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23)
탑 코더-223화(223/303)
-칠천 코인을 전부··· 가져갔다.
승호는 이번에도 같은 내용을 보냈다.
잘 믿지 않는 눈치였다. 거래소 계정으로 접속이 안 될 테니 확인해 볼 방법도 없었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승호는 굳이 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서로 대화를 나눌 사이는 아니었다. 결과는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또 한 통의 답장이 도착했다.
-해볼 테면 해봐.
말이 많아진다는 건 현 상황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뜻이었다. 승호는 답장하지 않고, 미친 듯이 작업에 열중했다.
해볼 테면 해봐라.
상대를 잘못 골랐다. 한 시간 정도 작업해 결국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상대의 시그니처인
를 심어 놓고, 저놈이 사용하는 계좌에 있던 돈을 블라인 트레이딩으로 보내 버렸다. 그리고 루블화를 다시 바이트코인으로 바꿔치기했다.
-스베르방크 정지 다음은 신분 정지.
-자수까지 17시간.
그 사이 은행 계좌를 확인해 봤는지 또다시 답장이 도착했다.
-넌 누구냐. 원하는 게 뭐야.
짧은 문장이었지만 강한 분노가 느껴졌다. 그러나 굳이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대화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승호는 항복을 받아 낼 때까지 멈추지 않을 생각이었다.
‘신분을 정지시키려면 러시아 정부 시스템을 해킹해야 하는데··· 이번 건 좀 쉽지 않겠어.’
상대의 신분을 정지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정부 행정 시스템을 해킹해야 한다. 자료를 수집하고 해킹 툴을 돌려 취약점을 찾아내고, 그곳에 접속해 놈의 정보를 찾아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사이에도 끊임없이 문자가 도착했다. 약간의 다급함이 서려 있었다.
-원하는 걸 말해봐.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거지?
-미국 정부의 하수인인가?
-결코, 너에게 득 될 건 없을 거다.
그러나 승호는 아무런 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저 이따금 똑같은 문자를 보낼 뿐이었다.
-스베르방크 정지 다음은 신분 정지.
-자수까지 17시간.
-이 미친 새끼가.
처음으로 문자에 욕이 섞여 있었다. 감정에 변화가 생겼다는 말이었다. 승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작업에 열중했다.
‘러시아 정부 시스템에서 놈의 흔적을 지우면 아주 볼만 하겠어.’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것이기에 당장은 타격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새로운 카드를 발급받는 다거나 비행기를 타고 다른 국가로 이동할 수 없게 된다.
그보다 더 큰 건 상징성.
러시아 정부 행정 시스템도 주물럭거릴 수 있다는 실력 과시용이었다.
어려운 작업이었다. 총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결국 해냈다. 그 사이 놈은 승호가 포기했다고 생각하곤 아무런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신분 정지 다음은 통신 정지.
-자수까지 14시간.
이번에는 좀 다른 내용이었다.
-제로원인가? 시내소프트 대표? 데이터 센터를 공격한 것 때문인가?
승호는 굳이 대답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블랙워치가 데이터 센터를 공격한 건 확신에 의한 게 아니었다. 매번 자신의 해킹을 방해하는 놈을 찾고자 찔러 본 곳 중 하나일 뿐이었다. 이번 질문의 의도도 같았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 찔러 본 것에 불과했다. 승호는 그저 놈이 처하게 될 상황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넌 이제 러시아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연속해서 답장을 써 나갔다.
-이제 통신이 정지되면 모든 게 끝난다.
-개소리 작작 해.
-네가 해킹한 모든 곳에 네 정보가 넘어갈 거다.
-그러고도 네가 무사할 것 같아?
-이름, 얼굴, 친구, 통화 내역, 채팅 내역, 계정정보.
승호가 빠르게 다음 내용을 보냈다.
-CCTV를 통해 수집되는 동선 까지.
-정체가 뭐지? 정말 시내소프트 대표 강승호인가?
-인터폴에 실명으로 올라온 자수 내역을 확인하겠다.
-도망치려면 도망쳐 봐.
그 말을 끝으로 승호는 MMS 메시지를 통해 CCTV 화면을 하나 전송했다.
지금 시각.
놈의 행적이 찍혀 있는 사진으로.
***
선조 일보 회장실.
블랙워치가 정한 시일이 지나도 아무런 문제가 없자 성충민은 약간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근심은 아직 없어지지 않았다.
“우리 쪽 데이터베이스에 있던 데이터들이 유출된 것 같다.”
“네. 해킹당한 데이터들 대부분이 넘어간 것으로 파악 중입니다.”
“내용은?”
“아직 전부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몇몇 데이터는 회장님과 부회장님이 보유 중이신 키를 입력해야 열 수 있는 것들도 있어서.”
성충민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면 비밀 장부도 넘어갔다는 말인데······.’
시대가 변했다. 종이로 보관하던 내용은 전부 디지털화되었다. 물론 이 중 삼 중의 안전장치를 해 두기는 했다. 하지만 그 안전장치가 뚫리고 내용이 외부로 흘러나갔을 때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성충민의 머릿속으로 한 단어가 떠올랐다.
폐간.
‘공개되면 무조건 폐간이다.’
그 밖에도 각종 기업, 정부 인사 관련 약점들도 상당수 들고 있었다. 약점은 공개되는 순간 무기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랬기에 두고두고 묵혀둔 것들이 상당했다. 그것들도 전부 빠져나간 것이다.
“블랙워치가 가져간 게 확실해?”
“네. 그건 확실합니다. 우리 전산팀과 인터넷 진흥원에서 파견 나온 직원 그리고 이번에 고용한 민간 업체에서도 동일인의 소행이라고 했습니다.”
세 군데가 똑같은 말을 했으니 아마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그놈이 유포하지 않길 바라야 하는 건가··· 뭐 어차피 철저히 암호화되어 보관되어 있으니 문제가 없다고 봐야겠지만.’
국내 최고 수준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아 암호화를 진행했다. 당시 그 전문가 말로는 국정원이나 CIA 할아비가 와도 풀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현재 상태는?”
“아직 원상복구 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앞으로 2주 정도가 더 필요할 거라고 합니다. 그 안에 정말 될지 확신은 없는 상태고요.”
벌써 5일이 지났다. 그런데 또 2주라니.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일단 지금까지 준비된 데이터만 세팅하고 다시 서비스 시작해. 어차피 과거 데이터 찾아보는 사람도 별로 없을 테니.”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비서가 회장실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빠져나간 것보다 더 빠르게 회장실로 뛰어 들어왔다.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회, 회장님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뭔데.”
성충민이 비서가 내민 핸드폰을 확인해 보았다. 그건 한국 기사도 아니었다. 미국 유명 뉴스 사이트였다.
-[특집] 한국 언론의 민낯.
자극 제목 밑에는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선조 일보가 지금껏 자신들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행한 추악한 일들이 밝혀졌다.
······.
그 밑에 첨부된 자료들도 전부 익숙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익숙하다는 건 그 자료들이 사실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당장 다른 언론사에 연락 돌려서 뉴스부터 막아야 할 것 같습니다.”
“관련 협조 공문 돌려.”
“알겠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것들투성이였다.
‘왜 저 언론사에서 우리 쪽 특집기사를 다루고 있는 거지. 그리고 자료는 또 어떻게······.’
그 짧은 사이에 한세일보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속보를 전했다. 미국발 뉴스가 흘러나온 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선조일보 정경 유착 특집 보도 번역할 시간도 없었을 텐데······.
그런 의아함도 잠시.
타임지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특종 보도가 흘러나왔다. 그 두 곳에서 뉴스가 나오자 다른 언론사에서도 경쟁하듯 속보로 뉴스를 전했다. 이제 이 정도면 폐간이 문제가 아니었다. 성충민이 주먹을 꽉 쥐었다. 100년을 이어온 가업이 자신의 대에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
작업을 마친 승호가 기지개를 켰다.
“하아······.”
지난 며칠간의 작업이 전부 끝났다는 뜻이었다. CIA 요원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저 멍하니 승호를 보고 있었다.
“이제 끝났군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CIA 요원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자신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목격했다. 윗선에서 블랙워치 처리에 대해 논의하는 사이.
인터폴로부터 연락이 한 통 도착했다.
-자신을 블랙워치라 하는 자가 자수해 왔습니다.
믿기지 않아 몇 번을 다시 물었다. 그때마다 같은 답이 돌아왔다.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정황상 누구 때문에 일어난 지는 확실했다.
“혹시 어떻게 하신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승호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
“어쨌든 놈이 자수했으니 다 잘된 일 아니겠습니까. 저는 일이 있어서 일어나 보겠습니다.”
그런 승호를 요원은 막지 못했다.
대사관 밖으로 나오자 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비서는 묻지 않고, 현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현재 서울시장이 선조 일보 발행 정지 및 등록취소에 관한 법적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성 회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요. 미국에서 터트린 뉴스에 관련 증거가 너무 많아 국회를 비롯해 기업들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입니다.”
간략히 브리핑을 마친 비서가 승호를 보았다. 분명 지금 이 사태도 승호가 만들어 낸 것이리라. 그렇지 않다면 미 대사관에 들어간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이런 일이 연달아 터진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그 답도 승호가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타임지에서 후속기사를 준비 중이라고 전하세요. 그러면 알아 들을 겁니다.”
누구에게 전하라는 건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뭐든 할 수 있다.
성충민이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사 사주가 기자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 수백 명의 기자가 회견장에 모여 있었다. 살짝 아랫입술을 깨문 성충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 내외로 어려운 상황에서 제 개인과 회사 관련해 여러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어, 이렇게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절 질문은 받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질문이 없을 것이었기에.
“자세한 내용은 검찰 조사 결과에서 밝혀질 것입니다. 저는 그전에 언론사의 수장으로써 이런 사태에 연루되었다는 것 자체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에 실질적인 조치를 하려고 합니다.”
기자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질문을 던졌다.
-어떤 조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지금까지 나온 내용 들을 인정하시는 겁니까.
-밝혀지지 않은 것들도 상당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충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내 앞에서 고개도 들지 못했던 것들이.’
과거였다면 자신이 상대할 일조차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변했다.
“저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회사 관련 지분 전부 사모펀드를 비롯해 다른 곳에 처분될 것입니다. 앞으로 언론사는 전문 경영인이 맡아 운영하게 될 것이며 사명 역시 변경될 것입니다.”
촤라라라락.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놀란 기자들이 여기저기에서 손을 들며 소리쳤다.
-인수 하는 쪽은 어디인가요?
-이번 해킹 사태로 꽤 큰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경영상에 문제가 생긴 겁니까?
-최근 서울시에서 언론사 등록 취소를 위한 법적 검토에 들어갔다고 되어 있는데요. 그것과 관련된 건가요?
그러나 성충민은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히 자신이 준비해온 말을 꺼낼 뿐이었다.
“이걸로 사회의 큰 축을 담당하는 언론사로써 여러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게 된 것에 대한 사죄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기자회견은 그걸로 끝이었다. 성충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유유히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기자들은 그렇게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나가는 성충민에게 달려들어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회장님 이번 사태에 대해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현 사안에 대해 모두 인정하신다는 겁니까?
-정, 재계에 걸쳐 돈을 안 받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회장님! 회장님!
경호원들이 막아섰지만 밀치고 들어오는 기자들을 완벽하게 막아내기에는 힘에 부친 면이 있었다. 회견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은 아비규환을 연상케 했다.
‘내가 이래서 안 한다고 했건만. 그 개자식이.’
아마 이런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조건으로 달았으리라. 어차피 후회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타임지가 가지고 있다는 후속 기사가 터져 나오면, 더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그때.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던 기자들의 핸드폰이 일제히 울렸다. 핸드폰을 확인한 기자들이 눈을 부릅떴다.
-성민기 마약 및 외국환관리법 위반 긴급 구속.
성민기는 성충민의 장남.
문제가 없었다면 차기 선조일보 언론사 사주로 취임할 예정이었던 사람이었다. 내용을 확인한 기자들이 한 층 더 가열하게 달려들었다.
-회장님! 자제분이 마약 혐의로 소환되셨는데요. 현재 심경이 어떠십니까.
-마약 및 도박 관련하여 이미 인지하고 계셨습니까.
-회장님, 회장님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성충민의 표정이 왈칵 구겨졌다. 그 모습이 실시간으로 공중파를 통해 전송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