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25)
탑 코더-225화(225/303)
***
비슷한 시각.
승호는 일본에서 하드 뱅크 나정의 회장을 만나고 있었다.
나정의.
한국계 일본인으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그 인물이 심각한 표정으로 승호의 말을 듣고 있었다.
“페퍼를 인수해 ONE과 결합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이미 원톡이 WHO를 비롯해 세계 의사 협회에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앱이라는 뉴스 보셨을 겁니다.”
나정의가 고개를 끄덕였고, 승호가 말을 이었다.
“이를테면 원톡의 실물 버전이 되는 겁니다. 다음부터는 가사 로봇 형태로 발전시킬 생각이고요.”
승호는 가감 없이 자기 생각을 말했다.
나정의도 노련한 기업가.
생각을 숨기는 건 오히려 마이너스로 적용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일정 부분 들어맞고 있었다. 나정의도 솔직하게 답했다.
“페퍼는 하드뱅크의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로봇 산업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생각이고.”
“그러나 여전히 적자이고, 출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들었습니다. 더구나 최근 포트에서 인수 하신 로봇 업체들 역시 상용화 일정은 무기한 연기. 투자 개발 비용에 매년 수백억이 들어가는 상황이죠.”
“하하, 제가 운영하는 비전 펀드에 얼마가 있는지 모르시나 본데요.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가능 합니다.”
“1천억 달러. 저도 그 정도는 알 고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최근 여러 투자에서 과거와 같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요. 어차피 투자금입니다. 투자자들이 돈을 빼면.”
승호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사라질 돈이죠.”
나정의의 미간이 한층 찌푸려졌다.
“이건 설득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저는 서로 윈윈 하기 위해 왔습니다. 일방이 좋은 것은 거래라 불릴 수 없으니까요.”
“그럼 제가 로봇 사업부 쪽을 팔면 뭐가 좋습니까?”
“앞으로 제가 만들 로봇의 일본 유통권을 드리겠습니다.”
나정의가 지긋이 승호를 쳐다보았다. 승호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나노 소프트 사의 윈더 일본 판매를 대행하며 사업이 시작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이 로봇 역시 전 세계를 휩쓸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유일하게 하드 뱅크가 독점 판매권을 가지게 될 거고요. 어떻습니까?”
나정의는 가타부타 말이 없이 승호를 보고만 있었다. 뭔가 생각에 빠진 표정. 그렇게 몇 초가 흐르고 나정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거기에 제로 유통권까지 얻는 조건이라면 협상이 한층 쉬워질 것 같군요.”
아직 일본은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법규가 정비되지 않아 출시를 못 하고 있는 곳 중 하나였다. 그 사실을 나정의도 알고 있는지 바로 말을 이었다.
“물론 일본 내에서 판매될 수 있도록 제가 적극적으로 힘을 쓰겠습니다. 아무리 대표님께서 유명하다고 하지만 일본 내에서 영향력은 미비한 게 사실이니까요.”
이번에는 승호가 생각에 잠겼다.
‘부사장님이 만들어주신 로봇 회사 리스트 중 우리와 가장 잘 맞는 곳이 바로 여기다. 페퍼의 인지도와 ONE이 합쳐지면 조 단위의 매출을 일으킬 수 있어.’
앞으로 만들어질 로봇의 이름은 RONE 통칭 론.
론에 대한 판매권은 적당한 가격에 넘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로에 관한 것 까지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어차피 나쁘지 않아.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일본에서 법규 완화를 바로 해줄 것 같지는 않으니까. 나 회장님이 노력해 준다면 더 빨리 판매 할 수 있게 되겠지.’
독점 유통권을 공짜로 넘기는 것도 아니었다. 더구나 영업직원을 더 고용하고, 서비스 센터를 세우고 매장을 만드는 것보다 유통권을 넘기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결정을 내린 승호가 손을 내밀었다.
“좋습니다.”
“그럼 바로 실무진 준비하겠습니다. 매각 금액은 종가에 20% 내에서.”
“네.”
“하하, 시원시원해서 좋군요.”
나정의에게도 로봇은 계륵 같은 존재였다. 투자금은 계속 들어가는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수익은 언제 날지 불투명했고, 투자자들은 자신의 결정에 의문을 표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투자를 결정했으면 속전속결로 마무리 짓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건 시작에 불과한 투자였다.
일본에서 하드뱅크 나정의를 만난 승호는 중국으로 건너가 로봇 관련 스타트 업 회사를 4곳 인수했다. 그걸 통폐합해 RONE 기술 연구소로 변모시켰다. 거기에 든 금액이 2000억 거량이었다. 일본에서 사용한 금액이 5000억이니 벌써 칠 천 억을 사용한 셈이었다. 그런데도 승호는 광폭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다음은 이스라엘로 갑시다.”
비행기를 타고 이스라엘로 넘어갔다. 이스라엘은 매년 스타트업 들이 엑시트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만 10조가 넘어가는 스타트업의 천국이라 불리는 나라.
그 만큼 기술이 뛰어난 회사가 많았고, 로봇 관련 기술을 가진 회사도 수두룩 했다. 승호는 그중에서 선별해 만났다. 그저 상대방의 기술만 보기 위해 만난 건 아니었다.
직접 만져보고, 로봇에 흐르는 0과1의 세계에 진입해 관련 기술을 훔쳐보았다. 그중에서 꽤 탐이 나는 것들을 골라 최종 인수 리스트에 올렸고, 결국 최종적으로 3곳을 인수하는데 3000억 가량을 사용하였다.
중국 4곳.
이스라엘 3곳.
하드 뱅크의 로봇 사업부까지 포함해 8곳을 인수하는데 1조가량을 사용하였다.
그런 승호가 향한 마지막 목적지는 실리콘 밸리였다. 세계 스타트업의 요람이자 가장 많은 기업이 활발히 연구 활동을 펼치는 곳이었다.
실리콘 밸리에서 인수 리스트에 올라 있는 기업은 총 5곳이었다. 이미 승호의 행보가 알려져서인지 다른 기업들에서도 투자 요청을 넣고 있었지만, 일정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별 생각하지 않았던 인물에게서 연락이 왔다.
“백악관에서 한 번 와달라고 합니다.”
“토마스가? 왜?”
“함께 그릴 미래에 대해 논의할 게 있다고 합니다. 언론에는 알리지 말 것을 강조했습니다.”
“흠······.”
언론에 알리지 말고 조용히.
그 말의 의미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때 이야기를 하려는 거군.’
대사관에서 해킹을 주도했던 일. 그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게 분명했다.
‘지난번처럼 어떤 일을 부탁하려는 거겠지.’
승호가 미간을 긁적거렸다.
‘일단 들어나 볼까.’
어찌 되었든 좋은 관계를 유지해놓을 필요가 있었다. 생각을 마친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간다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
한국 청와대 지하 벙커.
갑작스러운 미국의 연락에 대통령 주재로 NSC가 열렸다. 대통령은 믿기지 않아 한 번 더 되물었다.
“한국을 다섯 개의 눈에 넣어주겠다고 했다는 말입니까? 정말?”
국정원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CIA를 통해 온 연락이니 틀림없을 겁니다.”
“허··· 참··· 방위비를 올려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갑자기 이 무슨.”
“무조건 받기도 모호한 입장입니다. 만약 이 사실이 중국 귀에 들어가게 되면 한, 중 관계가 악화할 수도 있습니다.”
국방부 장관이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어차피 모르게 하면 되지 않습니까. 미국에서도 그걸 원한다고 했고. 미국의 혈맹이 되는 건 무조건 이익입니다.”
“더구나 미국에서 제시한 조건이 한 가지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국정원장에게 향했다.
“프로젝트 하나를 함께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름하여 골든아이 프로젝트.”
대통령이 눈짓을 보냈다. 더 자세한 설명을 해보라는 뜻이었다.
“한-미 사이버 연합 프로젝트로 거기 고문에 강승호 대표를 넣어야 한다고 합니다.”
또다시 거론된 그 이름에 대통령 홍상훈이 침음을 삼켰다.
뭐든 할 수 있다.
미 워싱턴 주변 안가.
토마스 대통령이 비밀리에 사람을 만날 때 이용하는 곳에 승호가 앉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골든 아이 프로젝트에 절 고문으로 추대하고 싶다는 말씀이시군요.”
토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보여준 능력을 본 이들이 전부 자네를 적극적으로 추천했어.”
“프리즘 프로젝트 같은 겁니까?”
함께 있던 NSA 국장이 앞으로 나섰다.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프리즘 프로젝트의 고도화 버전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시 토마스가 나섰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한―미 안보 동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거야. 프로젝트의 핵심은 누가 뭐라 해도 한국인인 자네니까.”
승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 뭔가 오해를 하는 것 같았다.
“전 한―미 동맹 강화보다는 제 개인의 이익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지난번 발급해 주신 S1 비자 같은.”
그러자 NSA 국장과 CIA 국장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잠시 일그러져 있던 토마스가 빠르게 표정을 회복했다.
“하하, 그랬군. 그럼 협상 테이블 위에 다른 것을 올려 둔다면 고문으로서 책임을 다해줄 수 있다. 그 말인가?”
승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는 일이라면 안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토마스가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럼 먼저 지금 보다 자세히 일에 관해 설명하도록 하지. 그 사이에 우리 쪽 제안이 준비될 걸세.”
그러자 NSA 국장이 자세한 설명 해나가기 시작했고, 토마스는 CIA 국장을 데리고 잠시 옆 방으로 이동했다.
골든 아이 프로젝트.
NSA 국장이 설명하는 프로젝트는 특급 기밀 사항으로 이미 노출되어 버린 프리즘 프로젝트의 뒤를 잇는 작업이었다.
그것보다 광범위하게.
그것보다 자세하게.
그것보다 강력하게.
목적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테러, 전쟁의 위협에서 세계를 구하겠다는 명목이었다. 그 명목을 위해 ONE이 필요하다. 결국, ONE 떄문에 승호가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정보들을 분류, 분석하려면 프로젝트의 머리 역할을 해줄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프리즘 프로젝트에서는 프리즘이 그 역할을 하고 있었고, 이번 골든아이 프로젝트에서는 골든아이. 즉 ONE이 그 역할을 해내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절.”
“네. ONE의 아버지시니까요.”
“흠··· 그러면 ONE 외부 API를 사용해도 될 것 같은데요.”
“이건 국가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다룹니다. 외부 정보가 유입될 수는 있지만, 내부에서 외부로 빠져나가서는 안 됩니다.”
즉 완벽한 망 분리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하긴 그러면 ONE 외부 API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새롭게 ONE을 구축해 달라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더 잘 아시겠지만 시내소프트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ONE은 외부에 공개된 것보다 뛰어난 성능이지 않습니까. 저희는 그걸 원합니다.”
승호가 입술을 오므리며 탄성을 흘렸다.
“그것까지 파악하셨군요.”
“그렇다고 ONE 구현 정보까지 수집한 건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이런 자리는 필요치 않았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 정도야 다들 생각하고 있는 바 일 겁니다.”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하다니.
과연 세계 최고 정보기관인 NSA라는 생각이 들었다.
“골든아이 프로젝트를 위해 ONE을 적용하고, 그걸 유지보수 해달라.”
국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게 주 임무가 될 테고, 해당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에 대한 조언이 부차적 일이 될 겁니다. 마치 저희 요원들을 교육해 주셨던 것처럼.”
그냥 듣기에도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ONE은 이미 구축되어 있었고, 그걸 다른 곳에 이식하는 일이었기에.
문제는 보상으로 무엇을 받을까인데······.
이미 스마트 시티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오퍼가 폭주하는 상황이었다. 제로 허가 역시 차근차근 하나씩 풀려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