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3)
탑 코더-23화(23/303)
# 23
잡아야 한다.
────────────────승호가 키보드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더 빨리 끝냈어야 하는데, 초반 설명을 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오래 걸렸네요. 어디 보자 시간이······.”
오후 1시.
오전 10시에 시작한 회의가 3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벌써 점심시간이 지났네. 빨리 끝냈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지루하셨죠?”
승호가 물었으나 아무 대답이 없었다. 다들 그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화면을 보고 있었다.
Grade 1.
그 밑에는 몇 가지 문장이 적혀 있었다.
Congratulations.
You are a great programmer.
If you’re interested in PORT, please contact me.
마지막에 적혀 있는 연락하라는 말.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를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이 정도면 제 실력은 충분히 보여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의문이 있는 분이 계시면 별도로 제게 말씀주세요.”
여기저기서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사위가 너무 고요했다.
압살.
실력으로 사람들을 휘어 잡았다. 승호가 황호근을 보며 말했다.
“준비한건 전부 끝났습니다.”
황호근도 그저 입을 떡 벌리고 화면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1, 1. 저, 정말 1등급?’
두 눈을 쓱쓱 비비고, 다시 화면을 보았다. 그럼에도 변하는 건 없었다. 옆에 있던 최기훈이 황호근의 옆구리를 툭 쳤다.
“사장님 발표 끝났답니다.”
“아, 그, 그래.”
황호근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 지금까지. 강 부장의 인사말 이었습니다. 다들 보셔서 아시겠지만 기술적으로 배울게 많으니까. 시간 날 때 마다 많이 물어보도록 해요.”
말을 할수록 점차 정신이 돌아왔다.
“점심은 근처 식당 예약해 놨으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이동하면서 합시다. 강 부장 수고했어요.”
“아닙니다.”
꾸벅.
승호가 고개를 숙였다.
짝.
앉아 있던 누군가 박수를 쳤다.
짝짝.
박수 소리가 점점 커졌다.
짝짝짝짝.
내려올 때 쯤에는 시내 소프트 전 직원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식사자리로 이동하는 길.
화제는 단연 승호였다.
“강 부장님. 어떻게 실력이 그렇게 좋아졌어요?”
“그냥 열심히 했더니. 어느 순간 쑥 올랐습니다.”
“그레이드 1이면 전 세계 1%라는 말 아니에요? 그 정도면 포트에서 먼저 입사 제의 메일 온다던데······.”
“하하, 그런가요.”
그나마 사원이나 대리급은 부장이라는 말을 쉽게 했지만 과장들은 입을 오물거리며 쉽게 말을 걸지 못했다. 박태수가 가장 먼저 질문을 개시했다.
“가, 강 부장님. 혹시 오늘 해줬던 알고리즘 세미나 또 해줄 수 있을까요? 짧은 시간에 휙휙 지나가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서.”
승호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주말이나 평일 저녁 아무 때나 상관없어요.”
“그럼, 내가 같이 할 만 한 사람들 모아서 알려줄게.”
박태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직원들이 손을 들었다.
“저도요.”
“저도 할 겁니다.”
“저도요! 저 빼먹으시면 섭섭합니다.”
“저도. 저도!”
순식간에 1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참가의사를 밝혔다. 한쪽에서 황호근과 대화를 나누던 최기훈도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나, 나도 했으면 하는데.”
승호는 고개를 주억 거리며 대답했다.
“전 아무 때나 괜찮아요. 시간 정해서 말씀주세요.”
황시내가 그런 승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도 잊으시면 안 돼요.”
“하하, 당연하죠. 시내씨가 제게 얼마나 많은 걸 알려주셨는데요.”
“치이, 혹시 다 알고 있으면서 얼마나 할 줄 아나. 그런 생각으로 지켜 본거 아니에요? 아무리 실력이 급상승한다고 해도 이렇게 까지 된다는 건······.”
황시내의 질문에 다들 귀를 기울였다. 일견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지금의 모습과 지난 1년 동안 승호가 보여준 모습.
그 사이의 괴리가 너무 컸다.
“진짜 그런 거 아닙니다. 믿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정말 사고 이후로 마치 머리가 트인 것처럼 온갖 지식이 물밀듯이 밀려들었어요.”
승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직원들이 우스갯소리를 나누었다.
“나도 이참에 교통사고나 한번 당해야 하나.”
“넌 옥상에서 떨어져도 안 돼.”
“아니면 한강 고고?”
“거기는 물속이라 빠지면 죽어.”
“이 머리로 살아서 뭐하겠냐.”
“푸하하하, 간만에 옳은 소리 하네.”
“뭐, 옳은 소리? 이게 정말.”
투덕거리는 직원들을 보는 승호의 입가에서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고, 황호근. 최기훈. 승호가 한 자리에 앉았다. 최기훈이 승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강 부장 다시 한 번 축하해.”
“하하, 아닙니다.”
“난 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실력이 안 오르면 그게 이상한 거지. 내가 말했었잖아.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하면 될 거라고.”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랬었다. 최기훈은 항상 친절하게 지식을 전수해주었다. 열심히 하면 된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자신이 포기하지 않은 것도 응원해 주었던 여러 동료들 덕분이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하, 이제는 내가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판이야. 덕분에 직장을 잃지 않아도 되니까.”
최기훈의 칭찬에 승호가 쑥스러워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최기훈은 한 때 자신의 롤 모델이었다. 그런 사람의 칭찬은 승호를 들뜨게 만들기 충분했다. 함께 있던 황호근이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흠, 흠. 승호야. 아니 강 부장. 특히나 오늘은 더 인상적이었어. CTO 자리도 비어 있으니까. 말만해.”
최기훈이 의뭉 스럽게 웃으며 황호근을 보았다.
“허, 사장님 언제는······.”
“야, 내가 언제. 조용히 안 해?”
“와 조용히 하라니. 이제. 승호 있다고 저 찬밥 신세 취급입니까?”
“내가 언제 그랬냐. 헛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흐흐, 이번 내기는 제가 이긴 겁니다. 회에 소주. 잊지 않으셨죠?”
“알았다. 알았어. 자, 흰 소리는 이제 그만하고, 이 자리를 마련한 건 다름이 아니고 회사 비전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싶어서다.”
“비전이요?”
“사실 우리 회사에 보안 솔루션은 존재하지도 않고, 검색 솔루션도 승호 네 덕분에 업그레이드가 됐으니까. 보안 솔루션 개발은 어떻게 할지. 검색 솔루션은 어떤 구조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그런 의견들을 나눠 보려고.”
황호근이 앞에 놓여 있던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이전 까지만 해도 여기 최 팀장이랑 둘이 해왔던 일이지만 이제 너 없이는 안 될 일이니까. 혹시 생각해 본 구조나 방향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 보거라. 최대한 참고 해서 결정할 테니까.”
잠시 고민을 하던 승호가 말했다.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는 거라면 몇 가지 드릴 말씀이 있긴 합니다.”
“허심탄회하게 말해봐.”
“일단 보안 솔루션은 코드 난독화를 자바스크립트나 자바만이 아니라. 좀 더 범용 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해요. 파이썬, PHP 등등 세계에서 많이 쓰는 언어들도 포용할 수 있게. 그게 우선 과제고.”
“그리고?”
“검색 솔루션은 검색만이 아니라, 수집, 분석, 저장. 그리고 그걸 볼 수 있는 화면까지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넥스터나 포트 같은 포털 사이트를 지향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검색 기술을 기반으로 데이터 분석 쪽으로 나가면 어떨까 합니다.”
최기훈이 고개를 주억 거렸다.
“내 생각도 같다. 검색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첨언하자면 그걸 클라우드로 제공했으면 한다. 스플런크 처럼.”
스플런크.
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자랑하는 회사였다.
“스플런크라······.”
“지금처럼 솔루션으로 납품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구축한 서버에 소비자들이 접속해 사용하는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거지.”
말을 듣던 황호근이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클라우드 서비스. 클라우드 서비스라······.”
“그렇게 해서 일정액의 사용료를 받으면 근래 회사에 벌어진 것처럼 납품이 안 되서 돈이 모자란 경우는 사라질 겁니다. 일정액의 돈이 매달 들어 올 테니까요.”
“솔루션 납품에서 서비스 제공 회사로 변하자는 말이구나.”
“그런 셈입니다.”
“그렇게만 되면··· 더 바랄게 없겠지만.”
대화를 나누던 둘은 동시에 반짝 거리는 눈빛으로 승호를 보았다. 의미를 알아들은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도 찬성입니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더 하자면. 당장 일반 데이터 분석으로는 스플런크에게 승산이 없습니다. 이미 시장을 단단히 휘어잡고 있을 테니까요. 저희는 보안 데이터 분석을 강점으로 내세웠으면 합니다.”
“보안?”
“네. 지난 범 선진 해킹 범을 붙잡았던 네트워크 패킷 데이터 분석. 그걸 처리량 단위로 돈을 받으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아직 패킷 데이터 분석 툴 같은 건 없었다. 손을 대고 자신이 진입한 0과1의 세상에서 직접 찾아낸 것이기에.
그러나 상관없다.
지금부터 만들면 된다.
최기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보안에 특화된 데이터 분석 서비스. 시간이 지날수록 보안은 중시 될 테니까.”
“네.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조금씩 전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면 됩니다.”
승호의 대답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최나리가 고개를 살짝 내밀며 말했다.
“사, 사장님.”
“급한 거 아니면 조금 있다가.”
“선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으, 응?”
“검색 솔루션 계약··· 하겠다는 데요?”
“저, 정말?”
“네. 검색 솔루션 납품 대상자 선정 됐다고, 방금 전화 왔어요. 메일로도 통보 될 거랍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황호근이 와락 승호를 안았다. 두 눈에는 기쁨이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