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40)
탑 코더-240화(240/303)
북한 개발
비슷한 시각 러시아 크렘린 궁.
승호는 그곳에서 현 러시아 대통령 이바노바 안톤을 만나고 있었다.
이바노바 안톤.
4선에 성공한 러시아의 대통령으로 독재자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남자였다. 정적 암살에서부터 거침없는 전쟁지시까지. 그의 과격한 행동에 관한 일화는 차고 넘쳤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을 세우실 생각이라고 들었습니다.”
“네. 그쪽에 현재 문을 닫은 GM 공장을 인수 해볼 생각입니다. 제로 생산 공장이 마침 부족하던 참이라.”
“좋은 생각입니다. 러시아는 기업인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하하, 네. 감사합니다.”
순간.
이바노바가 주전자를 들어 잔에 홍차를 따랐다. 붉은색 물이 주전자에서 잔으로 흘러 들어갔다.
“최근 러시아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 붉은색 피 같은 시민들의 고혈이 부패한 기업인들 손에 들어가고 있어요.”
승호의 미간이 미미하게 꿈틀거렸다.
‘자본가가 아니라 당신이겠지.’
언론에 의하면 이바노바 안톤의 숨겨진 재산이 200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 재산은 전부 수십년에 걸쳐 구축된 독재체재의 부산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고혈이라 표현하자 기도 차지 않았다.
“물론 미스터 강은 그런 사람이 아니겠죠?”
“물론입니다.”
“아, 그리고 비서에게 듣자 하니 추후 북에 행해질 투자에 대한 지급 보증을 원하신다고요.”
“그저 북이 훗날 다른 말을 했을 때 문서에 대한 공증을 해주시면 됩니다. 북한도 대통령님의 말을 무시하지는 못할 테니까요.”
“그걸 대가로 러시아에 제로 공장을 세워주겠다는 말씀이시군요.”
“그것만이 아닙니다. 저렴한 가격에 ONE 시스템을 공급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이바노바의 눈이 반짝거렸다. 실상 오늘 만남은 이 주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만난 것이라 봐도 무방했다.
“현재처럼 외부 접속 방식이 아닌 시스템 자체를 통째로 이곳 러시아에 구축해주겠다는 말씀 맞습니까?”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바노바가 말을 이었다.
“오시기 전에 여러 전문가에게 자문해 보았습니다. 다들 공통된 의견을 내더군요.”
“왜 이런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까?”
단단해 보이는 이바노바의 목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ONE은 수십조의 가치를 지닌 시내소프트의 핵심 기술. 그걸 이쪽에 설치했다가 분석이라도 당한다면 핵심 기술이 넘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그걸 넘긴다? 저조차도 이해가 안 되더군요.”
승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드리워졌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분석 당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이럴 때는 정면 돌파해야 한다. 특히나 이바노바는 수십 년간 권좌를 지켜온 인물이었다. 이런 인물에게 어설픈 잔꾀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에 있는 시내소프트 데이터 센터로 전 세계 수많은 해커의 공격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 그리고 러시아에서도.”
러시아.
그 단어를 말하는 순간 이바노바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승호는 거리낌 없이 말을 이었다.
“사실 역 추적해서 그 들을 전부 파괴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전 세계 인터넷망이 마비될 수도 있어서 그저 방어만 하는 것이죠.”
후르륵.
승호가 이제는 식어버린 찻잔을 들어오려 한 모금 머금었다.
“시내소프트의 보안 기술은 세계 최고입니다. 절대 뚫리지 않을 자신이 있기에 이곳에 시스템을 설치하겠다고 한 것이고요.”
“······.”
“할 수 있으면 한번 해보라고 하십시오. 어차피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자신감이 대단하시군요.”
“단 분석된 결과물은 시내소프트 소유여야 합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니까요.”
“구축 비용으로 50억 루블을 요청하셨다고요?”
“수십조의 가치를 지닌 시스템입니다. 그 정도 비용은 당연한 일이죠.”
“거기에 결과물 전송 그리고 북과의 계약에 대한 공증이라······.”
“이제 곧 북한에 대대적인 개발 사업이 펼쳐질 겁니다. 그중 하나는 대륙 철도가 될 것이고요. 그리고 그 철도는 당연히 러시아와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 사업의 중심에 누가 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아실 테고요.”
굳어져 있던 이바노바의 표정이 스르륵 풀렸다.
“알겠습니다. 한 번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죠.”
“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승호가 크렘린 궁을 빠져 나왔다.
드르륵.
드르륵.
궁을 빠져나오자마자 미국 정부가 지급한 보안폰이 진동했다. 마치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전부 알고 있다는 듯이.
“네.”
-통화 가능하십니까?
CIA에서 자신을 전담하고 있는 요원이다.
“말씀하세요.”
-약간의 우려가 있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네.”
-미국의 정보가 타국에 흘러 들어가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거로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전화가 오는 순간 설마 했다. 그리고 그 설마가 맞았다.
“지금까지 몇 가지 일을 함께했는지 알고 계십니까?”
요원도 알고 있었다. 최고 등급 비밀인가 취급을 받은 요원이 승호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원이 침묵하자 승호가 말을 이었다.
“만약 그럴 생각이나 낌새를 보였다면 그 일을 함께하지 못하지 않았을까요.”
-······.
“저는 자사의 수준 높은 서비스를 여러 나라에 팔기 위해 움직일 뿐입니다. 각국에서 획득한 정보를 타국에 넘기는 그런 짓을 하지 않습니다.”
딱딱했던 요원의 목소리가 누그러졌다.
-죄송합니다.
승호가 한층 강경하게 말했다.
“앞으로 조심하세요. 이제는 그쪽 일을 돕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미국으로써는 최악의 결과였기에.
-알겠습니다. 편안한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요원이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승호가 창밖으로 점점 멀어지는 크렘린궁을 바라보았다.
“ONE이 구축되고 돌아가기 시작하면 반대가 될 거다.”
승호가 조용히 읊조렸다.
***
미국 CIA 본부.
국장이 미간이 찌푸리며 부하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이바노바를 만났다.”
“네. 추후에는 중국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파악 됩니다. 현재 까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 쪽 개발 사업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흠······.”
“아직 까지 저희쪽 정보가 넘어가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그럴 거야. 본인에게도 이득 될 만한 게 없으니.”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요.”
국장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서성거렸다.
그러다 뚝.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ONE을 공급하기로 한 건 확실한 거야?”
“세 개 채널에서 확인했습니다. 중국, 러시아에도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고 합니다. 다행인 점은 한국에 공급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라고 합니다.”
“AI 정부 말인가?”
“네. 저희처럼 첩보용이 아닌 정부 기능을 총괄하여 효율화시키는 형태로 공급될 것 같습니다.”
“흠······.”
그럼에도 국장의 고심했다.
‘중국, 러시아, 한국 그리고 미국 까지. ONE이 너무 많은 곳에 공급 되고 있어.’
CIA에서 파악하기로 ONE 외부 API를 사용하는 민간 기업은 200여 곳을 돌파했다. 그 효능이 점점 입증되면서 내년에는 500여 곳을 넘는 기업이 ONE API를 사용하리라 예측 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각 정부까지 ONE 시스템을 도입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많은 일이 한 기업에 쏠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현재까지 인공지능 관련 상용화된 기술이 부족해 일어나는 현상 같습니다.”
“포트에서 개발 중인 델타 상황은?”
“내년이나 돼야 자율주행차를 상용화 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다른 분야로의 적용은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확실히 ONE이 뛰어나긴 하군. 적용 못하는 분야를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니.”
보고를 하던 부하직원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도로를 운전하는 자율주행차가 사람을 구할 정도니까요.”
“하긴······.”
“도입한 쪽에서 서서히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더 많은 나라에서 관심을 보이게 될 겁니다. 비대해진 정부조직을 감축하는 건 전 세계 정상들의 관심사니까요.”
CIA 국장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렇게 되면 시내소프트의 입김이 더 세지겠지.”
“ONE이 없다면 나라가 돌아가지 않을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대로 두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지금이라도 멈춰야 하나.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명멸했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부하직원이 하는 말에 그런 생각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버렸다.
“문제는 대체 수단이 없어 선택하지 않으면 도태 된다는 겁니다. 중국이 강승호와 함께 ONE을 구심점으로 전 세계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현재 ONE을 이길 수 있는 건 ONE 밖에 없습니다.”
국장은 자신이 한 생각이 무의미 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