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39)
탑 코더-239화(239/303)
오빠?
몇 년 만에 들어보는 단어가 또 한 번 가슴에 불을 댕기려 했다. 가까스로 참아낸 승호가 신지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물었다.
“많이 아파?”
신지은이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그냥 조금. 누워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아.”
“어떡하지. 난 이제 가봐야 하는데.”
쪽.
이번에는 신지은이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이 정도야 처음부터 감수했으니까.”
몸을 일으킨 승호가 옷장으로 걸어갔다. 셔츠에서부터 재킷까지 차례로 입으며 말했다.
“열쇠 머리맡에 올려놨어. 데스크에도 말해놨으니까. 오고 싶을 때 와서 쉬다가.”
그러자 신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르륵.
신지은을 감싸고 있던 이불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눈부신 육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신지은은 그대로 뒤에서 승호를 안았다.
“그런 말 말고······.”
겉모습은 성숙한 여인이었으나 하는 행동은 작고, 연약한 새였다. 승호가 몸을 돌려 살포시 안아 주었다. 가슴팍에 와닿는 묵직함에 불끈거리는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며 말했다.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니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신지은이 살짝 고개를 들어 승호를 보았다. 그러고는 짓궂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허벅지로 어딘가를 압박했다.
“거짓말이면 알지?”
승호가 억눌린 신음을 흘렸다.
“윽! 아, 알았어.”
“알았으면 이만 놔줘야지.”
어느새 승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엉거주춤 한 자세로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신지은이 한 발 더 다가가며 볼이 입을 맞추며 귓가에 속삭였다.
“오빠, 오늘도 파이팅!”
그 한 마디에 불끈불끈.
몸 이곳저곳에서 힘이 치솟았다.
***
지하로 내려가자 비서가 승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꾸벅.
이내 고개를 숙이며 문을 열었다.
“크리스마스에는 쉬어도 된다고 했을 텐데요.”
“급한 일이 있을 것 같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대통령님을 만나고 난 뒤에는 항상 뭔가 일이 생겼었으니까요.”
“하하, 고 비서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말이군요.”
이내 승호가 차에 올라탔고, 비서는 앞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운전 사가 액셀러레이터를 밟았고, 차가 빠르게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황 부사장님께서는 회사에 도착하셨다고 합니다.”
“우리도 빨리 갑시다. 청와대에 내일까지 답을 준다고 했으니.”
그 말에 운전사가 조금 더 액셀을 밟았다. 마이바흐 S 클래스가 빠르게 시내를 가르며 청담으로 향했다.
회사에 도착해 바로 준비된 회의실로 올라갔다. 소식을 들은 황호근이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입니까?”
승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비서가 조용히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북한 개발에 참여할 생각이 있는지 정식으로 요청해 왔습니다.”
“흠······.”
“현재 중국 상무위원과 관계는 어떻습니까?”
“가족끼리 서로 만나는 수준까지 갔습니다. 생각보다 사람이 좋더군요.”
황호근.
그는 시내소프트 부사장으로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지 않았다. 기술력이나 재무제표를 보는 눈은 조금 떨어질 줄 몰라도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는 일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가 승호의 마음을 얻고, 시내소프트 창립 멤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처럼 사업 동반자들을 일선에서 상대하는 것이 바로 황호근이었다.
“북한에 실제 투자가 집행되었을 때 가장 큰 걱정이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입니다.”
“그래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에 투자한 기업들도 대거 손해를 입긴 했었죠.”
“안전장치가 필요합니다. 북한이 한국 정부의 말을 듣지 않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니까요.”
“상무위원에게 잘 말해보겠습니다. 하지만 그러자면 우리도 뭔가 내놓을게 필요한데······.”
고심하는 황호근에게 준비된 대답을 꺼내 들었다.
“현재 한국 정부에서 추진 중인 AI 정부 프로젝트. 중국도 설치해 준다고 해보세요. 아주 싼 값으로. 다만 원천 데이터를 분석해 나온 결과물은 시내소프트 소유로 해야 합니다. 만약 관심을 보이면 그때 제가 나서겠습니다.”
AI 정부.
그게 어떤 의미인지 황호근도 잘 알고 있었다. 최근 회사 내에서 부서를 만들어 일을 추진 중이기도 하니까.
“그것 가지고 과연 될까요. 아직 실제 운영 중인 곳도 없고, 효용성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는데.”
“중국은 일당 독재이니만큼 개인에 대한 통제도 점점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CCTV로 확인된 사람을 그 즉시 분석. 누군지 알아낼 수 있는 기능을 보여주면 분명 관심을 가질 겁니다.”
“흠······.”
“그리고 러시아 쪽에도 안전장치를 하나 만들고 싶은데 혹시 아시는 분이 계실까요?”
“러시아··· 러시아라······.”
“러시아도 북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원유 수입이 막힌 북에 지속해서 원유 공급을 해주는 곳이기도 하고요. 그곳과 관계를 만들어 두면 북도 우리 투자 시설을 함부로 하지 못할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에 금현쪽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GM 공장 인수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호오······.”
“그쪽에 이미 공장이 하나 있어서 회사 내에서는 부정적으로 본다고 첨언 되어 있긴 하지만 한 번 이용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걸 리뉴얼 해서 제로 공장으로 만들면 되겠군요.”
“그렇게만 한다면 아마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겁니다.”
“더해서 그쪽에도 AI 정부 관련해서 제안을 한 번 해보세요. 만약 그렇게 되면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데이터가 우리 손아귀에 들어오게 될 테니까요.”
순간.
황호근이 마른 침을 삼켰다. 세계 최강대국에서 생산되는 데이터가 시내소프트의 것이 된다. 황호근은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만큼 어수룩하지 않았다.
“정부까지 종속될 수도 있겠군요.”
민간 기업은 ONE 외부 API 연동을 시켜 종속시킨다. 각 나라는 개별 ONE을 사용하게 만들어 종속시킨다. 어차피 별도의 시스템이라 해도 유지보수를 하고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려면 시내소프트의 도움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정말 시내소프트 제국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생각이 맞았다. 황호근은 입안이 바짝 말라와 한 번 더 마른 침을 삼켰다.
***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중국 최고 권력자 7명이 모이는 곳으로 이곳에서 거대 중국이 방향이 결정되었다. 그곳에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분명 CCTV에서 확인된 인물을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다고 했습니까?”
그에 대한 답은 7인 외 기술 자문으로 참석해 있던 칭화대 교수가 내놓았다.
“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시내소프트가 보유하고 있는 인공지능 ONE은 저희가 바이두와 공동개발하고 있는 창성에 비해 몇 배의 성능을 내는 것으로 추정 중입니다.”
“그 근거는요.”
“시내소프트에서 오픈한 ONE 외부 API. 그걸 이용했을 때 이미 속도, 정확도 등에서 2배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무위원 중 한 명이 팔짱을 끼며 신음을 흘렸다.
“흠······.”
최고 권력자인 하오란 주석도 심각한 표정으로 칭화대 교수를 바라보았다. 칭화대 교수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하지만 외부로 노출된 ONE은 실제 시내소프트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원 톡이나 원 서치. 자율주행차 제로, 스마트 시티에서 보여주고 있는 성능에 비교해 조금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고로 내부에 숨겨져 있는 ONE은 창성의 몇 배 성능을 내고 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인공지능 기술.
미래는 이 기술을 선점하는 자의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기술이었다. 그런데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는 사람이 조그만 나라 한국에 있다니······.
칭화대학 교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만약 시내소프트에서 그 ONE을 구축해주기로 했다면 받아들이는 것이 바르다고 봅니다. 내부를 분석해서 창성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기회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국무원 당조부서기를 맡은 상무위원이 교수를 노려보며 물었다.
“시내소프트 보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ONE 내부를 뚫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도 뚫지 못하고 있는데.”
지금도 중국의 꽤 많은 해커가 한국의 시내소프트 데이터 센터를 공격하고 있었다.
인공지능 ONE.
그 시스템에 대한 조금의 힌트라도 얻기 위해서.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다.
“외부에서 공격해 리버싱 하는 것과 내부에서 접근하는 것은 판이합니다. 이건 마치 열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러자 국무원 당조서기 중국 권력 서열 2위 상무위원이 물었다.
“시내소프트에서는 원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건 어느 정도의 부가가치를 가지는 겁니까?”
칭화대학 교수가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리 커도 ONE 자체보다는 작습니다. 이건 무조건 해야 하는 거래입니다.”
하오란 주석이 고개를 끄덕였고, 칭화대학 교수가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권력 서열 2위인 당조서기가 입을 열었다.
“현재까지 자문한 10여 명의 교수를 비롯해 민간 전문가들이 하나 같이 같은 말을 하는군요. 이들이 전부 시내소프트에 매수당한 것이 아니라면 이번 프로젝트. 진행해야 합니다.”
하오란 주석이 팔짱을 끼고,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시스템 설치 비용으로 10억 위안을 요구했다고?”
“네. 그리고 앞으로 북한에 투자될 시내소프트 자산에 대한 보증. 또한, ONE을 통해 나온 결과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입니다.”
하지만 다른 상무위원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굳이 ONE을 쓸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ONE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효용이 100억 위안을 넘는다고 해도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꼴이니.”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괜히 내부 데이터만 넘겨주는 건 아닌지······.”
하오란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러면 다른 분들께서 현재 침체 된 중국 경제를 살릴 묘안이 있으십니까?”
그러자 다들 입을 꾹 닫았다.
“중국도 서서히 제조에서 서비스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 핵심은 인공지능. ONE을 받아들인 후 분석해 창성을 발전시켜야 미국을 제칠 수 있다는 보고서. 읽어보긴 한 겁니까?”
하오란의 질책에 회의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쯧쯧. 이러니 무역 분쟁에서 밀리기만 하지.”
결론을 내린 하오란이 말을 이었다.
“한번 만나자고 하세요. ONE을 들여오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