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26)
탑 코더-226화(226/303)
그럼 로봇은?
로봇 개발도 하드 뱅크에서 관련 사업 부문을 인수 하고, 여러 기술 기업을 인수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개발해 출시하는 일만 남았다. 무엇을 대가로 받는 게 좋을까.
승호는 고심을 거듭했다.
ONE은 시내소프트의 전부라 할 수 있을 만한 것이었다. 현재 시내소프트의 시가총액은 400조.
‘400조를 현찰로 달라고 해볼까.’
아마 미친놈 소리를 듣기 딱 좋은 말이었다. 고민하던 승호의 머릿속에 순간 불이 번쩍이며 한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데이터.’
프리즘 프로젝트가 했던 일이 전 세계의 모든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 테러나 전쟁 위협과 관련된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 데이터를 활용 할 수 있다면?
결론을 내린 승호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 나갈 무렵 잠시 방을 나갔던 토마스와 CIA 국장이 돌아왔다. CIA 국장이 승호를 보며 말했다.
“먼저 러프 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스템 구축에 2억 달러. 운영 유지보수에 매년 1억 달러를 드리겠습니다.”
승호가 입안에서 혀를 굴렸다. 새롭게 ONE을 구축하는데 2억 달러라.
말도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그렇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단칼에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CIA 국장이 잔뜩 당황해 되물었다.
“그, 그러면 혹시 생각하시는 조건이 있습니까?”
“데이터.”
“···네?”
“골든아이로 유입되는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십시오.”
“그 데이터 중에는 안보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것들이 있다고 분명 말씀을 드렸을 텐데요. 절대 외부 유출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승호가 빙긋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저도 외부 유출할 생각은 아닙니다. 골든아이로 수집되는 데이터를 그 안에서 활용해 가공된 결괏값들만 미국 내에 세워질 데이터 센터로 옮겨갈 수 있으면 됩니다.”
CIA 국장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건 NSA 국장도 마찬가지였다. 토마스는 흥미로운지 턱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토마스가 말했다.
“그 분석하는 시스템도 시내소프트에서 만들 건가?”
“물론입니다. 저희가 사용하는 거니 저희가 만들어야지요.”
“내부에서 분석하고, 그 결과만 받으면 된다.”
승호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포트에서 자사로 유입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그렇게 도출된 결과에 대해서만 시내소프트 쪽 데이터 센터로 이동시키겠다는 겁니다. 그렇게만 해주시면 시스템 구축은 무료로 해드리겠습니다.”
“만약 해킹된다면?”
“시내소프트가 해킹된다는 건 전 세계에 안전한 곳은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미 확인하시지 않았습니까. 제가 블랙워치를 잡는 모습.”
토마스는 흥미가 있는지 계속 질문을 던졌지만, CIA 국장과 NSA 국장은 고개를 내젓고 있었다. 아무리 안보와 관련 있는 데이터는 배제하겠다고 하지만 골든아이로 수집되는 데이터를 민간 기업이 활용하게 둘 수는 없었다.
‘전 세계에서 수집되는 정보를 활용한다니 말도 안 돼.’
하지만 토마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ONE은 400조 가치를 지닌 시내소프트의 핵심 시스템. 그걸 공짜로 구축해주고, 유지보수까지 해준다는 건 미국에도 이득이야. 어차피 ONE을 도입하게 되면 데이터는 이쪽에 노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정말 그 모든 걸 공짜로 해주겠다는 겁니까? 데이터를 제공해주면?”
“네. 정확히는 데이터를 유출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 데이터를 활용해 나온 결과물만 가져가겠다는 겁니다. 원천데이터는 그대로 두고.”
이어지는 대화에 NSA 국장이 끼어들었다.
“대통령님! 지금까지 이런 사례는 없었습니다.”
CIA 국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국가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겁니다.”
그러자 토마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어차피 원천데이터는 건드리지 않고, 그저 가공된 데이터만 가져가는데도 말인가? 더구나 이 모든 걸 공짜로 해주겠다는데. 왜 이렇게 말들이 많아. CIA 국장.”
“네.”
“골든아이 프로젝트를 구현하는데 얼마가 든다고 했지?”
토마스의 눈빛을 읽은 CIA 국장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최소한··· 조 단위는 넘을 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얼마.”
“ONE 라이센스에 대한 정확한 비용은 저희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서······.”
CIA 국장의 목소리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슬쩍 승호를 보았다.
“최소 10조부터 시작입니다. 부가 기능에 따라 50조가 될 수도 있고요.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ONE은 세계 유일무이의 인공지능입니다. 이미 포트의 델타도 뛰어넘었습니다. 제로나 원 톡을 보면 그 사실을 잘 아실 겁니다.”
“NSA 국장 거기 한 해 예산이 얼마지?”
“······.”
NSA 국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NSA 한 해 예산이 3조. CIA는 1조에도 못 미쳤다.
“그걸 지금 공짜로 해주겠다는데 무조건 거부하겠다는 말인가?”
토마스의 질타에 안가가 침묵에 빠져들었다. 정보기관의 수장들이 아무 말도 못 한 채 입을 꾹 닫았다.
“사실 아까 2억 달러를 말씀하셨을 때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습니다. 너무 터무니 없는 금액이라니요.”
그리고 CIA 국장과 눈을 마주쳤다.
“국장님 섭섭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함께 해온 시간이 있는데.”
“흠··· 흠흠.”
“하여튼 오리지널 ONE 라이센스는 기본이 10조입니다. 정책은 생각해봐야겠지만 나노소프트의 윈더 OS에서 취하는 정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최고 권력자는 토마스였다. 결국, 토마스가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떤가. 자네들이 그렇게 불안해하니 여기 강 대표가 아주 든든한 친구라는 걸 알려주는 일을 하나 해주는 거지.”
순간 승호의 머릿속으로 몇 가지 시나리오가 스쳐 지나갔다.
‘설마 지난번처럼 북한 관련······.’
토마스가 승호에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지난번 자네가 빼준 자료가 큰 도움이 됐어. 이번에는 아예 놈들이 항복하게 만들 수 있겠나.”
승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북한이 핵 포기를 선언 할 수 있게.”
“아니 그걸 제가 어떻게······.”
“왜 러시아 정부에 한 것처럼만 하면 북한도 두 손 두 발 다 들 것 같은데.”
승호도 최소한의 상황 파악 능력은 갖추고 있었다.
“북한은 러시아와 상황이 다릅니다.”
“하하, 이미 한 번 털어먹은 적이 있으니 이번에는 더 쉽겠지.”
사실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의 규모가 너무 커져 버렸다. CIA 국장이 눈을 빛냈다. 단숨에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해 낸 것이다.
“하긴 러시아 정부 시스템을 해킹할 정도면 그 정도도 충분히 가능하겠습니다. CIA도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순간 승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것 들 봐라······.’
생각을 마친 승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해 미국 국방비 예산이 6천억 달러가량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돈으로도 하지 못한 일을 제게 해달라고 말씀하고 계시군요.”
그러자 참석자들이 멋쩍은 웃음을 터트렸다.
“흠흠··· 뭐 꼭 그런 게 아니라.”
“각자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있으니까.”
“만약 한다고 해도 준비 기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별건으로 처리되어야 하고, 최종적으로 정말 북한이 핵 폐기를 선언하고 그게 검증된다면.”
일순 사람들의 시선이 승호에게 쏠렸다. 그만큼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북핵 폐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인들의 관심사였다.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토마스는 노벨 평화상을 수여 받고, 당당히 재선에 성공할 수도 있었다.
꿀꺽.
토마스를 비롯해 정보기관 수장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앞으로 5년 동안 미 국방비의 10%를 주십시오.”
6천억 달러의 10%면 600억 달러. 그걸 5년 동안 지급해야 하니 3000억 달러였다. 한화로 300조가 넘는 금액이었다. 모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뭐든 할 수 있다.
한국 청와대 지하벙커.
미국발 급보에 급히 NSC 회의가 열렸다. 가장 먼저 연락을 받은 국가안보실장이 노성을 토했다.
“아니 갑자기 이게 말이나 됩니까. 한-미 사이버 연합 프로젝트를 위해 5년 동안 150조나 내놓으라니. 지금 주한 미군 방위비도 많다는 여론이 압도적인데.”
대통령의 표정도 구겨져 있었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위원들의 안색도 비슷했다. 국정원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북한이 핵 폐기 선언을 했을 때 예산을 집행해 달라고 했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과합니다. 북 핵 폐기 선언에 150조라니. 150조가 무슨 옆집 동네 개 이름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둘 수도 없지 않습니까. 이대로 계속 핵 개발을 해 나가면 상황이 더 나빠질 겁니다.”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이 너도나도 한 마디씩 던졌다. 참석 인원만 10명.
한 명이 한마디씩만 해도 10마디였다. 회의는 순식간에 시장통처럼 변해갔다. 이곳에서의 결정이 앞으로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므로 더 격렬하게 토의가 진행되었다. 살짝 눈을 감은 채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던 대통령이 감았던 눈을 떴다.
“그런데 자문으로 강 대표가 꼭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을 빠졌다고요?”
“네. 그게 빠지고, 150조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다섯 개의 눈이 세월 입수해온 데이터 공유에 대한 일시금이라며.”
“거기에 북 핵 폐기 선언을 받아 주겠다.”
“도대체 어떻게 할 건 지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보고 있기는 한데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같은 이름을 중얼거렸다.
“강승호··· 강승호라··· 혹시 강 대표와 접촉은 해봤습니까?”
“마침 미국에 있어 직접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현지 일정이 빡빡해 전화도 되지 않고요.”
“워싱턴에서 토마스를 만났을 가능성은요?”
“확인은 못 했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강 대표에게 물어보면 현 상황에 대한 우리 쪽 이해도가 더 높아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의 질문에 국가안보실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해도 강 대표가 말해 주지 않을 겁니다. 이건 미국에서도 최고위급 관료 소수만 알고 있는 사실이니.”
“흠······.”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졌다. 대뜸 수락하기에는 액수가 너무 부담이었다. 하지만 북 핵이 사라진다면 투자할 가치가 있어 보이기도 했다.
더구나 지금까지 다섯 개의 눈에 싸인 데이터.
그걸 공유받을 수 있다면 150조라는 금액이 엄청난 액수까지는 아닐 수 있었다. 비서 실장이 고심하고 있는 대통령을 보며 말했다.
“미국의 최우방국이 될 기회입니다. 대통령님께 덧씌워진 종북이라는 프레임을 깨버릴 기회이기도 하고요.”
“어차피 공식으로 밝힐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비공식적으로 알릴 수는 있습니다. 공식적인 입장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으로 대체한다면,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대통령은 비서 실장의 의견에 마음이 기울었다. 강대국들 틈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그나마 협상이 가능한 미국이었다. 중국은 아예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였다. 대통령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강 대표가 입국하면 마지막으로 관련 내용에 관해 확인해보죠. 그리고 미국과는 협상을 통해 최대한 금액을 줄여보도록 합시다. 5년 동안 150조면 일 년에 30조. 너무 큰 금액이기도 하니.”
대통령의 그 말을 끝으로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