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33)
탑 코더-233화(23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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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호가 기다리고 있던 접견실에 국토교통성 대신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무도 그곳에 없었다. 대신정무관이 멍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시내소프트 강 대표는?”
대신이 묻자 대신정무관이 마른 침을 삼키며 말했다.
“가, 가셨습니다.”
“뭐?”
“그리고 오시면 전해 달라고 말씀을 하나 남기셨습니다.”
“무슨 말인데.”
“일본의 뜻은 잘 알았습니다.”
대신은 똑같은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뭐?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그리고 내일 아침 미국으로 떠난다고 합니다.”
“허··· 그 참.”
“미국에서 가서 일본에서의 대우도 잘 전달하겠다고.”
“이런 미친······.”
“그게 끝이었습니다.”
사실 다른 나라에 직접 내정 간섭을 하는 건 국제 사회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슈였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공식적으로 이걸 꼬투리 삼아 뭔가를 요구하지는 못하겠지만, 아직 타결되지 않은 자동차 무역 협상에서 어깃장을 놓을지도 몰라.’
대신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젠장, 그 자식이 미국과 그렇게 친할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냐고!’
방금 총리대신에게서 온 연락을 시내소프트 관련한 내용이었다. 백악관을 통해 직접 날아온 소식은 놀랍기 그지없었다.
-시내소프트라는 꽤 괜찮은 회사가 있는데 편의를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회사 이름을 거론하며 연락이 온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그리고 그 경우는 대부분 미국과 혈맹 수준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였다. 즉 해당 기업을 미국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는 뜻이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대신이 대신정무관에게 말했다.
“차 대기 시키고, 강승호 대표 현재 위치 파악해봐.”
“아, 알겠습니다.”
“빨리 움직여!”
비슷한 시각.
승호는 나정의와 함께 호텔로 돌아와 있었다. 일본에서 판매하지 않아도 시장은 많았다. 이미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제로 도입이 검토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아쉬운 건 제가 아닙니다.”
“아니 그래도 이렇게 그냥 오시면.”
“대신정무관이 어느 정도 직급인지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아무런 결정권이 없다는 것도요. 무슨 대화를 하겠습니까.”
“그럼 내일로 예정된 시연회도 취소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네. 어차피 제로를 탈 수 없게 된 일본이 손해라 생각하니까요.”
나정의가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정의가 생각하고 있는 바와 너무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
“그래도 제로 독점 유통권은 그대로 유지될 겁니다. 회장님께서 판매 허가를 받아 파는 것까지 막을 생각은 없으니까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자리가 마무리되려는 찰나.
승호의 비서가 다가왔다.
“대표님 지금 국토교통성 대신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호텔로 올 테니 잠시 만나자고 하시는데요.”
“그럼 오라고 하세요.”
그러자 나정의의 표정이 화색으로 변했다. 하지만 이어진 말에 다시 썩어들어 갔다.
“그리고 지금 출장 인원 중에서 직급으로 치면 저, 황 부사장님 그리고······.”
승호가 비서를 쳐다보았다.
“저··· 말씀입니까?”
“네. 제가 만난다고 하지는 않았으니까요.”
나정의가 마른 침을 삼켰다. 비서도 윗입술을 핥으며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차마 겉으로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칙쇼.’
비서만 있었다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하드뱅크의 나정의 사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신이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물었다.
“강 대표는 어디 갔습니까?”
비서가 대신 답했다.
“대표님께서는 장시간 비행으로 몸에 무리가 오셨습니다. 제가 전권을 위임받았으니 제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러자 나정의가 나섰다.
“이미 제로가 일본 내 도로 연습 주행에서 완성차 삼 사에는 부족하지만, 꽤 많은 시간을 쌓아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전역에서 운행 중이고요. 정부에서 허락해주면 지금 당장이라도 수입해서 팔고 싶습니다.”
하지만 대신의 표정은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뉴스 안 보셨습니까? 테슬라에서 자율주행차라고 내놓은 자동차가 사고를 일으킨 것.”
“그게 제로는 아니지 않습니까.”
대신이 콧방귀를 뀌었다.
“제로도 자율주행 자동차입니다.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관련 제도와 법규뿐만이 아니라 더 많은 연습 주행이 필요합니다.”
나정의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처음부터 허락해줄 생각이 없었어.’
나정의의 예상대로 대신은 일본 최대 자동차 업체들이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을 완료할 때까지 제로 출시를 허락해 줄 생각이 없었다. 머뭇거리던 비서가 승호가 전한 말을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본은 제로를 수입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너무 빠른 수긍에 오히려 대신이 당황했다. 기업 대부분은 여기서 반대 반응을 보인다. 빨리 제도를 정비해 자사 제품을 팔길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뭔가 싶었다.
“시내소프트는 굳이 먼저 나설 생각이 없습니다.”
그럴 거면 왜 미국을 통해 자신을 여기까지 오게 했을까. 그런 의문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이것 하나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시내소프트에는 제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시내소프트라면 스마트 시티, 원 톡과 원 서치. ZONE 서비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생각에 빠진 대신에게 비서가 쐐기를 박았다.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 프로젝트 네옴에 신닛테츠스미킹, JFE 스틸, 고베제강소등이 제안서를 제출했더군요. 그런데 오늘 일을 겪고 나서 확실히 알았습니다. 그들이 그리 믿을 만하지 않다는 것을.”
그 말을 끝으로 비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정의가 엉거주춤하며 비서를 잡으려다 다시 자리에 앉았다. 대신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
분통을 터트리며 다시 국토교통성으로 돌아온 대신은 오자마자 총리의 부름을 받았다. 총리대신 관저로 가자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내각정보조사실 실장이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던 총리가 국토교통성 대신을 보며 물었다.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비서를 내보내 절 상대했습니다. 일부러 모욕을 주려 작정한 것 같았습니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 말에 총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내각정보조사실 실장이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찾아가 봐야 합니다. 만약 한국이 다섯 개의 눈에 포함이라도 된다면 그 이후에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대신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총리대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국 내부에서 다섯 개의 눈에 한국을 포함한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다섯 개의 눈.
미국의 혈맹이 된다는 뜻으로 그로 인해 이루어질 다양한 혜택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단적으로 최근 겪었던 무역협상에서도 상당 부분 이득이 있을 게 분명했다. 국토교통성 대신이 놀라며 되물었다.
“한국이요?”
“거기에 중요 역할을 하는 게 강승호라는 소리가 있어요.”
“강승호?”
“ZONE 보안 프로그램이 미 국방성에 납품된 건 알고 있습니까?”
그것까지는 대신도 알지 못했다. 기업 전문가도 아니고, 공무원일 뿐이었으니까.
“그때 연을 맺은 것으로 보입니다.”
“······.”
“물론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가 미 정부와 아주 긴밀한 사이인 건 확실합니다. 백악관에서 직접 연락이 올 정도였으니. 하아··· 그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뒤이어 내각정보조사실장이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정설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라는 게 결론입니다. 특히 외부로 노출된 프리즘 프로젝트 후속으로 진행되는 것이 있는데 거기에 강승호 대표가 고문으로 활동한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니 꼭 끈을 이어 놔야 합니다.”
끈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국토교통성 대신의 안색이 거멓게 죽어갔다. 이어진 총리의 말에 국토교통성 대신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가서 대화 좀 나눠 보세요. 어쩌면 우리도 미국의 혈맹이 될 기회가 될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