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der RAW novel - Chapter (241)
탑 코더-241화(241/303)
***
러시아에서 중국까지.
긴 여정의 출장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승호는 돌아오자마자 회사 내 AI 정부 부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이미 부서장으로부터 언질을 받았기 때문인지 다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부서장이 앞에 나서서 현재 까지 개발 상황에 대해 보고했다.
“현재 AI 정부 관련해서 환경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경찰 정보 관리부 등과 협의 중에 있습니다. 그쪽 업무를 단순화하고 시스템화 해서 ONE이 대체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부서장이 한 템포 쉰 후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가장 먼저 경찰 쪽에 적용 될 것 같습니다. 몽타주를 완성한다던가, CCTV 이미지를 복원한다던가. 아니면 해당 이미지를 분석해 적정한 인물을 찾는 데는 바로 적용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승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생각대로 일이 굴러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부서로의 적용은 시일이 걸릴 것 같습니다. 해당 업무에 대해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그러자 승호의 시선이 예카테리나 박사에게 향했다.
“바로 ONE이 학습해 적용 할 수는 없는 겁니까?”
“지난 번 대표님과 한번 업그레이드를 한 후에 AI-IQ는 현재 135입니다. 저런 식의 능동적인 업무 처리가 바로 진행되려면 최소 150 이상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15가 부족하군요.”
“이번에 생산되는 SPU가 적용되면 140까지는 가능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아직 10이 부족한 상황이죠.”
“알겠습니다. 오늘부터 제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곧 중국, 러시아에도 진출해야 하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AI 정부 부서와의 회의가 끝났다.
하지만 그건 또 다른 회의를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 했다. 북한 개발 관련해서 스마트 시티 사업부와 회의를 하고, 원 서치. 원 톡 현황을 보고 받았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제로의 미국, 중국 진출에 대해 논의 하고 SPU 설계도를 살펴봐야 했다. 그렇게 몰아치듯 일을 하고 나니 저녁 10시가 훌쩍 넘어 버렸다. 예전 같았으면
‘오늘 하루도 수고 했다.’
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 하고 위스키 한잔과 함께 잠에 들었을 것 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달칵.
전화를 걸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오빠, 힘들지. 한남동으로 갈까?
“그럴래?”
-헤헤. 안 그래도 스케줄 끝났어. 지금 바로 출발 할게.
“나도 이제 퇴근.”
-오늘 기대해 나 풀 메이크업 상태니까.
꿀꺽.
바짝 침이 마르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전신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오늘도 긴 밤이 될 것 같았다.
북한 개발
토요일 아침.
창가에서 비치는 햇살에 승호가 눈을 떴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그녀가 눈을 감은 채 잠에 빠져있었다.
어제 밤.
뱀처럼 서로를 휘감은 채 육체를 탐했던 밤이 꿈처럼 느껴졌다. 승호는 생얼로 눈을 감은 채 누워 있는 신지은을 바라보았다.
‘이런 사람이 애인이라니.’
보고 있으면 믿어지지가 않았다.
“으음······.”
신지은이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잘 잤어?”
“오빠는?”
오빠.
이 단어는 들을 때 마다 새로웠다. 늘 짜릿했다.
“나도 뭐.”
신지은이 두 눈을 반달 모양으로 뜨며 입 꼬리를 올렸다.
“나 보고 있었어?”
승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헤헤, 다른 여자 보면 안 돼. 알았지?”
순간 입술 쪽에 부드러우면서도 향긋한 무언가가 닿았다. 승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신지은의 어깨를 잡아 거칠게 침대로 몰아붙였다.
“오빠 또?”
승호가 신지은의 가냘픈 쇄골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또 한 차례 뜨거운 열풍이 지나가고, 둘은 침대에서 일어나 늦은 아침을 챙겨 먹었다.
“이렇게 있으니까 좋다.”
“나도 언제 까지 일만 할 생각은 없어.”
“어, 정말?”
승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지고 해야지.”
신지은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알아 온건 반년 정식으로 만난 건 2달 정도였다. 그때 까지 이런 진지한 이야기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신지은이 새초롬하게 미소 지었다.
“난 아직 결혼생각 없는데.”
그 말에 승호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히잉······.”
“조금 더 먼 미래. 우리가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았을 때 생각해 봐야지.”
“그럼 오빠 이야기부터 해봐.”
“내 이야기?”
“어렸을 때는 어땠는지, 남들이 보기에 크게 성공한 사업가인데 그때 까지 어려움은 없었는지.”
이번에는 승호가 살짝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침 먹다가?”
“밤에는 오빠가 이야기 할 시간을 안 주잖아.”
승호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내가 좀 그러긴 했지.”
혈기 왕성한 20대.
참았던 욕구가 폭발하면서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그때를 생각하자 살짝 민망함이 밀려왔다.
“나도 나쁘지는 않았어.”
“으, 응?”
신지은이 살짝 몸을 배배꼬며 말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해 달라··· 뭐 그런 말이야.”
조금 직접적인 말에 승호는 괜한 헛기침을 토했다. 그렇게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깬 건 승호였다.
“이미 알겠지만 사실 난 부모님이 없어. 내 부모님은 수녀님이나 마찬가지지.”
시작된 승호의 과거 이야기에 신지은이 들고 있던 수저를 내려놓고 경청했다.
“그래서 그런지 어린 시절 가장 기억나는 첫 번째는 ‘고아’라는 놀림이었어.”
승호가 이야기를 이어 나갈수록 신지은의 입가가 굳게 다물어졌다. 결코 밝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둡고 슬픈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가 승호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
신지은과 아침을 마친 후.
점심이 되기 전 다시 회사로 출근했다. ONE의 성능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AI-IQ 135.
아직 SPU를 적용하기 전 측정한 현재 ONE의 아이큐였다. 여기에 자신이 새롭게 개발한 alang으로 새롭게 ONE을 리팩토링 한다면 아마 성능은 좀 더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알고리즘을 조금 더 변경한다면 충분히 150이 될 수 있으리라.
“먼저 간단한 것부터.”
현재 C와 C++등이 복합적으로 사용된 시스템을 alang로 리팩토링 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어차피 그건 기존의 로직을 그대로 따르며 언어를 바꾸는 작업이기 때문에 난이도는 하.
단지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버그가 생길 요소가 많다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승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버그는 0과1의 세계를 확인해 보며 진행했기에 바로바로 해결이 가능했고, 타자를 치는 속도는 생각의 속도와 비슷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그대로 코드로 옮겼다.
타다닥.
타다다닥.
고요한 집무실에 키보드를 두드리는 타격 음만 들렸다. 승호는 단위 모듈 별로 완성이 될 때 마다 회사 내에서 사용하는 GIT 저장소에 바로바로 커밋을 올렸다.
그 내용을 출근한 예카테리나도 보고 있었다.
“출근하셨나 보네.”
-init.
-commit ca82a6dff817ec66f4434200123888111949 -Author: SeungHo.Kang <[email protected]>
git에 최초 커밋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 코드를 살펴보던 예카테리나가 눈을 반짝였다.
“이건 얼마 전에 말씀 하신 alang으로 변환 작업을 하신 건데······.”
AI-IQ 150.
그걸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던 그 작업이었다.
“흠··· 혼자서 하려면 양이 많을 텐데.”
승호가 회사 일로 바쁜 사이 ONE 시스템은 점점 커졌다. 코드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그걸 전부 혼자서 옮기려면 꽤 많은 시간이 들 것이다. 코드를 살피던 예카테리나가 중얼 거렸다.
“하긴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만 대표님이 변경하시고 나머지 부분을 연구원들이 따라서 바꾸면 되겠지.”
드르륵.
드르륵.
마우스를 움직이며 승호가 올려놓은 코드를 살펴보았다. 깔끔하기 그지없었다. 자신이 코드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가독성이었다. 그런데 이 코드는 자신이 짠 것 보다 가독성이 좋았다. 코딩 실력 하나 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
띠링하는 소리와 함께 알람이 하나 도착했다.
-version 1.
-commit ka71amek111192900927649191114444mnej11 -Author: SeungHo.Kang <[email protected]>
승호가 또 한 번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 한 것이었다. 예카테리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코드를 다운로드 받아 테스트를 돌려 보았다.
-AI-IQ 측정 중입니다.(10%)
-AI-IQ 측정 중입니다.(25%)
-AI-IQ 측정 중입니다.(30%)
자체 개발한 테스트 툴이 동작하며 ONE의 AI-IQ 측정을 시작했다.
-AI-IQ 측정 중입니다.(100%)
-AI-IQ 138.
3이라는 수치가 올라갔다. 이건 SPU를 적용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alang로 리팩토링을 했을 뿐이었다. 예카테리나는 믿기지가 않아 몇 번이고 다시 테스트 해보았다.
-AI-IQ 137.
-AI-IQ 139.