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31)
탑 코더-231화(231/303)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그곳에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보좌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들 모두 미친 듯이 쏟아지는 뉴스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그 가운데 앉아 있는 국정원장은 뉴스를 보고 나서야 승호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가서 기다리라고 한 말이 이거였어.’
그는 분명 한국에도 좋은 소식이 전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었다. 홍상훈 대통령이 물었다.
믿기 힘들지만, 이 일에도 강 대표가 연결되어 있다는 말입니까?
”
네. 물증은 없지만 확실합니다. 어제저녁 그와 연락 후 보고 드린 데로 일이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
-대통령님께도 걱정하지 마시고, 승객들이 잘 대화 할 수 있도록 운전자 역할에 충실 하라고 말씀 전해 주세요.
그는 분명 이렇게 말했고, 그가 말한 데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북핵 포기는 운전자 역할을 자처하는 현 대통령에게 분명한 호재였으니까. 그건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알 수 있었다.
-국정 지지율 : 52%.
여러 악재로 46%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이 단숨에 6%나 올라갔다. 이 기세를 이용한다면 임기 말 레임덕을 무난히 뛰어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한 일일까요?
”
북이 랜섬웨어에 감염됐었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아마 강 대표가 관여한 것도 그쪽 일 겁니다.
”
지난번 기무사에서 퍼트린 것처럼 말입니까?
”
네. 그것보다 강력한 놈을 퍼트려 북 경제를 완전히 마비시켰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런데 왜 미국과 거래를 하고 있는지는 아직 파악이 안 됐습니다.
”
어쨌든 이번 일에도 강 대표가 깊숙이 관여돼 있다는 말이군요. 그리고 미국은 그의 마음을 움직였고.
”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내부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워낙 정보가 없어서.
”
흠······.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 침묵이 찾아 왔다. 청와대도 알지 못하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게 나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망정이니 부정적인 일이었다면.
생각을 마친 대통령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는 경제 분야 만이 아니라 외교, 안보 관련 분야에서도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뜻이군요.
”
대통령의 시선이 국무위원들을 향했다.
어떻게 하면 그를 포섭 할 수 있겠습니까.
”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시선이 박신우를 향했다. 청와대 비서실 보좌관 자격으로 참석한 4급 공무원. 그가 이 자리에서 강승호를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시선에 긴장한 박신우가 마른 침을 삼켰다.
혹시 프리즘 프로젝트라고 기억하십니까?
”
이 자리에서 그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조용히 한 채 박신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한국에도 프리즘 프로젝트 같은 게 있고, 그 핵심 시스템에 ONE을 적용하고 자문에 앉히면 그가 관심을 보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데이터를 이용해 ONE은 성장할 테고, 그건 곧 강승호 대표에게도 이득이니까요.
”
국정원장이 말했다.
미국은 테러 방지라는 명분이 있지만 우리는 명분이 없습니다.
”
양지로 드러내면 됩니다. 정부 데이터를 이용해 ONE을 발전시키는 걸 돕겠다. 그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회사를 선별하여 데이터를 제공하겠다. 정부 데이터가 트레이닝에 들어갔으니 강 대표는 도움을 받은 것이고.
”
외면할 수 없겠군요.
”
맞습니다.
”
일리가 있는 소리에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가총액 1000조
일본 하드 뱅크 나정의 집무실.
일본에서 시가총액 2위를 달리고 있는 그가 막 전화를 끊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런 나정의에게 비서가 다가와 말했다.
“자동차 업계의 반발이 엄청납니다. 혐한 기류에 편승해서 하드 뱅크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여론도 있고요.”
“그렇다고 시대 흐름 거스를 수는 없네.”
“······.”
“도요타, 혼다, 닛산에서 개발 중인 자율주행 자동차가 포트보다 떨어지는 상황에서 제로가 나왔어.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나?”
“좀 더 일찍 투자 해야 했는데 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습니다.”
“하하, 맞네. 맞아. 왜 시내소프트라는 기업에 대해 좀 더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후회했었지. 그리고 그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법.”
“일본 내 사업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 이런 속담이 있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 제로는 각국에서 아직 정비되지 못한 법규만 만들어지면 불티나게 팔릴 거야. 곧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제로를 기준으로 재편될 거야. 일본 역시 마찬가지일 테고.”
“혼다, 닛산, 도요타가 전부 망할 거라는 말씀이 십니까?”
“당연히. 앞으로 1, 2년? 이미 주가도 내려가고 있지 않나.”
“일본에 엄청난 후폭풍이 밀어닥치겠군요. 그들 회사와 협력하고 있는 중소기업만 해도 수천 곳이니.”
“부품 회사들이야 제로에 제품을 공급하면 되니까. 아직 살길이 남아 있지. 그러나 완성차 업계는 아니야. 곧 선택을 강요받을 시점이 올 거야.”
“그걸 굳이 회장님께서 앞당기실 필요가 있을까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도 살아남지 못할 테니까.”
비서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드뱅크는 영업이익이 2조 엔에 달하는 기업입니다. 회장님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계신 것 아닙니까.”
“그거야 허울뿐인 숫자에 불과해. 내가 최근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뭔가?”
비서는 나정의와 24시간을 붙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가 어떤 일에 관심이 있는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인공지능입니다.”
“시내소프트는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ONE을 가지고 있네. 자동차 만이 아니라 전 세계 산업이 시내소프트로 재편 될 거야. 만약 그들이 ARM 기반의 칩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설계 칩을 쓴다면 어떻게 되겠나.”
“회장님의 투자는 실패할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스마트 시티가 건설되면 어떻게 될까?”
“건설업 만이 아니라 각종 센서 업체 들에서부터 내부를 채울 소프트웨어까지. 수많은 협력사가 필요할 겁니다.”
“그런데 이미 부산을 시작으로 디트로이트. 이제는 사우디의 네옴 프로젝트 까지 접수했네. 수많은 협력사를 먹여 살리는 기업이 된 거야. 유관 경제 효과만 수백조를 넘어서게 되겠지. 만약 일본이 그걸 외면한다면 세계 경제에서도 외면받게 될 거야.”
나정의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또다시 잃어버린 10년이 찾아올 수도 있어. 그때는 아마 그 10년을 되찾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르지.”
비서가 마른 침을 삼켰다. 나정의는 본인만의 혜안으로 여기까지 온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그의 혜안이 일본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메이지 유신 때처럼 대대적인 개혁을 해야 해. 그때 일본은 서양 열강에 착 달라붙었지만, 이번에는 시내소프트에 착 달라붙어야 하고. 그걸 모르는 기업은 망하고, 깨달은 기업은 살아남게 될 거야.”
나정의의 표정은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지금 하는 말이 100% 진심이라는 뜻이었다.
“알겠습니다. 관련해서 전략팀에도 언질 줘 놓겠습니다.”
나정의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
저녁 8시.
화상통화가 끝나고 탑처럼 쌓여 있던 서류 결재를 전부 처리했다. 많은 부분 황호근에게 위임했지만 그래도 대표가 꼭 처리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그 처리까지 마치고 나자 저녁 시간을 훌쩍 넘어 버린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승호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번호를 확인해 보니 청와대 비서실장.
‘대통령님을 비롯한 정책실장, 국정원장, 비서실장까지. 이 정도면 청와대 주요 인물은 거의 다 만나 봤다고 해야 하나.’
스쳐 지나간 잡념을 털어내고 전화를 받았다.
“네. 강승호입니다.”
-하하, 네. 오랜만입니다. 강 대표님.
“하하, 네. 뭐.”
-이런저런 소식은 들었습니다. 덕분에 여러 골칫거리도 순리대로 풀리고 있어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처음부터 칭찬이라.
이럴 때는 대부분 뭔가 부탁을 하고 싶을 경우였다.
“서로 바쁠 테니 통화는 되도록 짧게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AI 정부 관련해서 시내 소프트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 있지 않습니까.
“네. 현재 환경부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개방한 외부 API를 사용하면서.”
-그걸 좀 더 확장했으면 합니다.
“확장이요?”
-지금보다 비밀 등급이 높은 데이터를 다룰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그에 걸맞은 용역비를 지급할 거고요.
“자세히 어떤 걸 말씀하시는지.”
-외교, 안보 분야를 비롯해. 금융감독원, 한국증권거래소 거기에 국세청까지.
승호가 입맛을 다셨다. 국세청과 한국증권거래소의 데이터는 실로 탐이 나는 데이터였다. 앞으로 ㈜제로원에서 만들어낼 금융거래 AI 봇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될 테니까. 더구나 외교, 안보 분야 데이터까지 다룰 수 있다면 외부 환경 변화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 할 수 있었다.
정보의 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