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24)
탑 코더-224화(224/303)
***
달칵.
승호가 마우스를 클릭해 튜브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는 뉴스 영상을 껐다.
“드디어 끝났군.”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그러나 의도한 대로 마무리가 되었다.
드르륵.
드르륵.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사모펀드 필리스의 필리스 회장이었다. 선조 일보 지분 인수에 참여하기로 했던 곳이었다.
“네. 회장님.”
-인수 철회 의사를 밝혔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음에도 부탁할 일이 있으면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이제 저희 펀드 투자자 이기도 하시니까요.
“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내 다시 걸려온 전화.
번호는 0170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그건 곧 CIA 국장의 연락이라는 뜻이었다.
“강승호입니다.”
-이번일 관련해서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연락드렸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저도 도움받은 게 있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 정도야 뭘. 어차피 추적 과정에서 나온 정보 몇 가지 흘려준 것에 불과합니다.
“뉴스에 실리지 않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TV에서 볼 수 있게 된 게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핸드폰 반대편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하하하, 그냥 작은 성의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네.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나중에 한 번 만날 것을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얼마 전 미 대사관에서 벌였던 작전에 대해 더 대화를 나누고 싶은 눈치였지만 종일 전화를 붙들고 있을 수는 없었다. 연락을 끊은 승호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핸드폰을 보았다.
-[속보]성충민 아들 마약 및 외국환관리법 위반 협의 긴급 구속.
-[속보]선조일보 등록 취소 심의 돌입.
-[속보]성충민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발표. 회사는 다른 이의 손으로.
-[속보]국내 최대 언론사를 차지하게 될 자는 누구?
아마 언론사 등록은 취소될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많은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문제가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으니까.
“흐음··· 이 건은 이제 이렇게 마무리됐고. 이제 다시 본업에 충실해야지.”
회사 규모가 커진 만큼 해야 할 일도 산더미 같았다.
ONE 고도화.
스마트 시티.
제로.
원 톡, 원 서치.
타임지 리뉴얼.
로봇 및 금융 사업 구상.
간간이 터지는 대외 쪽 일들까지.
아무리 여러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이럴 때 중요한 건 선택과 집중.
고민하던 승호가 마지막 항목에 동그라미를 쳤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기존 사업을 유지보수 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치 미래 설계자라 불리는 일론 머스크처럼.
***
비슷한 시각 미국 CIA 본부.
간부진들이 모여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번 블랙아웃 작전 통해 확인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를 위험인물에 올려야 합니다.”
“허 참··· 위험인물이라니. 지금 시내소프트 시가 총액이 얼만지나 아십니까?”
“아니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시가 총액 400조가 넘습니다. 더구나 그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든 사람이에요. 그게 지금 실리콘 밸리와 디트로이트에서 움직이고 있고. 어디 그뿐만입니까?”
금발의 간부가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 말이 아니잖습니까. 그가 온라인상에서 한 일들 잘 아시잖아요. 러시아 은행을 비롯한 정부 시스템을 전부 해킹했단 말입니다. 아무런 흔적도 없이.”
CIA는 뒤늦게 대사관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승호가 한 일을 파악해 냈다. 그리고 그걸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러시아 정부, 은행, 통신사 그리고 길거리의 CCTV까지.
저 정도면 러시아가 승호의 손에 들어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더더욱 위험인물이 아니라 그를 데려와야 하는 겁니다. 감시한다고 해도 막말로 무슨 수로요? 온라인 세상에서 어떻게 그를 감시한다는 말입니까? 그러다 오히려 저희가 역으로 걸리는 겁니다. 이미 NSA를 비롯한 주요 기관들을 한 차례 순회했을 수도 있어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국장은 간부진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이미 한 차례 통화는 했다. 목소리를 들어봐서는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호의를 얻기 위해 자신들도 조금 노력을 하긴 했으니.
굳이 이 관계를 깨야 할까 싶었다.
금발 머리의 간부는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래도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합니다. 핵 발사 장치에 수 개의 안전장치가 되어 있는 건 그 무기가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강승호는 온라인의 핵 같은 존재입니다. 그와 비견된다고 알려진 블랙 워치를 압살했습니다.”
간부진들의 의견을 청취하던 국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먼저 대통령님 의견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간부들이 입을 닫고 국장을 쳐다보았다.
“다들 부산에 건설된 스마트 시티를 보셨을 겁니다. 거기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제로도. 만약 한국에 그런 도시들이 계속 만들어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CIA 간부.
대부분이 초엘리트 출신이었다. 정보 취합, 분석, 예측 분야에서 남다른 능력을 갖췄다는 말이었다.
“한국이 발전하겠군요. 해당 도시로 시민들이 몰릴 수도 있을 테고, 시내소프트가 벌어들인 수익이 많아질 테니 전체 GDP가 올라갈 수도 있을 거고. 아직 그런 도시가 소수이니 관광지로도 발전 할 수 있을 겁니다.”
관광지라는 말에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관광객이 동년 동월 대비 10% 상승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대부분이 부산을 찾았다고 합니다. 바로 스마트 시티를 찾은 겁니다.”
국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간부진은 굳은 표정으로 국장의 말을 경청했다. 하나하나 놓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우리는 보았습니다. 그가 러시아를 쥐고 흔드는걸. 북한이 원시시대로 돌아가지 않는 한 북한을 그렇게 만드는 것도 그에게는 가능한 일일 겁니다.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통일도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닐 겁니다.”
국장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결국, 개인의 힘으로 국가가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 개인이 국가를 움직인다. 그 말에 간부진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 내용을 전부 들은 대통령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친구를 넘어 우방이 되어야 한다. 5개의 눈에 한국을 포함 시키는 것을 검토하라.”
5개의 눈.
Five Eyes라는 말로 표현되는 미국의 최우선 혈맹을 일컫는 말이었다. 현재 한국의 위치는 2등급. 대표적으로 영국이 5개의 눈에 속해 있었다. 5개의 눈 중 하나가 되면 미 국방성 기밀 네트워크인 SIPRNet에 접속이 가능하다. 최상급 안보 정보를 공유받게 되는 것이다. CIA 간부진들이 당연히 반발할 내용이었다.
“네?”
“그건 무리입니다.”
“한국이라니. 중국 반발이 상당할 겁니다.”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한국에서도 승낙할 리 없습니다.”
자신도 이런 반발을 익히 예상했었다. 그랬기에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번 회의를 통해 국장은 완벽히 입장을 결정했다.
“이미 여러분들이 그 타당성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는 이미 SIPRNet에 접속해 각종 정보를 확인했을 수도 있습니다.”
국장이 한숨을 내쉬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누가 뭐라 해도 한국인입니다. 확인한 그 정보를 어디와 공유하겠습니까? 중국? 일본? 러시아?”
조용한 가운데 국장의 말이 퍼져나갔다.
“그가 한국인인 이상 한국을 혈맹에 포함해야 합니다. 그러니 진지하게 한 번 검토해 보세요. 지난 작전 때처럼 오히려 우리가 도움을 받게 될 경우도 많으니.”
그러나 이건 실상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승호는 한국인이었으나 나라의 이득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이득에 더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CIA는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의 다음 사업에 대해 알아내야 한다. 그가 이루는 혁신이 미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간부진들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 할 수 있다.
뉴스를 보던 김희건이 씁쓸히 중얼거렸다.
“나라가 온통 이 이야기뿐이군요.”
고동만의 미간에 잔뜩 주름이 잡혀 있었다.
“미국에서 뉴스가 시작된 걸 비롯해서, 저런 중요 정보가 검찰에 흘러 들어갔다는 것까지.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분명한 점은 강 대표가 관련되어 있다는 거겠지요. 별말은 없었습니까?”
고동만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뉴스를 보고 놀라 급히 연락을 취해 봤지만, 그는 태연하게 답해왔다.
-순리대로 흐르는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시내소프트가 공개한 ONE API는 어떻습니까? 우리 쪽에도 적용할 만한 게 보이던가요?”
“엔진 S에 적용된 ONE이 더 강력한 성능을 보여서 핸드폰 쪽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가전 사업 쪽의 검토 결과는 음성인식 부문에 선적용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성능이 뛰어난가 보죠?”
“테스트 결과 포트의 음성인식 기술보다 인식률이 높습니다.”
김희건이 턱을 문지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호오··· 그 정도란 말이군요.”
“약간 얼버무리는 말조차도 사용자의 발성 패턴을 분석해 99%가 넘는 정확도를 보입니다. 가히 ONE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미 MG 전자에서는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도 늦기 전에 개발 착수해서 선보여야 하는 것 아닙니까?”
“소수 의견이지만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있습니다.”
그 말에 김희건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어떤?”
“엔진 S를 비롯해 가전 부문까지 ONE을 사용하게 되면 소비자 부문 전부가 시내소프트에 종속되는 형태가 됩니다. 거기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저 역시 걱정하고 있는 부분이고요.”
“그거야 어차피 엔드로이드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고 여기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핸드폰의 경우 이미 포트에 종속된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그래서 여러 OS를 개발 시도해 보았지만. 결과는 실패.”
고동만이 아쉬운지 입맛을 다셨다.
“쩝······.”
“이번 건도 크게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인공지능 관련 개발자를 영입하고 개발하고 있긴 하지만 특별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니까요.”
“······.”
고동만이 입을 꾹 다물었다. 김희건의 말에 틀린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개발을 멈출 수도 없습니다. 다른 곳과 연동을 하려고 해도 아는 게 있어야 대화가 될 테니까요. 그러다 우연히 엄청난 게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거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지 않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러면 CE 부문에서 ONE API 적용 시작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검토는 끝나 있어서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건 그렇게 처리하고 요즘 강 대표가 집중하고 있는 일은 무엇이라 합니까? 선조 일보 뉴스에 묻혀서 그의 행보가 노출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최근 기업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기업 인수요?”
“네. 로봇 관련 기업을 알아보고 있는 모양입니다.”
“역시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군요. 그것도 로봇으로.”
“산업용 로봇인지 소비자용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 산업용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을 겁니다. 금현 자동차에 당장 적용해 볼 수 있을 테니까요.”
“하긴 현재는 승용차만 생산하고 있지만 라인업을 늘리면 제조 공장도 여러 개가 필요할 테니 가장 현실성이 높은 이야기군요.”
생각하던 김희건이 앞에 놓인 차를 한 잔 마셨다.
“로봇을 생산하려면 관련 부품을 조달해야 할 겁니다. 핵심은 반도체. 수요가 어마어마하게 생길 거고요. 스마트 시티 건설처럼 공장도 리뉴얼을 해야 할 테니 건설 관련 일도 많을 겁니다.”
무슨 말인지 단박에 알아들은 고동만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