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22)
탑 코더-222화(222/303)
***
같은 정보를 승호도 보고 있었다.
‘역사가 있는 언론사라는 건가.’
일제 강점기.
그 어두운 역사에서부터 시작된 회사였다. 백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쌓인 정보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양만이 아니라 그 질에서도 인터넷 검색은 비교할 수 없었다.
‘덕분에 이런 정보도 확인 할 수 있고, 이거 고마워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작업하다 잠시 짬이 난 틈에 블랙워치가 복사하고 있는 정보를 살펴보고 있었다. 1950년대에 모아진 정보에서부터 최근 것까지 아주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여기에서 몇 가지를 고르면 이 일이 끝나고, 완전히 끝낼 수 있겠어.’
승호는 그것 중에서 성충민에게 치명적 약점이 될 만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그렇다고 일일이 눈으로 훑어보며 찾는 건 아니었다.
탁.
타닥.
빠르게 특정 문자열을 찾아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돌렸다. 수 초도 지나지 않아 성충민 또는 선조일보가 포함된 데이터가 별도의 파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승호는 해당 파일만 확인해 보았다. 대부분이 홍보내용이었다. 유심히 볼 만한 내용이 없었다. 그러나 그중에는 꽤 관심 가는 내용도 있었다.
“성충민 회장의 개인 일정이라······.”
거기에는 검찰 총장과의 약속. 국회의원과의 약속. 정부 고위 공직자와의 약속 등등.
밝혀지면 꽤 곤란해질 만한 내용이 가득했다. 다행히 일정 만이 아니었다. 그 옆에는 그때마다 뒤로 건넨 돈의 액수가 정리되어 있었다. 승호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런 승호에게 CIA 요원이 다가왔다.
“강 대표님. 지금 러시아 쪽 ISP(인터넷 공급자)까지 왔는데 여기에서 막혔다고 합니다.”
VPN을 뚫고 들어갔지만, 그 안에서 또 여러 ISP를 거쳐야 했다. 블랙워치는 확실히 일을 빈틈없이 하는 유형이었다. 그랬기에 지금까지 잡히지 않았겠지.
“알겠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제가 다시 작업 하도록 하겠습니다.”
CIA 요원이 물러나고 승호가 다시 작업에 열중했다. 이미 과거 러시아 ISP쪽 은 한 번 뚫은 경험이 있었다.
러시아.
중국.
유럽.
다시 러시아.
블랙워치는 세계 여러 나라를 돌고 돌아 한국에 해킹을 시도했다.
역 추적에 걸린 시간만 8시간.
블랙워치가 지나온 길을 역으로 추적해 나간다는 게 승호에게도 이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물론 승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NSA나 CIA 요원들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관계자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야, 중국 쪽 인터넷 공급자 뚫는 게 저렇게 하면 되는 거였어?”
“아, 아니지. 그러면 우리도 진작에 다 뚫어놨지.”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냐.”
“유럽 쪽 ISP가 뚫리는 모습.”
거기는 거의 펜타곤급 보안 시설이 유지되고 있는 곳이잖아.
”
스노든이 프리즘 프로젝트 폭로한 이후에는 NSA도 못 건드린다고 했는데······.
”
대화를 나누던 둘은 스크린에 비치는 화면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미국 쪽까지······.
”
놀라는 이유는 간단했다. 저렇게 인터넷 공급자를 전부 뚫을 수 있다면 온라인 세상의 세계 어디든 제집처럼 드나들 수 있다는 말이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ISP에서는 최첨단 보안 시설을 자랑한다. 각종 하드웨어 장비에서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시중에 나와 있는 최고 사양을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 쪽 보안 다시 한번 점검해야겠다. 저 정도면 이미 털렸을지도 모르겠는데.
”
점검한다고 되겠어··· 그냥 같은 편이길 빌어야지.
그래, 차라리 그게 빠르겠다.
”
그렇게 10시간쯤 되었을 때 승호가 마지막으로 탁 엔터키를 눌렀다.
그러자.
스크린에 핸드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송되기 시작했다.
블랙워치가 사용 중인 공유기.
거기에 붙어 있는 핸드폰을 해킹한 덕분이었다.
다행히 핸드폰을 공유기에 붙여 놓았네요.
”
CIA 요원이 스크린에 나온 얼굴을 보며 지시했다.
당장 인물 데이터베이스 확인해봐.
”
CIA를 비롯해 FBI, NSA까지 나서서 해당 인물 신원 확인에 나섰다. 그 순간에도 승호는 아직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주변 CCTV 해킹한 게 있는데 어디로 보내면 됩니까.
”
그 말에 CIA 요원이 마른 침을 삼켰다.
‘이건 뭐 만능 상자야 뭐야. 못하는 게 없잖아.’
소문으로만 들었던 실력을 직접 확인하자 놀라 뒤로 자빠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초를 다투고 있었다.
저기 두 번째 스크린에 연결해주시면 확인해 보겠습니다.
”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고, 총 6대가 연결 되어 있는 모니터 중 2번째에 CCTV 화면이 나타났다.
딱히 표지판이란 것이 없었다. CCTV는 한적한 거리에 한 주택을 비추고 있었다.
현재 공유기에 연결된 IP의 위, 경도를 찾았습니다. 그건 3번째 스크린에 띄우겠습니다.
”
CIA 요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크린에는 포트 지도가 나타났고, 지도 한 가운데 점이 찍혀 있었다.
위치는 러시아.
미국이 함부로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젠장. 하필이면. 러시아라니.’
러시아는 중국보다 상대하기 더 까다로운 곳이었다. 미국보다 비록 약할지 몰라도 그 난폭함만은 세계 최강인 곳이었다. 자신들이 작전을 수행하다 실수를 하게 되면 짊어질 리스크가 너무 컸다.
러시아 인 것 같은데··· 어쩌면 러시아 정보기관에서 운영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
요원이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신 것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
이번에 주신 블랙워치 관련 자료 중에 유력 용의자 리스트 있잖아요.
”
요원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 APT 28의 코드 스타일이 거의 같습니다. 리버싱한 랜섬웨어 코드를 프로그램에 돌려서 확인해 보니까. 코드 스타일에서 거의 85% 정도의 유사성을 보였어요. 이 정도면 같은 놈이라고 봐야죠.
”
나머지 15%는 협업의 흔적이다?
”
승호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거기도 천재 한 명에 그를 보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근거가 있긴 한데 그건 작전이 끝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아, 알겠습니다.
”
승호가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그러면 이제 저놈 잡으러 출동하는 겁니까?
”
요원은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했다. 분명 러시아에도 CIA 지부가 있지만, 자칫 작전을 잘못 수행했다가는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할 여지가 있었다.
국장님께서 회의하고 있으니 곧 결론이 나올 겁니다.
”
승호가 고개를 흔들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없습니다. 이대로 떠나면 잡고 싶어도 못 잡을 겁니다.
”
잠시, 잠시면 됩니다.
”
순간.
세 번째 스크린 에 비추고 있던 핸드폰 화면이 픽 꺼졌다. 그게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저들이 알아차렸습니다.
”
······.
”
이대로 가게 둘 수는 없습니다.
”
자, 잠시만요. 잠시면 됩니다.
”
승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들이 잡기는 글렀군.’
CCTV에 나타난 모습을 벌써 주택을 빠져 나와 차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CCTV를 해킹하고, ONE에서 차량 사진을 넘겨 경로를 추적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도 잡을 수 없는 건 어차피 매한가지였다.
‘방법은 하나다. 제 발로 기어들어 가게 해야 해.’
그렇게 만들 방법이 승호의 머릿속에서 수십 가지 떠올랐다.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과 연결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리고 인터넷과 끊어진다는 건 사회와의 연결이 끊어진다는 것과 진배없었다.
완전한 고립.
해커가 그걸 견딜 수 있을까.
아마 담배를 끊는 것보다 수 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를 인터넷과 단절시키는데 필요한 정보는 전부 모였다.
뭐든 할 수 있다.
시작은 메신저였다. 그놈이 사용하고 있는 건 최강의 보안을 자랑한다는 텔레그램. 그러나 텔레그램도 완벽한 건 아니었다. 승호는 핸드폰에서 획득한 정보로 놈의 텔레그램 계정을 탈취했다. 이메일과 전화번호도 바꿔 아예 접속할 수 없도록.
그리고 알아낸 놈의 전화번호로 메시지를 하나 남겼다.
-텔레그램 정지 다음은 포토 북.
-자수까지 24시간.
경고의 메시지였다. 어디 막으려면 막아 보라는 과시의 의미도 있었다. 만약 이렇게 했음에도 막지 못한다면 압도적인 실력 차가 있다는 사실이기도 하니까.
승호가 의도한 건 그거였다.
압도적인 차이.
그걸 선보임으로써 두려움을 심어줄 생각이었다.
-포토북 정지 다음은 포트계정.
-자수까지 23시간.
포트 계정이 막히면 엔드로이드 폰을 사용할 수 없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 다시 본인인증을 한다면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또 막아버리면 된다. 그리고 여기까지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포트계정 정지 다음은 블라인트레이딩.
-자수까지 22시간.
블라인트레이딩.
러시아의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하루 거래량이 수천억에 이른다고 알려진 곳이었다. 승호는 그곳에 저장되어있는 바이트 코인을 전부 털어낼 생각이었다. 이미 실리콘 밸리에서 거래소 관련 경험이 한 번 있었다.
세계 최고의 거래소 비낸스.
거기서 탈취당한 코인을 제 자리로 돌려놓은 경험이 있었다. 승호는 빠른 속도로 놈의 계정을 해킹했다. 이미 핸드폰에 블라인트레이딩 앱을 깔아 놓고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계정해 접속해 보니 쌓여 있는 바이트 코인은 거의 칠 천.
현 시세로 600억이 넘는 돈이었다. 승호는 지체하지 않고 해당 주소에 있는 바이트 코인을 다른 곳으로 옮겨 버렸다. 그때까지 걸린 시간이 두 시간 정도였다.
그리고.
-블라인트레이딩 정지 다음은 스베르방크 -자수까지 20시간.
똑같은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보낸 후 놈이 사용하고 있는 은행 정보를 해킹하려 할 때. 처음으로 답장이 도착했다. 답장은 승호가 보유한 핸드폰이 아닌 인터넷상에 가입해 놓은 가상 번호에 도착한 문자였다. 그래서 스크린에 알람 형식으로 떴다.
-정말 네놈 짓인가?
승호는 그저 같은 내용을 보낼 뿐이었다. 스베르방크는 러시아 최대의 은행. 바로 그곳이 승호의 다음 표적이었다.
그러자 빠르게 답장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