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36)
탑 코더-236화(236/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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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
승호가 전용기를 타고 도착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NSA 측 요원들이 토마스 대통령이 있는 안가로 안내했다. 미리 안가에 와있던 토마스 대통령이 승호를 보자마자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레이트! 그레이트! 그레이트!”
그러고는 연신 대단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승호가 손을 맞잡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잘 끝나서 다행입니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해줬어. 북이 정말 핵을 포기할 줄이야. 오 마이 갓! 우리 참모진들이 다들 화들짝 놀랐다니까.”
“포기하지 않았다면 정권이 붕괴했을 테니까요. 방법이 없었을 겁니다.”
“하긴 제어되지 않는 핵무기가 내부에서 터지기라도 하면.”
승호가 한껏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대로 종말을 맞이했겠죠.”
“으하하하하. 그거 아주 좋은 말이군. 종말. 사실 이번 기회에 북한을 아예 지워버릴 생각도 안 한 건 아니지만.”
토마스가 은근한 투로 말을 이었다.
“그건 뭐. 여러모로 문제를 발생시킬 소지가 크고, 기회는 또 있는 법이니까.”
그러면서 승호에게 눈을 찡긋거렸다. 그 의미가 결코 좋게 와닿지만은 않았다.
‘지금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니 돕겠지만.’
선을 넘으면 언제든 돌아설 준비가 되어 있었다. ONE의 구축은 그 하나기도 했다.
“네. 노트북만 있다면 기회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으하하하, 좋군. 아주 좋아.”
한창 승호에 대한 공적 치하가 끝나고, 토마스가 본격적으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오늘 이렇게 직접 보자고 한 건 한 가지 선물이 있기 때문이네.”
선물이라.
지금 당장 자신에게 선물이라 불릴 만한 건 제로에 대한 미국 전역 판매 개시. 그것밖에 없었다.
“제로가 실리콘 밸리와 디트로이트에서 충분한 시험 주행을 거쳤다고 들었어.”
“이제 허가가 되는 겁니까?”
“곧 자울주행자동차에 관한 연방 정부의 방침이 발표될 거야. 그리고 각 주에서도 허가가 시작될 거고.”
일본에 이어 세계 선도 시장인 미국까지.
이렇게 되면 다른 나라들에 묶여 있는 규제도 곧 풀리기 시작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하하, 아니지. 아니야 이번 일을 이렇게 잘 마무리해준 것에 대한 보답일 뿐. 다만······.”
왜 저 말이 안 나오나 했다. 토마스는 작은 것 하나를 주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혜택이 있어야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제로 공장을 추가 건설하겠습니다.”
“하하, 역시 이래서 내가 미스터 강을 좋아한다니까. 자자, 그럼 어서 ONE 관련 개발 회의를 하러 가지. NSA에서 얼마나 기다리는지 몰라.”
꾸벅 고개를 숙인 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이 소식까지 발표되면 시내소프트 주가는 또 한 번 점프 하게 될 것이다. 그 뉴스가 없더라도 승호가 NSA에서 작업하는 내내 주가는 상승했다.
-시내소프트 586,400.
-시내소프트 609,100.
-시내소프트 687,900.
-시내소프트 701,300.
매일 매일 한국 주식시장의 신기록을 경신하며 시가 700조를 터치했다. 천조에서 불과 300조를 남긴 지점이었다.
시가총액 1000조
프로젝트인 골든 아이.
건설도 설계에서부터 시작해 시공으로 이어지듯이 프로그램 제작도 설계가 기본이었다. 승호는 그 설계도를 NSA 요원들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제가 하는 역할은 독립적인 ONE 제공 및 골든 아이 프로젝트의 고문 역할입니다. 최초 구조만 설계 한 후에 빠진다는 말입니다.”
앉아 있는 직원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삑.
승호가 손에 들고 있는 리모컨을 누르자 화면이 바뀌었다.
“설계의 핵심은 이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alang라는 언어 사용.”
그 말에 앉아 있는 NSA 요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C, 펄, 파이썬, 고랭 등등 다양한 언어에 대해 들어봤고, 사용하고 있었지만 alang 이라는 언어는 처음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제가 만든 언어로 ONE 사용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간략하게 수집-분석-결과 이렇게 세 단계로 나뉘게 됩니다. alang을 사용하여 프로그램을 만들면 이 세 단계를 가장 빠르게 처리 할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자 요원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혹시 테스트한 결과가 있을까요.”
삑.
승호가 버튼을 누르자 비교분석 결과가 그래프로 표현되어 있었다.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로그스태시와의 비교 결과입니다. 초당 100mb를 처리한다고 했을시 alang이 30% 이상의 성능 우위에 있습니다.”
질문 한 요원이 놀라며 마른 침을 삼켰다. 요원 중에는 승호에게 가르침을 받은 사람도 꽤 있었다. 그들은 당연한 일인 양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강 대표님 이럴 줄 알았어.”
“프로젝트를 위해서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오다니.
더 놀라운 건 성능을 30%나 개선 시켰다는 거야.”
“NSA에서 나가면 시내소프트에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나.”
하지만 그게 당연하지 않은 요원도 있었다. 승호를 처음 겪는 요원들이었다.
“이 정도면 그 소문도 사실일 수 있겠어.”
“뭐.”
“이번 북핵 포기 사태가 저 사람과 관련되어 있다는 거.”
“나도 잘은 모르지만 없지만은 않을걸.”
그러자 요원 중 한 명이 검지로 입술을 막으며 말했다.
“쉿. 그런 이야기 하면 안 되는 거 몰라?”
그제야 요원들 사이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그 사이 승호의 설명은 마지막 핵심으로 넘어갔다.
“마지막 세 번째는 SPU의 사용입니다. 포트나 선진에서 나온 인공지능 전용 칩 셋. 그걸 저희 시내소프트에서 개발해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습니다. 이걸 이번 프로젝트에 최초 적용할 생각입니다.”
삑.
승호가 리모컨 버튼을 눌렀고, 또다시 벤치마크 표가 나타났다.
-ONE vs ONE.
이미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은 암묵적으로 ONE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퍼져 있었다. 그렇기에 포트의 델타와 비교하지 않고 ONE vs ONE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보시면 SPU를 사용하면 기존 ONE 대비 성능이 대략 50%가량 상승하게 됩니다. 이게 적용된다면 CCTV에 찍힌 인물에 대한 검색이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겁니다.”
승호의 설명에 세계 최고의 컴퓨터 과학 능력을 갖춘 NSA 요원들이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 모습을 NSA 국장은 CCTV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다. NSA 국장이 살짝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교수님들이 보기에는 어떻습니까?”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하버드, MIT, 프린스턴 등에서 NSA와 협력하고 있는 5명의 교수가 앉아 있었다. 하나 같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컴퓨터 과학 분야의 대가였다. 먼저 하버드 대학교수가 입을 열었다.
“미스터 강이 NSA 보내준 alang의 설계도를 살펴봤습니다. 확실히 어셈블리 친화적이라 그런지 성능 면에서는 꽤 괜찮을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다만 한 예약어가 너무 많은 함축 의미를 담고 있어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는 어려울 겁니다.”
MIT 교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번 프로젝트에 더 특화된 언어로 보였습니다. 어차피 NSA 요원이 일반인은 아니고, 상당히 뛰어난 능력자들이니 alang를 빠르게 익힐 테니까요.”
프린스턴 대학교수가 NSA 국장을 보며 물었다.
“꽤 괜찮을 걸 가지고 왔어요. 이거 우리 쪽에도 가져다 써도 됩니까?”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국장이 되물었다.
“네? 이걸 가져다 쓰신다고요?”
“연구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우리 쪽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공지능 프로젝트에도 적용해보면 좋겠어요.”
그러자 하버드 교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흠흠. 사실 우리도 가져가 썼으면 하는데··· 이거 컴파일러에서부터 언어 설계 문서까지 전부 복사해 줄 수 있습니까?”
MIT 교수도 조용히 손을 들었다. NSA 국장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 언어가 정말 도움이 된다는 말씀이 십니까?”
하버드 교수가 대표로 대답했다.
“테스트를 해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결과물로만 봐서는 80%∼90%의 확률로 도움이 되는 게 확실합니다. 어차피 우리 프로젝트도 NSA에서 연구비 지원을 받고 있으니 제대로 잘 완성되면 좋은 거잖소.”
NSA 국장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건 아직 복사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저작권은 미스터 강에게 있는 것들이라서.”
그러자 교수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러면 미스터 강에게 말이라도 한번 해 봅시다.”
“언어라는 게 많이 사용될수록 좋은 거니 분명 허락할 겁니다.”
“흠··· 이걸 꼭 한번 적용해보고 싶은데.”
너무 적극적으로 나오는 교수들의 태도에 NSA 국장이 다시 한번 물었다.
“정말 그 정도입니까?”
다섯 명의 교수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NSA 국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CCTV 너머에 있는 승호를 바라보았다.
‘사이버 세상의 왕이라는 호칭이 괜히 붙은 게 아니군.’
그는 정보기관 사이에서 ‘킹’이라는 코드네임이 붙어있었다. NSA 국장은 그 사실을 또 한 번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