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35)
탑 코더-235화(235/303)
“모두 전면에 설치된 스크린을 봐주십시오. 먼저 도요타입니다.”
화면에는 도요타 자동차에 타고 있는 운전자가 시동을 걸었다가 끄고,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떼며 일반 운전자가 하지 않을 몇 가지 행동을 했다.
그러자.
부아아앙.
소리와 함께 자동차가 급발진했다. 이미 훈련된 요원인 운전자는 빠르게 사이드 브레이크와 시동을 끄며 안전하게 차량을 세웠다.
“ECU내 공유 메모리 영역 관리에 문제가 있더군요. 방어수단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급발진하는 모습입니다.”
그다음.
닛산 자동차가 출발했다. 이번 건 급발진은 아닌지 평범하게 도로주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방지턱을 넘는 순간.
펑.
소리와 함께 차가 멈추었다. 내부의 에어백이 약한 충격에도 터져 버린 것이다. 승호가 마이크를 잡았다.
“SDM 즉 Sensor Diagnostic Module. 이 모듈이 바로 전방과 측면에 설치된 센서 들로부터 충격량을 계산해 에어백의 전개 여부를 판단하는 모듈인데요. 이 모듈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혼다 자동차가 시동을 걸며 출발했다. 시연회장이 조용해졌다.
마지막 혼다 자동차의 결함까지 발표되고 나서, 시연회장 곳곳에 자리한 카메라가 의도적으로 빅3 제조업체 회장단을 잡았다. 스크린에는 당황한 자동차 삼사 회장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 모습이 실시간으로 일본 전역에 퍼져나갔다.
시가총액 1000조
막간 이벤트 까지 끝난 후.
차를 타고 돌아가려는 승호에게 일련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한층 강화된 경호 인력이 단숨에 그 앞을 막아섰다. 슬쩍 얼굴을 확인한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길을 열어 주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업계 대표들이었다. 눈에 진득한 살기까지 피워내며 승호를 바라보았다.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그들이 이를 갈며 물었다. 일본말을 알지 못하는 승호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승호의 옆에 있던 통역가가 일본말로 통역해 주었다.
“이럴 시간에 돌아가서 결함 원인을 고칠 생각이나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칙쇼!”
“이런 상도의도 모르는 무뢰배가!”
승호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주차장 주변에 사람이 없었기에 작지만, 똑똑히 들렸다.
“뒤에서 제로 수입을 막은 분들이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군요.”
으드득.
이를 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제로도 각오하는 게 좋을 겁니다. 우리라고 연구소가 없는 게 아닙니다.”
어설픈 협박에 승호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밝혀질 거였으면 이미 포트 연구소에서 알아냈을 겁니다. 이미 자율주행기술에 있어서 포트가 세계 2위인 건 자명한 사실이지 않습니까. 아니면 도요타가 포트보다 뛰어나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말에 도요타 회장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다른 회장들도 별말을 하지 못했다.
“리콜하셔야 할 테니, 꽤 돈이 많이 들어갈 겁니다. 자율주행기술에 투자할 돈은 줄어들 테고요. 지금이라도 GM처럼 저희 ONE API 사용을 고려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입니다. 1년 안에 망하고 싶지 않다면요.”
“망하다니 누가!”
“어디서 저런 망발을!”
“일본 차는 세계 최고요!”
“그러면 돌아가서 한 번 제로를 샅샅이 분해해서 살펴보세요. 저도 일본 차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테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승호가 차에 올라탔다. 분을 삭이지 못한 회장들이 항의하려 했지만 멀어지는 차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회장들 옆으로 각 회사의 비서들이 다가와 차를 대기 시켰다. 먼저 도요타 회장이 물었다.
“어떻게 됐어?”
“연구소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제로도 몇 대 수입해서 까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샅샅이 밝혀내.”
“알겠습니다. 그런데 회장님.”
“뭐.”
“미국 NHTSA(미국교통안전조사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당장 리콜하지 않으면 판매 금지를 때릴 거라고.”
“···뭐?”
“유럽, 인도, 동남아 그리고 중국 쪽에서도 당장 리콜을 하라며 성화입니다. 언제 급발진 할지 모르는 폭탄을 도로위에 둘수 없다며.”
도요타 회장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니, 저 시연을 곧이곧대로 믿는단 말이야?”
“시내소프트에서 별도로 실험 자료를 보낸 모양입니다.”
도요타 회장이 승호가 떠나간 도로를 지긋이 노려 보았다. 쉽지 않은 상대였다.
“일단 로비스트 한테 연락해서 시간 끌어봐. 그동안 대책 마련하면 되니까.”
꾸벅 숙인 비서가 차 문을 열었고, 회장이 차에 올라탔다. 이내 검은색 세단이 줄줄이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
비슷한 시각 한국 JA 모건 지사.
그곳에서 펀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는 김병철이 손에 땀을 쥐고,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시내소프트 501,000.
김병철이 보고 있는 건 시내소프트 주가.
상장 당시 가격인 10만원대를 훌쩍 넘어 50만원을 돌파했다. 그런데 지금.
또 한 차례 도약하려 했다.
“간다. 간다··· 이건 갈 수밖에 없어.”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강 대표가 일본으로 출국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왜 일본으로 출국할까?
-제로의 일본 판매를 위해서.
그게 김병철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리고 바로 시내소프트 주식을 풀 매수였다. 강승호 대표가 움직일 때마다 거대한 사건이 생겼고 그때마다 시내소프트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었다.
-시내소프트 514,000.
역시 자신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40만원에서 50만원 사이에서 지루한 박스권 횡보를 하던 주가가 일본발 호재를 기점으로 또 한 번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내소프트 523,000.
더구나 호재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현재 전 세계로 실시간 전송되고 있는 일본 자동차 3사 관련 뉴스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속보] 미 NHTSA 도요타 결함 발견 자동차 전량 리콜 지시.
-[속보] 중국 비 결함 일본 차 전량 조사 결정.
-유럽, 인도, 동남아 각국 자동차 기능 관련 전수 검수 결정.
미, 중, 유럽 등등.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오는 뉴스를 보며 그 이면에 시내소프트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뭐, 아무렴 어떤가. 주가만 팍팍 올라주면 되지.
-시내소프트 531,400.
그리고 주가는 김병철의 그런 생각을 알기라도 하듯이 멈추지 않고 올라갔다. 시가총액 400조가 넘는 기업이 상한가를 찍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오늘.
그 모습을 보게 될 것 같았다.
-시내소프트 556,400.
자신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시내소프트의 주가가 상승할 거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비서가 걸려온 전화를 끊고 승호에게 다가갔다.
“전수 조사 한 차량 결함 보고서 각국 연구 기관에 보냈다고 합니다.”
“수고했어요.”
“관련해서 이미 언론에서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내소프트 주가는 현재 60만 원 돌파한 상태고요.”
“그래서 새롭게 판매 허가 난 곳은 아직 없습니까?”
“중국 쪽에서 앞으로 한 3달 뒤. 상하이에서만 판매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인도에서는 뉴델리 한정 판매에 관해 관심을 보입니다. 아무래도 그쪽 지역 공기 오염이 심하다 보니 전기차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인도가 큰 시장이 될 겁니다. 섭섭하지 않게 대응하라고 하세요.”
“네.”
보고를 마친 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일본 차 업계에서 반격이 시작될 수도 있는데 괜찮을까요. 너무 정면 대결을 선택한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승호가 비행기 너머 차창을 바라보았다.
“저도 그런 생각을 안 한 건 아닙니다. 미국이나 유럽 쪽 연구소에 관련 자료를 넘겨 대신 발표하게 할 수도 있었겠죠.”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승호의 말을 경청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역사를 가진 거인이 될 수 없습니다.”
“시내소포트에 가장 부족한 것 말씀입니까?”
“네. 그저 생존해왔다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니까요.”
승호가 말을 이어나갈수록 비서는 무슨 말인지 깨달았다.
“넘볼 수 없는 위치가 될 수 있다는 뜻이군요.”
“그게 정면 돌파의 강점이기도 합니다. 사건의 전면에 나서서 대응하고, 그 결과 승리를 쟁취하면 아마 이런 이미지가 생기게 될 겁니다. 강하다. 건들면 안 된다.”
“······.”
“당장 도요타, 닛산, 혼다가 시내소프트를 적대하겠지만 세계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비서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들 가슴속에 약간의 두려움이 새겨져 있을 수도 있었다.
‘속된말로 건들면 X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기겠지.’
차창 밖을 바라보던 승호의 시선이 비서를 향했다.
“강대강 대치를 바라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서로가 피곤하기 때문이죠. 더욱이 기업이라면 위험을 회피하고 싶어 하는 게 본능입니다. 그런 기업들에게 시내소프트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겁니다. 건들면······.”
비서는 이제 완벽하게 깨달았다.
‘이건 다른 기업들에 보내는 경고장이기도 하군.’
각 나라에는 토착 제조업체들이 있다. 아마 그들은 제로가 진출하려 할 때 도와주려는 생각보다는 방해할 생각이 더 클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경고장을 보낸 것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시내소프트는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 모든 싸움을 정면 돌파 할 것이고요. 거기에서 승리의 역사를 쌓아나가면, 누구도 넘보지 못할 위치에 올라가 있을 겁니다.”
비서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새삼 미래의 시내소프트가 어떤 위치에 있게 될지 한층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