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32)
탑 코더-232화(232/303)
그건 곧 금융 시장에서 승리 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 정도면 어떤 걸 요구하실지 잘 상상이 안 되는군요.”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별도 ONE 시스템의 구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직속 자문 위원회인 AI 발전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주었으면 합니다.
ONE 시스템 구축은 미국에서도 원했던 것. AI 발전 위원회의 위원장은 처음 듣는 말이었다. 승호는 결코 정치적 목적에 이용당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전 누군가의 배경이 될 생각은 없습니다.”
비서실장이 마른 침을 삼켰다. 박신우가 말했던 반응과 비슷했다. 허울뿐인 자리로는 그를 설득할 수 없다고 했다.
-자문 위원회라고 해서 그저 자문이나 하고 끝나는 곳이 아닙니다. AI 관련해서라면 예산을 배당받아 정책을 입안, 발전, 집행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드릴 것입니다. 소속 인원들은 기존 분들을 활용하셔도 되고, 외부에서도 채용하셔도 됩니다.
딱히 매력적인 제안은 아니었다. 괜히 시간만 빼앗기고 일만 많아질 게 뻔했다. 마치 그런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비서실장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시내소프트 초창기를 한 번 떠올려 보십시오. 당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예산을 집행한 덕분에 시내소프트가 마음 놓고 연구 개발에 매진 할 수 있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 말씀까지 안 하셔도 됩니다. 말씀하신 데이터가 충분히 매력적이기도 하고, 저 역시 대한민국의 일원이니까요.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이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승호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ONE을 통해 수집된 원천 데이터를 가공한 결과물을 저희 시내소프트로 귀속되게 해주십시오.”
미국과 같은 조건이었다.
내부에서 분석한 결과물 이용.
이것 역시 사전에 협의한 사안 중 하나에 있었던 내용이었다. 비서실장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실무 협의 때 다시 논의하기로 하시죠.”
-네.
비서실장도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통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 10시.
승호는 샤워를 마치고 발렌타인 40년 산을 꺼내 잔에 따랐다. 한해 100병만 생산하는 최고급 위스키 중 한 병으로 시가 800만 원이 넘는 술이었다.
뭐, 이제 800만 원쯤이야. 승호에게는 돈도 아니었다. 숨 쉴 때마다 들어오는 금융수입에 임대 소득만 해도 억대를 넘어가고 있었으니까.
화악.
한 모금 머금자 식도가 후끈거리며 위스키 특유의 진한 향이 올라왔다. 근래 며칠간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몸이 이완되며 긴장이 확 풀어졌다.
“휴우······.”
작은 한숨을 내쉬곤 앞에 놓여 있는 최고급 돌돔을 한 젓가락 집어 들었다. 간장에 찍어 입에 넣으니 왜 비싼 값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식감에서부터 고소한 맛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는 JA 모건 앱을 구동시켜 잔액을 확인해 보았다.
-60,000,000,000.
한화로 70조에 이르는 돈이 찍혀 있었다. 시내소프트 주식을 전부 팔면 저 정도 돈은 쉽게 만질 수 있었다. 그러나 주식은 현금이 아니었다.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저 정도라니.
약간은 비현실적이면서 가슴이 충만함으로 가득 찼다.
“돈이 좋긴 좋아.”
그렇게 또 위스키 한잔을 마셨을 때 미국 측에서 제공해준 보안 폰이 진동했다. 퇴근하고 술 한잔하는 시간을 방해받은 승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번호를 확인해 보니 미 대통령 토마스.
거부하기 힘든 번호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덕분에 일이 잘 마무리됐네. 고맙다는 인사를 만나서 해야 하는데. 아쉽구만.
“하하, 아닙니다.”
-모든 게 정말 자네 말 대로 되었어.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
-아니야. 우리 요원들도 하나 같이 같은 말을 하더군. 자네가 아니었다면 성공할 수 없는 작전이었을 거라고.
북핵은 기업으로서도 거대한 리스크 였으니까요.
”
-하긴 본사가 한국에 있으니 그럴 수 있지. 이참에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는 건 어떤가?
언론에 나오는 것처럼 토마스는 거침이 없었다.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
-그래, 차분히 생각해봐. 결코, 손해는 아닐 테니까. 전화까지 한 건 사실 ONE 때문이네.
도입 일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
-맞네. 이번 기회에 자네 실력을 알게 된 사람들이 하루빨리 ONE을 도입하자고, 하도 성화를 부려서 말이야. 어떤 성과가 날지 보고 싶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내일 일본 출장이 잡혀 있습니다. 그 출장이 끝나면 바로 미국으로 넘어갈 생각이었습니다.
”
-호오, 그래?
네. 일본에서는 한 3일 체류할 예정입니다. 바로 미국으로 넘어가서 실무 협의를 진행하겠습니다.
”
-역시 일 처리가 빨라. 그럼 기대하고 있겠네.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승호는 몇 잔을 더 마신 후 잠이 들었다. 내일부터는 또 일본 출장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
에어트레인 747-800.
시내소프트가 산 전용기로 시가 2000억가량이었다. 김포 공항에 대기 하고 있던 전용기를 타고 일본 도쿄 공항에 도착했다. 미리 공항에 도착해 있던 나정의와 함께 약속되어 있다는 국토교통성 아카바 가즈요시 대신을 만나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건 대신이 아니라 대신정무관.
우리나라 차관급 공무원이었다. 대신정무관이 어찌할 바를 모르며 말했다.
대신님께 급한 일정이 생기셔서 오늘 회의는 제가 진행하게 됐습니다.
”
나정의가 미간을 찌푸렸다.
대신정무관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미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요. 이런 결례가 어디 있습니까.
”
당황한 대신정무관이 말을 얼버무리며 제대로 입을 떼지 못했다. 승호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당하고만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아셨으면 좋겠군요.
”
그리고는 아직 반납하지 않은 보안 폰 섹테라 엣지를 꺼내 들었다. 미국 최고위급 관료와 언제든 직통으로 연결 할 수 있는 휴대전화였다.
시가총액 1000조
도요타.
혼다.
닛산.
일본의 삼대 자동차 제조 업체로 세 회사의 매출을 합치면 600조에 육박하는 거대 기업들이었다. 그 기업의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어차피 일본의 자동차 기술을 따라올 수는 없습니다. 조금 만 더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도요타 회장의 말에 국토교통성 대신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하, 맞는 말씀입니다. 저 역시 회장님들을 믿습니다.”
혼다 회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나정의 회장은 재일교포 티 내는 것도 아니고, 괜히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녀서는 쯧쯧.”
그러자 닛산 회장이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제로를 하루라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느니, 시내소프트와 연합을 해야 한다느니. 그런 말들로 일본 재계를 흐리고 있지 않습니까.”
“몇몇 기업은 이미 ONE 외부 API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쯧쯧. 나 때는 안 그랬는데 참.”
너도나도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했다. 그 모습을 지긋이 지켜보던 국토교통성 대신이 말했다.
“자동차까지 뒤처지면 큰일입니다. 총리께서도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서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크흠, 당연합니다. 일본의 제조 기술은 세계 최고입니다.”
“걱정하지 마시라고 전해 주십시오.”
“정부에서 제로가 수입되는 걸 당분간만 막아 주시면 곧 개발 완료된 자율주행차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자신 있다고 말하는 회장들 얼굴 한편에 씁쓸함이 스쳐 지나갔다. 이미 반도체는 선진 전자가 세계 제일 회사임이 수년간 증명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자동차 산업까지 넘어간다. 자칫 일본 경제가 흔들릴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랬기에 이미 관련 법과 제도는 정비 되어 있지만, 공식적으로 시행하고 있지 않았다. 국토교통성 대신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정부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겠지만 한 계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제로가 아니더라도, 포트에서 만든 애니웨어나 GM에서 출시한 자율주행차가 일본 진출을 시도한다면 미국에서 압력이 가해질 테니까요.”
거대 회사의 수장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되면 무작정 막을 수만은 없겠군요.”
“네. 아마 출시를 허용해 줘야 할 테고, 그렇게 되면 제로를 막을 명분도 사라집니다.”
“흠······.”
“쩝······.”
“······.”
회의실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실질적으로 자율주행차 세계 1위는 제로. 그 뒤를 이어 포트와 GM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일본의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은 10위권에 겨우 턱걸이를 하는 수준이었다. 도요타 회장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저희도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대신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때.
드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국토교통성 대신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전화를 받은 대신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해갔다.
“네.”
“아, 아닙니다.”
“무, 물론입니다.”
“곧 끝나갑니다.”
“하하,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떨떠름한 표정의 대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승호 대표를 만나보라고 하시네요.”
“누가······.”
“총리대신께서 직접.”
회의실에 있는 이들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