫은 채 놀란 눈으로 메튜를 보고 있었다. 자신들도 꽤 똑똑하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랬기에 어디를 가서도 주목받았고, 다른 사람 눈치 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자리에서는 아니었다. 메튜처럼 행동할 자신이 없었다. 승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해합니다.”
“그러면 보여 주실 수 있습니까?”
앉아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승호를 향했다. 승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보여달라··· 다른 분들 생각도 같습니까?”
그러자 머뭇거리던 두 명이 차례대로 입을 열었다.
“하··· 하하. 네 뭐. 그러시면야 저희야 영광이죠.”
“조금 궁금하긴 합니다. 어떻게 ONE을 개발하셨는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승호가 다시 메튜를 보았다. 승호의 눈에 미미하지만, 힘이 들어가 있었다.
“예선전 문제 풀이에 대한 답을 2개 내셨더군요.”
“네. 논문에 발표하신 6가지의 알고리즘들을 조합함으로써 발생하는 비효율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말씀드렸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비서가 기다렸다는 듯이 화이트보드와 보드 마커를 준비했다.
“제안하신 내용은 저도 주의 깊게 잘 봤습니다. 그게 왜 불가능한지, 왜 그 방안을 채택하지 않았는지 짧게 설명해 드리도록 하죠. 이걸 들으시면 대답이 될 것 같으니.”
***
관계자 대기실 바깥.
비서가 초조한 표정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앞으로 10분 후면 마지막 섹션 발표하셔야 하는데······.”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안으로 들어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방에서 나가기 전 승호의 엄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회사 기밀에 관한 대화입니다. 제가 나갈 때까지 누구도 들이지 마세요.
직원 중 한 명이 그런 비서에게 다가와 한 번 더 닦달했다.
“죄송하지만 이제는 올라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5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비서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대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나 아니면.
비서가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성욱을 보았다.
“이 대표님 준비되셨죠?”
이성욱이 꾸벅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섹션은 승호가 얼마 전 인수 한 타임지의 미래에 관한 내용이었다. 인공지능 ONE과 타임지가 만나 어떠한 변화가 나타날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비서가 마른 침을 삼키며 한 번 더 시계를 확인했다.
3분.
여기서 부지런히 뛰어가면 발표장에 딱 맡게 도착할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때.
삐걱하는 소리와 함께 승호가 문을 열고 나왔다. 문을 열고 나온 승호가 비서를 보며 한마디 던졌다.
“갑시다.”
고개를 끄덕인 비서가 재빨리 길을 앞장섰다. 옆에 있던 이성욱이 열린 문틈 사이로 대기실 안쪽을 살폈다. 한 남성이 머리를 쥐어 싸맨 채 화이트보드를 보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게 아닌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러면 안 되는데.”
“당연히 이 두 개가 섞이면 시간 복잡도는 배로 올라가야 하는데 어떻게 N 그대로지······.”
그 옆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남성이 두 명 서 있었다.
“공간 복잡도가 O2에서 O로 줄어드는 과정이 정말 획기적이긴 해. 어떻게 이런 생각을.”
“그러니까. 진짜 ONE을 개발하신 분이 맞긴 하네······.”
사람들이 뭔가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며 대기실 안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 대표님 뭐 하세요. 빨리.”
직원의 성화에 이성욱이 고개를 흔들며 걸음을 빨리했다.
***
마지막 섹션.
그 이름은 ‘ONE으로 바뀌는 언론의 미래’였다. 이는 물론 승호의 입김이 강하게 적용된 섹션이었다. 타임지 까지 인수 한 마당에 선조 일보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이대로 둬도 몇 년 안에 고사하겠지만.’
그건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았다. 몇 년 안을 몇 달 안으로 당겨야 한다. 단상에 선 승호가 마이크를 잡았다. 참석자들이 보고 있는 화면에는 한 단어가 나타나 있었다.
-데이터.
“우리는 데이터 세상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직접 생산 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는 세상이죠.”
삑.
버튼을 누르자 영화에 보이는 글자가 달라졌다.
-SNS.
-댓글.
-블로그.
-튜브넷.
“이 들을 통해 수많은 데이터가 직, 간접적으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미 로이터 통신은 이런 데이터를 근거로 AI 기자를 활용해 뉴스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삑.
소리와 함께 다시 화면의 글자가 바뀌었다.
-진실 VS 거짓.
“이때 생길 가장 큰 우려 중 하나입니다. 기존의 뉴스에 시민들이 질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가짜 그리고 거짓 뉴스. 정치적 목적에 의한 선동. 그러나 ONE은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을 둔 뉴스만을 선보이게 될 겁니다.”
삑.
-비트코인 작업증명.
“비트코인은 하나의 트랜잭션이 인정되기 위해 51%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하죠. 우리가 만들고 있는 언론 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스템에 수집된 데이터의 51%가 인정해야 뉴스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될 겁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겁니다.”
그 행사를 보고 있던 선조 일보 편집장 임충식이 까득 손톱을 깨물었다.
“젠장··· 소문이 사실이었어.”
-강승호가 타임지를 인수 하고 언론 업에 진출하려고 한다.
타임지를 인수 한 것까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안이었다. 그가 인터뷰를 통한 말한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관련업에 정식으로 진출하기로 한 것이냐.
그건 또 다른 문제였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이 아니었기에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었다.
그러나.
오늘 발표를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광고 말리기에 이어서 직접 진출해서 죽이겠다··· 저렇게 마지막 섹션에 직접 나서서 발표까지 하는 걸 보면 이 일에 힘을 싣겠다는 뜻이겠지. 돈 도 안되는 언론에 힘을 싣는다는 건. 결국······.”
내부 사정을 모르는 이라면 아마 인더스의 올리버 회장이 인수한 워싱턴 포스트 지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은 알 수 있었다.
“하아··· 점점 더 어려워지겠어.”
기본적으로 자사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의 70%가 포털 서비스를 통해 유입된다.
넥스터.
바나나톡.
원 톡.
원 서치.
대표적으로 이 네 곳에서 뉴스를 클릭해 들어오는 비율이 70%라는 말이었다. 그중 원 톡과 원 서치가 차지하는 비율은 30% 정도.
문제는 원 톡과 원 서치 사용자가 무섭게 늘어나면서 트래픽 비중도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이 두 서비스가 더 성장해 트래픽을 타임지로 몰아준다면.
‘굳이 AI 서비스 같은 걸 하지 않아도 우리는 말라 죽겠지.’
디지털 시대에 트래픽이 줄어든다는 건 자사 신문을 보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았다. 임충식이 굳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
다음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타임지는 특종 기사를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