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2)
탑 코더-22화(22/303)
# 22
잡아야 한다.
────────────────시내 소프트.
총 20명이 근무하는 소기업.
규모가 작은 만큼 대부분의 세금 처리는 세무사에게 맡긴다. 영수증 정리를 하고, 납품 대금 관련 업무는 유일한 경리 직원인 최나리 혼자 도맡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출근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법인통장 잔고 확인. 잔고를 확인한 최나리의 다시 한 번 마우스를 클릭해 보았다.
482,000,120.
어제 까지만 해도 8천만 원 밖에 없던 통장에 4억이라는 돈이 들어와 있었다. 헛것을 봤나 싶어 두 눈을 열심히 비벼 보았다. 그리고 다시 확인.
“저, 정말이잖아······.”
빠르게 입금 자 명을 살폈다.
㈜선진데이터시스템.
입금자 명을 보자 일주일 전 사장님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일주일 뒤에 선진에서 4억 들어올 거다.
최나리는 사실 이번에도 사장님의 작은 희망이라 생각했다. 통장 잔고가 1 억 밑으로 줄어 들 때 까지 사장님은 몇 번이나 돈이 들어올 거라 일러 주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실제로 돈이 입금 된 적은 없었다. 최나리는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아 다시 새로 고침을 눌러 보았다.
그러자 앞자리 숫자가 4에서 5로 변했다.
582,000,120.
“어······.”
㈜바나나
“여기서도 입금 됐잖아······.”
바나나 톡에서도 1억이 입금될 거라던 말을 들었다. 진짜냐고, 그럼 회사 문 안 닫아도 되는 거냐고 몇 번을 물었다. 사실이라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 그 말들이 전부 진실이었다. 최나리를 바로 사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사장님!”
최나리의 표정에서 황호근은 알 수 있었다.
“입금 됐나 보네.”
최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황호근의 입가가 씰룩 거렸다.
“오, 오억 이 입금됐어요.”
황호근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오억 입금 될 거라고. 그러면 앞으로 선진이랑 바나나톡 솔루션 납품 계약도 정말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거예요?”
“그렇다니까. 이미 계약서 작성까지 끝났어.”
최나리가 혼이나 간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말도 안 돼······.”
“대략 금액으로 치면 2 억은 넘어간다. 거기에 아직 확정 안 된 검색 솔루션 납품 만 자그마치 5억이야.”
“그건은 안 될 거라 그랬잖아요.”
“상황이 달라졌어.”
“5, 5억이면 지금까지 단일 계약 규모로는 최고 액 인데.”
“선진이니까. 확실히 대기업이 스케일이 달라. 왜 다들 대기업에 납품하고 싶어서 안달 하는지 알 것 같더라.”
“그, 그러면 우리 회사 정말 괜찮아지는 거예요?”
“그렇다니까. 그런데 검색 솔루션 납품은 확정된 게 아니라 지켜봐야 돼.”
최나리는 궁금했던 점을 빠르게 쏟아냈다.
“그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갑자기 5억이란 돈이 입금 되질 않나. 더구나 보안 솔루션이라니. 우리 회사에 그런 거 없잖아요. 제가 알기로는 엑스원 검색 솔루션이 전부 인데.”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할 말이 있으니까. 오전에 공용 회의실 예약 좀 걸어놔.”
최나리의 목소리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계속 이렇게만 되면 우리도 공용 회의실 같은 거 안 쓰고, 우리 빌딩에 우리 세미나 실을 마련 할 수도 있겠어요.”
“그렇게 되도록 해야지.”
황호근이 굳은 의지를 담아 대답했다.
***
30여명 정도가 들어가는 회의실.
앉아 있는 직원들이 쑥덕 더리며 불만을 토로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잖아. 과장 달아 준지 얼마나 됐다고. 또.”
“5억이나 벌어들였다 잖아. 거기에 보안 솔루션도 개발 했으면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우리 회사에 부장이 최기훈 부장님 달랑 한 명이다. 저 말은 승호가 최 부장님이랑 같은 직급이라는 거야. 너 앞으로 강 부장님이라고 불러야 돼.”
“이미 강 과장님이라 부르고 있는데?”
말을 하던 남자가 절레 절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쩌다 운이 좋아서 몇 건 해결한 걸로 대우가 너무 후해.”
픽.
옆에 있던 남자가 헛웃음을 흘렸다.
“넌 운으로 저렇게 할 수 있냐? 디도스 공격 해오는 놈 잡을 수 있어?”
“아, 아니. 내 말은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샘나면 너도 실력 길러라. 난 오히려 좋은데. 결국 그거잖아. 능력 있으면 대우해 주겠다. 열매를 따오면 나눠 주겠다는 말이잖아. 우리 정도 규모에 어떤 회사를 가도 황 사장님 같은 분 못 만난다.
그건 남자도 인정하는 바였다. 딱히 반박할 말이 없어 입맛만 다셨다.
“쩝······.”
“그래도 숭호가 지난 1년 간 어리바리 타기만 한 건 아닌가봐. 갑자기 저렇게 잘하는 걸 보면.”
“승호라니. 강 부장님이라고 불러야지.”
“뭐?”
“부장님께 승호가 뭐냐. 승호가. 쯧쯧.”
남자가 혀를 차며 상대를 나무랐다.
“헐. 이 놈 태세전환 보소.”
“쉿. 부장님 말씀 하신다.”
남자는 검지로 입을 가리며 한 번 더 상대를 조용히 시켰다. 어이가 없어진 상대는 그저 두 눈을 껌벅 거릴 뿐이었다.
승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경험은 일천하고, 능력은 모자랍니다. 지난 1년간 여러분들이 제게서 보았던 모습 입니다.”
승호는 잠시 숨을 고른 채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번 인사 발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걸 설득하는 건 제 몫이라 생각했습니다.
말을 하던 승호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개발자가 다른 이를 설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코드로 말하는 거겠죠.”
승호가 말을 멈추고, 황시내를 보았다.
“시내씨. 모니터 켜주세요.”
스크린에 웹 사이트 하나가 나타났다. 승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보시는 화면은 포트에서 운영하는 코드제로라는 사이트 입니다. 알고리즘 문제가 출제 되고, 상대 보다 빠르게 문제를 풀면 경험치가 쌓이고, 등급이 올라가죠. 마치 게임처럼.”
승호가 키보드의 엔터를 눌렀다. 이미 입력되어 있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로그인이 되었다.
“등급은 총 10단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9급에서 부터 1급까지. 그리고 매달 1급들을 대상으로 단 한 명의 S급 사용자를 선출합니다. 전 세계에서 오직 단 한 명. 그렇게 선정된 인원은 포트 특채에 채용 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집니다.”
말을 하던 승호가 컴퓨터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럼 한번 시작해 보겠습니다.”
***
최기훈이 옆에 앉아 있는 황호근에게 속삭였다.
“승호 녀석. 인사말 준비하라고 했더니, 전 직원 코딩 교육을 준비해 왔네요.”
“허수아비 부장은 되고 싶지 않았겠지.”
“하긴 저라도 얼마 전까지 사원에서 빌빌대던 놈을 부장이라고 부르라고 하면 반감부터 생길 겁니다. 그 반감을 없애는데 실력만큼 좋은 게 없겠죠.”
“그런데 궁금하긴 하다. 승호가 몇 급까지 올라갈지.”
“저랑 내기 한 번 하실래요?”
“난 4급.”
“전 3급봅니다.”
황호근의 피식 웃음을 흘렸다.
“3급? 너 저게 어떤 건지는 아냐?”
“알다마다요. 사장님 최고 등급이 6급이란 것도. 제가 달성했던 최고 등급이 5급이란 것도 아주 잘 알지요.”
“4급 이상은 글로벌 레벨이야. 그걸 달성한다?”
“승호 실력. 한국에 머물 정도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게 다가 아니란 말입니다.”
“네 말대로 1년 전까지 빌빌대던 친구다. 어쩌면 정말 운이 좋아서 해결했을지도 몰라. 솔직히 부장 자리도 네가 말하지 않았다면 제안하지 않았을 거다.”
“사장님이 선진에서의 일을 못 봐서 그렇습니다. 그걸 직접 보셨으면 그런 말 못하실 겁니다.”
황호근이 입맛을 다셨다.
“쩝······.”
“실력을 보여준 게 벌써 4번째입니다. 회사에서 선진에서 바나나톡에서 다시 선진까지. 이 정도면 운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쳐도 3급이라니. 그 정도면 전 세계 5% 안에 드는 실력 이야.”
9급이 100%.
8급이 90%.
7급이 70%.
6급이 50%
5급이 20%
등급표를 보면 퍼센티지는 가파르게 줄어든다.
3급이면 코드제로 내에서 5%안에 드는 실력이다. 쟁쟁한 프로그래머들이 즐비한 곳이 바로 코드제로.
그곳에서 5%는 곧 전 세계에서 5%안에 든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래서 제가 강력히 주장한 겁니다. 승호는 부장 자리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요.”
“오늘 공짜 회 얻어먹겠네.”
“흐흐, 그건 제가 할 말입니다.”
승호는 침착하게 문제를 풀어갔다. 사고가 난 뒤 부터 영어를 보는데도 일말의 어려움이 없었다.
“이 문제는 동적 계획알고리즘의 일종입니다. 그 중에서도 비터비 알고리즘을 알고 있다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문제 입니다.”
승호는 말을 하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타닥.
타다닥.
“비터비 알고리즘은 생물정보학, 음성인식, 전산 언어등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니, 시간 나실 때 한 번씩 봐두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승호의 말에 시내 소프트 직원들은 그저 멍하니 화면을 볼 뿐이었다. 지금 승호가 하는 말을 이해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말이지만 외계어 처럼 들렸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문제를 풀어보겠습니다. 7개 이상의 라인을 거치는 조립 공정에서 가장 최소의 비용을 얻을 수 있는 공정을 구하라.”
문제를 읽은 승호가 무섭게 집중했다.
타닥.
타다닥.
대 회의실에는 승호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5분이 채 지났을까.
탁.
소리와 함께 승호가 입을 열었다.
“끝낫 습니다.”
화면에는 한 단어가 떠 있었다.
WIN.
“이제 7급 까지 왔네요.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그 뒤로 같은 패턴의 반복이었다.
문제가 출제되고.
간략한 설명을 하고.
문제를 풀고.
이긴다.
승호의 순위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코드제로에 내장 되어 있는 매칭 시스템은 연승 자에게 더 강한 상대를 매칭하고, 승리 했을 때 더 많은 경험치를 부여한다.
그렇게 되면 결과는 뻔했다.
더 빠르게 등급이 상승한다.
“기, 기훈아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냐?”
최기훈도 대답하지 못하고 멍하니 화면을 보았다.
4급.
1시간이 약간 흐른 시점에 승호가 기록하고 있는 등급이었다.
***
같은 시각 포트 사.
코드제로 담당 엔지니어인 에이든 베이커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에이든의 동료 브래들리 에반스가 불쑥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에이든, 뭐 재밌는 게 있나 보지? 퇴근은 안하고,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어.”
“네가 코드제로 3등급이 되는데 걸린 시간이 아마 5시간 이었나?”
브래들리가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휴우, 힘든 시간이었어. 심심해서 시작했다가 이놈의 자존심 때문에 끝까지 해버렸었지. 갑자기 그건 왜.”
“나도 한 3시간 쯤 걸렸던 것 같은데······.”
에이든의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어졌다.
“그게 아마 코드제로 최고 기록이었지? 우리가 만든 사이트인데, 다른 사람에게 1등자리를 내 줄 수 없다며 각 잡고 했잖아.”
에이든이 잠시 말을 멈추고 모니터를 노려보았다.
“그 기록이 깨진 것 같아.”
놀란 브래들리의 눈동자가 휘둥그레 졌다.
“뭐, 뭐?”
“3등급까지 한 시간 30분. 이 기세라면 앞으로 3시간 안에 1등급이 될지 모른다.”
“마, 말도 안 돼··· 1등급은 너도 5시간이 넘게 걸렸잖아.”
“접속 지를 보면 한국 서울인데······.”
“한국? 서울?”
“월드컵 치른 나라 있잖아. 전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
“그러니까. 지금 널 뛰어넘는 실력을 가진 사람이 한국에 있단 말이야?”
에이든은 브래들리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두 눈을 부릅떴다.
Grade 2.
“2등급? 3등급이 된지 겨우 30분 만에?”
에이든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시스템 모니터링 화면을 살폈다.
0 Error 0 Warning.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평온하기만 했다. 브래들리가 그런 에이든에게 다시 물었다.
“무슨 말이야. 2등급이 됐다고? 그것도 30분 만에? 그럴 수가 없잖아.”
에이든도 믿기지 않는지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건 회사에서도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어서 코드제로에 올려놓은 건데··· 이걸 이렇게 빨리······.”
채 한 시간이 흐르기도 전에 에이든과 브래들리는 망부석이 되어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Grade 1.
코드제로 서비스 출시 이후 최단 시간 최고 기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